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송미술관 2009년 가을 전시 -도석화>

봄에 간송미술관 겸재화파전을 가고 이의 연장선상으로 국립중앙박물관의 겸재정선전을 지금도 자주 들락 거리며 보고 있는 중인데, 다시 간송미술관 가을 전시가 시작되니, 세월이 무척 빠르게 느껴진다.

간송미술관에서는 일년에 봄, 가을 단 두 차례 전시가 있다고 얘기를 들었을 때 많이 아쉬웠으나, 이제 봄을 지나 여름이 가고 다시 가을이 되고 보니 정신이 없다. 아직 배울 것도 많고 한데, 특히나 이번 전시는 다양한 화원들의 그림이 등장하여 더더욱 헷갈린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 온 화가는 김명국이다. 그는 그의 호인 ’蓮潭(연담)’과 ’醉翁(취옹)’ 이라는 관지를 해당 그림의 분위기에 맞게 잘 설정하여 박아 놓는 뛰어난 화원이다. 특히나 옷자락을 몇 번의 붓놀림으로 처리하는 소위 일필휘지와, 얼굴은 세밀하면서도 흐리게 처리하는 그의 스타일은 명품이다. 얼굴을 먼저 그렸을까 옷자락을 먼저 그렸을까? 나같으면 일단 심혈을 기울여 얼굴을 먼저 그려 놓고 나머지를 일필휘지로 처리 할 것 같다. 섬세하게 그리는 얼굴이 일단 완성이 되어야 그에 걸맞게 옷자락도 표현이 가능하리라. 이런 나의 생각을 증명이나 하듯, 아래 달마도에서 오른쪽 턱수염과 옷자락이 겹치는 부분이 번진 부분이 보인다. 옷을 먼저 그렸으면 그 부분이 번질 일이 없다.


[김명국, 달마도, 국립중앙박물관]

아래는 이번 전시에 나온 ’수로예구’이다. 분위기가 많이 비슷하다.


[김명국, 수로예구, 간송미술관]

처음에는 머리의 크기, 수염과 눈썹의 모양만 다르지 얼굴은 같은 인물이 아닌가 했다. 하지만 자세히 보니 ’수로예구’에 나온 인물은 사진으로는 잘 안 나왔지만, 반쯤 감긴 눈, 복스러운 볼살 등의 특징이 있다. ’연담’이라는 그의 관지도 달마도에서 보다는 좀 더 느긋하게 쓰여졌다. 이 그림은 장수를 상징하는 ’수노인(壽老人)’이 거북이를 끌고 가는 이야기를 소재로 삼았음에서 알 수 있듯이, 장수를 하려면 힘찬 기운은 덜하고 느긋한 기운이 좀 더 많아야 함을 이야기한다. 달마도는 빠르게 어디론가 앞으로 나아가는 폼인데 반해, 수노인은 몸의 무게 중심이 밑으로 쳐져있지 않은가! 비슷해 보이지만 완전히 다른 그림이다. 그리고 내 취향은 후자이다. 거북이를 끌고 다니는 모습이 마치 아이같다.

자고로 장수를 하려면 애완동물도 기르고 (물론 거북이는 장수를 상징해서 그렸지 작가가 애완동물 기르기가 장수에 좋다는 생각을 했던 것은 아닐 것이다), 약간은 아이처럼 항상 생각하고, 반쯤 감긴 눈에서 풍기는 느긋함도 즐기고 해야 하는 것은 아닐런지. 그리고 분명 유머감각도 풍부할 듯 하다. 긴 눈썹은 예전 조순 국무총리의 모습이다. 속설이 맞다면 조순씨도 장수 할 것이다.

기독교도인 와이프가 반대만 안 한다면 모사본 한 점 집 안에 걸어 놓고 싶다. 도석화는 특별히 종교적인 색채나 예불을 위해 그린 그림이 아닌, 도교나 불교와 관련된 소재의 단순한 감상용 그림을 지칭하는 말이라고 하니 설득해 봐야겠다.


[김명국, 비급전관, 간송미술관]

위의 그림을 보자. 이제는 김명국의 작품은 옷자락의 힘찬 필치만 봐도 한눈에 그의 것임을 알아보겠다. 도인 두 명이 비급자료를 두고 서로 토론을 벌이고 있다. 얼굴이 정면으로 보이는 도인은 눈빛이 심상치 않다. 뒤의 고목은 정신이 없는 듯 한 필치이면서도 신비함을 배가 시킨다. 두 신선의 이야기를 엿듣는 듯한 각도. 아니면 두 신선이 이야기 하는 중에 수 백년이 흘러서 단순히 말라 비틀어진 것일지도 모르겠다.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지도 모른다하지 않았는가.

