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여인의 3개월간의 ‘고독 속의 세계 일주’

여기에 등장하는 세 여인은 스물다섯 살 미혼인 카밀, 사랑과 남편에 대하여 회의를 갖는 마흔 살의 마리, 남편을 지극히 의지하는 예순 살의 안느이다.

그러나 이 책을 읽어 가면서 느끼는 것은 이 세 여인은 모든 여성들의 대표적인 지위를 갖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보여 진다. 미혼이며 젊은 여성 대표 카밀, 남편과 가정, 자녀들에 대하여 권태감에 빠져 있는 여성 대표 마리, 인생의 황혼을 맞는 여성 대표 안느를 내 세우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이 작품이 여성들에게 쉽게 어필하고 공감되는 힘이 있는 것 같다.

2015년 프랑스 여성들의 소설 선호도 1위로 선정된 저력도 이런 연유에서 나타난 것 같다.

그리고, ‘고독 속의 세계 일주’라는 상황도 우리들의 인생항로를 상징하는 장치로 보여진다.

비록 3개월이긴 하지만 혼자 떠나는 그리고, 혼자 있고 싶은 여행이 우리들의 삶과 흡사하다고 느껴진다. 그러나, 이 세 여자들은 자신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끝내 혼자일 수가 없었다. 결국, 그 고독 속에서도 고독할 수 없는 것이 우리들의 삶의 실존을 잘 표현해 주고 있는 것이다.

이 세상은 결코 혼자서는 살아 갈 수가 없다.

그리고, 아무리 지루하고 권태해도 우리는 누군가를 사랑하지 않고 살아 갈 수 없음을 마리를 통해서 잘 그려주고 있다.

자기를 무관심하게 대하고 사랑이 식어 버린 남편에 질려서 사랑이란 말도 붙이지 않을 것 같던 그녀가 배 안에서 만난 디디에와의 연정이 극적인 반전을 준다.

또 미혼인 카밀은 원래 비만한 여성이고, 그 비만으로 인해서 대인관계와 사랑에도 항상 불이익을 받고 콤플렉스를 안고 살아가지만 성형수술을 통해서 아름다움을 되찾는다.

그러나 아직도 비만과 서투른 사랑의 트라우마가 있지만, 그렇지만 그녀는 사랑을 찾아 끊임없이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 또한 아직은 사랑을 경험해 보지 못한 미혼 여성들의 일반적인 형편으로 생각된다.

사랑은 해야 되지만 왠지 두렵고 겁내는 미혼 여성들의 이중성을 이 책에서는 잘 그리고 있다. 또, 자녀들을 다 성장시키고 빈집 증후군을 앓고 있는 인생의 황혼을 맞는 안느의 남편 집착 심리를 잘 집어내고 있다. 중년의 마리는 아직 스스로 사랑을 바꿀 수 있는 희망이 있고, 여유가 있지만, 안느의 경우는 그렇지 못하다.

그러기에 이 세 여성 중에 가장 남편에게 의존하고 집착하는 것이다.

잘 된 소설들이 다 그렇지만, 독자들의 공감을 이끌어 내는 힘이 대단하다.

처음 대하는 프랑스 소설이지만 소재와 내용전개에 있어서 아주 자연스럽다.

기시미 이치로, 저자는 아들러 심리학에 관하여 일본에서 1인자라고 정평이 나 있는 철학자이며 심리학자이며 카운슬러로 활동하고 있다.

이 책, [지금 여기서 행복할 것]이라는 책은 저자가 실토하고 있듯이 쉬운 주제가 결코 아니다.

어려운 주제이기 때문에 저자는 도전을 받았고,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 책을 읽은 지금 나는 책을 읽을 때와 별반 다르지 않다. 즉 행복에 대하여 확실하게 알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라는 말이다.

그렇다고 이 책이 전혀 도움도 되지 못하고, 읽을 필요도 없다고 말할 수도 없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내내 저자의 생각과 주장을 탐색하면서 행복의 의미와 실체를 알려고 노력했기에 무어라고 개념적으로 표현할 수는 없지만 나름의 소득이 있었다.

우리가 안다는 것을 설명하기는 쉽지 않다. 저자가 이 책에 행복에 대해서 언급했듯이 행복은 사람마다 상황마다 다 다르게 느껴지고 인정되기 때문에 일전한 정형이 없다.

