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란 무엇인가?

이 책을 펼치면서, 사랑의 본질이나 실체에 대한 정의를 기대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말해서 이 책은 그 해답을 제시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그런 기대를 저버린 이 책은 실패한 것인가?

그러나, 내 생각은 그 반대다. 이 책은 결국 제목을 벗어나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쓴 저자는 ‘사랑의 과정을 통해 독자들이 한 번쯤 진지하게 생각할 기회를 가질 수 있기를 바랐고’ 나는 그 기대에 정확히 부응했기 때문이다.

인류 역사이래로 ‘사랑’에 대한 많은 연구와 담론이 있어 왔다.

저자는 사랑은 우주의 본질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처럼 심오하고 위대한 사랑에 대하여 해답을 제시한다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작업임을 저자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이 연구와 담론은 결론이나 정답을 찾지 못한 채 저자와 같은 분들을 통해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종교와 예술, 그리고, 문학, 철학, 신화, 사회학, 문화이론, 심리학 등으로부터 사랑에 관련한 자료들을 망라하여 거기에 흩어져 있는 사랑의 편린들을 모으고, 조합하고, 상상하면서 사랑을 탐구하고 있다.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과학적인 근거와 자료에 의해서도 집요하게 탐색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저자도 이 책의 서문에서 이미 인정한대로, 저자의 능력 밖의 일임을 잘 알고 있다. 다만 저자는 사랑을 찾아 주는 대신,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서 영향과 자극을 받아서 사랑을 찾아 나서도록 독려하고 있는 것이다.

모든 책들은 읽어갈수록 내용이 파악이 되고, 나름의 정리가 되면서 진행이 된다.

그러나 이 책은 읽어갈수록 지적 함정에 점점 빠져 혼미해 가는 느낌이 든다.

저자가 소개한 미켈란젤로의 ‘포로(혹은 아틀라스의 노예’)상처럼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보이지 않는 것 같기도 한 혼란에 빠진다.

사랑은 혼자의 작품이 아니다. 설혹 짝사랑이라고 해도, 거기는 반드시 상대가 있는 것이다. 사랑은 낭만과 두 사람 사이의 상호 인정을 바탕으로 만들어지는 공동 작품인 것이다.

이 책을 읽으니, 문득 유행가 한 가락이 떠오른다.

‘사랑은 나의 행복 사랑은 나의 불행, 사랑하는 내 마음은 빛과 그리고 그림자’

사랑의 막연함과 모호함, 복잡함을 이 노래 가사가 잘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의 저자는 시인이면서, 문화연구자이기에 따뜻한 감성과 문화적 측면에서 균형 잡힌 시각으로 사랑의 현상을 잘 탐색했다고 생각된다.

책 갈피마다 ‘임아 저 강을 건너지 마오’를 볼 때와 같은 향기가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른다.

독일인 어머니와 일본인 아버지 사이에서 난 일본주부가 쓴 책이다.

이 책에서는 저자를 일명 ‘살림의 달인’으로 인정하면서, 저자가 ‘소중한 것과 오래도록 함께 하는 생활의 비결’을 이 책은 소개해 주고 있다.

 

저자의 부모가 남다르듯이 그녀의 삶 또한 특별하다.

어렸을 때는 아버지의 잦은 전근으로 일본과 뉴욕과 독일 외조부에게서 자라기도 했고, 저자는 런던에서 직장생활을 하기도 했다.

 

결혼 후에는 남편을 따라 홍콩에서 살기도 했다.

이와 같이 한 곳에 종착하지 못하고 부유(浮遊)한 생활을 하다 보니, 다양한 가치관이 형성될 수밖에 없었다. 친구도 사귈 수도 없었고, 익숙한 환경에도 정착하지 못하는 생활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지금은 가고시마에 집을 가지고 있으나 생활의 기반이 도쿄이기에 ‘소중한 것에 대한 남다른 생활철학과 감각’을 가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저자는 독일인 어머니와 일본인 아버지의 기질을 물려받아서 그런지 몰라도 그녀는 동양적인 사고와 서양적인 사고가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는 듯이 보인다.

 

그러면서도 그녀의 분위기는 매우 소박하기도 하고, 실용주위이고 합리주의자이다.

그녀는 커피잔 하나를 사도라도 그저 아무 거나 사지 않는 꼼꼼한 성격이다. 그림 한 점을 걸어도 그냥 못을 치고 거는 것이 아니라 그림을 걸어서 그 주위와 조화가 되고 어울리는지를 확인한 연후에 그림을 선정하고 적당한 자리를 물색하여 건다고 한다.

 

자신이 맘에 드는 물건이 있는 곳이라면 발품을 팔아서라도 그 희귀한 물건을 사 모으되, 많은 돈을 지불하지 않고 알뜰하게 수집한다. 그리고, 남이 쓰던 물건 중 유용한 물건을 얻어 와서는 본인의 용도와 취양에 맞게 고쳐서 쓰기도 한다.

 

화장을 하되, 최소한으로 하고, 지나친 안티에이징을 피하고 있는 그대로의 나이를 수용하는 입장을 취한다. 그녀는 변화무쌍한 삶을 살면서도, 외국 서적 등에서 영감을 얻어서 생활에 활용하는 부지런함도 겸비하고 있다.

