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고 치열한 요즘 세상에서 '한박자 느리게' 산다는 것은 그 순간 만큼 뒤쳐지는 것은 아닐까 싶기도합니다만.
언젠가 부터 느리게 걷기를 연습하고 있습니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의지를 가지고 연습하자 한것이 아니라 저절로... 저절로 그렇게 연습이 되고 훈련이 되고 있습니다)
지하철 시간표에 맞추기 위해, 깜박거리는 신호등에 맞춰 건너기 위해, 분주하게 출발하려는 버스를 잡아 타기 위해 예전처럼 허둥지둥 뛰어가지 않습니다.
신호등과 지하철의 속도에 저의 걸음과 삶의 속도를 맞추는 것이 억울해 보였습니다.
누가 누구의 걸음과 속도에 맞춰야 하는가 생각해보니 제 생각이 대견해 보입니다.
제 삶의 여러 만남들 가운데, 요즘 저에게는 시기적절한 "책"과의 만남이 설레고 반갑습니다.
7월을 여는 첫번째 책으로 저를 찾아와 준 이 책이... 요즘의 제 걸음의 속도와 너무도 잘 어울렸기 때문입니다.
(그저 다른 책에 소개되어 제목만 메모해 놓고 있다가 제게 가장 필요한 7월의 첫날 읽게 되었습니다.)
"잠자리에 들기 전 하루의 바쁜 호흡을 느리게 느리게 늦추면서 이러고 살아도 되는지, 급류에 빠진 사람처럼 살아도 되는지 나에게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느리게 좀 멀찍이 물러나보기도 하면서 살수는 없을까요. 마음에 한가함이 깃들도록 할 수는 없을까요...." - p45
"마중은 챙겨주는 마음이요, 당신의 애씀을 충분히 이해한다는 마음의 표현입니다. 사람을 마중나가는 일은 사랑을 알게 된 마음만이 시킬 줄 압니다...." - p57
"우리게게 필요한 것은 비껴 있는 시간입니다. 비껴 있는다 함은 한 발짝 물러선다는 뜻입니다. 물러선다 함은 뒤를 만들어 뒤를 본다는 뜻입니다. 말과 생각과 행동의 뒤를 살핀다는 뜻입니다." - p96
"나의 기도는 풍경을 떠올려 그 풍경이 내 마음속에 살게끔 하는 것입니다. 내가 떠올리는 풍경은...바람과 햇살에 빨래가 말라가는 풍경...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짐을 대신 들고 가는 풍경...밥을 푸는 풍경 등등입니다." - p265
느리지만 깊~은 저자의 한마디 한마디 한구절 한구절이 참 맑고 소박합니다. 책속의 한 구절이라도, 마음을 담은 한 구절이라도 적어 편지를 보내자는 시인의 바램이 몇초안에 적어 몇초안에 전달되는 문자메시지의 속도보다 더 소중하고 행복해 보입니다.
잘 될지는 모르겠지만, 내 마음의 소리에 천천히 귀 기울이며 느림보처럼 살고자 다짐해 봅니다.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무엇이 가장 소중한 것인지, 너무 빨라 놓치고 있었던 소중한 나의 풍경은 무엇인지... 느리게... 느리게...살펴보고 싶습니다.
"이 세상이 너무 신속합니다. 쉴 겨를과, 나란히 가는 옆과, 늦게 뒤따라온 뒤를 살려냈으면 합니다...느린 마음으로 살때 청량해 집니다. 이제 나는 더 청량한 곳으로 갈까 합니다..."
-시작하는 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