같은 여건과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어떤 사람은 행복을 느끼지만, 어떤 사람은 그 반대로 불행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행복의 관점에서 요즈음 읽은 적이 있는 ‘배려’라는 책과 대비되었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행복의 관점이 아니라, 아들러 심리학의 관점에서 많은 부분 두 책은 대척점에 서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내가 아는 아들러 심리학은 있는 그대로의 현실 받아들이기, 아들러식의 자존적 사고방식과 라이프스타일로 압축할 수가 있는데, 배려는 이와는 상반된 입장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보다는 남을 생각하는 자세이기에 아들러의 심리학의 근저인 내 생각 위주의 생각과 부딪힌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도, 막무가내로 나를 의식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타자와의 관계에서 남보다는 나를 중심하여 살아가는 라이프스타일이 배려와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두 이론과 관점은 분명 차이가 있다. 어느 이론이 더 낫고 어느 이론이 더 열위에 있는지는 스스로 판단할 문제이지만, 아들러 심리학은 배려라는 관점에서는 인색한 입장이라는 판단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행복을 찾아 나설 게 아니라 처해 있는 ‘지금 여기’서 살면서 지금을 행복하다고 느끼자고 조언하고 있다. 행복은 무지개와 같고 신기루와 같다고 생각된다. 존재하기는 하되, 그 실체를 포착하기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낙관주의를 갖고, 주체적으로 행복하다고 느끼며 살아가자고 권고하고 있다.

미우라 시온, 일본 작가 중에도 이름이 생소하다. 아니 내게는 금시초문이다.

나는 일본 작가들이 쓴 책을 많이 읽어 보지 못했으니, 유일하게 빙점을 쓴 미우라 아야코를 아는 정도다.

 

사실 이 소설이 나온 지가 아마 4,50년 전의 일이니 이 작가도 거의 모르는 정도의 앎일 뿐이다. 이 소설은 마사 & 겐 칠십 세가 넘은 두 노인네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다.

우리의 삶이 다 그렇듯이 특히 노인네의 일상들이란 특별할 게 없다.

 

날마다 아침에는 동쪽에서 해가 뜨고 서쪽으로 지는 것과 같이 어제도 오늘도 또 내일도 거의 같은 일상의 반복이기에, 두 노인네를 주인공으로 하여 한 권의 소설을 쓴다는 것은 생각보다 더 어려운 작업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이 책은 잔잔하면서도 지루하지 않다. 이는 작가인 미우라 시온의 글을 끌어가는 힘이라고 생각한다. 노인들을 소재로 한 이야기들은 자칫 초등학생의 그림일기처럼 단조롭고 지루할 것인데 이 책은 은근히 재미를 주고, 적당한 긴장도가 있어서 좋다.

 

우리 말 중에 멀리 가기 위해서는 함께 가라는 말이 있다.

70이 넘은 노인들이 가는 길은 목표가 딱 하나다. 그래서 이 책은 시작하자마자 상징적으로 영결식 장면을 넣었는가 보다.

 

원래 이 두 영감의 이름은 풀네임으로 구니마사와 겐지로다.

일본도 우리나라처럼 격의 없이 가깝고 친하게 지내는 경우, 서로 사용하는 말은 은어나 가벼운 욕을 경우가 대부분이다. 친한 사이에는 꼭 그런 말을 사용해야한다는 규칙 같은 것은 없지만, 서로들 자신들도 모르게 이런 말이 쉽게 나와 버리는 것이다.

 

이는 어렸을 때부터 이런 말을 사용하였기에 예의를 갖추고 앞뒤가 딱 떨어지는 완전문장의 딱딱한 말 보다는 허물없이 하는 말이 더 정겹게 느껴지기 때문일 것이다.

이 두 노인은 그러나 성격은 전혀 다르다. 아마 성격만 보면 잘 어울릴 것 같지 않은데 요철처럼 잘 어울린다.

 

마사는 전직 은행원으로서 매사에 신중하고 소심한 편이라면, 쓰마미 세공을 하는 겐은 자기 주장과 개성이 뚜렷한 사람이다. 그는 상가에 가면서도 머리에 붉은 물로 염색하고 참석하여 분위기를 머쓱하게 하는 경우도 있었다.

 

겐은 제자를 데리고 머리 장식을 만드는 일을 하지만 마사는 딸들을 출가시켰고, 아내도 출타를 하면 혼자 적적하여 겐의 작업장에 와서 소소한 일을 도와주고 참견하면서 소일을 한다.

건간 백세 시대를 사는 형편에 이런 노인네들을 주인공으로 글을 쓴다는 것이 많은 시사점을 준다.

 

어쩌면 글감도 될 수 없는 일상이 이렇게 감칠 맛 나는 소재가 될 수 있음이 자못 흥미롭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