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중원, 허탁은 일본으로 유학을 간다. 그들은 공산주의사상에 빠진다. 만주 독립운동을 하는 사람들도 젊은 층을 중심으로 공산주의사상을 많이 받아들인다.

고등학교 1학년 때로 기억한다. 어느날 학교에서 갑자기 예정에 없던 '한국반공연맹'에서 주최하는 반공교육을 받으러 갔다. 각종 비디오 감상 시간과 남파간첩 김신조씨가 나와서 북한의 실상을 설명하고 질문을 받는 시간을 가졌다. 내가 했던 질문 아직 기억한다.

'북한사람들 몇 페센트가 남한이 잘 산다는 것을 알고 있나요?'

답변은 기억나지 않는다. 북한 사람들이 불쌍하고 만약 그들이 남한이 잘 사는 것을 알게되면 체제가 무너질 것이란 생각을 했기에 이런 질문을 모범생처럼 했던 기억이 날 뿐이다. 많은 재미는 없었지만, 잠시 학교를 벗어나 신기한 교육을 받아 좋았다. 교육이 전부 끝나고 담임선생님이 이상하게도 내일은 학교 나오지 말고 시내로도 나오지 말라고 했다. 

난 나중에 알았다, 다음 날이 대통령직선제를 이끌 었던 '육십항쟁의 날' 이었다는 것을. 넥타이부대를 포함한 대규모 데모가 있을 예정이어서 교육부에서 고등학생들까지 동요하지 말라고 몇몇 학교와 반을 골라 그런 교육을 시킨 것이다.

당시에 '공산주의사상'은 '이론적으로는 좋은데 실제로는 그리 적용되기 힘든 사상인지 아니면 이론적으로도 안 좋은 사상인지?'에 관해 열심히 설명을 들었던 기억이 난다. 전자였나 후자였나? 그건 기억 안 난다. 또한 이 사상은 하도 교묘해서 오히려 머리 좋은 사람들이 혹하게 되어 신봉하게 된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이제는 물론 자본주의에서 공산주의로 체제가 바뀔 일은 없을게다. 이제는 체제가 문제되는 시대가 아니라 기득권과 피기득권의 대결구도가 문제되는 시대이다. 이제는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사이의 조율이 문제되는 시기라는 얘기다. 이를 하루 빨리 조율해야 한다고 보는 것이 '진보'이고 아직은 성장이 더 큰 문제라고 보는 관점은 '보수'이다.

하지만 기득권이 없기에 좌파인 사람, 기득권이 있기에 우파인 사람들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그 기득권이 특히나 돈이나 학벌이 아닌 지역 기득권이라면 설득력이 없는 바를 넘어 불쌍해 보이기까지하다.

한반도, 만주, 미국 등을 왔다갔다 하며 큰 스케일로 시대를 어우르는 소설. 한권 한권의 주제를 잡기는 힘들다. 그래도 하나 골라 보았다.

이번엔 삼일운동에 관한 사색이다.

어차피 만세만 목 터지게 외쳐봤자 돌아오는 결과물은 총칼 밖에 없다는 사실을 모르는 바가 아닌데 왜 만세운동을 벌였나? 그렇게 소리 지르고나면 속이 시원해지기 때문인가? 한글날은 빨간날이 아닌데 삼일절은 빨간날이다. 새로운 학년의 시작이 매번 이 기념일로 인해 하루씩 늦춰짐에도 불구하고 이 날을 기리는 의미는 무엇인가? 책을 보니 삼일운동은 단 하루로 그치지도 않았고, 탑골공원과 ’종묘가 있는 거리’라는 의미의 종로에서만 있었던 사건도 아니다.

