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책을 고르는 기준을 말해보라고 한다면, 뭐니 뭐니해도 작가!라고 말하고 싶다. 믿고 보는 작가의 신작은 챙겨서 보는 편이다. 좋아하는 작가 위주로 읽다보면 하나의 장르에 빠질 수도 있지만 작가가 전해주고자 하는 일관된 생각을 느낄 수 있어서 더 많은 사색을 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아이가 생기면서 내가 읽고 싶은 책만이 아니라 아이를 위해서 그림책을 고르다 보니, 나의 성향이 고스란히 배게 마련이다. 그래서 아이책들도 우선은 좋은 작가를 먼저 선별하고, 그 작가가 그린 그림, 글을 위주로 읽고 있다. 신기한 것은 아이도 마찬가지로 좋아하는 작가의 책은 어떤 책이든 쉽게 빠져들고 좋아한다는 것이다.

 

 

아이가 좋아하는 작가를 보자면, 존 버닝햄, 토미 웅거러, 코키 폴, 앤서니 브라운 등 다수이다. 워낙 유명하기도 하고 많이 알려져 있어 어디서든 쉽게 접할 수 있어 좋다. 그러다 추천 도서 목록에서 이 책을 발견했다. 그림의 색채가 하도 인상적이어서 작가에 대해 알아봤다. 작가 브라이언 와일드스미스(Brian Wildsmith)는 영국에서 태어난 세계적인 그림책 작가로 존 버닝햄, 찰스 키핑과 함께 영국을 대표하는 세 명의 그림책 작가로 불린다고 한다. 세계적이라는데 처음 읽었다(이 책이 나온지도 꽤 됐는데, 왜 몰랐을까?). 색채의 마술사라고 불리울 정도라고 하니 그림 보는 걸 좋아하는 아이에게 그의 책들을 빨리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그림책 작가 리스트에 추가해둬야겠다.

 

 

그저 그림책 같지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준다. 세상을 제대로 보고 싶어 투덜대는 달님과, 온 세상을 다 보았다며 세상 구경시켜주기 바쁜 해님. 온 세상을 다 보았다며 운이 좋다고 우쭐대는 해님에게 "아니야, 너도 못 보는 것이 있어. 나는 밤마다 보지만, 너는 앞으로도 영영 못 볼걸. 뭐냐구? 바로 어둠이지." 하고 꼬집어준다.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는 문장이었다. 아이에게는 멋진 동물 친구들과 만날 수 있어 즐거운 책읽기가 될 것 같다.

 

 

브라이언와일드스미스

 

 

요즘 아이가 너무나 좋아하는 책들이다. 처음에는 잘 보려고 하지 않다가 아이도 빠져들었나보다. 지금은 아침에 일어났을때, 놀다가도 책이 눈에 보이면, 그리고 잘 때 한번씩 읽고 잔다. 읽어달라고 하면 읽어줘야 하지만 글밥도 꽤 있는 책이 있어 전혀 힘들지 않다고 할 수 없지만, 아이가 좋아하면 되도록 읽어주는 편이다.

 

아이도 좋아하는 책이면 글밥이 꽤 있는 책이라도 인내심을 갖고 듣는 편이다. 정말 신기한 건, 한권의 책이 좋으면 같은 작가의 다른 작품들도 아이는 좋아한다. 아마 그림책에 그려진 그림이라던가 문체라던가 내용이 하나에 익숙해지면 친근해지고 계속 찾게 되나보다.

 

마음같아선 시리즈 전부 사주고 싶지만 단행본으로 구해서 읽어주기 시작했기 때문에 하나씩 사주고 있다. 이렇게 시리즈 전권을 좋아하는 경우도 흔치 않은데, 아이가 좋아한다면 부담이 되어도 구해주고 싶다.

코키폴의 그림책 뿐만 아니라 마녀가 소재가 된 책들을 유독 좋아하는 걸 보면, 아이들은 공통적으로 좋아하는 분야가 있기는 한가보다. 어느날 문득 빗자루를 들고 마녀라며 집안을 쓸고 다녀도 기쁠 것 같다. 그만큼 아이는 책을 재미있게 듣고 있다는 얘기일테니까.

 

다음은 시리즈 목록,

마녀위니

마녀위니 다시날다

마녀위니의 요술지팡이

용감한 해적 마녀위니

마녀위니의 생일파티

마녀위니의 겨울

마녀위니의 새컴퓨터

마녀위니의 우주토끼

마녀위니와 수퍼호박

마녀위니와 아기용

바다에 간 마녀위니

마녀위니의 양탄자

마녀위니의 엉망진창휴가

마녀위니를 찾아라

마녀위니의 공룡소동

코키폴, 그림책

 

 

 

아이가 커가면 신경써야 할 것들이 많이 생긴다. 그리고 알려줘야 할 것들도 많아지기 마련인데, 나는 아이에게 부담을 주기 싫어서 책을 활용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숫자'가 그것인데, 아이에게 효과적으로 가르치는 방법이 없을까 하다가 책이라면 아이랑 재미있게 익힐 수 있겠다 싶어 책을 찾아 다녔다. 이왕이면 그림도 좋은 책을 찾고 있었는데, 가장 눈에 들어왔던 책이 이억배 선생님의 잘 잘 잘 시리즈였다. 그림책에 문외한이긴 했어도 '이억배 선생님'은 들어본 터라 의심하지 않고 이 책을 선택했다.

 

 

이억배 선생님 그림은 특징이 있다. 그림에 나오는 사람이든 동물이든 유쾌할 뿐만 아니라 웃는 얼굴을 하고 있고 색감이 참 따뜻하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그림이 아주 밝아서 아이에게 즐겁게 들려주기에 부족함이 없는 책이었다. 그리고 내용은 우리가 예전부터 불러오던 노래에 맞춰 따라부를 수 있어 길을 가다가도 이동중에도 같이 흥얼거릴 수 있어 아이와 늘 즐겁게 불렀던 기억이 난다. 아이랑 번갈아 가며 불러주고 틀리면 고쳐주며 아이랑 장단 맞추듯 "잘잘잘~" 할 때는 나나 아이나 까르르 삼매경이다.

 

 

그래서 그런지 남들과는 조금 이른 나이에 숫자개념을 익힐 수 있었고 지적해주지 않아도 1, 2, 3 하고 숫자를 쫑알댈 수 있었다. 어휘와 숫자개념 등 지적능력이 폭풍적으로 늘어나는 시기에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그림책, 이억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