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에 나가는 나 같은 사람들에게는 생소하고 생경하기도 하다.

명상이라는 행위도 잘 이해되지 않는다. 나는 명상이라고 하면, 우리가 평소에 잘 하지 않고, 일면 고통스럽기도 한 부자연스러운 가부좌를 틀고 앉아서 그저 조용히 눈을 감고 있는 정도로 이해되는 행위일 뿐이다.

 

또 어떤 사람은 벽면 수행이라 하여 온전히 벽을 향해 앉아있는 것을 본적이 있다.

이 책의 주인공 무닌드라는 ‘위빠사나’ 명상의 대가이며, 학문적으로도 큰 스승이라고 한다.

이 책은 모두 이 위대한 영적인 스승인 무닌드라에게서 배웠거나 영향을 받은 제자들이 자기가 배우고 경험한 것들을 개별적으로 정리해 놓은 내용들이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내가 믿는 예수님만 하더라도 성경을 통해서 읽고 배웠기 때문에 많이 알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 아는 것이 별로 없다. 예수님은 신이면서 인간이시다. 그리고, 이 우주를 만들고 이 우주에 가득히 채우고 계신 분이시기에 장님이 코끼리를 손으로 만져서 알고 있는 것과 같은 정도의 앎일 뿐이다.

 

이는 결국, 손으로 만져지는 부분에 대해서는 정확히 맞을지 몰라도 전체 코끼리를 파악하는데는 오히려 장애가 되고, 그 선입견 때문에 코끼리를 정확히 모르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위대한 영적 스승인 무닌드라도 보는 사람과 시각에 따라 다양하게 이해가 되는 것이다.

 

모자이크처럼 이 전체 나누어진 조각조각들을 붙여야만 전체의 이미지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 므닌드라에게서 배운 16사람들이 공통으로 증언하고 있는 것은 므닌드라는 모든 사람들에게 공통적으로 평범한 사람으로 행동하였고, 전혀 꾸미거나 가식된 과장된 행동이 없었다는 것이다.

 

므닌드라는 보기 드물게, 붓다의 세 종류의 진리인 수따마야 빤냐, 찐따마야 빤냐, 바오나마야 빤냐에 정통한 사람이었고, 오직 붓다가 가르친 진리에 대해서만 말했다고 회상한다.

그는 붓다를 알고 배우고 그 도를 나누기 위해 놀라운 체력과 정신력을 유지했다고 한다.

 

그는 항상 솔직하였고, 권위적이거나 독선적이지 않았으므로, 편안한 분위기에서 배울 수 있었다. 그는 집이 없이 떠돌아다니는 ‘아나가리카’의 신분이었고, 인도와 미얀마에 있을 때는 8가지 계율을 지켰지만, 스스로 완벽한 체 하지 않을 뿐 아니라 다른 사람도 그렇게 대했다.

 

므닌드라는 명상을 즐겼지만, 삶을 통하여 명상을 실천한 사람이다.

그는 많은 물질을 갖고 있지 않았고, 세상에 살았지만, 세상에 속하지 않았던 것이다.

출가자이면서 세상 사람들 속에서 바람처럼 자유롭게 살았다.

 

나는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므닌드라에 대해서 들은 바도 아는 바도 없었다.

그러나, 16사람들의 생생한 증언을 통해 평범하지만 탁월하고 비범한 영성 지도자임을 알게 되었다.

예수회, 나는 개신교 신자이기 때문에 예수님에 대하여는 평소에 많이 들어왔기에 ‘예수’라는 이름은 익숙하지만, 그 뒤에 ‘회’를 붙여 놓으니 멀뚱해진다.

저자는 이 예수회의 사제다.

 

나는 이 책을 읽기 전, 예수회에 대하여 궁금하여 네이버를 찾아보니, 이 회는 카톨릭 교황청 소속의 수도회라고 한다. 결국 카톨릭 사제인 것이다. 그렇다면 그리고, 이 책은 그 사제의 신앙단상쯤 되는 글이다.

 

우리는 흔히 카톨리과 개신교를 구교와 신교로 구분 짓는다.

그러나, 이 구분은 잘 못된 구분임을 다시 이 책에서도 확인한다. 저자는 이 책의 내용 중에서 ‘나는 일주일 가운데 가장 좋은 날이 주일 오전이다(160P)'라고 고백한다. 그 이유는 늦잠을 잔다거나 무척 고요해서 좋다는 설명을 해 놓고 있다.

