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기억조차 나지 않는 잊혀진 약속들. 지키지 못한 채 사라져버린 약속들.

이 글에서 눈을 떼지 못하던 내 모습이 낯설기까지 하였습니다. 내가 그동안 해왔던 수많은 약속들, 이제는 정말 기억조차 나지 않는 그런 숱한 약속들이 있었을텐데...

산다는 건 무언가 하나씩 상실해가는 과정의 연속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무언가 소중하고 새로운 것들이 내게 주어지기도 하지만, 하나둘 내 곁을 떠나가는 소중한 것들이 늘어나는게 또한 인생이기도 합니다. 이제는 기억조차 가물가물해져서 어떤 것이었는지 생각조차 안나는 것들도 많지만, 영원히 돌이킬 수 없는 그런 소중한 사람들, 사물들 그리고 시간들이 있습니다.

윤이,단이,미루 그리고 명서. 네명의 인생이 교차되는 것을 보면서 왠지 먼길을 이어져온 철길들이 서로 이어지는 교차로가 연상되었습니다.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두명의 인생이 바퀴 두개를 같이 지나가게 해주는 철길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짧지만 네명이 같이 보낸 시간은 서로의 유일한 교차점인듯 여겨졌고, 다시 영영 멀어지는 모습은 제 갈길을 가는 서로 다른 철길의 모습 같았습니다.

그 쓰라린 마음들은, 혼자 있을 때면 창을 든 사냥꾼처럼 내 마음을 들쑤셔대던 아픔들은 어디로 스며들고 버려졌기에 나는 이렇게 견딜 만해졌을까. 이것이 인생인가. 시간이 쉬지 않고 흐른다는 게 안타까우면서도 다행스러운 것은 이 때문인가.

팔년이란 시간이 지난 후 걸려온 한통의 전화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는 오랜 시간이 지나 이제는 내 마음에 무덤덤함을 주는 옛 일들을 생각나게 합니다. 괜히 옛생각들을 하니 기분이 참 이상해집니다. 이제는 거의 기억에서 지워졌던 일들이 생각나기도 하고.. 기억은 지워지는게 아니라 잊혀지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상실의 아픔을 간직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은사로 나오는 윤교수에게도 예외는 없었습니다. 누군가를 영영 떠나보낸다는 느낌이 어떤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직까지는 그렇게 느낄 만한 친인의 죽음을 경험해보지 못해서인가 봅니다. 숱한 죽음을 겪어보았지만, 제 마음에 비통함을 넘어서는 무언가를 안겨준 경험은 다행인지 불행인지 아직 없습니다. 먼훗날 더 많은 경험을 지닌 제가 이 책을 다시 읽으면 작가의 바램대로 마음이 흔들리는 그런 소설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나의 크리스토프들, 함께해주어 고마웠네. 슬퍼하지 말게. 모든 것엔 끝이 찾아오지. 젊음도 고통도 열정도 공허도 전쟁도 폭력도. 꽃이 피면 지지 않나. 나도 발생했으니 소멸하는 것이네. 하늘을 올려다보게. 거기엔 별이 있어. 별은 우리가 바라볼 때도 잊고 있을 때도 죽은 뒤에도 그 자리에서 빛나고 있을걸세. 한 사람 한 사람 이 세상의 단 하나의 별빛들이 되게.

윤교수가 제자들에게 해준 각각의 말들을 모아놓은 이 글을 보면서 왠지 모리 교수님이 생각이 났습니다. 청춘소설을 만들겠다던 작가의 포부 혹은 바램과는 다르게 너무 많은 죽음의 이야기들이 쓰여진 우울한 이야기이지만, 작가의 말처럼 ’언젠가는’ 이라는 단어처럼 희망을 발견할 수 있는 그런 이야기라고 애써 생각해보려 하지만, 기분은 여전히 다운된 상태일 뿐 희망과는 조금 거리가 먼 이야기인 듯 합니다.

엄마를 부탁해를 읽으면서 펑펑 울었던 기억이 아직도 나는데, 또 신작이 나오다니~~~~신작을 기다리고 기다렸던 나로서는
너무나 기쁜일이다. 엄마를 부탁해에서는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되어 오히려 뒤전인 소중한 존재, 엄마를 잃어버리면서 생기는 가족들의 감정들을 담았다면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는 청춘남녀의 방황과 좌절을 담았다.
주요 등장인물은 대학 동기인 윤, 미루, 명서와 윤을 짝사랑하는 고향 친구 단으로, 저마다 어두운 기억과 아물지 않은 상처를 지니고 있다. 소설 곳곳에는 관계의 복원을 갈구하는 젊은 영혼들에게 전하는 작가의 메시지가 녹아있다. 소설의 제목 역시 최승자 시인의 ‘끊임없이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라는 시에서 차용한 것으로, 전화벨은 누군가를 노크하는 소통의 모티프로 작용한다. 작가 특유의 섬세한 위로가 찬란한 열병을 지나는 청춘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진다. 
비극적인 상황속에서 벌어지는 남녀의 삶과 느끼는 감정들을 고스란히 펼쳐놓고, 독자들이 끝없이 느낄 수 있게금 만들어놓은...
이번에는 우는구나...-ㅁ-
요새 감정이 왜이리 오락가락하는지 모르겠다.

누구에게나 청춘인 시절은 있기때문에, 이 책을 읽는 모든 사람들은 남녀의 감정에 빠져들고 말것이다.
쉽게 동화되어 울고 웃을수도 있을것이고, 나중에는 펑펑울고 지쳐버린 자신을 발견할수도 있을것이다.
감정이 너무 지쳐버리면 우울해지기도하지만, 가끔은 감정표출도 좋은듯~^^
추천합니다!

 

 

조선시대 성군 영조의 어머니 최숙빈에 대한 역사 기록은 소략하기만 하다. 조선 최고의 신데렐라이자 숙종 시대 여인천하를 평정한 최숙빈은 왜 이렇게 역사의 조명을 받지 못했을까. 이런 의문에서 출발한 이 책은 정국 주도권을 노린 치열한 당쟁 구도와 17세기 동아시아 국제 정세, 최숙빈과 함께 호흡했던 당대 인물들과의 관계를 추적하는 역사 탐험을 펼친다. 이 여정을 통해 노비 출신 천애고아로 침방나인을 거쳐 정1품 빈에 오르고 조선왕조실록이 인정하는 공식 미인 장희빈과 숙명의 대결을 펼치며 아들 영조의 시대를 준비한 한 여인의 면모가 오롯이 그려진다.

 
 <저자 소개>

 김종성(金鍾星, Kim Jong-sung)

성균관대학교 한국철학과를 졸업하고 성균관대학교 사학과 대학원에서 19세기 동아시아 통상관계 및 한중관계사를 전공했으며 중국사회과학원 근대사연구소 방문학자로도 활동했다.

‘역사는 낡은 책장 속에 고이 잠자는 기록이 아니라, 오늘 우리와 함께 호흡하는 흐름’이라는 소신으로, 세상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문제에 대해 역사가로서의 참견을 즐긴다. 월간 「말」의 동북아 전문기자로 동북공정, 북한 핵문제 등 동아시아의 최신 이슈에 대해 역사적 관점이 내재된 날카로운 기사와 평론을 썼고, 현재 인터넷 매체 「오마이뉴스」에 ‘김종성의 사극으로 역사읽기’ 코너를 장기 연재하고 있다.

『동북아 코드』(2005), 『동북아 어떻게 볼 것인가』(2006), 『조선사 클리닉』 (2008), 『한국사 인물통찰』 (2010) 등의 저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