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 코를 들이대고 냄새한번 맡아보고 싶었네요.
지극히 "사람"다운 그들의 냄새가 슬그머니 배어 있지 않을까 싶어서요.
공지영씨의 유쾌한 문장이, 간결한 문체가... 책을 읽는 내내 저를 간지럽히는 것 같아 즐거웠습니다.
그때 나는 배웠다. 사람에게 입은 상처는 그 사람에게 다시 상처를 되돌려줌으로써가 아니라,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일로만 치유된다는 것을 말이다. p39
이 책에서 "사랑"을.."사람"이... 그게 뭔지 말하고 있지는 않지만, 되려 그것이 무엇인지 느끼고
배우고 생각하게 하는 매력이 있는 책이다 라는 생각이 듭니다. 무엇엔가 목표를 두고 살아간다는
것...그냥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것인지도.
"노고단 산장에 처음가서 내가 호롱불을 만들어 현관에 달아놨어요. 근데 작은 호롱불빛이말이야.
멀리 화엄사 입구에서도 보여.등불이라는 게 그렇더라고. 어둠속에서 헤메던 사람들이 그걸 보고
찾아오는 거야...그의 말대로 빛이라는 게 그렇구나..작은 일도 지극해지면 생명을 살리는 등불이
되는 구나. 장명등. 그것이 그의 삶이었다. p58
"어떻게 장작은 패놓았어? 이제 곧 추워질텐데?"
"거 아주 추워지면 되는 걸 왜 오늘 같이 좋은 가을, 좋은 거 보기도 아까운 때에 그런 걱정을 하고
지랄이니?" p66
월세가 아닌 연세 60만에 일년을 살고, 더 많이 가지게 될까봐 걱정하여 무한정 남주고 퍼주고
살아가는 소박한 사람들. 더 많이 가지려 하는 사람들이 결코 가질 수 없는 무한자유와 소박한
인심, 깊~은 사랑과 향긋한 흙냄새들. 그들은 그렇게 살아가고 있더라구요.
가장 인상 깊었던 구절입니다.
"이곳에 온지 10년, 무엇이 변했는지 한번 돌아보았죠... 시간, 시간이었어요. 서울에서의
시간은 내 것이 아니었는데 이곳에서의 시간은 내 것이예요. 이게 제일 큰 변화더라구요..
조각을 하고 싶으면 하고, 팥빙수를 팔고 싶으면 팔고 가게를 닫고 몇개월씩 순례를 떠나고
싶으면 떠나죠. 지리산은 참 이상해요. 누가와도 어울려요..." p268
과연 지금 나의 시간은 누구의 것이며, 나의 인생은 누구의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