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 전부터 읽고 싶었던 김연수의 작품 '일곱 해의 마지막'을 손에 들었다.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아!' 하고 소리를 냈다.

 

 월북한 것으로 알려진 시인 백석의 시들이 눈길을 끈다.

나타샤, 당나귀, 눈, 그리고 백석 특유의 고향 사투리...

 

 사실 시인 백석은 월북한 것이 아니라 고향을 찾아간 것이라고 알고 있다.

많은 작가가 그랬지만 월북 후 자신이 원하는 작품 활동을 할 수 없었고, 공산당과 김일성을 우상화하는 작품을 강요당하다 결국 숙청을 당했다고 알려졌다.

 

 가끔 시인은 보통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걸 보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을 한다.

우리하고는 다른 눈을 가졌다고나 할까.

그런 눈으로 세상을 보면 세상이 아름다울 수도 있지만 본인이 현실을 헤쳐나가기는 쉽지 않겠지.

 

 학창시절 해금이 되지 않아 80년대 후반 처음 백석의 시를 접했다.

해금되고 한동안 백석의 시와 정지용의 시가 수능 언어영역에 단골로 등장했다던가.

그런 시인과 소설가들이 스러져갔다.

믿었던 사람들에게 배신을 당하고.

그랬을 때 그들은 어떤 느낌을 받았을까?

 

 감정이입이 되어 읽는 내내 답답했다.

시인 백석이 드러낸 아름다운 단어 하나씩 되뇌어 본다.

제목에 쓰인 '마지막'이라는 단어가 가슴 아프다.

바이러스 전문가가 쓴 책을 찾아 읽었다.

시절이 시절이다 보니 자꾸 바이러스, 감염병에 관한 책을 찾아 읽게 된다.

그런다고 뾰족한 방법은 없지만 앞으로 살면서 지금 겪는 코로나 19 상황 같은 일을 몇 번이나 더 겪게 될른지 답답한 심정이다.

전문가들은 몇 년 단위로 반복된다고 예고한다.

거기에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물론 이 책이 우리에게 대비책을 가르쳐 주지는 않는다.

다만 가능하면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바이러스에 노출되지 않기 위해 해야 하는 행동 정도만 알 수 있다.

사스도 그렇고, 코로나19도 그렇고, 인간이 오만하게 다른 동물들을 접촉함으로써 벌어지는 일 아닌가.

 

 그러고 보니 벌써 몇 번의 이런 사태를 겪었다.

지금 같은 팬데믹이 아니어서 우리가 직접적인 위험을 심각하게 느끼지 않았을 뿐이다.

앞으로도 도시가 발달해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살다 보니 이런 팬데믹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번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 어떻게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바이러스로부터 안전할 수 있는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이다.

 

 가장 많은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동물이 박쥐라고 하던가.

종류도 많고 서식지도 넓게 퍼져 있어 사실 박쥐를 모두 연구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다만 가능하면 야생동물과의 접촉을 덜 하는 것이 그나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최선 아닐까.

 

 세계에서  코로나 19로 사망자, 증증 환자가 엄청나게 발생했다.

급하게 만든 백신 부작용으로 사망한 사람도 많다.

그래도 인간은 거기에 대응해 살아간다.

수시로 변이가 발생해도 어떻게든 그 위기를 헤쳐 나간다.

 

 이 책이 코로나 19 이전에 나온 책임에도 따끈따끈한 느낌이 드는 것은 우리가 지금 팬데믹 한가운데 있기 때문이겠지.

인간이 코로나 19를  박멸하든 아니면 공존을 택하든 일상생활이 코로나 이전처럼 돌아가기는 어렵겠지만 일상 회복에 대한 기대를 품으며 책을 덮는다.

 

 

유고슬라비아 출신 독일 작가인 사샤 스타니시치의 소설 '출신'을 읽었다.

'출신'은 내전을 피해 독일로 간 유민의 삶을 다루는 작가의 자전적 소설이다.

함께 떠났던 부모님은 독일에서 떠밀려 미국을 거쳐 크로아티아에 정착해 살고 계시고, 할머니는 그대로 보스니아에 살고 계시다.

그 할머니가 치매에 걸리고 결국 돌아가시게 되는데 작가는 회고의 형식을 빌어 자신의 가족 삶을 돌이켜 기술한다.

디아스포라의 전형적인 상황 아닌가 싶다.

 

 얼마 전에  봤던 영화 역시 보스니아 내전을 다룬 것이었지.

우리나라와 지리적으로 멀다고 해서 우리가 얼마나 무심했는지 돌아보게 된다.

 

 우리나라 역사에도 디아스포라라고 할 만한 상황이 있지 않았던가.

일제 강점기 일제의 만행을 피하기 위해, 또는 먹고 살기 위해 러시아로 이주한 사람들이 어느 날 갑자기 중앙아시아로 쫓겨났고 지금은 러시아가 아닌 우즈베키스탄이나 카자흐스탄, 키르키스스탄 등 여러 곳에 후손들이 모여 산다.

이들 또한 이유는 다르다고 하더라도 크게 다르지 않다.

소설가 김숨은 그들의 삶을 '떠도는 땅'이라는 작품에서 그려내고 있고.

 

 유고슬라비아는 이제 지구상에 없는 나라이다.

나는 '유고슬라비아' 하면 학창시절 티토 대통령이 잘 다스리는 동구권 나라로 기억했는데 티토 死後 지금은 무려 6개의 나라로 갈라져 갈등을 빚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즐겨 찾던 관광국가 크로아티아도 유고연방에서 독립한 나라이다.

지금도 민족과 종교가 달라 갈등이 비일비재하다고 하니 아직도 화약고 아닌가.

 

 생김새가 조금 다르고, 민족이 다르고, 종교가 다른 것이 왜 그렇게 큰 문제가 될까?

다 같은 사람들 아닌가.

그렇지만 그런 상황에서 사방으로 흩어지면 나는 누구인가 하는 정체성의 문제가 발생한다.

우리나라에서 외국으로 입양된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 자신을 버린 나라를 찾아와 하는 말을 들으면 한결 같다.

뿌리, 정체성의 문제이다.

이런 일은 지구촌이라는 말을 무색하게 한다.

누가 되었든 자신이 태어난 곳,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일을 하면서 살 수는 없을까?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하게 만드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