드디어 벼르고 벼르던 르누아르전을 관람했다. GS칼텍스 홈피에서 관람권 당첨이 되었지만 와이프와 그 친구에게 그 기회를 내주었고, GS칼텍스 주유소에서 긁기식 복권에 또 당첨되었으나, 너무 바빠서 시간을 못내고 있던 중 저번주에 관람을 하였다. 사실 주유소에서 준 긁기식 복권으로 관람권 당첨된 이야기에는 사연이 있는데, 장황한 부분은 생략을 하고 말하자면, 보고자하는 뜻이 있다면 길이 보인다는 것. 물론 당첨이 되지 않았다면 돈주고 봤겠지만.

마치 나른한 오후 쏟아지는 태양빛이 수풀 사이사이로 삐집고 들어와 피부에 내리쬐듯, 그의 색채의 화려함이 내 마음에 꽂아내린 그림이 있었으니 바로 이 그림이다.


[바느질하는 마리-테레즈 뒤랑-뉘엘]

사진의 한계이다. 직접 봐야한다. 원래 이 그림의 색채가 화려한 것인가? 아님 다른 그림들도 이것만큼 화려했지만 이것만 보관이 아주 잘되어 그 화려함이 유지된 것인가? 아무튼 보고 또 보아도 화려하다.

아래의 그림을 보자.


[피아노 앞의 이본느와 크리스틴느 르롤]

어라, 이 그림 안에 있는 그림 두 점이 보이는가. 벽에 걸린 배경으로 희미하게 보이는 그림 두 점. 말타는 장면의 그림과 발레 장면의 그림. 승마와 무희라, 그렇다면 이건 드가의 작품이다. 당시 인상파화가들은 서로 그룹을 지어 교류도 활발히 하고 나름의 사회를 형성한다. 그러다 보니, 의도한 것이건 아니건 간에 인상파 화가들의 그림에서는 서로의 그림이 벽에 걸린 배경으로 많이 쓰였다. 물론 그들 중엔 고흐와 고갱처럼 처음엔 같이 한 집에서 살 정도로 친하다가 서로 앙숙이 되기도 하는 관계도 있었다. 그들이 서로 부딪겨 가며 생활하는 당시에 알고 있었을까? 그들의 작품이 100년도 넘은 세월 뒤에 렘브란트도 넘어서는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는 그림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몰랐을 것이다. 후세들이 그들의 작품을 최고가로 치는 이유는 그 무엇보다도 그들의 천재적 실험정신을 가장 높이 사기 때문이다.


[앙리오 부인]

대여한 MP3에서 나오는 설명을 들으니, 위의 초상화가 르누아르가 최고의 미인이라고 극찬을 한 여인이란다. 눈이 크다. 요즘 연예인들 눈 작은 사람이 없다. 연예기획사에서 눈이 작으면 데뷰하기전에 눈수술부터 하라고 압력을 넣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관상에서는 눈이 크면 감성적임을 의미한다. 굳이 관상이야기를 언급하지 않아도, 눈이 큰 사람 치고 무서움 많이 타지 않고 눈물 많지 않은 사람 못 봤다. 그 풍부한 감성으로 르누아르의 무엇을 자극한 것일까?

간송미술관에서 했던 겸재화파전을 세 번 다녀오고 나서도 겸재의 초기, 중기, 후기 작품의 구분이 될듯 말듯 하였는데, 사실 인상파 영향을 많이 받은 초기와 그것을 기조로 하되 나름 르누아르 자신만의 색깔이 나오는 후기 작품의 구분을 할 줄 아는 심미안을 얻으려면 최소 3번은 관람을 해야하는데 그러지 못함이 많이 아쉽다. 처음에는 그냥 관람을, 두 번째는 도록의 해설을 잘 살펴보고 다시 관람을, 마지막으로 느낌가는 작품 위주로 감상을 하고 싶단 말이다. 돈 벌려고 새상에 태어난 것이 아니라 바로 이런 것을 느끼려고 세상에 태어났는데 말이다.

아참, 잊을뻔 했다. 같이 관람했던 친구의 감상도 마지막으로 꼭 넣어야 그 친구에 대한 예의인데. 

아래 그림을 보고 그 친구가 얘기했다.

"야, 이사람 개그맨 누구 닮았다. 크크"

난 심히 공감했다.


[ 누워있는 여인의 누드, 가브리엘 ]

비지니스 상에서 어떻게 혜안을 갖고 성공할 수 있는지에 관해 이야기하는 ’통찰’을 분석한 책이다.