단순히 역사책에 나오는 삼일운동에 대한 이야기를 접할 때와 감정이입이 되어 소설 속 등장인물이 느끼는 감정대로 이를 접하게 될 때는 분명 차이가 있다. 그 차이는 아마도 ’마음 속 깊이 감추고 억제하며 지닌 감정의 표출을 느끼는 정도의 차이’라고 정의 할 수 있을게다. 이 소설의 제목인 ’아리랑’은 우리 조상이 가지고 있던 ’한’의 정서를 대변하는 노래이다. 논농사를 짓기 위해 수로를 대야하고 여러 다양한 손길을 계속 줘야하는, 그래서 근면하고 머리 좋은 우리네 조상들, 한편 자연에 순응 할 줄도 알아야 하기에 착하디 착한 대다수의 우리 조상들이 가지고 있던 ’한’의 표출이 바로 ’삼일만세운동’이다. 이를 하면 어떻게 될지 계산하고 자시구가 없다.

이 글을 쓰면서 단어 선택에 상당히 조심스럽다. ’우리네 조상’은 원래 내 머릿속에서 처음 떠오른 표현이 아니다. ’우리 한민족’이란 말이 제일 먼저 떠올랐다. 하지만 요즘 다문화 가정도 늘고 ’하나의 민족’이란 정서는 매우 위험하기에 이 표현을 쓰지 않았다. 10년 전에도 별 생각 없이 쓴 표현인데 말이다. ’격세지감’은 이럴때 쓰라고 만든 고사성어겠지.

그렇다면 삼일만세운동의 정신은 하나의 민족이란 정서가 위험하다고 말하는 요즘의 시대에 과연 의미가 없는 것일까?

커피 한잔 마실 시간 동안 생각해 볼 만하다.

5권에서는 이승만 이야기도 나오고, 보름이 이야기 등등 다양한 사건이 전개된다. 이 열 두권에 대한 리뷰를 한권 한권 끝날 때마다 작성한다는 전제로 무엇을 어떻게 쓸지 고민이었다. 전체를 어우르는 리뷰보다는 어느 특정 쳅터라도 하나를 골라 내가 가장 사색에 잠기며 느끼게한 부분을 확대하여 감상문을 쓰고자 한다. 이번 5권에서는 고무신 유행의 시작에 관해 이야기 해 보고 싶다.

짚신은 고무신으로 대체가 되고, 이 책에는 나오지 않지만 나중에는 운동화로 구두로 대체가 된다. 유행의 시작과 끝이라는 무한한 흐름의 어느 한토막을 이 책을 통해 보게된다.

공교롭게도 고무신을 신으면 일본장사꾼들에게 득이 되니 나라를 진정으로 생각한다면 사 신지 말아야 한다는 공허스님의 이야기가 나온다. 예전 나 초등학교(당시는 국민학교) 시절 프로스펙스와 나이키 신발이 유행처럼 번졌던 기억이 난다. 나이키를 신으면 매국이고 프로스펙스를 신으면 애국인가? 물론 지배자와 피지배자의 관계였던 일본과 우리나라를 이에 대입시키기는 어렵다.

고무신을 사 신으면 골수 애국자가 아닌것은 사실이지만, 그 한결 편한 걸음걸이, 비가 와도 젖지 않는 신기함 등을 뿌리치기 힘들어서 선물로 사게되는 장면이 나온다.

1994년 월드컵예선전 마지막 경기 한국과 일본이 축구를 했었다. 승부는 무승부. 다행이 동시에 진행된 다른 경기서 이란이 승리한 덕분에 한국이 본선진출을 할 수 있던 상황이었다. 그 때 친구와 같이 TV를 시청했었는데, 그 TV는 sony 제품이고 둘이 일제담배인 Mild Seven을 피우며 응원했다. 그리고는 이 아이러니한 상황에 재미있어했던 기억이 있다.

이제는 시대가 변하지 않았나 싶다. 애플사의 아이폰이 국내 상륙한지 얼마 안되는 시점, 국내 핸드폰을 사주는 것이 애국인가? 시대가 흐를 수록 이제는 회사의 국적 구분이 모호해지고 있다. 분명 아이폰을 팔면 팔수록 돈을 버는 국내인들도 많다.

고무신 => sony TV, Mild Seven => 아이폰

분명 뒤로 갈수록 애국심에 호소하는 마케팅 보다는  제품 자체의 질에 승부를 거는 전략이 유효하다. 시대는 변해왔고 계속 변하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