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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위장전향
 전 국민의 3%밖에 되지 않는 지주들은 민물새우 알로 만든 토하알젓을 좋아해서 작인들을 품삯도 주지 않고 부려먹었다. 특히 일본 지주(하시모토)들이 환장할 정도로 좋아하는 젓갈이었다.
정상규의 아들 정방현은 자린고비 아버지에게 반항하는 마음이 점점 커갔다. 대학을 보내달라는 그의 요구를 무시당하고, 고향에서 돈 한푼 쓰지 못하고 살았기 때문이다. 작은아들 의현이는 벌써부터 아버지에게 대학을 보내달라며 조건을 내걸고 있었다. 그만큼 정상규는 만석꾼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가족들에게는 철저하게 버림받고 있었다. 정재규는 동생 정상규에게 자신을 살려주는 셈치고 논 열마지기만 달라고 애걸복걸했으나, 정상규는 일본에게 내는 각종 세금탓을하며 거절해버린다. 정재규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들판에 쓰러졌지만, 지나가는 누구도 그를 일으켜세워주지 않았다.
한편 정도규는 자신의 동지들을 모아 사회주의 운동 방향전환을 모색하는 회의를 했으며, 전원 위장전환으로 의견을 모았다. 그리고 위장전환 대상자로는 만장일치로 이미 45세가 넘은 정도규를 지목했다.
19. 쌀밥
 중앙아시아로 넘어간 고려인들은 10년동안 정착지를 벗어나면 안된다는 명령 앞에서 아연실색하고 말았다. 윤선숙은 도착한지 열흘만에 막내 경환이를 잃었다. 그곳에 도착한 조선족은 갈대를 이용해 움막을 짓고, 아이들을 가르치는 학교를 지었다. 그곳에서도 아리랑은 역시 금지곡이었다. 조선민족의 민족혼을 고취시킨다는 이유에서 였다. 조선을 일본이 지배하지 않고 다른 나라가 지배했더라도 일본만큼 잔인하게 착취하고 지배했을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이유는 연해주로의 강제이주가 결코 일본만 못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기때문이다.
러시아 군대는 똑똑하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을 모두 일본스파이라는 이유로 딴 곳으로 이송시켰고, 소출되는 곡식의 3년 세금은 면해주었다. 하지만 그곳은 바닷물이 올라오는 땅이었다. 3년동안은 쌀구경하기가 힘든 곳이기 때문에 세금을 걷을수조차 없던 곳이었다.
20. 제3세대의 얼굴
 어렸을때부터 똑똑했던 박용화는 광주사범에 진학했다. 소학교 교사를 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일본인 판검사 집 아이를 가르치는 과외를 하며 유기준과 함께 자취를 하고 있었다. 유기준은 방학이라 집에 내려간다며 짐을 싸는 동안 조선어교육시간을 폐지한 것이 여간 못마땅한 것이 아니라는 뜻을 비추었다. 그 것은 이미 작년(1938)부터 일어난 일이었다. 박용화는 철저하게 일본인이 되고싶은 생각이 있던 처라 그게 무엇이 잘못되었냐며 반박했다. 유기준이 내려가고 조선어 책을 찾던 박용화는 유기준의 책에서 사회주의 인쇄물이 떨어지는 것을 보고 유기준을 신고할지 말지에 대해 심각한 고민에 빠진다. 이미 사회적으로도 이광수나 최남선, 그리고 신흥우 등과 같은 유명인사들도 전향서를 내고 있는데 하필 유기준이 하고 있는 사회주의는 무엇이냐는 의문이 떠나지 않았다.
한편 박용화는 과외하는 집 딸 에이꼬와 우연히 서점에서 만났다. 그가 맡고 있는 학생의 성적이 9등 올라 부모는 박용화를 신임했다. 과외를 하러 간 어느 날, 에이꼬는 아무도 없는 집에서 박용화를 꼬셨고, 박용화는 이 집의 사위가 될 수 있는 기회로 착각하고 말았다.