책의 후반부에서는 다양한 실제의 예를 들어서 설명한다. 하지만 이는 다른 비슷한 류의 책에서도 나오는 내용으로, 사실 이 책의 실제적 묘미는 전반부에 있다. 바로 ’통찰’이 생기는 배경과 그 메카니즘을 분석한 부분이다. 누구라도 다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이에 대한 체계적 분석은 이 책이 처음이다.

이 책과 비슷한 류로 말콤 글래드웰의 책을 꼽을 수 있는데, 그는 그저 1만 시간 이상 혹은 10년 이상의 몰입이 한 분야에 대한 직관, 즉 블링크가 생기게 하는 필수조건임을 이야기 했다면, 이 책에서는 이를 ’전문지식’ 이라고 정의한다. 저자는 한 발 더 나아가서 다음과 같은 논리를 전개한다.

아르키메데스가 목욕탕에서 질량에 따라 부력이 달라진다는 것을 발견하고 유레카를 외칠 수 있었던 것도 황제의 지시가 이를 강제하는 구실을 했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글을 쓰는 사람은 마감 시한이라는 강제가 있기 때문에 글을 완성하게 되고, 학생들은 시험이라는 강제가 있기 때문에 지식을 기억할 수 있게 됩니다. 이렇게 외부나 내부에서 가해지는 강제가 더 좋은 해결 방안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바로 전문 지식이 필요합니다. 전문 지식이 강제와 연합할 때, 사람들은 이전에 벌견하지 못했던 해결 방안을 통찰하게 됩니다. (p.52)

여기서 저자는 가용지식을 재조직하게 되는 여건을 얘기하고 있다. 이는 통찰이 생기는 과정의 마지막 단계에서의 조건으로써, 1. 문제를 정의하고, 2. 주의를 기울이고, 3. 가용지식을 재조직하라는 세 가지 단계의 통찰이 생기는 과정을 하나하나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온 이야기이다.

맥도널드를 만든 ’레이먼드 크록’은 당시 획기적이게도 몇가지 제품에만 집중한, 다시 말해 콜라, 햄버거, 감자튀김만을 파는 패스트푸드 레스토랑을 만들었다. 저자는 이를 단순히 기발한 발상이라 얘기하지 않고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그는 전혀 새로운 것을 만든 것이 아니라 기존에 있던 것들을 새로운 관계 속에서 바라보고, 이들을 재조직, 재보합했습니다. 레이먼드 크록이 한 일은, 해결해야 할 문제점과 소비자 결핍을 구체적으로 정의하고 정확한 의도와 충분한 주의로 기존 지식을 활용해 재조합함으로써 새로운 레스토랑을 만든 것입니다. 이것이 통찰의 결과입니다. (p.54)

말콤 글래드웰이 이야기한 블링크가 생기는 과정은 이 책의 저자가 이야기하는 3단계 과정의 마지막에 해당이 된다. 이런 면에서만 본다면 이 책 ’통찰의 기술’의 승리이다.

결핍의 발견을 구체적으로 정의하는 법: 소비자의 말만 들어서는 진짜 결핍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자신의 불편함으로 정확히 인지하지 못하는 사람도 많고, 또 알고 있다 하더라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할 때가 많기 때문입니다. 대신에 소비자가 어떻게 행동하는지 보아야 합니다 (p.93)

소비자가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보아야한다. 이를 어떻게 볼 수 있을까? 이책의 p.67-97에 걸쳐 자세히 설명해 놓았다. 그리고 오류를 없애기위해서 최소 30명의 고객을 만나서 이것이 진짜 그들의 결핍인지 확인하라는 당부까지한다.

그럼 ’기존지식의 재조합’은 어떻게 해야 가능한가? 스티븐 잡스의 말을 인용하면서 이 책에서는 ’재해석’, ’결합’ 등의 단어를 이용한다. ’마시멜로 이야기’는 픽션과 자기계발의 결합이고, 3M의 띄었다 붙였다하는 포스트잇은 접착제를 ’재해석’ 한 것이라 한다. 나는 평소에 재결합이라 하면 단순히 연필꼭지에 지우개를 붙히는 것만을 생각 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며 거의 모든 히트상품이 바로 이러한 ’재해석/결합’의 케테고리로 들어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암튼 언제고 다시 한번 보게 될 책이다.

