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표지에 책제목 아래에 보면, 이렇게 되어 있네요.
장왕록 지음 . 장영희 엮음
아버지의 갑작스런 사고사로 인한 슬픔에서 헤어나와 마음을 추스리고, 그 아버지의 글들과 아버지에 보내는 편지, 추모사들을 딸이 엮어 만든 책입니다.
지금은 장영희 교수마저 오랜 투병 생활을 거쳐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그녀의 책을 통해 여러번 소개되어 알고 있었지만, 그녀의 아버지 장왕록 박사는 우리나라 영문학자와 번역가로 널리 알려지신 분입니다. 한국영어영문학회 회장을 지내셨고, 학계에 여러 공로와 작품으로 다수의 수상을 하기도 하였지요.
딸과 아버지의 글을 연이어 읽게 되는 것도 남다른 느낌을 갖게 됩니다. 삶의 진지함과 학자로서의 열심, 배우고 가르치는 일에 대한 열정. 딸은 아버지로 부터 참 많은 영향을 받았구나 싶습니다.
같은 분야의 학자로서 교수로서, 아버지와 딸의 모습으로 영향을 주고 받는 것도 참 멋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분들의 모습을 닮고자 한다면, 그 열쇠와 해답은 먼저는 아버지인 내게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러한 생각으로 읽어간 아버지 장왕록 박사의 글속에서 학자로서의 풍모보다는 더 크고 웅장한 아버지의 존재를 느낍니다. 아버지의 글속에서 딸의 말투가 느껴지고 딸의 글속에서는 아버지의 향기가 풀풀~드러납니다.
'책'보다 더 많은 것을... 두 '사람"을 통해 배우게 됩니다.
모습과 말하는 것은 닮은꼴이지만 아버지의 재능, 부지런함, 명민함을 제대로 물려받지 못한 저는 아버지가 하신 일, 아버지가 하시고 싶으셨던 일까지 모두 닮고 싶어 아버지가 보셨던 것과 똑같은 강, 똑같은 하늘, 똑같은 길을 보며 아버지를 생각합니다.
떠난 사람의 믿음속에서, 남은 사람의 기억속에서 삶과 죽음은 영원히 연결되어 있습니다. 다시 뵐때까지 아버지의 믿음을 기억하며 성실하고 부지런하게, 그리고 용기있게 살아가겠습니다.
내일 뵈요, 아버지
-p. 29...20년 늦은 편지 -장영희
나는 실체감이 있고 행동감이 있는 아호가 내게 어울릴 것이라는 생각이 새삼 떠올랐다. 그러한 생각을 가지고 모색한 끝에, 앉아서 명상만 하는 것보다는 걸으면서 생각하는 쪽이 낫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렇다. 걷고 또 걸어야 한다. 현세에서는 물론이고 내세에 가서도 그렇게 걸어야 한다. 그래서 나는 '우보'라는 아호를 정하게 되었다.
- p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