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스 뜨는 여자'

프랑스 작가 파스칼 레네의 소설을 읽었다.

이 작품은 영화로도 제작이 되었다고 한다.

영화에서는 이 책의 내용이 어떻게 표현되었을까 궁금하다.

 

 작가가 교육자이자 철학가여서인지 책은 쉽게 넘어가지 않는다.

하나하나 꼭꼭 씹어가면서 먹어야 소화가 가능하다고나 할까.

 

한 여자가 있다.

이름은 뽐므.

늘 레이스를 뜨고 있다.

천천히 한 코씩 떠내려간다.

그의 삶도 그렇게 한 코씩 섬세하고 이어가고 있겠지.

 

 갈등도, 모순도, 그리고 사랑도 그에게서 비켜서 있다.

아니 어쩌면 그 모든 것이 자신과는 멀다고 뽐므가 느끼는지도 모르겠다.

세상에 항거하지 않고 자신의 속으로만 침잠하면서 말이다.

 

 철학적이어서 그런지 책장이 잘 넘어가지 않았다.

스토리를 따라거가나 재미로 읽을 책이 아니다.

어떤 비평가는 가벼운 소설에 지친 이들에게 권한다고 했다.

평소 그리 가볍고 재미만 추구하는 소설을 찾지는 않지만 이 책은 쉽사리 인정하기 어렵다.

내 머리가 아프다고 해야 할까.

잠깐이지만 뽐므의 세상을 들여다보고 왔다.

 

 

 환경에 관한 책을 손에 들었다.

제목이 섬뜩하다.

지금부터 섭씨 6도가 오르면 지구에서 인류가 멸종한다는 내용이다.

가볍게 볼 일이 절대로 아니다.

 

 이 책이 처음 나왔을 때가 2007년이니 2021년 현재 지구에 이미 책에 나온 것보다 이산화탄소 양이 훨씬 많을 것이다.

책을 읽다 말고 중간에 인터넷에서 자료를 찾아 보았다.

2007년에 250ppm이던 이산화탄소 양이 벌써 400ppm이라고 한다.

세계가 이상화탄소를 줄이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을 하고는 있지만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는 것이 생각처럼 쉽지는 않다.

 

 기후변화는 고전적인 '공유지의 비극'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개릿 하딘이 주창한 이 이론은

개인적인 차원에서는 합리적인 행동이지만 이를 모두가 되풀이하면 사회적인 차원에서는 재앙이 되는 것이다.

나부터도 탄소발자국 문제를 살짝 제쳐놓고 우리나라에서 만든 물건보다 외국에서 만든 것이 더 싸고 좋으면 사게 되는 것이다.

쉽지 않은 일이다.

 

 소콜로와 파킬라는 논문에서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데 특효약은 없으니 나름대로 합리적인 방법을 주장한다.

세계 모든 자동차 연비를 지금보다 두 배 높인다.

아니면 자동차당 평균 이동거리를 반으로 줄인다.

건물이나 발전시설을 더 효율적으로 만든다.

발전시설에 석탄보다 가스를 더 많이 사용하거나 가스 발전소를 네 배 늘린다.

세계적으로 1기가와트급 원자력발전소를 700개 늘려 석탄발전소를 대체한다.

탄소 포획과 저장기술, 그러니까 굴뚝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포획하여 땅속 저장고에 가둬두는 기술을 도입, 비슷한 크기의 석탄화력 발전소 800개에 저장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이 모든 것이 다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상적인 구호를 내세우기보다 실제로 현실에서 실천 가능한 이야기를 하지 않나 싶다.

 

 이런 가운데 어쩌면 아마존강 유역 밀림과 인도네시아 벌목을 금지하고 산불을 막는 것이 더 시급한 일 아닌가도 이야기한다.

그런데 경제 논리에 의해 지금도 밀림을 파헤치고 환금작물을 심는데 급급하다.

언젠가 환경 보호에 대한 연극을 하는 배우가 아보카도를 먹지 않게 되었다는 기사를 신문에서 보았다.

