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가 앓았던 췌장암 3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고 정처 없이 떠난 여행.

그리고 가혹한 병마로 남자다움까지 잃어버린 삶이었다고 고백한다.

저자는 태어 날 때부터 어렵게 태어났다.

 

그와의 여행은 이미 세상에 태어나기 전부터 그에게는 운명과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그는 유복자로 태어났다. 아버지는 결혼 전에 이미 폐결핵 보균자인체로 그 사실을 숨기고 결혼을 했고, 결혼 3개월 만에 타계했다.

 

그는 이런 여건에서 외할머니의 손에 맡겨져 양육을 받게 되었다.

어머니는 이런 충격적인 사실 때문에 자신을 맡기고 일본으로 유학을 떠났기에 소년은 늘 외로움을 친구로 삼고 자랐다.

 

외할머니는 유독 여행을 좋아했고, 그 할머니를 여행을 따라 다니기도 했다.

그가 소학교 3학년일 때, 할머니를 졸라서 의상디자인을 전공하여 만주 다렌에서 살고 있는 어머니를 찾아 갔는데 그 것이 이 분에게 첫 여행인 셈이다.

 

그리고 그는 누구에게도 배운 적이 없지만, 이 책의 삽화를 그릴만큼 그림도 잘 그렸다.

의사가 선고한 3개월 시한부로 떠난 여행은 이십년이 훌쩍 지났으니, 그 어렵다던 췌장암을 극복했다고 볼 수 있다.

 

그가 정의하는 여행은 헌 옷을 벗고 새 옷으로 갈아입는 것과 같고, 새롭게 태어나는 축복과 같은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안전한 생활에서 긴장감이 흐르는 세계로, 편리한 환경에서 불편한 환경으로 스스로 낮아지는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저자의 경우에는 의사가 고칠 수 없는 암을 고칠 수 있었으니, 옛사람은 죽고 새사람으로 다시 태어난 것과 같은 의미라고 이해가 된다.

암에는 스트레스가 가장 좋지 않기에 스트레스를 피하라고 조언했다.

 

스트레스는 가장 가까이 생활하는 가족 같은 이들에게서 받기 쉬우므로, 여행을 적극 권고 받았다고 한다. 그리고, 치료를 위해서는 웃음이 특효약이니 하루에 일부러라도 열 번씩 웃으라는 처방도 받았다고 한다.

 

그러므로 그의 여행은 투병여행이요 치료의 여행이었다.

그리고, ‘자신을 찾는 길’이라고 정의한다. 기독교 대학의 교수이며 크리스찬인 자신이 큰 스님을 만나서 선을 배우기도 하고, 고요한 산사에서 생활하면서 자연의 정기도 받으면서 삶의 질과 깊이를 더하기도 하며, 스펙트럼을 한 없이 넓히기도 한다.

 

그리고, 여행에서 제6감도 발견하고, 늘 깨어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고도 한다.

그만큼 삶의 내용이 깊어지고 새로워졌다고 생각된다. 그러면서 시와 여행, 종교는 긴밀한 연관이 있음을 설파하기도 한다.

 

 

크메르 루즈, 내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는 캄보디아로 외웠던 나라를 전복시키고 공산화시킨 집단의 이름이다. 그들은 혁명을 하여 캄보디아를 삽시간에 초토화시켜 버렸다.

우리가 기억하기로는 그들의 손에 의해 잔악하게 희생당한 사람들의 숫자가 그 당시 인구의 삼분의 일이라고 알려지고 있다.

 

이 책은 1인칭 라미라는 일곱 살 난 소녀의 눈으로 본 것들을 쓴 소설이다.

그 소녀의 아버지는 왕손으로서 외국 유학을 한 인텔리었고, 그는 외제 차를 타고 다녔다.

그리고 많은 하인을 거느리고 살았고, 프놈펜에서 멀지 않은 곳에 별장을 소유하고 별장지기에게 맡겨 관리할 정도로 최상급의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유명한 시인이기도 했다. 그런 식자들은 혁명군들에게는 위협적인 존재였기에 처형을 당했다. 이 책의 주인공인 라미가 가장 존경하고 사랑을 받던 아버지를 잃고 그의 가족은 재산을 한 순간에 다 빼앗기고 끝내는 강제 노역에 동원된다.

 

그런 우여곡절을 겪으며, 어린 동생은 말라리아로 죽고, 어떤 가족은 정신 이상자가 되거나 자살을 하는 등 다 죽고 마지막까지 남은 사람은 이 책의 저자인 라미 혼자였다.

이 책은 소설이지만 꼭 픽션 같은 느낌이 들게 한다. 그만큼 작가는 사람들이나 상황들에 대하여 냉정하고 담담하게 구체적으로 그려 놓았다.

 

그리고 그 참상을 실제로 당하고 경험한 입장에서 주관을 철저히 배제한 체, 철저히 객관적인 시각과 위치에서 기록해 놓고 있기 때문에 이 책은 더 진정성을 확보하고 있고, 사실성이 부각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작가는 시인인 아버지에게서 감성적으로 큰 영향을 받고 자랐음을 이 책에서 인용한 여러 시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큰 역사의 흐름 속에 삼촌 가족과 함께 해체되고 몰락되는 과정의 기록이 자칫 감정의 과잉으로 흐를 위험이 있으나 작가의 냉정한 이성이 이를 잘 방어해 주고 있다.