 

그녀는 꾸준히 삶과 생활에 대해서 상상하고 계획하는 것을 좋아했다고 회고하기도 한다.

이 책의 각 내용은 한 페이지를 넘지 않는다. 그리고 그 내용의 시청각 자료인 사진도 글과 같이 깔끔하고 산뜻하다.

 

이 책을 읽으며, ‘적재적소’라는 말이 실감난다.

사진 속 그녀의 삶의 풍경이 꼭 그렇다. 있어야 할 곳에, 꼭 필요한 것들을 갖추어 놓았다고 생각된다. 많지도 밋밋하지도 않는 적당함과 넘치거나 모자람 없이 배치되어 있다.

그래서 ‘생활의 달인’이라는 영예가 가장 잘 어울리는 별명이라는 생각이 든다.

 

 

 

 

 

결핍과 부족과 가난함과 부족함은 모두 하나님과 깊은 관계가 있는 말들이다.

왜 하나님은 우리들로서는 피하고 싶고 원하지 않는 이런 말들을 즐겨 사용하실까?

우선 우리들은 모두 죄인이기에 하나님의 자녀로 인치심을 받고, 구원의 반열에 들게 되었다.

 

또 우리는 다 잘 나거나 잘 배우지 못하고 문벌이나 학벌도 변변치 않은 사람들이다.

그런데 세상에서 잘 나고 많이 배우고 문벌이나 학벌도 출중한 사람들을 다 제외하고 비천하고 지지리 못 배우고 가난한 우리들을 찾아오신 것이다.

 

그리고, 성경에서 하나님은 아흔 아홉 마리의 양보다는 잃어버린 한 마리의 양을 더 소중히 여기는 세상적인 계량의 법칙을 역행하는 하나님의 신비를 소개해 주고 있다.

다수보다는 선택된 소수를, 약자와 병든 자, 고아와 과부를 더 사랑하시는 성품을 알게 해 주신다. 죄 없는 의인보다는 죄인을 찾아오신 주님의 구원사역도 여기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이 책에서 일관되게 강조하고 자주 인용하는 말이 있다.

‘부족함은 하나님의 능력이 머무는 곳’이라는 말이다. 이 부족이 있기에 하나님은 남다른 사랑과 관심을 기울이신다는 의미로 들린다. 이 부족함 때문에 늘 하나님과 함께 있기를 바라고 원하며, 자나 깨나 하나님을 구하는 의지적 신앙을 견지해 간다고 믿는다.

 

저자 목사님의 교회가 있는 곳은 달라스다. 달라스는 볼 만한 것이 별로 없어서 그 곳에 사는 사람들은 주일만 되면 교회로 모이기 때문에 대형 교회가 별로 없는 그 곳에서는 3-4000명이 모이는 교회가 중형교회일 정도로 신앙의 열기가 대단함을 간증해 주고 있다.

 

신약 마태복음 5장에서 예수님의 산상수훈의 팔복의 조건은 모두 부족함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고 확인해 주기도 한다. 그 유명한 바울을 소개하면서, 바울은 큰 약점이 세 가지나 있는 상태에서 하나님은 그 약점을 해결해 주신 대신 그 약점을 남겨 두어서 더 위대한 일을 감당하도록 섭리하심도 설명해 주고 있다.

 

나는 성경에 바울의 경우를 생각하면서, 고 하용조 목사님을 생각해 본다.

그 목사님은 대학교 다닐 때부터 폐병이 들었고, 평생 여러 가지의 질병이 떠나지 않은 분이다. 그 목사님은 폐암으로 소천 하셨는데, 죽기에 임박해서는 격일제로 투석과 항암 치료로 기진맥진한 상태에서도 온누리교회를 성공적으로 목회하셨던 것이다.

 

저자 목사님은 이 책에서, 세상을 성공적으로 사는 비결은 곧 부족함이라고 말씀하신다.

그리고 유명한 고장 난 아폴로 13호에서 귀환한 우주비행사의 예화를 들려주신다. 그 위성이 32만 키로미터를 날아올랐을 때 두 개의 산소통 중에서 하나가 폭발하였고, 나머지 산소통도 폭발 위험에 놓였다고 한다.

 

그 우주비행사들은 비행 규칙을 어기고, 우주선 내의 모든 불을 꺼버렸다고 한다.

그랬더니 놀라운 기적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우주선이 깜깜하게 되니 지구와 바다가 더 선명하게 보여서 수동으로 조작하여 무사 귀환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것처럼 나를 비우고 내려놓는 것이 하나님의 은혜를 채우고 붙잡는 비결이라는 것이다.

이것이 곧 ‘약할 때 강한 비결’인 것이다.

 

200페이지가 채 되지 못한 얄팍한 책이지만, 내용은 2000페이지 넘는 책보다 더 알찬 내용이다. 나의 의지로 꽉 채우려는 욕심보다는, 하나님으로 가득해지기를 바라는 비움과 가난함의 비결을 깨닫게 해 준 저자에게 깊은 감사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