아보카도 열풍이 불자 남미 밀림을 밀어내고 거기에 아보카도를 심는다는 말이었다.

그래서 그렇게 비싸던 아보카도 가격이 하나에 1000원도 안 되는 가격에 대형마트에서 팔리는 거였구나.

게다가 물 부족 사태도 심각한데  아보카도를 재배하는데 물도 많이 사용된단다.

그래서 그곳에 살던 원주민들이 도리어 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는 기사를 보니 매우 답답했다.

이게 현실인 것이다.

나부터 작은 일이지만 생활에서 실천하는 방법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심각하게 하게 된다.

 

1도 상승, 미국 서부 등 세계 곳곳의 극심한 가뭄, 국제시장 식료품가격 폭등...

2도상승, 바다의 산성화와 플랑크톤의 소멸, 중국을 휩쓰는 대홍수와 15만명의 기아...

3도 상승, 아마존 우림지대의 사막화, 엘니뇨의 항구적 발생, 호주 전 지역의 대화재...

4도 상승, 지구 전역 빙하 소멸, 뭄바이에서 상하이까지 저지대 도시들 침수, 유럽의 모래밭화...

5도 상승, 거주가능 구역으로의 민족 대이동, 저 세계를 덮치는 쓰나미...

6도 상승, 메탄하이드레이트 대량 분ㅍ출, 오전층 파괴, 인류 대멸종...

 

 

 

 '우아한지 어떤지 모르는'

제목이 참 특이하다.

작가 마쓰이에 마사시의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라는 책을 읽고 이 작가가 쓴 책을 찾아 읽고 싶어졌다.

출간된 지 오래된 책이라 중고서적을 구입해 읽었다.

어차피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같은 책을 여러 번 읽게 되지 않으니 요즘에는 중고서적도 많이 이용하게 된다.

다시 팔기도 하고.

 

 여기에서 '우아하다'는 경우는 이혼해서 혼자가 된 경우를 가리키는 말이다.

한동안 우리나라에서 '화려한 싱글'이라는 말이 유행했던 것처럼 일본에서 이혼을 해 혼자가 되면 우아한 싱글이라고 했었나 보네.

그러나 주인공 다다시는 자신이 그럴까 고개를 갸우뚱 한다.

 

 잘난(?) 아내와 이혼한 다다시는 아내와 살던 아파트에서 나와 오래된 단독주택을 빌린다.

그 주택은 집과 함께 나이를 먹은 할머니가 혼자 사는 곳이었는데 아들의 초대로 미국으로 이주하게 된 것.

워낙 낡은 집이라 고쳐 살기로 하고 하나하나 고쳐가면서 집과의 동거를 꿈꾸는데 예상보다 주인이 일찍 돌아오게 된다.

 

 그런 와중에 결혼 생활 중 사귀었던 여자 친구를 우연히 만났는데 그녀가 이웃에 살고 있어서 한결 위안이 되고 서로 좋은 관계를 유지해 나간다.

그래서 주인공이 혹시 함께 살 수 있지 않을까 꿈꿀 때는 '우아한'이라는 단어가 맞았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주인공의 생각처럼 동거를 선택하지는 않고 마지막 부분에서 바로 옆에 집을 짓는 것으로 결정이 나기는 하지만.

 

 잔잔한 내용의 책을 읽어내려가면서 내가 그 오래된 집을 고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작가가 지난 번에 읽은 책에서도 그랬던 것처럼 집의 구조나 건축과 관련된 부분을 전문가처럼 묘사해서 저절로 머리 속에 그 집의 그림이 그려졌다고나 할까.

제목처럼 우아한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사람 사는 일이 계획처럼 되지 않을 때가 많아도 또다른 행운이 어디에선가 찾아올지도 모르는 일이니 기분좋게 하루를 시작할 일이다.

책을 읽고 나서 마음 속에 슬그머니 미소가 지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