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가 자신의 딸에게 주는 위로와 격려의 글, ‘딸에게 주는 레시피’

소설가라는 직업을 떠나 어머니로서 딸에게 들려주는 따뜻한 조언들을 정리해 놓은 책이다. 인생의 선배로서 같은 여성으로서 가장 잘 통할 수 있고, 이해할 수 있는 음식의 레시피를 이용했다는 것이 압권이다.

 

그냥 말로 하는 것 보다 훨씬 자연스럽고 공감하기 쉬운 소재선택이 역시 작가다운 센스라고 생각된다. 소설가로 살아 가다보면 어머니로서의 역할이나 소임에는 부족을 느낄 때가 많았을 것이다.

 

그런 부족과 아쉬움을 이 책을 통해 가장 효과적으로 전하고 있다고 보여 진다.

이 책에는 총 27편의 음식이 소개되고 있다. 1부 걷는 것처럼 살아, 2부 우리가 끝내 가지고 있을 것, 3부 덜 행복하거나 더 행복하거나의 소제목으로 분류하여 각 9가지의 음식들을 상황과 경우에 맞게 소개해 주고 있다.

 

각 레시피마다 상황이 설명되고 그 상황에 맞는 음식이 소개되는 방식이다.

역시 작가답다. 이런 상황을 팁으로 만든다는 것이 보통 사람으로는 불가능하다. 예를 들면, [기분 나쁠 때는 마시지 않는다 - 술 마신 다음 날엔 두부 탕] 식이다.

 

이 제목도 하나의 걸작이다. ‘기분 나쁠 때 마시지 않는다’는 분명 작가인 자신의 경험에서 얻은 지혜일 것이다. 나는 술을 마시지 못해서 술을 마시는 분들의 기분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나 이 제목을 보니 그렇겠구나 생각이 든다.

 

술도 하나의 음식인데, 기분이 나쁘고 속이 상했을 때 마시는 술은 우리 몸속에 들어가면 어떤 결과를 나을까 생각해 보니, 기분 나쁠 때는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 전적으로 공감이 된다.

 

자연스럽게 술 이야기가 나왔으니, ‘술 마신 다음 날엔 두부 탕’이라는 속 풀이 음식이 소개되는 것이 요철의 짝처럼 절묘하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니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이런 스타일로 가르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예를 들면, 공무원의 부모들은 자신이 담당하는 일과 연관된 것들을 매칭시켜 교육과 조언을 하고, 장사를 하는 분들은 장사와 연결하여 가르치면 가장 실속이 있고 이해하기 쉬운 내용이 될 것이라고 생각된다.

 

작가는 이 책에서 음식처럼 소화되기 쉽도록 자신이 살아 온 삶과 해 주고 싶은 말들을 할머니들이 무릎에 뉘어 놓고 손자에게 들려주는 옛날이야기처럼, 나직하고 자상한 톤으로 조곤조곤 이야기해 주니 거부감도 없고 귀에 쏙쏙 들려주는 아름다운 그림이 그려진다.

 

딸에게 들려주는 엄마의 조언이 자연스럽다. 작가다운 발상이 이채롭고 신선하다.

고래, 포유동물 중 가장 몸집이 크고 중량이 많이 나가는 바다 젖먹이동물.

지구상에는 약 100여 종의 고래가 서식하고 있다고 한다. 이 책은 남방긴수염고래를 기다리는 오스트레일리아 섬 어린이의 간절한 바람이 담겨 있다.

 

지금 이 고래는 멸종 위기 동물로 지정되어 보호되고 있다고 한다.

이 고래는 무려 100여년 까지 생존을 하는데, 사람들은 기름과 수염, 혓바닥고기와 혀를 얻기 위해 고래를 사냥하여 거의 멸종 단계에 이르러 이제는 희귀 동물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는 형편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무자비하게 포획당하는 고래는 3년에 한 번 단 한 마리의 새끼를 낳기 때문에 개체 수가 급감하면 개체 수를 늘이기가 어렵다고 한다. 고래는 먹이 방식에 따라 이빨고래와 수염고래로 나뉜다고 한다. 즉 먹이를 이빨로 통째로 삼키는 것과 바닷물을 빨아들여 작은 고기나 플랑크톤 등을 입천장에 난 가늘고 뻣뻣한 수염으로 걸러 먹는 것으로 구분한다는 것이다.

 

수염고래는 이빨고래보다 더 몸집이 크다고 한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남방긴수염고래 역시 바닷물을 빨아들여 작은 물고기들을 걸러 먹는다고 한다. 이 고래는 여름에는 남극에서 살다가 겨울이 되어 남극에 얼음이 얼면 따뜻한 오스트레일리아 해변이나 남아프리카나 남아메리리카의 해변으로 돌아온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울산 반구대의 암각화를 보면 오래전부터 고래잡이가 이루어졌다고 한다.

