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장1층 복도에서 요즘 "우리 목조건물, 어떻게 변해왔나" 전을 하고 있다.

ㅇ전시장소: 국립중앙박물관 ‘역사의 길’
ㅇ전시유물: 숭례문 모형, 수덕사 대웅전 등 44점
ㅇ전시기간: 2010. 3.23(화)~6.27(일)


<www.museum.go.kr에서 발췌>

우리나라 목조건축물에 대해 처음 접하게 된 계기는 김봉렬 교수의 저작을 통해서이다. 처음엔 ’맞배지붕, 팔작지붕, 주심포방식, 다포방식, 배흘림기둥’ 등 이 무슨 희괴한 용어들인가 했는데 이제는 많이 익숙하다. 이 전시회는 무형문화제 대목장이 직접 만든 축소판 모형들이 많이 있어서, 평소에 고개를 쳐들어 겨우겨우 봐야 하는 우리나라 목조건축물들을 시간을 들여 한자리에서 차근차근 감상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나하나가 무척 인상적이다.


<숭례문(조선시대) 모형  www.museum.go.kr>

아쉬움이 큰 숭례문이다......


<수덕사 대웅전(고려시대) 모형 www.museum.go.kr>

우리나라 전통 목조건축물은 못과 접착제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아는가? 마치 예전에 많이 풀어보던 퍼즐맞추기처럼, 설계에 따라 잘라진 나무토막을 하나하나 맞추어서 완성한다. 모르기는해도 대단한 정밀함이 요구되지 않나하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이러한 전시회를 할 때마다 유료 책자를 제작하여 상당히 자세히 관련된 사실과 이야기들을 알게 해주는데, 이번 전시회의 책자가 무료로 나누어주는 팜플렛 하나 밖에 없다는 점이다. 그나마 내용도 많이 부실하다. 또한 건축물 하나만을 이야기하는 전시말고 건축물과 건축물이 조화를 이루는 김봉렬교수의 책에 나온 공간의 미학 컨셉이 들어 갔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물론 그리하려면 건축물모형뿐아니라 그 사이에 난 길, 돌멩이 배치 등, 고려해야 할 요소들이 너무 많아서 돈과 시간이 더 많이 들어가는 전시회가 되니 그건 그냥 바램일 뿐이다.

덤으로 아래의 전시도 2층에서 같이 하니 한꺼번에 보면 좋을 듯 하다.




[모란도 10폭 병풍] 
작자미상,조선 18세기,비단에 색

 

"색색의 꽃과 무성한 잎이 돋은 모란 나무가 자연을 배경으로 다양한 모양과 색의 괴석과 어우러졌다. 10폭에 이르는 대형화면에 연속적으로 펼쳐진 모란 나무들은 화려하고 당당한 분위기를 연출하였다. 모란 나무를 괴석의 앞, 뒤에 배치하거나 9, 10폭에 보이는 것처럼 다소 화면의 뒤쪽에 그려서 일률적인 반복을 피하고 변화를 주었다." (국립중앙박물관 자료서 발췌)

이 모란도는 복원을 하여 처음 공개하는 작품이라고 하는데, 전시장에 그 복원과정이 설명되어 있어, 재미있는 참고가 되었다. 돈과 시간이 많이 드는 작업 같아 보였는데, 내가 낸 세금이 이런 곳에 쓰여진다면 낸 세금 아깝지 않다.


[묵모란, 심사정]

내가 유심히 봤던 현재 심사정의 그림이다. 순전히 먹으로만 모란을 저리 생생하게 묘사를 하다니. 현재 심사정은 사실 창의적인 화원이라기 보다는 중국의 화풍을 충실히 모사하며 실력을 키운 비운의 화원이다. 창의성이라는 것이 지금처럼 중요시 여기지 않았던 시절의 사람이니 그 시대의 관점으로 보자면 대단하다고 본다. 주변에 그의 그림을 칭찬하는 이는 많아도 그 그림의 제문을 붙이는 일은 꺼려했다고 한다. 심사정이 몰락한 가문 출신이라서.

나른한 봄날, 국립중앙박물관 갔다와서 낮잠 좀 잔 뒤, 그림과 건축물들이 내 기억 속에서 사라지기 전에 이리 감상문을 남긴다.

난 좌측 편향되어있다. 와이프와 처가댁은 우편향이다. 난 윤회를 믿고 사람들 사주 봐 주는 것이 취미인데 와이프는 교회 다닌다. 딸내미도 엄마따라 교회다닌다. 예전에 오대산 성원사라는 사찰을 가족여행으로 가 본 적이 있는데, 딸내미가 아름드리 나무 밑에 돌을 쌓아 놓고 소원을 비는 곳에서 한참을 소원을 빌더니 마지막에 ’아멘’이라고 해서 가족 모두 껄껄대며 웃은 적이 있다. 딸내미가 교회에서 들은 예수님 얘기를 할 때 마다, 난 전생이 있다는 걸 알려 줘야 하는데 하는 마음이 생긴다. 딸내미가 노무현대통령하면 떠오르는 건 세계에서 유일하게 자살한 대통령이라고 답을 했을 때, 난 진실을 알려줘야 한다는 사명감도 생긴다.

