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또 하나의 가족' 캠페인을 줄기차게 각종 매스컴을 통해 자신의 이미지를 겹겹이 포장하던 그 시각 자신의 가족들과 법정공방을 벌였다
사실 이미 꽤 오래전 부터 자신들이 또 하나의 가족인 직원들의 입을 통해 구전되는 여러가지 증언들은 익히 들어서 알고 있지만 350여 페이지에 빼곡히 담긴 디테일하고 자전적 이야기는 근거없는 것들이 아니었다. 시중엔 일명 '삼성괴담'이 나돌고 있을 정도로 기업 내부는 우리가 캠페인 광고로 보는 것과는 상반된 상황들이 많다는 것을 더이상 삼성은 숨길 수 없다. 그렇기엔 우리는 너무 스마트해지고 현명해 졌다. 오죽하면 천재가 들어가 바보가 되어서 나온다는 곳이 바로 이다.
특히 노조편을 들으면 관련자자들이나 관련이 있을 법한 가족님들에게 맨투맨 마크가 가해진다는 이야기 등등도 여러 증언을 통해 사실로 밝혀졌다.
이거 참, 공산당도 아니고 권력은 다양하고 기발한 방법을 동원에 승계하고 또 하나의 가족이니 어쩌니 하는 문제 직원들을 감시하고 분석하고 감정적 심리적 고문을 하고 말이다.
그러면서도 내가 적을 두고 있었던 회사를 떠올렸다. 딱히 대한민국에 타의 모범이되고 구글이나 애플처럼 꿈의 직장이라고 불릴만한곳이 어디 있으랴. 어떤이들은 노예처럼 노동인권의 사각지대에서 암묵적으로 일하는 것은 개발도상국에 살고 있는 국민들의 피할 수 없는 희생이라고 생각하며 담담하게 받아들인다. 그렇지않고서야 대한민국이 어찌 오늘날에 세계 10대 경제 강국이 되었겠냐는 것이다. 그런 뼈속부터 노예인 사람들을 보면 부글부글 끓어 오를때가 많았다. 과정보다는 결과만을 중시하는 결과주의자들이다.
그리고 그런 노동자들의 희생에 대해 기업은 당연한것으로 받아 들이는 경우도 있다.
'너희에게 삼성의 뱃지를 달아 주었으면, 영광인줄 알고 일해 이것들아~' 라는 것이다.
<삼성을 살다>를 쓴 이은의씨도 대한민국을 경제대국을 이끈 일등공신일 수 있는 삼성에 입사한 것을 감사하고 자랑스럽게 여기지만, 시작부터 삐걱 거린다. 그녀는 아름다운 프로가되기위한 순수한 꿈을 꾸는 그져 평범한 삼성의 신입사원이었지만 자신이 지원한 홍보부서와는 거리가먼 부산의 자동차 공장 생산라인에 배치되고 뜻하지 않게 파업에도 가담하게 된다. 그리고 그것이 주홍글씨처럼 내내 그녀를 따라 다니게 된다. 삼성은 결코 가족에게 관용을 배풀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그녀는 다시 수원에있는 삼성전기로 발령을 받지만 바다에 표류하는 통통배 처럼 이부서 저부서를 옮겨다녀야 했다. 그러다 상사에게 성희롱을 당하고 그 일을 내부적으로 해결하려 했으나 일은 커지고 결국 세개의 송사로 이어지면서 그녀의 5년간 삼성과의 법정 투쟁은 시작된 것이다.
결국 그녀의 승소로 끝이 났지만 그 긴세월 삼성과의 전쟁으로 잃은것과 얻은것이 분명있었을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은의씨가 쓴 이야기에 대해 객관적이 되려고 노력했다. 언제나 양쪽의 입장을 들어 보아야 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그러나 한때 나도 직장인이었고 끝이 보이지 않는 야근과 부당한 대우에 대해 현명하게 대처하지 못하고 그냥 빡~ 차고 나왔기 때문에 감정적 분노를 함께 느낄 수 밖에 없었다. 결국 문제는 못되고 비겁한 회사이지만 더 큰 문제는 그것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우리가 문제일 수 있다는 생각도 했다. 부당한 야근에 대해 크게 반박한적이 있던가? 사규에 나와 있는대로 9시출근 6시 퇴근을 사수할수 있는 배짱이 있었던가? 상사의 시시껄렁한 성(性)스러운 농담을 반색하면 문제삼은적이 있었던가? 그렇기에 이은의씨의 용기는 당연한 것이 아니라 이렇게 책으로 나오고 사회적인 큰 이슈가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