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를 사랑하시는 어느 큰~형님(?)께서 그리스 로마 신화와 철학에 대한 책들을 작정하고 읽어보기를 권유해 주셨습니다. 역사와 철학에 전혀 관심과 흥미가 없었던 저로서는 이번을 전기로 삼아 먼저 그리스 로마 신화 읽기에 나서보려고 합니다.
그리스 로마신화를 본격적으로(?) 읽기에 앞서 이른바 맛보기 책으로 고른 것이 바로 이 책입니다. <최고의 신화학자 이윤기가 들려주는 고대 그리소의 신화, 역사, 철학이야기>라는 부제가 달려 있습니다.
신화와 역사가 지금 우리의 현장에서 어떻게 고스란히 반영되고 그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지, 수퍼맨 이야기로 시작되는 <페르세우스, 뉴욕에 나타나다>라는 들어가는 글에서부터 알기 쉽게 소개됩니다.
“독자들 중에 이들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들은 없겠지요?” 라는 저자의 물음들에 부끄럽게도 매번 손을 들어 “저요!”라고 대답해야 했지만, 신과 사람 그리고 신인들의 이야기가 이제는 익숙해진 ‘스토리텔링의 힘’으로 재미있고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신화, 그 이야기들이 이렇게 흥미를 가져오고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이었는지, 그것이 지금 우리들의 이야기들에 든든하고 강력한 밑바탕이 되고 있었는지를 이 나이에서야 알게 되네요. (책을 읽는내내 우리 아이들에 들려줘야지, 어서 읽게 해야지 하는 생각을 여러번 하게 되었습니다)
맛보기 삼은 이 책을 통해 얻은 기대감과 흥미로움을 안고 뒤늦은 <그리스 로마 신화> 읽기에 열심히 뛰어들어 볼랍니다.
올리브 나무에 얽힌 아테나 여신 이야기는 신화에 지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미화 1달러짜리 지폐에는 그 신화가 현실이 되어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신화적 현실’입니다. ‘신화적 현실’은 현실이 아닌데도 또 하나의 현실로 존재하고 있는 것입니다. 남의 나라 고대 신화를 알아야 하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p.146
내가 보기에 프로테우스는 바다의 속성뿐만 아니라 ‘신화’ 자체의 속성도 상징하는 것 같습니다. 지혜로운 바다의 신 프로테우스는 꼭 신화같습니다. 프로테우스가 몸 바꾸기의 도사이듯이 신화도 몸 바꾸기의 도사입니다. 신화의 의미를 알아내기 위해서는 우리도 신화를 타고 눌러야 합니다. 사슬로 붙잡아 우격다짐으로 다그쳐야 신화는 저의 본모습을 보입니다. 프로테우스에게 삶의 비밀을 묻는 일은 신화에게 우리 삶의 길을 묻는 일입니다. p.253
기억해야 할 것이 또 있습니다. 신약성서를 최초로 기록한 언어는 ‘헬라어’, 즉 고전 그리스어라는 사실입니다. 나는, 신약성서에서 그리스 신화, 특히 디오뉘소스와 오르페우스 신화의 잔영이 어른거린다고 하지는 않겠습니다. 하지만 언어는 존재의 그릇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나중에 신약성서라는 존재의 그릇이 된 고전 그리스어는 일찍이 그리스 신화라는 존재의 그릇이기도 했습니다. 나는, 신약성서를 내 식으로,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읽는 자유를 오롯이 누립니다....p.2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