예전에 ’누가 내 치즈를 옮겼나’를 읽고 어른들을 위한 우화, 자기계발서의 또 다른 형태가 신선하게 다가왔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지금 문제의 이 책 ’씽킹트리’, 이 책의 이야기를 해볼까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하겠지만, 나 역시 쉬운 이야기는 빠른 속도로 읽는편이다. 이 책도 예외가 아니었다. 가볍게 읽어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쭉 훑어보는데 대충의 감은 오지만 왠지모르게 누가 내 치즈를 옮겼는지 잘 알게된 그 책과는 다르게 누가 thinking trees를 심었는지 전혀 파악이 안 되었다. 쉬운듯 하면서도 어려운 책. 저자가 머릿말에서 ’아무도 이 책의 내용을 이해 못하지 않을까’하는 걱정이 있다고 했는데, 내가 그 걱정에 일조를 하고 있는 중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이 어려운 이유는 너무 당연하고 단순해서 저자의 의도가 무엇인지를 모르겠기 때문이다. 생각을 확장해서 하라는 말을 나무가 가지를 여기저기 뻗듯이 확장하라고 하고, 다양한 나무가 숲에 있듯이 인간들은 다 다양하다는 (여기서는 인간이 아닌 올빼미) 이야기를 하는 책. 이게 뭔가? 그래서 뭐 어쩌라고?

다음날 와이프에게 이 책 좀 읽어보라고 하고 출근을 했다. 난 통 모르겠으니 학창시절 나보다 좀 더 많은 책을 읽은 와이프가 읽으면 나와 똑 같은 느낌일까 아닐까하는 궁금증도 있고 해서 읽어보라고 하고 난 직장서 일을 하고 있었다. 사실 솔직한 마음은 ’골탕이나 먹어봐라’였다. 그러던 중 와이프한테서 문자가 왔다.

’이 책 내용 좋아. 내 생각의 프레임이 바뀌려고 해^^’

’지금 수민이(딸내미)에게 적용시켜서 공부시키고 있어’

잉? 단순히 책 내용을 이해한 것을 넘어 이를 응용까지 하고 있다고?

헐레벌떡 퇴근 후 집에가서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그러니깐 수민이 사회과목을 봐 주다가 그림을 보고 설명을 하는 문제가 있는데 그 그림에는 어느 나무꾼이 도끼를 가지고 나무를 베는 장면이었어. 이 그림을 보고 무엇을 알 수 있는가?가 문제인데 수민이는 '옛날에는 나무꾼이 나무를 베었다.' 라고만 하지 뭐야. 그래서 내가 그랬지. 하나만 보지 말고 그것으로 알 수 있는 여럿을 봐야 한다고, 하나의 나무에서 가지가 여러갈래로 뻗어 가듯이 이 그림도 그렇게 생각해 보라고. 그러니깐 옛날에는 나무가 필요했다->기름이 없었다->불편한 생활->불쌍하다 등으로 너의 생각을 여러 개로 해 보라고 말이야. 아니면 옛날에는 나무가 필요했다->그거를 베려면 시간이 많이 들었다->다른 걸 할 시간 없었다->책 읽을 시간도 없고->조금 무식해지기도 한다. 그랬더니 수민이가 알아 듣는 눈치였어."

나는 적쟎이 놀랐다. 독자들이 이 책에 대해 자식과 함께 이야기해보고 종국에는 자신의 생각의 프레임도 바꾸게 되는 바람이 있다는 저자의 말이 있었다. 와이프가 그걸 그대로 따라하는 것 아닌가!

와이프가 계속 이야기를 했다.

"이 책에는 생각의 프레임을 바꾸는 7가지 이야기가 있는데, 여기여기 색깔의 나무에서는 자신만의 독특한 색을 가진 사고방식을 가지라는 이야기가 있어. 그리고 이러한 독특한 색을 가지게 되면 독립적이 되는데 이는 여기 있는 무슨무슨 나무인거야. 그리고 그러한 색깔을 남들에게 드러내지 말라는 이야기도 있어. 주절주절..."

사람은 가르치면서 배운다는 이야기가 있다. 초등학생 자식이 있다면 이 책에 나오는 이야기를 그 자식과 이야기해 보고 하나의 현상에 대해 다양하게 접근하는 법을 같이 고민해 보라. 어려운 수학문제가 있으면 분명 답과 해설이 있다. 이에 만족하지 말고 다른 방법도 꼭 찾아보자. 그리고 자신만의 방식을 여러개 만들어서 다른 문제에도 적용시키자. 하나하나 배워가는 속도는 늦을지라도 결국은 생각은 어떻게 하는지를 교육하게 되므로 절대 바람직한 시간이 될 것이다. 그러다보면 종국에는 자기자신의 생각의 프레임도 바뀌어져 있을 것이다.

돼지 목에 진주목걸이라고 했던가, 하마트면 진주목걸이를 못 알아 볼 뻔 했는데, 와이프 덕분에 그런 착오를 저지르지 않았다. 그 목걸이의 진주는 총 7개이다. 다 빛나게 이용해 볼 생각은 없으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