물론 내가 극좌이고 와이프가 극우, 내가 매주 절에 다니고 와이프가 매주 교회에 다닌다면, 우리 가족은 붕괴된다. 정치와 종교를 우선시 하지 않고 적당한 선에서 이를 두고 서로의 이야기에 어느 정도 수긍을 하는 정도라서 가족이 지탱된다고 본다. 현재까지 우리 가족, 정치와 종교에 관한한 아무 문제 없다.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갈 듯 하다. 다행이다.

왜 한 가정 내에서도 이념적 성향이 이렇게도 다른가? "무엇이 우리 사회를 양분화 시켰나"하는 문제는 나몰라라해도 되는 남의 문제가 아니다. 보라, 우리 가족을. 여러분의 주변의 이야기이고 여러분의 인간관계에 관한 아주 중요한 명제이다.

이상한 것은 보수들이 주장하는 바를 잘 알 수 있는 서적은 많지 않다는 사실이다. 진보세력이 저술활동이 왕성하다. 예전에, 똑똑한 사람들이 사회주의에 빠진다고 하더니 맞는 말이다.

조정래의 아리랑을 읽었을 때, 친일파의 행적을 보인 이들도 나름의 환경과 사고방식이 있기에 그리 매국노가 된다는 메카니즘을 읽을 수 있었다. 이것이 조정래 작가의 힘이 아닌가 하다. 이번 태백산맥을 통해서도 극우와 극좌의 행태 모두를 이해 할 수 있는 (동의 한다는 말과 이해 한다는 말은 다르다) 계기가 되지 않을까하다. 이제 좀 정신적 여유가 생긴 요즘, 설레는 마음으로 태백산맥 1권을 시작했다. 작가의 첫 출세작, 초기작품이라서 그런지 글에 힘이 많이 들어가 있다. 화려한 수식어구가 많은 것이, 아리랑과는 사뭇 비교된다.

손주은 메가스터디 대표. 강한 신념과 확신에 가득찬 거침없는 발언. 전형적인 카리스마 있는 학원강사이다.

"1년에 40억원을 벌었지만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전부가 아니었죠. 마흔 넘어서도 이 짓을 하면 내 인생은 망하는 것이다. 평생 이 짓을 하고 살면 돈 벌어 뭐가 남나"라고 말한 손주은 대표. 이젠 내가 그 문제의 나이 마흔이다. 요즘 들어 무척 많은 고민을 한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을 3-4년 더 무난히 할 수 있다고는 생각하나, 아니 7-8년은 더 할 수도 있다고도 생각을 하나, 나 역시 ’그러면 뭐가 남나?’라는 고민이 있다. 누가 40을 불혹의 나이라고 했는가? 이제는 평균수명이 연장되어 60-70이 되어야 다른 일하는 것에 기웃거리지 않는 불혹의 나이가 된다. 이젠 40은 유혹의 나이이다. 제2의 직업, 제2의 인생을 미리 생각해 놔야 한다.

이런저런 책도 읽어보고 이사람 저사람 이야기도 들어보고, 인생은 정답이 있는 객관식이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몹시 고민된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40부터는 다 때려치고 은퇴를 해도 될 정도의 돈을 벌어 놔야겠다.’고 생각했었던 것이다. 그리고 지금 그 문제의 나이 40이 되었는데 그런 꿈을 이루지 못하였다. 그래서 지금 조급한 마음이 드는 것일까?

’안정’을 추구하는 나의 성향때문에 무언가 화끈하게 저지르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한번 이거다 싶으면 바로 실행에 옮기는 추진력도 있다. 삼성을 때려치우고 유학길에 오른 것이 그 첫번째였고 지금 두 번째의 결단이 필요하다라고 느끼고 있다.

경쟁이 심한 사회에서는 강한 추진력 이외에도 또 다른 것이 있어야 성공한다. 남들이 따라오지 못하는 무언가가 그 사람을 특별하게 만들고 인생을 성공적으로 살 수 있게 한다. 나에게는 그것이 무엇일까? 20대 후반이나 30대 초반까지는 약간의 무리수를 두는 것이 젊다는 이유로 가능하였지만, 30대 후반과 40이 넘어가게되면 철저한 계산과 준비 없이는 함부로 다른 일에 뛰어들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손자병법에도 있지 않은가.

"전쟁은 이미 그것을 시작하기 전에 승부가 나 있어야 한다. 전쟁이라는 행위는 이를 확인 하는 작업일 뿐 이어야 한다."

어쨌거나 고민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