이 책에서 소개한 사람 중 아버지의 이름은 실제 이름이며, 다른 사람들의 이름은 모두 지어낸 이름이라고 설명해 준다. 저자는 ‘픽션과 재구성, 그리고 기억만으로는 불충분한 부분들에서는 상상을 택했다(527p)’고 말하고 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이 이야기는 캄보디아의 이야기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직은 동지들을 살려 줄 것이고 도와 줄 것이다’는 혁명군들의 구호가 어디서 익히 들어 본 귀에 익숙한 말들이었다.

 

그러면서, 강제수용소에 쳐 넣고, 어린 아이들도 구덩이에 몰아넣고 구덩이를 파고 흙을 나르게 하는 중노동을 휴식도 주지 않으면서 시키면서, 죽도 배 불리 주지 않고 일만 시키다가 쓰러져 죽으면 그냥 흙으로 덮어버리는 후안무치하고 표리부동한 행동을 보면서 공산주의의 실체가 얼마나 허구인지를 재확인할 수 있었다.

 

이 책을 통하여 말로만 듣던 크메르 루즈의 참상을 구체적으로 알게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면 롤러코스트를 생각하게 한다.

우리의 삶이 다 그렇지만, 저자의 삶은 장애물 경주와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려운 가정환경으로 그의 어린 시절은 남다르다. 부모님이 그를 떼어 놓고 가출하는 묘한 상황을 맞게 되고, 누나로부터 간신히 주소를 알아 낸 후 달랑 그 주고만 가지고 부모를 찾아 나서는 것부터 그의 인생의 출발은 순탄치 않음을 예상하게 한다.

 

그 당시는 덜 했겠지만, 스펙을 따지는 세태 속에서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세상을 살아가게 되니 그 과정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웠을지는 상상이 간다.

그러나 그는 현실을 피하기보다는 솔직히 인정하고 용감히 부딪히는 방법을 택했다.

 

90년대 그는 대학교 전자공학과에 다니는 친구로부터 컴퓨터에 대한 지식을 얻어 듣고 컴퓨터 전문가가 되기로 결심하고 컴퓨터를 가르치는 직업기술학교를 다니면서 낮에는 컴퓨터 조립기술을 활용하여 컴퓨터를 팔면서 밤에는 컴퓨터에 대한 공부를 겸하는 주경야독의 생활을 하게 된다.

 

그러나 그는 단순히 컴퓨터를 파는데 그치지 않고, 컴퓨터판매와 함께 사무자동화프로그램 영업을 했다. 단순한 컴퓨터를 파는 게 아니라 그 컴퓨터를 실생활에 응용하는 편리함을 접목시키니 그는 일약 스타처럼 대우를 받게 되었고, 엄청난 판매 실적을 올릴 수 있었다.

 

그리고, 그는 나중에 컴퓨터 독서 출판과 아동 교육사업, 영어 교재 출판사를 거쳐 세이펜에 이르기까지 승승장구하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그의 삶은 결코 평탄하지 못했다.

컴퓨터 판매와 연결하여 유지 보수 업무를 개발하여 그가 소원하던 돈을 한 참 많이 벌어들이긴 했지만 업무의 폭주로 인하여, 나중에는 심신이 피곤해서 자기를 찾는 전화를 거절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는 이제 돈을 많이 벌기 보다는 평범한 회사에 들어가서 일정한 업무에 일정한 보수를 받는 안정적인 생활을 하고 싶었다. 그런 그에게 고향 선배 회사의 지인의 소개로 전산관리를 맡아 달라는 부탁과 함께 그 당시 대졸자 초봉이 5~60만원 정도였는데, 500만원이라는 파격적인 조건의 제안을 수락하고 그 회사에 입사를 하게 된다.

 

그러나, 그 회사 사장의 꼬임에 빠져서 그 회사의 바지 사장이 되었고, 기업형 범죄에 연루되어 40억원의 부도 책임을 지고 구치소에 수감을 당하게 되어 한 순간에 전과자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러나, 그런 상황 속에서도 그는 현실을 피하기보다는 정면 돌파하는 방법을 택하여 무죄를 인정받았다.

 

또 그 사건을 계기로 강남경찰서 사건 처리 전산 구축 프로그램 제작을 의뢰받는 전화위복의 계기를 삼은 것이다. 그는 바닥까지 내려가고 죽음을 생각하는 단계까지 추락했지만, 열심히 살고 성실이만 한다면 반드시 성공할 수 있다는 일념으로 살아 온 것이다.

 

지금 청년들의 실업이 사회 문제가 될 정도로 심각하다. 그 중에는 못 배운 것 때문에 절망하는 사람들도 부지기수일 것이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에게는 분명 핸디켑이 될 것을 저자는 지렛대를 삼아서 높은 세상의 편견의 담을 뛰어 넘는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

[결핍이 성공을 만든다]는 저자의 좌우명이 이 책 전편을 관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