21. 입 속의 노래
 김건오는 전투중 본대에서 떨어져 본대를 찾느라고 중국인 대원과 함께 사흘째 산속을 헤매고 있었다. 한겨울 만주의 산속은 눈과 나무 외에는 먹을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러던 중 일본의 투항권고문을 발견한 중국인은 일본으로 투항을 결심하고 김건오는 혼자 본대를 찾아갈 자신이 없어 함께 투항해버리고 만다. 일본의 항일연군 토벌작전은 일본군에 많은 피해를 주었지만, 한편으로는 최대의 저항부대인 항일연군을 초토화하는 효과를 보고 있었다.
항일연군 사령부는 부상자들을 위장투항 시켰다. 이제 더는 그들을 지켜줄 병력도, 물자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위장투항을 전달하러 간 송가원과 옥비는 그들에게 마지막으로 타향살이와 아리랑을 조용히 불러주었다.
22. 그들은 그렇게 속았다
 남만석은 어머니, 매형을 설득해 만주행 기차에 몸을 실었다. 어머니는 사위와 아들이 줄기차게 이야기하자 아버지의 유언을 뒤로 하고 만주행을 허락했다. 그들은 도착하자마자 속았다는 것을 알았다. 집도 절도 없는 곳에 떨궈놓고 집을 지으라고 닥달부터 하기 시작했다. 노임은 없었다. 먹을것을 주기 때문이었다. 먹을것이라고는 소금국과 쌀은 커녕 보리도 조금 섞이지 않은 수수밥이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또 산으로 숯을 만들러 강제동원되었다. 일본은 거듭되는 전쟁으로 석유의 수급이 수월치 않아지자 숯을 이용한 목탄자동차를 만들었다. 그 자동차를 움직이려면 숯을 구워내야 했고, 그것을 만드는 노동력은 조선인들을 담당했다.
이렇게 고생스러운데도 만주생활에 대한 소문이 퍼지지 않았던 이유는 감옥과도 같은 집단부락생활때문이었다. 마을의 울타리를 치고, 구덩이를 팠으며, 가시철망으로 덮어두었고, 한명도 안이든 밖이든 출입할 수 없었다. 오로지 일본군의 통제에 따라야 했기때문에 소문이 나올 구멍이 없던 것이다. 남용석은 그런 고생스러운 곳에 매형을 설득해 왔기때문에 매형만 보면 자꾸 움츠려들었다.
23. 변절자는 용서 말라
송중원은 형사의 취조를 시도때도 없이 받았다. 사상범이기때문이었다. 으례 있는 일이지만 직원들은 그런일이 있을때면 송중원을 위로했다. 어느 날 소설가 윤일랑에게 만나자는 연락이 와 만나보니 이광수, 최남선, 김동환 등이 조선문인협회를 만들어 친일하는 세력을 만들기 위해 편지를 보냈다는 것이다. 송중원과 윤일랑은 코가 삐뚤어질 정도로 술을 마셨다. 이제는 필력으로도 조선을 바로세울수 없는 현실이 너무 안나까웠기 때문이다.
다음 날, 사장 민동환이 저녁에 술자리를 마련했으니 같이 가자고 했다. 그 자리에는 철학교수 황인곤, 소설가 이석진, 사회비평가 문신행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들은 이미 조선의 2백년 식민지설을 퍼트리고 다니는 장본인들이었던 것이다! 또 사장 민동환은 그들을 편집위원으로 위촉한 것이다! 송중원은 술자리를 박차고 나오며 파면으로 받아들이겠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송중원은 민동환을 원망하지 않았다. 조선에서 강제추방당한 임마누엘 신부를 생각하며 설죽의 술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24. 거룩한 죽음, 이름없는 꽃들
관동군은 <만주 3개년 치안숙정계획> 마지막해를 맞이하여 항일연군을 완전소탕하는 것을 목표로 정하였다. 이 토벌작전에는 새로 <진드기 전법>을 전개했다. 진드기처럼 추격하고 추격해서 말살하겠다는 작전이었다. 천상길과 부하들은 사력을 다해 포위망을 뚫고 노숙지를 찾던 중 투항 권고문과 함께 붙어있는 자식에게 보내는 편지를 보았다. 부모님 생각이 간절했지만 겨우 이겨냈다. 그러나 그날 밤 부하 두명이 보초를 서다말고 천상길을 죽기고 도망쳐버렸다. 한편 후방부대에 편성되어 있던 필녀와 수국이도 일제의 작전에 명을 달리했고, 항일연군은 단장이 피살되었다는 소문과 함께 조금씩 스러져 갔다.