아래 국립공주박물관에 소장 중인 구도가 유사한 ’고사관화도’에 비해 훨씬 좋다. 아래는 분명 그의 초기 작품이리라.


[김명국, 고사관화도, 국립공주박물관]


[김명국, 철괴, 간송미술관]

이번에는 ’철괴’이다. 취중에 그린 그림 같지 않은가? 그래서 여기선 관지를 ’연담’이 아닌 ’취옹’을 행서를 이용해서 취한 듯한 필치로 썼다. 이 그림은 배경지식을 알지 못하면 잘 이해가 안 된다. 이번 전시의 도록 ’간송문화’를 보면 다음과 같은 해설이 있다.

’철괴는 도교의 팔선인 중의 하나로 꼽히며 이철괴 또는 철괴리로 불린다. 철괴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이야기가 있다. 성이 이씨로서 체격이 컸는데 일찍이 도를 배우고자 산 속 동굴에서 수행하였다. 노자가 산에 내려와 도교를 가르치자 철괴는 노자를 만나기 위해 화산에 갔다. 이때 철괴가 제자들에게 몸은 이곳에 두고 가는데 만약 7일 동안 혼이 돌아오지 않으면 몸을 태워도 좋다고 하고 떠났다. 제자가 마침 어머니 병환으로 급히 집에 가야 해서 6일 만에 몸을 태워버리고 말았다.

철괴가 7일이 되어 돌아와 보니 몸이 사라져 혼을 의탁할 곳이 없었고, 겨우 굶어 죽은 시신을 찾아 몸을 의탁하여 일어날 수 있었다. 그래서 절름발이에 형체가 자못 험상궂게 되었다고 한다.

일설에는 발에 병이 나서 서왕모가 하늘로 올라가며 철괴를 동화교주에 봉하면서 쇠지팡이 하나를 주었는데, 후에 이 지팡이를 공중에 던지니 용이 되고 철괴는 용을 타고가서 동화제군이라 부른다고 한다. (간송문화 48호, p. 139)’



다음으로 눈에 들어온 작품은 단원 김홍도의 것이다.


[김홍도 남해관음, 간송미술관]

내가 받은 첫인상은 그의 그 어느 작품보다 심혈을 기울여서 만든 그림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글자 하나하나, 얼굴, 옷자락, 어느 한 곳 최선을 다 하지 않은 부분이 없다. 특히나 글씨는 엄청 미세한 붓으로 정성을 다해 적었다. ’단원’이라는 관지도 행서이기는 하지만 정성이 보인다. 그가 불자였다는 이야기도 있고, 사냥을 즐겨 했기에 그렇지 않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이 그림을 보면 전자가 아닌가 하다. 사냥은 아마 삶이 싫어질때 가끔 했지 않았나싶다. 그만큼 이 그림에서는 그의 정성이 보인다.

그런데 도록의 해설을 보니, 그림에 있는 글씨는 단원 것이 아니라 이 그림을 보고 감탄하여 쓴 송월헌 임득명의 제사라고 한다. 왼쪽의 전서와 오른 쪽의 행서 모두 그의 글이라고 한다.

’제사로 붙인 상찬이 모두 불교에 어두운 유생의 글이라서 유교적 윤리관에 사로잡힌 편견을 피력함으로써 단원이 의도한 화의를 오히려 헤치고 있지만 이런 사회 분위기를 아랑곳하지 않았던 단원의 정신세계를 단영 돋보이게 한는 뜻밖의 효과를 가져다주기도 한다. (p. 163)’

나의 무식이 탄로났다. 그래서 한번은 훑어 보고, 도록 사서 읽고 다시 가서 보고, 마무리로 세 번은 봐야 그림이 소화된다는 지론이다. 같은 그림이라도 각각의 느낌이 다르고, 시선가는 그림이 다르다.

이번에는 단원의 죽기 전 마지막 작품이라고 전해지는 ’염불서승’이다. 겸재도 노년에 ’선인도해’를 그렸듯, 단원도 노년엔 도교, 불교적인 그림을 많이 남긴 듯 하다.


[김홍도 염불서승, 간송미술관]

오주석의 ’단원 김홍도’를 보면 스님의 머리에 달이 뜬 건지 후광이 비추는건지, 연꽃인지 연잎인지 구름을 타고 있는지 모호하다. 그래서 더욱 신비롭다 했는데, 과연 직접보니 그러하다.

