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하루키를 만났을 때를 나는 잘 기억한다.

그때도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 그리고 앞으로 마주할 나에 대해 수없이 고민하던 때였다.

하루키의 책이 남다르게 다가왔었고 그리고 전부가 되었던 적이 있었다.

책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뭔가 모를 찌릿함을 맛보았고 그때의 그 떨림을 이제는 내 눈과 몸이 기억하나보다.

1Q84의 감동이 사그라지기도 전에 나는 다시 하루키를 만났다.

분명 혼란의 시기에 또다시 복잡한 터널을 지나려고 하고 있고,

그 터널을 지나온 나는 조금은 어른이 되어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리고 다자키 쓰쿠루라는 하루키가 만든 새로운 인물에 매력을 느끼고 한참을 그가 느꼈던 그대로를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루키는 다자키가 어떤 인물로 그려질지 아무것도 모른채 묵묵히 집필을 했다고 한다.

집필을 끝냈을 때 아마 하루키는 흐믓해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냥 하루키만의 책이고 하루키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세계,

아직도 나한텐 그 이상일지도 모르겠다.

그가 만든 세상 그 이상에서 나는 생각의 꼬리를 물고 또다른 나를 만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나에게도 어쩜 쓰쿠루의 과거와 같은 어쩌면 더 기묘한 사건들이 과거의 나를 둘러싸고 일었났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누군가를 통해 혹은 자의로 순례를 떠나도 좋겠지만

지금의 나라면 잘 묻어두고 싶은 과거가 나에게도 있다.

가끔은 그 뚜껑을 열어보고도 싶었지만, 지금은 그 뚜껑이 열리지 않기만을 바라며

어떤 파장도 일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나에게도.

 

The Cheese AND I.

 

가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치즈, 서양요리에서 빠질 수 없는 재료인 치즈. 아이들이 좋아하는 치즈. 느끼하면서도 입에 착착 감기는 치즈. 그게 내가 알고 있는 치즈다. 필요할 때 언제든 살 수 있는 치즈. 있으면 좋고 없으면 없는대로 좋고, 특별한 의미가 없었다. 그런데 치츠는 한 번 그 맛을 알면 묘한 매력에 쉽게 빠져버린다고도 한다. 중독성이 강하기도 하고. 그런 치즈에 대해 접해볼 기회가 많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음식의 세계화로 우리네 식탁에서도 흔히 볼 수 있게 되었다고 한들 그 치즈맛을 보고 치즈의 종류를 판별하고 원료가 어디이며, 염소의 우유로 만들어졌는지 젓소의 우유로 만들어졌는지 분간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그 상상 이상의 해답을 책은 말해준다. 치즈를 사랑한 한 영국 청년의 도전기를 통해. 치즈가 뭐 별거야! 하겠지만, 매트 페로즈가 맛본 치즈는 별난 치즈, 맞다. 그 치즈가 풍미하는 향기만큼이나 이 젊은 청년의 도전기가 흥미진진하기만 하다.

 

그저 치즈가 좋다는 이유만으로 연고지도 없는 곳, 프랑스로 가서 농장 체험을 하고, 그 체험이 계기가 되어 안정된 직장에서 휴직을 결정하고 여자친구와 함께 세로운 세계에서의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농장에서의 체험 자체도 생동감있다. 맛있는 치즈를 만들기 위해 염소와 친해지려고 노력하고 몸소 하나 하나 배우려고 하려는 저자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염소 냄새가 책을 읽는 내내 여기까지 전해질 정도다. 치즈에 대해 배우고 싶은 마음에 집 얻기 어렵기로 유명한 프랑스 리옹에서의 힘들었던 에피소드들, 너무 생생해서 마치 내가 함께 동행하는 것만 같다. 프랑스에서 유명한 치즈 회사인 몽스에서의 적응기는 많은 것을 깨닫게 하기에 충분하다. 언어의 장벽은 둘째치고 하나에서 열까지 열심히 배우고 노력하는 모습은 본받을만하다. 치즈가 만들어지는 과정, 숙성방법, 가게에서의 진열 방법, 환경이나 원유에 따라 다양한 종류의 치즈가 만들어지는 사실 등 나에게는 그저 새롭고 내가 알던 그 치즈가 아니다. 치즈는 그저 똑같은 치즈라고만 생각했는데.