결국 방대근 자신은 김원봉쪽으로 돌아갈 것을 결심하고, 부하들 에게는 훗날을 기약하고 쏘련으로 가던지 집으로 돌아가라고 권했다.
25. 뿌리뽑기
 보름이는 삼봉이가 피를 흘리며 죽어가는 꿈을 몇일 연속 꾸며 삼봉이가 생을 마감했음을 직감한다. 첫째가 자신의 가게를 정리해 사라진 뒤로, 홍씨에게 신세를 지며 살아오던 보름이였다. 그녀는 막내 금예가 홍씨의 아들 전동걸을 마음에 두고 있는 것이 계속 마음에 걸렸다. 오르지 못할나무였던 것이다.
어느 날, 금예는 빨래를 하고 돌아오는 길에 고샅을 지나 던 길에 홍씨 머슴 필룡이에게 희롱당한다. 필룡이는 그녀를 좋아하는 눈치였고, 금예는 그가 머슴인 것이 제일 싫었다. 물론 동걸이에대한 마음도 크게 있었지만 그는 곧 일본으로 유학갈 처지였던 것이다.
동걸이는 신문을 한장 가지고 와서는 홍씨에게 내밀었다. 이광수가 1940년 2월 11일부터 시작된 <창씨개명>을 독려하면서 매일신문에 쓴 글인데, 이광수는 2월 20일 창씨개명을 완료하고 조선 민족에게 천황의 신민으로 살아가라며 이 글을 쓴 것이다. 참 빠르다!
26. 귀향의 뜻
송중원은 잡지사를 그만두고 재취업하기 위해 여러 곳을 알아봤다. 그러나 일제에 도움을 주지 않으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마지막으로 홍명준이 알아봐준 법원의 사서직을 포기하고 그는 귀향을 결심한다. 하지만 생계가 문제였다. 또 아들 준혁이의 대학이 문제였다. 여러 걸림돌이 많았지만 자신을 포기하고 현실과 타협할 수는 없기에 그는 아내 하엽이에게 귀향의 뜻을 전한다.
실제로 집을 내놓고 고향의 땅값을 알아보니 그새 집값이 뛰어 고향에 논을 댓마지가 살 수 있는 금이 되었다. 고향 사람들은 만주로 떠낫고, 서울로 오려는 사람들이 많아서 시세차익이 생긴 것이다. 그리고 고향으로 돌아오자 장인 신세호가 농사짓고 사는데 보탬이 되라며 다섯마지기를 선물로 주었다. 신세호는 자식을 가르치면 친일밖에 더하겠냐며 아들 신기범을 농사꾼을 만들어버렸다.
송중원과 신세호는 끝까지 창씨개명을 거부했으며, 형사는 그에게 찾아와 계속 닥달했다. 한편 신세호는 동네에서 ’오줌대감’으로 통했다. 늙은 신세호가 할 수 있는 가장 소극적 저항이었다.
27. 진로를 바꿔라
박용화는 소학교 교사가 되었다. 대학 4학년때 에이꼬의 꼬임에 빠져 사위가 되는 꿈을 꾸었으나, 에이꼬는 어느 날 동경으로 간다며 떠나고 말았다. 정조관념은 조선에나 통하는 것이었다. 박용화는 버림받은 충격을 이겼지만, 성적은 곤두박질 치고 말았다. 그리하여 골짜기 곡성에 발령이 났다. 그는 황국신민으로서 최선을 다했지만, 어느 날 회식을 마치고 구니와께가 한 말을 곱씹으며 자신의 진로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구니와께는 박용화에게 그정도로 좋은 머리와 야망을 가지고 있으면서 뭐하러 소학교 선생을 하냐며 차라리 군대에 자원하라고 비꼬았던 것이다. 박용화는 몇일을 고민하고 고민하여 1년동안 소학교 교사 월급을 모아 법대로 다시 진로를 바꾸기로 결심했다.
