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행복하다. 좋은 책들과 만나고 있기 때문인데, 무엇보다 책을 집어드는 순간 스마트폰과 잠시나마 떨어질 수 있어서 책을 통해 느꼈던 작은 의지가 커다란 행복을 찾아 주었다. 책을 읽다 보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읽고 싶은 책들이 생겨난다. 책을 통해 작가가 인용해주는 글과 혹은 추천해 주는 책들과 만나게 되면 '아 이책도 읽어보고 싶다!' 느끼는 순간, 바로 찾아보게 된다.

이 책은 제목이 주는 위안감이랄까, 이 땅의 여자 나이 마흔으로 사는 사람들이 녹록치만은 않을거라는 암시같은 게 제목에서 느껴졌었다. 그래서 믿고 싶지 않지만 나도 언젠가 그 나이대에 가까워질 것이기에 읽어보고 싶었다.

 

경험만큼 사람을 크게 만드는 것도 없을 것이다. 이 책은 그 나이를 살아봤기 때문에 이해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한 회고록과도 같다.

참 이상한 것은 지금의 나는 사십대가 아니지만 충분히 공감이 갔다. 아마 지금껏 내가 살아온 인생이 힘들고 외로웠다는 방증이 아닐까 싶다. 그러고 보면 이땅의 삼십대가 살아가는 세상도 그리 녹록치만은 않은 것 같다. 사실 인생을 살면서 삶이 호락호락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그렇기에 어느 나이대에 읽어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책의 구석구석 글귀 하나 하나가 내 온몸을 관통해 뼈저리게 공감이 갔었다. 그리고 아름다운 사십대를 맞이하기 위해 나를 리모델링하고 달라져야겠다고 몇 번이고 다짐해봤다. 요즘 요런 잔잔한 감동을 주는 책들 너무 좋다. 읽는 내내 행복했다.

심장이 뛰었고,

나를 돌아봤고,

나의 허물을 보듬었다.

땡큐!!

박경희

어머니의 기도

                                                    _케리 마이어스

 

 

아이들을 이해하고

아이들의 말을 끝까지 들어주고,

묻는 말에 일일이 친절하게

대답해주도록 도와주소서.

면박을 주는 일이 없도록 도와주소서.

 

아이들이 우리에게 공손히 대해 주기를 바라는 것 같이

우리가 잘못을 저질렀다고 느꼈을 때,

아이들에게 잘못을 말하고

용서를 빌 수 있도록 용기를 주옵소서.

 

아이들이 저지른 잘못에 대해 비웃거나

창피를 주거나 놀라게 않게 하여 주시고,

우리들의 마음속에 비열함을 없애주시고

아이들에게 잔소리를 하지 않게 하여 주옵소서.

그리고 아이를 대하는 매 순간마다 이 모든 결심을 잊지 않도록 해주소서.

 

아이를 생각하는 엄마의 간절함은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 내내 사랑의 마음을 행동에 담아내기는 쉽지 않다. 삶에 지치고 일상이 짜증스러울 때, 내가 바라던 삶이 이게 아니라는 쓰라린 자각이 밀려올 때, 내 꿈을 이루어줄 거라 기대했던 아이가 나를 실망시켰을 때 엄마는 자신도 모르게 얼굴을 찡그리고 목소리가 높아진다. 복닥거리는 하루가 끝나고 잠든 아이의 얼굴을 보면 내가 왜 그랬을까 회한이 밀려온다. 읽을 땐 공감하면서도 지나고 나면 까맣게 잊어버리고 만다.

두고두고 반복하며 새롭게 마음을 다져야 할 것 같다. 이 책에 나오는 엄마들의 상황 하나 하나가 어쩌면 나랑 이리도 같은지 너무나 공감하면서 읽었다.

 

우리 아이는 아직 어린데 앞으로 호락호락 할 것 같지만은 않은 불안감을 떨쳐버릴 수는 없다.

하지만 결론은 그런 게 아닐까, 아이의 눈높이에서 바라보고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도록 노력하고, 부모가 전부 옳지만은 않다는 것을 인정하고 아이와의 관계를 회복해 나가고 그리고 믿어주기. 그렇게만 할 수 있다면 불안 걱정 보다는 반짝반짝 빛날 아이가 먼저 보이지 않을까 싶다. 나도 누군가가 꿈꾸는  이상적인 엄마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잃지 말자.

아직은 멀고도 멀었다!!

힘내. 대현맘!!

육아서, 조선미

나는 그 무엇보다 현란한 글솜씨에 이끌릴 때가 많다.

오늘 우연히 그냥 지나쳤을 핸드폰 배경에 눈이 갔고, 낯익은 작기 이름, 정이현을 발견했고 바탕화면 글귀에 이끌려 부랴 부랴 도서관으로 향했다.

한 달 전 받아 놓았던 바탕화면에 좀 더 일찍 눈길을 돌려주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후회해 본들 이미 늦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빠른 거!라고 위로하기로 하고.

 

나의 두 눈을 촉촉하게 했던 글귀는:

 

"두고 온 것은 사랑이 아니라 청춘의 한 시절이다. 그들은 각각 그 시간을 통과해 전과는 다른 존재가 되었다."

 

바로 이 구절의 이끌림 때문에.

 

어제 읽기 시작했고, 오늘 다 읽을 만큼 술술 읽히는 책이다.

아이와 사투를 벌이는 중간 중간 읽은 것 치고는 빨리 읽었다.

산문집, 어떤 내용들로 채워졌을까? 의심해 보지도 않고 그녀니까!! 선택했던 책이다.

제목이 왜 풍선일까, 생각해보니, 읽고 난 소감은 풍선 맞다!!

알차게 꽉 채워진 풍선이다.

심지어 빨강 파랑 초록 노랑 보라!! 알록달록 하기까지 하다.

이런 책 쉽지 않은데.

 

내가 그녀의 책에 이끌리는 이유는 아마도 동시대를 살아왔다는 이유 하나로 괜히 정감이 가고 내 얘기 같고 뭐든 공감해줄 수 있을 것만 같아서일 것이다.

그래서였다. 그녀의 서체며 그녀의 고뇌 감성 등 다 내꺼였음 하는 욕심을 내 보았다.

욕심 그딴 거 집어치우고 나의 삶을 살아야겠지.

 

정이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