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베레스트의 진실'이라는 제목을 처음 보았을 때 무슨 이야기일까 고개를 갸웃 했다.
그런데 원제가 '치명적인 범죄'라는 걸 보고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다른 곳도 아닌 에베레스트에서 범죄가 일어난다면 그건 분명히 사람의 목숨을 위협하는 것이 틀림없으므로.
10여년 전 에베레스트 트레킹을 다녀왔다.
고산증과 체력의 한계를 느끼며 참 힘겹게 다녀왔는데 해발 8848m 정상까지 오르는데는 어떨까 감히 상상이 되지 않는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상업적인 등반이 성행하면서 돈만 주면 산소통 들어주고, 로프를 깔아주는 등 자신의 힘이 아닌 다른 사람의 힘과 기술에 의지해 에베레스트 등반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단다.
물론 돈만 있다고 그 등반이 성공하는 건 아니고 그 역시 목숨을 거는 일이기는 하지만.
그 상황에서 가이드를 잘못 만나 목숨을 잃은 볼리비아계 미국인 의사 닐스의 죽음을 파헤치는 과정과 그 비슷한 경우를 소재로 삼아 쓴 이 책은 읽으면서 정말 고개를 젓게 만든다.
다른 사람의 목숨을 유지시켜줄 장비를 훔치고, 엉터리 산소통을 팔고, 고객의 등반에 도움을 주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길만 가는 가이드 등등.
참으로 한심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산이라는 장엄한 자연 앞에서 인간이 얼마나 비루해지고 바닥으로 떨어졌는지를 알게 해 주는 책이다.
책을 읽는 내내 참담했다.
비록 그런 고산 등반을 하지는 않지만 산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자괴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 트레킹을 할 때 셰르파 대장은 우리에게 그런 제안을 했다.
돈을 얼마쯤 주면 무슨 일이 있어도 브로드 피크 정상에 올려줄 수 있다고.
그런데 그렇게 해서 오른 정상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에베레스트가 네팔과 중국 등 비선진화된 국가에서 등반을 해야 하기 때문에 그런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고 말한다.
유럽 알프스에는 제대로 된 자격증을 갖지 않은 사람은 가이드를 할 수 없단다.
몽블랑 트레킹시 가이드가 자랑스럽게 자격증 이야기를 하는 걸 들은 기억이 난다.
책을 읽고 나서 시장통처럼 변해버린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가 자꾸만 눈에 어른거린다.
'환경'이라는 이름을 걸고 등반하는 많은 등반대 역시 그를 미끼로 삼아 금전적인 이득을 취하고 에베레스트에는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도대체 어디에서부터 손을 대야 가능한 걸까?
가장 중요한 건 산악인들의 의식 아닐까?
답답한 마음을 품고 책장을 덮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