이번에는 이인문 차례다. 몇 번 그의 작품을 직접 보고 공부를 하니, 그의 그림은 한 눈에 알아보겠다. 물론 나의 착각인지도.

가장 눈에 띄는 것이 있으니, 마치 조그만 엽서에 그림으로도 손색이 없는 채색이 예쁜 ’목양취소’이다. 서양화 느낌이 물씬나니 신기할 따름이다.


[이인문 목양취소, 간송미술관]

뚜렷한 원근법, 눈에 보이는 구도 이인문의 특징이다. 그런데 그의 호인 ’고송유수관도인’이 의미하는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흐르는 물과 소나무가 안 보인다. 말년의 그림은 아닌듯 하다. 그의 이런 세밀한 작품은 처음본다. 예쁘다.

이인문의 나머지 작품들과 다른 작가의 작품들에 대한 리뷰는 두 번째 방문 뒤에 남기겠다.

국립중앙박물관 1층에서 ’향연과 의례’라는 특별전시회가 열렸다. 한국박물관100주년 덕분에 눈이 호강한다. 다음주부터는 특별전시실에서 이인문의 ’강산무진도’도 전시되고 역시나 다음주부터 간송미술관 가을 전시가 시작된다. 가을은 문화의 계절, 그래서 좀 바쁘게 생겼다.





[전 김홍도, 평양감사향연도 중 월야선유, 국립중앙박물관]

화려한 평양감사 환영행사답게 색채도 올칼라이다.  특별히 미술사적인 가치보다는 당시의 향연에 대한 상황을 알려주는 자료라고 볼 수 있다. 언제 한번 시간 더 내서 차근차근 감상해보고 싶다. 당시 그곳에 있는 사람이 되어 즐겨보고 싶다. 별다른 오락꺼리가 없던 당시, 이런 것이 얼마나 큰 행사였을지 짐작이 간다.

김홍도가 그렸다고 전해지는 그림인데, 그의 작품치고는 상당히 색채가 화려하다. 그냥 그림이 아니라 향연을 묘사한 그림이라서 그러한가? 그리고 그의 작품이라고 볼 수 있는 근거는 무엇이고, 그의 작품이 아니라고도 말 할 수 있는 근거는 무엇인가? 사람들이 정말 많이 등장한다. 그의 다른 풍속화 등에서 보던 얼굴과 유사한 것을 찾으려 했으나 잘 모르겠다. 전문가의 해설은 나 같은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인데 말이다.

그런데 이 그림 보러 이 전시회를 찾은건데, 왜 내가 이 그림을 알고있었을까? 집에 와서 서재를 뒤적였다. 김홍도하면 오주석 선생인데 그 분 책에서는 없었고, 찾고 보니 최순우 선생의 ’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에 기대서서’에 소개된 작품이었다. 단원의 도장이 있고 사람들 각각의 움직임에 있어 재미있는 장면이 다양하게 나오기 때문에 그의 그림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 기교면이나 구성의 단조로움 등의 사항을 볼 때, 그의 그림이 아닐수도 있다고 한다. 구성이 단조로운 점은 기록화여서 그런 것 아닌가하다. 단원의 것이건 아니건 간에, 각각 인물들을 시간내서 자세히 다시 감상해야겠다.


[화성행차도 (화성능행도), 국립중앙박물관]

’화성능행도’는 버전이 여러가지인가보다. 내가 책에서 보아왔던 그림과는 다르다. 여기서 전시된 작품은 46미터짜리라고 하던데 물론 전체를 다 전시하지는 못하였다. 하지만 관람해 보시라. 분명 길이에 압도 당한다. 이 ’화성능행도’의 특징은 주변 풍경은 생략한 채 행렬만을 그대로 묘사한 점이다. 정조가 어머니를 모시고하는 행차이기에 자신은 가마를 타지 않고 말을 타고 있다. 그리고 아무래도 정조 주변은 (사진 오른 쪽) 경호가 용이롭게끔 가장 투텁게 대열이 이루어져 있다. 지난 토요일 수원화성에서 큰 길을 막고 진행된 북문(장안문)에서 화성행궁까지의 ’화성행궁’ 퍼레이드 행사가 있었다. 행사날인줄도 모르고 수원화성에 가족과 함께 산책하러 갔다가 좋은 구경하고 왔었다. 그리고 오늘 ’화성능행도’를 보니 감회가 새롭다.

화성은 그 안에서 자급자족이 다 되게끔 만들어 놓은 성곽이다. 모든 건축 과정을 철저하게 자료로 남기었기 때문에, 당시의 대규모 국가 프로젝트였기 때문에, 마지막으로 군사용도를 철저하게 지키면서도 워낙에 아름답게 지었기 때문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이 된 것이 아닌가하다.