이처럼 우리와 오래전부터 살아 온 고래가 이제는 바다에서 발견하기가 어렵게 되었고, 이 책의 소년은 꿈에서 고래가 부르는 소리를 듣는다.

 

그렇게 항상 소년을 부르던 고래는, 이 책의 결말부분에서는 새끼를 데리고 오는 것으로 책은 끝난다. 고래가 부르는 소리는 어른들의 귀에는 들리지 않는다. 그리고, 고래는 자기들을 잡고 죽인 어른들을 미워하거나 원망하지도 않는다.

 

‘우린 괜찮아’라고 말하는 것을 읽으며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지구상에서 가장 큰 몸집을 가진 고래이지만 우리들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무참히 희생당했다. 그럼에도 그들은 여전히 우리를 사랑하며 기회가 되면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우리 곁에 돌아온다.

 

이 책은 오스트레일리아 태즈매니아에서 가족과 함께 살며, 글과 함께 그림도 그리면서 이 예쁜 그림책을 만들었다. 그녀가 사는 곳은 남방긴수염고래가 새끼를 낳는 곳이기에 우리들보다 더 자주 그리고 가까이에서 고래를 보는 행운을 가진 사람이다.

 

그리고 그녀는 고래를 볼 때마다 고래 사냥을 한 사람들에 대한 죄책감도 더 많이 느꼈을 것이다. 그러기에 이런 책을 짓고 생생한 그림을 그릴 수 있었을 것이다.

‘이젠 그만 돌아와, 안심하고’ 말해 주고 싶다.

 

 

 

 

 

2000년대의 우리나라 문학을 평론하는 책이다.

이 책을 저자는 스스로 문학 밖의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문학평론가로 정식으로 등단하지도 않았고, 학위도 없으며, 문단 안에 적을 둥 적도 없다고 말한다.

 

더군다나 문학을 직업으로 삼지 않았으며, 문학은 부끄러운 이름이기고 하다고 자술한다. 문학에 대하여 왜 부끄럽다고 하는지 그 이유는 밝히지 않고 있다.

이 책은 평론집이기에 내개는 약간 무겁게 다가왔다. 그러나, 이런 특이한 이력을 가진 분이 쓴 평론집이기에 누구에게도 구속받거나 눈치 보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문학을 객관적으로 그리고 공정하게 잘 평론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글 뿐 아니라 무엇이라도 평가하기 위해서는 선입견이 없어야 하고, 이 책의 저자와 같이 평가하는 일에 이해관계가 전혀 없는 사람이 평가하는 문제에만 치중하여 사심 없이 평론했을 때 비로소 그 평론의 신뢰성이 확보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저자는 주로 2000년대 초기에 써 놓은 평론들이기에 지금으로서는 현실감이 떨어지고 문학 환경이 많이 달라진 관계로 시의에 적절하지 않는 글들이라고 양해를 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기우와 우려는 내게는 해당사항 무다. 어차피 문학의 흐름에 대하여 문외한의 입장이고, 시대 상황 같은 것에 무지한 나로서는 그 때의 이야기인지 지금의 상황인지 분간하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알더라도 어차피 모르는 문제를 새로 아는 것이기에 크게 상관할 게 없기 때문이다.

 

원래 평가하거나 평론하는 입장에 있는 사람들에게 요구되는 것은 따뜻함보다는 냉정한 시선이다. 이 책의 저자 또한 이 책에 소개한 모든 평론에서 다분히 냉소적인 시선으로 일관하고 있음을 알 수가 있다.

 

최근에 발생한 모 작가의 표절문제와 관련하여 지나친 상업주의가 질타를 받은 바 있지만, 이미 저자는 10여 년 전에 이런 문제점을 예리하게 지적하고 있다. 특히, 여성 작가들의 글들을 평론하면서 자주 자신들의 신분을 요구하면서도 남성지배적인 사고방식을 수용해버리는 이율배반적인 태도에 일침을 가하고 있다.

 

언제나 평론의 글들을 읽으면서 나는 항상 그런 글들을 쓰신 분들을 존경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평론을 쓰시는 분들의 지적 탐구욕이다. 어느 작가가 쓴 어떤 글 한 줄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그 작가가 쓴 다른 작품의 배경과 생각의 틀까지를 폭넓게 색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약간의 아쉬움이 있기도 하다. 이것은 저자의 문제라기보다 개인적인 욕심에 기인한 문제다. 어차피 저자는 자신의 관심과 시간의 한계로 인하여 일부 작가의 글들을 평론할 수밖에 없었으리라는 불가피성을 인정하면서도, 작고한 최인호작가에 대한 평론이 많이 궁금하기 때문이다.

 

나는 이 한 권의 책을 통해 2000년대의 문학의 사조와 흐름, 이 책에 소개된 작가들의 의식의 구조들을 나름대로 파악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