28. 정인들의 열매
 일본군은 항일연군을 거의 초토화 시켰지만 중국 내지로 병력을 집중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장개석의 국민당과 공산당이 다시 국공연합을 했으며, 소련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았고, 독립운동 잔당이 완전히 없어졌으리라고는 장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조선에서는 징용제를 강제로 시행했고, 각종 규제법을 만들어 댔으며 강제저축운동을 실시하고 있었다. 한편 임정은 중경으로 옮겨 한국광복군(1941년 9월)을 창설했다.
한편 송가원은 옥녀와 함께 딸을 얻었다. 방대근, 민수희, 윤주협, 송가원, 옥녀 등은 득녀 축하파티를 열었고, 이자리에서 방대근에게 결혼할 것을 종용했다. 맞선을 보기 위해 날을 잡았지만 그날도 방대근은 나타나지 않았다.
29. 아사히 사진관
 윤철훈은 차은심과 결혼하여 사진사로 위장했다. 그리고는 관동군 총사령부의 정보를 빼내기 위해 아사히사진관을 차렸다. 민간인은 접근조차 하기 어려운 곳이었지만, 그들은 당시 일본인들이 사족을 못쓰던 사진을 이용해 접근했던 것이다.
정보를 빼내고, 종합하여 무전으로 정보를 전송했다. 주변의 식당과 목욕탕집 주인들과 친하게 지내며 각종 정보를 얻어냈으며, 최규승을 포섭하여 밥장사를 시키고, 인력거꾼 하서방을 통해 정보를 입수했다.
30. 악법
 하시모토는 결국 김제읍의 읍장으로까지 올라갔다. 일개 사업가가 읍장이 되려면 얼마나 많은 재산을 모아야 했으며, 얼마나 많은 사람을 다치게 했을까. 하시모토 읍장 취임식에는 유명한 사람이 많이 참석했고 당연히 있어야할 인물들도 많았다. 장칠문도 그 자리에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정도규가 국민총력연맹 만경지부장 자격으로 그 자리에 있었다. 그는 위장전향을 하여 정보를 빼고, 사회주의 운동을 뒤로 후원하는 것이었다. 그는 친구 유승현과 함께 위장전향을 하여 사회주의 운동을 후원하고 있었다.
하시모토는 취임식에 참석한 모든 사람에게 설탕을 한푸대씩 주기로 약속했다. 사람들은 잔뜩 기대했지만, 돌아온 것은 푸대가 아니라 봉지였다. 주고도 욕먹는 경우가 이런 경우일 것이다. 그런데 이 자리에 역시 신세호가 ’오줌’으로 저항하다 붙잡히고 만다. 아들 신기범은 아버지를 걱정하여 매형 송중원을 찾아가지만 송중원은 장인의 뜻을 알기에 선뜻 말릴수가 없다.
한편 송중원은 일본의 법망을 피하기 위해 야학을 차렸다가 허가가 떨어지지 않자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구실로 아이들을 모았다. 그리고는 민족의 정신을 기를 수 있는 이야기들을 들려주었다. 그러던 중 경성콤그룹 사건으로 허탁이 잡혔다는 소식을 설죽으로부터 전해듣는다. 그리고 송중원은 다시 체포되는데 근거는 ’조선사상범예방구금령’이었다. 예방하기 위해 죄를 짓지도 않은 사람을 잡아넣는 것이다. 이런 법들이 있었기에 우리 현대사에도 이상한 악법들이 나오지 않았나 생각된다.
31. 새로운 전쟁
 일본이 하와이 진주만을 공격했다. 1941년 12월 8일의 일이다. 그와 동시에 영국에도 선전포고를 했다. 아마도 마지막 발악이 아니었나 싶다. 마지막으로 발악을 하는 만큼 가장 확실한 식민지 조선에는 그만큼 고통이 더했을 것이라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다. 일본은 그 사건을 통해 일본 국민을 한 번 더 똘똘 뭉치게 만들었고, 자신들이 미국을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큰소리 쳤다.
