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 발명, 발견 뒤에 숨겨진 이야기라는 부제의 책이 4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이기에 우선 부담이 되긴 한다. 그러나 사물 인터넷 개념과 용어를 처음 창안한 분의 책이라 분량과 함께 내용 역시 매우 참신하리라는 선입견이 이 책의 가독성의 효과를 준다.

창조란 지금까지 없던 것을 만들거나 발견해 내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으리라.

그러나, 내가 요즈음 읽었던 어떤 책에서는 진정한 의미의 창조란 없다는 것이다.

우리가 창조라고 부르는 것들은 사실, 기존에 있는 것들을 취합하고 서로 모아서 기능을 추가하는 정도의 것들이라고 설명해 주었다.

그러나, 하늘을 나는 비행기나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고 있는 전기 등을 생각해 보면, 창조란 세상에 없던 것을 처음 있게 하는 행위라고 하는 것이 더 설득력이 있는 것 같다.

이 책에서 모차르트의 예를 들면서, 타고난 천재는 존재하지 않으며, 창조는 마법과 같이 한 순간에 생기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의 노력과 경험에 의해 탄생한다고 설명해 주고 있다.

이 책에서는 우리의 눈과 정신 사이에는 선이 존재하는데 이 선을 개방하는 것이 창조라고 설명한다. 그의 예로서 로빈 워런이 발견한 헬리코 박터 파일로리 박테리아의 경우를 설명한다. 우리는 모두 ‘무지의 맹시’현상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즉, 우리들에게는 자신이 보고 싶지 않은 대상, 보기를 기대하고 있지 않은 대상이나 무관심한 대상은 보려고 하지 않는 성향이 있다는 것이다.

즉 눈으로 보이는데도 뇌에서는 인식하지 못하고 그냥 지나쳐버린다는 것이다.

이것이 곧, 눈과 정신 사이에는 선이 존재한다는 증거다.

우리들은 보는 것을 다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창조를 하는 사람들은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 비하여 더 많은 부분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그러나, 창조는 선천적으로 지능이나 기능을 타고 나는 것이 아니라 누구든지 동일한 자질을 가지고 태어난다는 것을 이 책에서는 여러 가지의 자료와 증거를 제시하며 설명해 주고 있다.

창조성은 ‘무지의 맹시’ 성향에서 큰 방해를 받는다.

그러므로 창조를 하기 위해서는 초심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초심은 선입견없이 모든 것을 현상 그대로 보는 시각을 가진다는 뜻이다.

어떤 고정 관념을 가지고 사물을 본다면, 위에서 살고 있는 헬리코 박터 파일로리 박테리아처럼 놓친다는 것이다.

창조성은 호기심을 유지하는 것일 수도 있다. 사물과 현상에 대한 무한한 궁금증과 신선한 관심이 창조의 출발이 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창조는 우리의 본성이라고 선언한다. 우리는 모두 창조적인 가능성으로 태어났다는 것이다.

이 책의 실제 저자이신 이 중표목사님은 소천하신지 만10년이 되었다.

이 책은 고인이 되신 목사님이 살아 계실 때 쓴 [나는 죽어도 행복합니다]의 개정판이다.

이 목사님은 ‘별세 신학’으로 유명하다. 일명, ‘죽음의 신학’이다.

그 의미를 잘 알지 못하고 ‘죽음의 신학’이라는 표현은 ‘신은 죽었다’고 하는 ‘사신신학’을 의미하는 것처럼 생각할 수도 있는 말이기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원래 이 목사님은 ‘별세 신학’을 말할 때, ‘자기를 부인하고 그리스도와 연합하여 새로운 삶을 살 것을 의미’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 의미가 확대 재생산되어 자칫 염세주의나 삶을 폄하하고 죽음을 예찬하는 정도로 오해한 것에 안타까움을 드러내셨다. 그러면서, 사는 것도 영광이요, 죽는 것도 영광이라고 별세신학의 철학을 정립하셨다.

보통의 신앙인들은 사는 것은 영광으로 생각하지만, 죽는 것은 영광으로 보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 목사님은 죽음이 영광이라고 정리하셨다.

이 목사님은 담관암 4수로 치료를 받으면서, 명실상부한 별세 신학의 진면목을 직접 체험한 것이다.

사실, 별세 신학의 근저를 신학적으로 조감해 보면, 별세 신학의 원조는 예수님이시다.

예수님은 자기를 부인하고 십자가를 지라고 하시면서, 누구든지 자기 목숨을 구하고자 하는 사람은 잃을 것이요, 예수님 때문에 자기 목숨을 잃으면 구해 주신다고 약속해 주셨다.