 

이 책은 치즈에 대한 가벼운 책만은 아니다. 중간 중간 역사속에서 치즈가 살아남을 수 있을 때까지 열심히 치즈를 사랑했던 장인들의 삶의 이야기. 어떻게든 전통을 이어가고자 그 끈을 놓지 않고 치츠를 사랑하는 치즈 농가들의 이야기며, 좋은 치즈를 만들기 위해 어린 수컷 양들은 수명을 단축시켜야 한다는 사실, 고급치즈가 유지되기까지 까다로운 규칙등을 적용하는 등의 냉용은 등은 책을 접하지 않았다면 몰랐을 이야기들이다.

 

이세상에 소소한 것들 어느 것이나 그렇듯, 특별한 눈으로 애정과 정성으로 마주한다면 특별한 것이 되듯, 젊은 영국 청년에게 치즈는 없어서는 안될 존재였고 그런 열정이 그를 치즈대회 우승으로 이끌지 않았을까 싶다. 그러고 보면 이 책은 단순히 치즈에 관한 이야기만은 아닌 것 같다. 그는 감사원으로 안정된 직장에서 평범한 삶을 살았겠지만, 그의 피나는 노력과 도전은 그의 삶을 한층 업그레드시키지 않았나 싶다. 그래서 그의 노력이 담긴 이 책이 소중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 옛날 왜 난 이렇게 사랑하는 것을 쫓아 도전해보지 못했을까 하는 씁슬함이 남아 있긴 하지만, 깨달은 것도 있다. 뻔한 말이겠지만 열정 하나로 도전해보는 것은 정말 가치 있는 것이라는 것과 페로즈처럼 눈에 보여지는 성과과 있어도 좋겠지만 굳이 없다고 해도 도전해보는 것 자체만으로도 자신에게 큰 축복이 될 수 있다는 것. 어찌보면 내 삶도 치즈의 다채로운 맛들만큼이나 몇 프로는 다채롭게 채워진 듯 하다.

 

 

"만약 내가 치즈 가게에서 바로 일을 시작했다면 재앙에 가까운 고생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치즈를 제대로 고르는 수준에 이르는 데에도 훨씬 많은 시간이 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상상하기 싫은 최악의 상황은 내가 손님들에게 끊임없이 틀린 조언만을 계속할 수도 있었다는 것이다. 레 알까지 오는 길은 험난했지만 내가 걸어온 그 길은 정말 아름다운 길로 기억될 것이다. " (p.218)

나도 치즈가 좋다.

아직은 도전해 볼 무언가가 있다는 것도 좋다.

그래서,

페로즈의 다음 이야기가 기대된다.

 

카페에서 우연히 알게된 책이다. 사람들은 부지런히도 책과 만나고 있었나보다. 지나가며 얼핏 보고 어떤 강한 이끌림에 책을 읽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제목 때문이었나보다. "젊음의 탄생". 나이가 들면서 혹은 거리의 젊은 사람들을 보며 나도 저런 때가 있었는데, 하며 푸념하는 자신을 보면서 늙었구나, 하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렇다고 내가 마음까지 늙어버린 건 아닌데. 숫자이 나이는 해를 더해가고 있어도 마음은 그렇지 않았다. 새로운 꿈들로, 희망들로, 소망들로, 즐거운 꺼리들로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하고 싶은 것도 늘어나고, 여유로움도 생겼다. 그런 깊은 사색의 시간이 되었던 것 같다.

 

『젊음의 탄생』에서는 아홉 개의 창조 아이콘을 제시하고 그 분석을 통해 젊음을 받아들이는 방식에 대해 물음을 던진다. 한 장 한 장 창조 아이콘을 해체하고 다시 재구성해가면서 가장 바람직한 삶의 태도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해준다. 이 아홉 개의 도형은 서로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그 논리를 결합시키고 있으며 전체적으로 완벽한 의미체계를 만들어낸다. 각각의 키워드는 하나로 엉키고 다시 풀리면서 그 안에서 창조지성이 피어오른다.

젊음이란 나이로 정의되는 인생의 지극히 짧은 기간 동안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 책에서는 젊음을 결정짓는 요소로 끝없는 열정, 지치지 않는 탐색, 미지에 대한 호기심, 희망, 아름다움 등을 꼽는다. 이것들을 잃고 안주하는 순간 젊음은 메마른 모래처럼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간다. 이 책은 아홉 개의 창조 아이콘을 통해 마르지 않는 지혜의 샘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그 창조지성으로의 여행은 우리에게 영원한 젊음을 선물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