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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연산군, 광해군, 정조, 이 네 왕의 이야기가 펼쳐진 뒤, 2부에서 왕이 갖추어야 할 자질에 대해 논하는 책이다.

서로 관련이 없는 듯 한 인물들이지만, 이 네 왕의 비교를 통해 바람직한 군주상을 제시하여 현재의 정치상황의 타계책도 모색 해보게 해준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경연’에 관한 이야기이다. 신하들과 학문에 관한 토론을 통해 왕 자신의 학식도 높이고 기타 서로에 대한 이해를 도모하는 이벤트인데, 세종은 이를 즐겨했고, 즉위 후 꾸준한 독서와 경연을 통해 점진적으로 그 어느 신하들 보다 높은 학식을 가지게 된다. 천재형이라기 보다는 노력파이다. 연산군은 이핑계 저핑계 대면서 경연을 피했고, 광해군은 분명 제위 전에는 학문 공부하기를 즐겨 했으나 제위기간동안 그의 특유의 안전에 대한 과잉 노이로제 때문인지 죄인 심문을 즐겨 친국을 지나치게 많이 한 반면, 경연은 기필코 피했다 . 정조는 이미 제위 당시 신하들 보다 학식이 높아서, 사헌부, 사간원에서 올라오는 상소의 토씨 하나 문구 하나 다시 고쳐 쓰라고 지시할 정도여서 그랬는지 나중엔 경연을 재미없어 한다.

언론기관을 다루는 방법 역시 각 왕의 특징이 잘 나타나는데, 세종은 건국 초기 신권이 강하지 않은 상황에서 언론 장악을 쉽게하고, 연산군은 ’내가 왕인데 너희들이 무슨 상관이냐’는 태도로 이들을 상대한다. 하지만 정조는 머리가 좋은 것인지 교묘하게도 ’나의 잘못을 잘 집어내었다. 하지만 내가 한 잘못에는 이것 뿐 아니라, 요것, 저것도 있는데 왜 이를 다 집어내질 못하느냐! 넌 파직이다!’ 식의 태도로 대항한다.

그런 면에 있어 정조는 정치란 무엇인지 잘 아는 축에 속한다 볼 수 있다. 최근 기사를 통해 밝혀진 노론의 영수 심환지와 밀서를 주고 받으며 정치를 주무르려 했던 사실이 이를 더욱 뒷받침 해준다. 또한 책에도 나와있듯이 몇몇 사람들을 주기적으로 파직하고 재임명하는 그의 ’회전문 인사’를 봐도, 그가 나름대로 어느 정도 정치의 속성을 이해하고 있었다고 보인다--물론 그것이 너무 지나치기는 했다. 그 어느 왕보다도 당시의 시대 상황이 정조를 그런 왕으로 만든 것은 아닌가하다. 가신들이 떠난 그의 정권 말기에는 신하들의 눈을 피해 대역죄로 유배간 그의 이복동생을 은밀히 만나는 등, 인간적으로 터놓고 이야기 할 상대를 그리워한다. 항상 술수와 책략을 짜내야하느라 머리가 아팠을게다. 노론은 보수, 정조와 남인은 개혁이라는 이분법은 사극에서의 논리라고 이 책은 주장한다.

방금 전 정조가 세운 수원화성을 가봤다. 그 모든 대역사를 ’화성성역의궤’라는 금속활자의 기록으로 남겨둔 덕분에 나중에 후세 사람들이 이를 복원할 때, 별 어려움이 없을 정도였다고 한다. 작업에 참여한 부역자들에게도 기술의 정도에 따라 급여를 주기도 했고, 화성의 설계와 공사, 사후관리까지 모든 단계에 걸쳐 합리성과 창의성으로 충만한 과정이었다. (김봉렬의 한국건축이야기-1 p. 363)

일국의 지도자. 한 기업의 CEO, 조그마한 업체의 사장, 가족의 가장이라는 직함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용산에  있는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겸재정선--붓으로 펼친 천지조화"를 관람했다. 금년 5월에 간송미술관에서 ’겸재화파전’을 갔었고 이번이 관련 전시 두 번째 감상이다.



최근 간송미술관, 시립미술관 등을 가 보았는데, 이곳 국립중앙박물관 겸재전의 도록이 제일 고급스럽다. 돈을 들여 디자인한 흔적이 보인다. 위는 도록 표지 그림이다. 내가 낸 세금이 잘 쓰인 듯한 느낌은 참 오랜만이다.

일단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 몇 가지에 대해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개인이 소장하고 있어서 일반인이 보기 힘든 작품인 ’비로봉도’ 그리고 일암콜렉션에서 소장하고 있는 같은 ’비로봉도’ 




위 두 가지 비로봉도 전부가 겸재의 작품이다. 어느쪽 것이 그의 말년 작품으로 보이는가? 강조할 것 강조하고, 잡다한 것 쳐버리는 경륜이 뭇어나는 그림은 당연 왼쪽이다.

아래 작품을 보자. 신선이 바다를 건넌다는 의미의 ’선인도해’이다. 원래의 그림은 대단히 크고 선명한데, 사진이 별로다. 역시 그의 말년 작품인데, 단원이건 겸재이건 말년에는 도교의 맛이 뭍어나는 작품을 그린다는 공통점이 있는 것을 보니, 나이가 들면 그리 되는가 보다.



비로봉도와 선인도해도 이 두 가지가 지금도 내 눈에 계속 잔상이 남는다. 아무래도 우리나라 고서화의 맛은 배경을 잡스럽게 하지 않고 과감한 생략과 강조를 생명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바로 옆 전시실에서는 이인문의 그림이 다수 전시되어 있는데 이참에 서재에 꽂아 놓기만하고 읽지 못한 고 오주석 선생의 ’강산무진도’를 들춰보고 다시 한번 찾아가 봐야겠다. 조만간 두 번째 방문을 하고 이 감상기를 계속 이어갈까한다. 그리고 간송미술관에서 본 겸재의 그림과 이곳의 그림을 비교해보는 감상기 역시 두 번째 방문을 하고 작성할 계획이다. 머릿속에 할 말은 많은데 한 번 방문으로는 정리가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