그리고, 사도 바울은 스스로 ‘날마다 죽노라’라고 선언하였다.

예수님과 바울의 계보를 잇는 연장선상에 이 목사님의 별세 신학이 정립된 것이다.

이런 맥락으로 본다면, 예수님의 삶과 바울 사도의 삶을 따라가는 삶이 곧 별세 신학인 것이니 얼마나 귀하고 영광스러운 신학인가?

내가 펄펄 살아 있는 것은 신앙적이 아니다.

나의 자존심이나 이익, 편리, 안일 등을 부인할 때 진정한 별세 신학은 존재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기는 것이다.

심지어 주기도문 속에서도 별세 신학의 의미를 깨달았던 것이다.

‘주기도는 너를 죽이는 기도이다. 기도를 드릴 때마다 너를 죽이고 예수님을 닮게 하는 기도이다(58p)' 결국 주기도는 순교자가 되는 기도라고 깨달은 것이다.

우리의 삶을 별세 신학으로 대체해 놓으면, 가장 성경적인 삶의 내용이 된다.

저자 목사님은 담관암 4수로 치료를 받으면서 암은 이겨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 하늘나라에 들어 갈 때까지 친구처럼 지내야 할 사이임도 알았다고 한다.

진정으로 예수님과 함께 누리는 삶은 예수님과 함께 죽을 때 얻게 되는 축복임을 별세 신학은 가르쳐 준다.

하늘과 땅의 경계를 넘나들며 밤하늘에 유성처럼 긴 여운을 남기고 사라지는 별빛이 생각난다. 사건이 일어난 장소와 때는 ‘1998년 무더운 8월, 경기도 연천리 북삼리의 자갈밭’이다.

누가 봐도 특별할 것도 없고, 이상할 것도 없다.

그러나 저자인 영복과 요정에게는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운명이 되었다.

두 사람은 바람이 불듯이 정말 우연하게 그러나 희귀하게 만났고, 너무 귀하고 아름답기에 이 땅에서 누릴 수 없는 하늘의 사랑을 했을 것이다.

모닥불을 앞에 두고 눈빛만 교환했던 그 애틋한 하룻밤이 남의 일 같지 않다.

이 책에 있는 이야기가 지어낸 이야기인지 알지만 꼭 실화 같은 착각이 든다.

이 책을 쓴 작가는 문단에 등단하지도 않은 아마추어 작가다.

꾸미기에 서툴고, 짓기에 이력이 없기에 프로 작가들처럼 픽션에 능하지 않을 것을 감안한다면 이 이야기는 실화에 더 무게가 실린다. 이처럼 아름다운 로맨스를 이렇게 사실감과 구체적으로 쓸 수 있으려면, 직접 경험하지 않고는 불가능하리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공감을 하고 읽으니 내 이야기처럼 가슴이 미어지고 통증이 온다.

진심으로 사랑하고 아끼기에 마음으로만 애틋하게 다가서는 모습이 짠하게 생각된다.

그렇게 운명적으로 만나고 2년이 지난 후에, 영복이는 그토록 사랑한 요정의 유골함을 들고 그 유골을 뿌리러 가는 모습은 차마 글로도 읽을 수가 없다.

글을 읽는 내가 이 정도인데, 당사자인 영복의 마음은 어땟을까?

결국 마지막 한 주먹 남은 뼛가루를 입 안으로 삼키면서, ‘우리는 언제나 함께 하리라’는 다짐은 가슴을 무너지게 한다.

감정적이며 표피적이고 육적인 사랑 놀음만이 판치는 세상에서 이런 순수한 사랑을 만나니 신선하기만 하다. 소설의 배경이 된 1998년도는 지금보다는 메일이나 문자들로 의사를 교환하는 문화가 활성화된 시절이 아니기에, 이 책에 소개된 손으로 쓴 편지가 정겹고 반갑기까지 하다.

영복이에게 남겨진 요정이의 이별 편지가 읽는 나에게도 큰 슬픔과 아쉬움을 준다.

요정이가 백혈병에서 나아서 영복이와 정상적으로 결혼을 하여 부부로 살았으면 얼마나 행복했을까를 생각하니 작가의 글이 잔인하게 생각되기도 한다.

내 입장이 영복이라면 나는 요정이를 어떻게 사귀었을까 상상해 보기도 한다.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것은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운명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운명적인 만남이라는 말이 있는가 보다.

모처럼 잔잔한 감동과 깊은 여운을 남기는 좋은 책을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