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삶은 관계였고 관계는 소통이었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고 내 옆의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는데 있음을 깨달았다.

지난 가을과 겨울을 보낸 ALWAYS 편의점에서, 아니 그 전 몇 해를 보내야 했던 서울역의 날들에서, 나는 서서히 배우고

조금씩 익혔다. 가족을 배웅하는 가족들, 연인을 기다리는 연인들, 부모와 동행하던 자녀들, 친구와 어울려 떠나던 친구들..... 나는 그곳에서 꼼짝없이 주저앉은 채 그들을 보며 혼잣말하며 서성였고 괴로워했으며, 간신히 무언가를 깨우친 것이다.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책을 읽었다.

세상이 아무리 각박하다고 해도 세상은 살 만하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라고나 할까.

잘 나가는 의사였다가 한 순간에 노숙자로 전락해 살던 사람이 편의점 주인의 파우치를 찾아주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런 이유로 편의점 알바를 하게 되고 거기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사연과 그들을 이해하게 되는 과정이라고나 할까.

바닥까지 떨어졌던 사람이기에 도리어 사람들을 이해하는 폭이 넓어졌는지도 모르겠다.

 

 편의점 주인이자 전직 고등학교 역사 교사, 단골손님으로 만나는 사람, 같은 알바생, 진상 손님들...

속을 들여다보면 모두 나름대로 애환이 있다.

그들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부족할 것일 뿐.

대화를 통해 마음을 나누려는 노력을 하면 대부분은 관계가 좋아진다고 말한다.

어쩌면 그 방법을 모르거나 알더라도 사용하기 쉽지 않은 것인지도 모르지.

 

 책을 읽는 동안 마음에 온기가 고였다.

코로나 시대에 이 책이 인기있는 이유를 알 것 같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다는 말이겠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꿔야 하지 않을까 생각을 하면서 손에서 책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처음 접하는 김호연 작가의 책을 찾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붕괴 직전의 현대 가족을 그린 장엄한 초상.'

미국의 고전이 될 것이라고 찬사를 받는 조너선 프랜즌의 장편 '크로스로드'라는 책을 읽었다.

'벽돌책'이라는 말이 들어맞을 정도로 800쪽이 넘는 부피에 생각처럼 내용도 속도가 나지 않는다.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덕분에(?) 한참 책을 잡고 낑낑거렸다.

 

 배경은 베트남 전쟁이 끝날 무렵인 1970년대 초.

미국의 가정을 이렇게 냉정하게 파헤칠 수 있을까 싶을 정도이다.

 

 교회 부목사인데 자신에게 상담을 청하는 여자 다른 마음을 품는 아버지,

한번 결혼했던 걸 숨기고 결혼한 어머니,

대학에 가서 여자 친구에서 빠져 베트남전에 자원했다 방황하는 큰아들,

자신의 외모에 대한 자신감으로 '공주병'에 빠진 딸,

그리고 천재이면서 아주 일찌감치 마약에 빠진 둘째아들,

아무 것도 모르는 막내까지 일가족의 일상이 눈에 보이듯 그려진다.

 

 책을 읽는 동안 사람의 심리를 너무 적나라하게 표현해서 때로는 소름이 돋았다.

내 마음을 누가 들여다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나 할까.

거기에다 베트남 전쟁의 당위성을 부정하고, 아메리카 원주민의 입장에서 그려나가는 작품은 긴 호흡으로 읽어가야만 한다.

다양한 이슈들을 다루면 산만해지기 쉬운데 크로스로드는 그런 면에서 짜임새 또한 좋다.

 

 제목 '크로스로드'는 교회의 동아리 같은 모임 이름이다.

크로스로드에서 봉사활동을 가면서 많은 사건들이 터진다.

살아 있는 것 같은 인물을 통해서 생생함이 그대로 전달되는 작품 크로스로드는 읽느라 힘이 들기는 했지만 작가의 역작이라는데 한 표 보탠다.

 

 

 

제목을 보고는 마음 한 켠이 불편했다.

누구든 마찬가지이리라.

세상에 편견을 갖지 않은 사람은 없을테니까.

다만 편견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을 해야겠지.

 

 저자가 들어가는 글에서 한 말이 떠오른다.

'우리 모두 편향의  피해자이자 가해자이다.'

맞는 말이다.

실제로 살아오면서 얼마나 많이 겪었나?

그리고 나도 또한 얼마나 많이 다른 사람을 편견을 가진 잣대로 판단을 했나?

 

 피부색, 외모, 性, 학력과 학벌, 나이, 직업 등등

우리가 자신도 모르게 판단을 해 버리게 하는 편견이 참으로 많다.

정말 무의식적으로 그런 판단을 내린다는 생각을 하니 스스로 부끄러워졌다.

 

 저자는 인도계 영국인이다.

여성이고.

이런 잣대로 영국에 살면서 본인이 직접 겪은 편견을 이야기하니 딱딱할 것 같은？K도 책이 술술 읽힌다.

 

 우리가 지금도 가지고 있는 편견 때문에 지구상에서 일어나는 많은 사건들.

고정관념이란 참으로 무서운 것이구나 생각하게 된다.

결국 인간이 편견을 갖고 판단을 한다는 인식을 한다면 조금이라도 세상이 나아지지 않을까 저자는 조심스레 말한다.

단언할 수 없지만 많은 사람이 편견에서 벗어나려 노력한다면 세상이 조금이나마 밝아지지 않을까 희망을 가져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