전동걸은 전차에서 이 소리를 듣다 자신도 모르게 조선말로 그 사람들 욕을 했고, 지나가던 여학생이 놀래는 바람에 그 여학생을 바라봤다. 여자를 꼬득이는 경험은 없었지만 이 여학생은 마음에 들어 차를 한잔 하고 연락처를 받았다. 이 여학생의 이름은 이미화였는데, 친일을 하는 아버지에 대한 반감이 있지만, 아버지의 뜻을 거역하지 못하고 가사과에 진학하여 유학온 학생이었다.
송준혁은 아버지가 구금을 당했다는 소식에 다시한번 놀랐고, 이제는 웃음을 아예 잃어버렸다. 고학을 하면서도 아버지에 대한 존경심만큼은 대단했던 것인데 또 구금을 당했다고 하니 일제에 대한 미움이 그만큼 커진것이다. 송준혁은 과외를 하는 학생 집에서 친구 김이도와 최문일과 함께 술집으로 옮겼다. 화제는 당연진주만 공습이었다. 그리고 바로 그날 임시정부에서는 일본에 선전포고를 했다.
32. 세 가지 풍경
 정상규는 막내 도규의 집을 찾았다. 도규는 상규에게 안좋은 감정을 그대로 드러냈다. 작은형인 논을 조금만 나누어 주었어도 큰형이 그렇게 죽지는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상규형이 찾아와 조카 동현이의 취직자리를 알아봐달라는 부탁을 했으니 들어줄리가 없었다. 상규도 도규가 만경지부장직을 차지하고 있어 취직자리 하나 정도는 알아봐주리라 기대했지만 그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졌다. 형제간의 우애가 무너졌듯이.
상규는 둘째 의현이가 돈을 훔쳐서 달아난 뒤로 셋째도 그런짓을 하면 어쩌나 싶어 모든 돈을 은행에 감추었다. 의현이는 대학공부를 하기 위해 아버지 비밀금고를 털어 몇년전에 달아난 것이었다.
도규는 친구 유승현과 함께 미곡상을 동업했다. 그리고 조직의 활동자금을 뒤로 대오는 것이었다. 고서완은 어느 날 유승현과 정도규를 만났지만 경멸의 눈초리를 보내며 지나쳤다. 정도규는 아내에게도 밝히지 못한 자신의 위장전향사실을 고서완에게 밝혔고 고서완은 그런 정도규의 뜻을 인정하고 받아들였다.
정도규는 열흘 쯤 지나서 작은형 정상규가 쓰러졌다는 연락을 받다는 것이다. 정도규는 집에 가서 빨리 병원으로 옮기라고 이야기했지만 부인과 큰아들의 반응은 자못 싸늘했다. 그리하여 큰소리를 내며 병원으로 옮겨서 나흘만에 깨어났지만, 정상규는 이미 정상이 아니었다.
작은형의 일을 처리하자 곧바로 고서완 선생이 잡혔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 이유는 <성서조선>에 김교신이 쓴 한국적 기독교 사회주의에 대한 잡지를 가지고 있었다는 이유에서 였다.
33. 강제징용
 금예는 어머니 보름이가 홍씨네 집으로 건너간 어느 날 밤 필용이에게 겁탈을 당한다. 그 이야기를 전해들은 보름이와 홍씨는 급히 필용이와 금예를 혼인시켰다. 필용이는 생각보다 실한 사람이어서 그동안 머슴생활을 통해 새경을 받은 것을 이자로 불려와서 새로 집을 장만하고 살림을 차리는데는 어려움이 없었다. 그리고 금예와 보름이도 멀리 떨어지지 않게 되어서 서로 만족할 만한 혼례를 치를 수 있었다.
마을에는 강제징용이 한창이었다. 이틀, 하루의 말미를 주고 건장한 남자들을 강제로 전쟁터라 광산 같은 곳으로 끌고 갔다. 김장섭은 <눈물 젖은 두만강>을 생각하며 도망도 갈 수 없는 자신의 신세를 생각하며 징용에 끌려갈 날을 받았다. 또 한기팔, 배필용도 시모노세키로 가는 배에 올라있었다. 배필용은 혼인한지 한달도 채 안되서 끌려가는 징용이었다.