아래는 정조, 혜경궁홍씨 등이 화성능행을 할 때 이동경로의 최종 구간이다. (장안문->화성행궁) 특히나 화성주변을 따라 걷는 코스는 최고의 산책로이니 꼭 한번 가보시라.


[수원시청자료, 수원화성 관광도]

장안문의 입구가 작지는 않지만 그리 많이 크지도 않기에 그곳을 지날때는 대열이 이글어져야한다. 좁은 길을 지날때 대열을 좁게해서 정비하는 룰이라도 있는지는 모르겠다.

문인들의 모임을 그린 계회도 한 점이 마지막에 나오는데 그 그림에 소품으로 보이는 술병 하나와 안주를 담은 통 (이름을 잊었다)을 그대로 구현하여 옆에 전시하였다. 재미있는 발상이다.

2달 정도 전시가 계속되니 천천히 몇 번이고 다시 가 봐야겠다.

그 동안 이 전시회를 여러번 방문했고, 그 때마다 감상문을 남겼습니다. 이를 한데 모아 정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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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있는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겸재정선--붓으로 펼친 천지조화"를 관람했다. 금년 5월에 간송미술관에서 ’겸재화파전’을 갔었고 이번이 관련 전시 두 번째 감상이다.



최근 간송미술관, 시립미술관 등을 가 보았는데, 이곳 국립중앙박물관 겸재전의 도록이 제일 고급스럽다. 돈을 들여 디자인한 흔적이 보인다. 위는 도록 표지 그림이다. 내가 낸 세금이 잘 쓰인 듯한 느낌은 참 오랜만이다.

일단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 몇 가지에 대해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개인이 소장하고 있어서 일반인이 보기 힘든 작품인 ’비로봉도’ 그리고 일암콜렉션에서 소장하고 있는 같은 ’비로봉도’ 



위 두 가지 비로봉도 전부가 겸재의 작품이다. 어느쪽 것이 그의 말년 작품으로 보이는가? 강조할 것 강조하고, 잡다한 것 쳐버리는 경륜이 뭇어나는 그림은 당연 왼쪽이다.

아래 작품을 보자. 신선이 바다를 건넌다는 의미의 ’선인도해’이다. 원래의 그림은 대단히 크고 선명한데, 사진이 별로다. 역시 그의 말년 작품인데, 단원이건 겸재이건 말년에는 도교의 맛이 뭍어나는 작품을 그린다는 공통점이 있는 것을 보니, 나이가 들면 그리 되는가 보다.



비로봉도와 선인도해도 이 두 가지가 지금도 내 눈에 계속 잔상이 남는다. 아무래도 우리나라 고서화의 맛은 배경을 잡스럽게 하지 않고 과감한 생략과 강조를 생명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바로 옆 전시실에서는 이인문의 그림이 다수 전시되어 있는데 이참에 서재에 꽂아 놓기만하고 읽지 못한 고 오주석 선생의 ’강산무진도’를 들춰보고 다시 한번 찾아가 봐야겠다. 조만간 두 번째 방문을 하고 이 감상기를 계속 이어갈까한다. 그리고 간송미술관에서 본 겸재의 그림과 이곳의 그림을 비교해보는 감상기 역시 두 번째 방문을 하고 작성할 계획이다. 머릿속에 할 말은 많은데 한 번 방문으로는 정리가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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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에서 용산국립중앙박물관이 차로 15분 거리다. 이는 축복이다. 좋아하는 전시회를 평일에 그리고 개관일에 가 볼 수 있으니 말이다. 겸재정선전은 세 번째 방문하게 되었다. 첫 방문에서는 그가 노년에 그린 ’비로봉도’와 ’선인도하’에 필이 꽂혔었다. 두 번째 방문에서는 오히려 그 옆 방에 상설전시 중인 이인문 그림과 서예전시실에서 시간을 보냈고 (덕분에 전서, 예서, 해서, 행서, 초서의 차이를 얼추 가늠할 수 있는 눈이 생겼다), 이번 세 번째 방문에서는 그의 초기작품인 ’신묘년풍악도첩’ 앞에서 시간을 보냈다.

금년 5월에 간송미술관에서 접하였던 ’해악전신첩’은 겸재가 금강산을 그린 후기의 작품인데,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그 작품들이 어땠는지 기억이 나야 그의 초기의 금강산 그림과 비교분석이 가능한데 말이다. 그래서 자고로 전시회에 다녀오면 ’대도록은 되도록 사야한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그 때 샀던 도록과 최완수 선생의 ’겸재와 함께하는 금강산 여행’이라는 책을 뒤져서 이번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하는 겸재의 그림과 비교해 봤다.