34. 하와이의 지원병
 한국광복군 소식은 하와이에도 전해졌다. 이 소식을 접한 아버지와 어머니들은 광복군창설 소식을 반기면서도 반응이 달랐다. 즉 아버지들은 아들을 광복군에 보내겠다는 것이고, 어머니들은 아들을 못보내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성금 냈으면 됐지 아들까지 보내야 하냐며 어머니들은 전에없이 남편에게 대들었다. 그러나 돌아오는 것은 매타작뿐이었다. 구상배의 아들 토마스나 임달호의 아들 톰은 그런 형편에 처해 있었다. 토마스는 물론 아버지가 계시지 않으니 어머니가 반대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그러나 결국 당자들이 뜻이 있다면 떠나게 되어있었다. 광복군 지원자 환송식에는 토마스도 톰도 있었다. 그러나 방영근은 자신의 아들을 보내지는 못했다. 나이가 안되었기 때문이다.
몇일 뒤, 돈을 밝히며 친구며 사람을 모두 잃었던 김칠성이 죽었다는 소식이 들렸다. 그는 세탁소 동업을 방영근에게 제안했지만 거절당한뒤 다른 사람과 동업을 했고 결국은 사기를 당했다. 그러고는 빚더미에 앉아 죽었다. 그의 아내는 딸을 유곽에 팔아 생계를 유지하는 처지가 되어버렸다. 결국은 순리대로 살아야하는 것인데......
35. 결의
 박용화는 일본 동경제대 법학부에 입학했다. 1년여동안 하숙비를 모으고, 세시간도 못자가면서 공부를 해서 합격했다. 그 의지만큼은 대단하다. 그는 복수를 위해 동경 에이꼬의 이모집을 찾았으며 처절하게 에이꼬에게 복수를 해 버렸다. 참, 이게 인간인가 싶다.
전동걸은 지요꼬와 이미화 사이를 줄다리기 하고 있었다. 지요꼬는 사회주의 운동 동지였고 일본인이었지만 개혁적인 사상을 가지고 있고 연애에 대한 표현방식도 일본인다웠다. 지요꼬는 전동걸의 음성, 화법, 말투, 용모에 모두 호감을 가지고 사랑하는 감정을 키워가고 있었지만 전동걸은 동지에서 더 이상 관계를 확대시키는데 주저하고 있었다.
어느 날, 전동걸과 이미화가 영화를 보러가는데 지요꼬에게 딱걸렸다!
36. 그 까닭
 만주로 이주해 간 이주민들은 매년 겨울마다 숯을 구워냈다. 무임금으로 그만한 노동을 감내해내고는 집으로 돌아오면 몇일씩 누워있기만 했다. 여자들고 그 일의 고됨을 알기에 그들에게 타박한 번 주지 않았다.
한편 조선인 마을에서는 세 처녀가 한꺼번에 사라지는 일이 발생했다. 사라진 날 밤에 찾아보지도 못했다. 전쟁중이라 횃불을 밝힐 수가 없다는 이유였다. 그 처녀들은 일본인들이 납치해다 팔아벅는 처녀장사꾼들이었다. 그들은 다시한 번 조선에 남아있지 않고 만주로 이주해 온 것을 땅을 치고 후회했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강에서 잡은 고기를 중국인 청년들에게 빼았겼다.
37. 신탁통치설
<신탁통치설 비판 자유한국인대회>가 개최되었다. 사람들은 엄숙하였다. 그동안 일본에게 억압당한것도 억울한데 또 미국이나 영국과 같은 강대국의 신탁통치를 받으라니, 그것은 또 한번의 굴욕이었다. 이 자리에는 송가원, 민수희, 방대근같은 사람들이 앉아있었다.
한편 하와이에서 중경에 도착한 지원자들은 광복군과 함께 활동하고 있었다. 그들은 광복군 사령관 이청천과 영국군 동남아전구사령관 마운트마트 대장이 체결하는 상호군사협정 과정에서 영어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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