아래는 겸재의 ’단발령망금강’이라는 두 개의 작품이다. 첫 번째 그림은 초기 작품인 이번 중앙박물관에서 전시 중인 ’신묘년풍악도첩’에 있는 작품이고, 두 번째 그림은 그의 후기 작품인 간송미술관 보유중인 ’해악전신첩’에 나오는 같은 장소의 그림이다. 차이가 느껴지는가?


[정선, 신묘년풍악도첩 중 단발령망금강, 국립중앙박물관]


[정선, 해악전신첩 중 단발령망금강, 간송미술관]

전자와 후자의  가장 두드러진 차이는 후자가 덜 꼼꼼해져 있지만 완숙미가 보인다는 사실 (사진으로는 잘 안 보이지만, 전자의 전경 산의 산길이나 사람들의 묘사가 더 세밀하다), 두 번째로는 멀리 보이는 양의 기운 금강산이 외로워 보이는지 음의 기운이 있는 산으로 그 밑 부분을 감싸았다는 것, 문자를 쓰자면 토산으로 암봉을 받쳐주고 있다는 사실, 마지막으로 금강산을 표현하는 준법이 시행착오를 거쳐 흰색을 쓰던 기법에서 전형적인 그의 스타일로 바뀌어져 있다는 것, 즉 다시 한번 문자를 쓰자면 ’수직준’이 완성 되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이런 ’사실’이 뭐 어쨌다는건가? 그냥 그렇다는 얘기다.

아래는 역시 이 두 가지 화첩 중에서 발췌한 작품들이다.


[정선, 신묘년풍악도첩 중 총석정, 국립중앙박물관]


[정선, 해악전신첩 중 총석정, 간송미술관]


[정선, 신묘년풍악도첩 중 장안사, 국립중앙박물관]


[정선, 해악전신첩 중 장안사, 간송미술관]

각각의 차이를 느끼겠는가? 그림에 대한 설명은 이 정도로 하겠다. 말로 다 표현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도 앞의 나의 분석을 참고삼아 이 그림들도 분석 비교 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더 낫다. (오우, 이렇게 쓰고나니 겸재 전문가가 된 듯한 느낌인데? 서푼 어치도 안되는 얄팍한 지식으로 선무당이 사람 잡을 수도 있는 법이지만, 암튼 즐겁다)

참고삼아 이야기 하자면 겸재가 30대에 금강산을 올라가서 그린 것이 ’해악전신첩’이고 그 일년 뒤 ’신묘년풍악도첩’이 그려진다. 하지만 이 때의 해악전신첩은 소실되었고 신묘년풍악도첩은 국립중앙박물관에 13점인가만이 전해져온다. 나중에 70이 넘어서 다시 한번 금강산을 가게 되는데 이 때 ’해악전신첩’을 다시 만들게 되고 그것이 간송미술관에 전해져 오는 그림이다. 같은 이가 그린 그림이기는 하지만 30대의 화풍과 70대의 화풍이 비교되니 상당히 소중한 자료들이다.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하는 겸재전이 그의 초기와 후기 작품이 섭렵이 되는 전시이기는 하지만, 이 전시회에서는 실상 금강산을 그린 그림은 그의 전기에 만들어진 것 밖에 없으므로, 그의 금강산 만을 그린 작품중 전후기를 망라하여 비교 전시하는 행사를 한번 가져 보면 어떨까한다. 물론 간송미술관과 국립중앙박물관의 소장품이 반반씩 섞여야 하니, 자신의 소장품을 위주로 하고 구색을 갖추기 위해 여러 군데서 조금씩 대여해서 맞추는 현재의 전시 행태로는 좀 힘들것이라 본다. 그리고 이왕이면 리움미술관의 ’금강전도’도 함께 전시되면 금상첨화일 듯 하다.

이 전시회의 다섯 번째 방문 뒤에 세번째 감상기를 남기도록 하겠다. 그 땐 어떤 느낌으로 어떤 할 말이 있을까? 나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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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시는 총 다섯 번째 방문이다. 네 번째는 거의 감상하질 못했다. 이번에는 어느 작품에 필이 꽂힐까 내 스스로 궁금해하며 둘러 보았는데, ‘산수도’ 일명 ‘하경산수도’라는 커다란 작품 앞에서 걸음이 안 옮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