 

주일마다 교회에 나가는 나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내 경우는 교회 성가대원이기 때문에 남들보다 주일날이면, 먼저 교회에 나가서 성가 연습을 해야 한다. 오히려 출근하는 날보다 더 이른 시간에 교회에 나가 있어야하고, 더군다나 고요하거나 조용함을 기대할 수가 없다.

 

저자는 사제답게 이 책에서 절대자에 대한 신앙과 사제로서의 특별한 삶에 대한 감상들을 꾸밈없이 말하고 있다. 불신자나 사제가 아닌 사람들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될 수 없는 일들까지도 사제의 입장에서는 특별하게 각인되는 감상과 생각들을 읽으며,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깊이가 있음을 이해하게 된다.

 

하나님에 대한 각별한 감상과 영성들이 이 책에는 면면이 가득하다.

삶 자체가 경건의 연습이고 신앙인 사제들의 고뇌를 읽으며, 세상에 찌들어 살고 있는 나로서는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순수성과 진실함을 읽을 수 있었다.

 

서가에 꽂혀 있는 책들을 보면서도 항상 정처 없이 거처를 옮기는 삶을 사는 사제의 입장에서는 동경과 부러움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구도의 계기가 우리가 사는 공기를 정화시키는 것이었다는 글을 읽으며,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도 없다는 어느 시인의 정결한 영혼이 겹쳐지기도 한다.

 

외국 유학 시절에 돌아가신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며, 느꼈던 회한과 또 고인이 되신 아버지의 유품인 입술자국이 선명한 물 컵을 소중하게 챙기는 모습이 못 내 안타깝고 짠하기만 하다.

하나님을 위해 헌신된 입장이지만, 육신의 부모를 떠나보내는 정한은 이토록 가슴을 저리게 하는 아픔인 것이다.

 

이 세상에 신앙인으로 살아가는 것에 대하여 잠시나마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준 좋은 내용이었다.

제목부터가 철학적이다. 나는 아직도 나를 만나지 못했다는 뜨악하기도 하고 엉뚱하기도 한 말이 나에게 도전적으로 들린다.

이 책은 독일의 염세주의 철학자로 알려진 쇼펜하우어의 중요 어록을 정선하고, 그 어록의 의미를 설명하는 형식으로 책을 꾸몄다.

 

지은이는 쇼펜하우어는 이성보다는 감정과 무의식을 더 중요시했다고 소개하고 있다.

이성과 합리를 중요시하는 독일에서 쇼펜하우어의 이 같은 사상은 어쩌면 이단아 취급을 받았으리라 생각이 든다.

 

사실, 쇼펜하우어는 서양 역사상 최초로 동양사상과 불교를 서양에 소개하는 사람으로 인정되는데 그의 동양적 사상에서 유래한 것으로 이해가 된다.

서양과 동양의 사상 차이를 간단하게 이성과 감성, 합리와 비합리로 대비한 것을 생각해 보면, 쇼펜하우어는 동양적인 사상의 소유자라고 할만하다.

 

또한 저자의 소개 글에서도 발견한 것이지만, 아들러심리학과 쇼펜하우어의 철학은 많은 부분 닮았거나 연결된 내용들임을 알게 된다.

이를 한 마디로, ‘남의 눈치 따위는 신경 쓰지 말고 나답게 살기’라고 정의할 수 있겠다.

저자는 서문에서 ‘불안’에 대한 동양과 서양의 차이를 설명해 주고, 성인들 대부분은 ‘자기 자신의 존재’로서가 아니라 ‘역할’로만 살아 왔음을 아프게 지적해 주고 있다.

 

저자의 이런 지적을 곰곰 생각해 보니, 맞는 말이다.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하기보다, 아들로서, 남편으로서, 아버지로서만 살아왔던 것 같다.

나라는 실체가 없는 가족이나 친척, 이웃이나 다른 사람과의 관계만을 의식해서 살다 보니 나라는 정체성을 실종한 채 살아온 것이다.

 

바로 이 부분이 아들러 심리학과 직결되는 지점이며, 이 책의 인용문인 쇼펜하우어와 연결되는 것이다. 그런 까닭에 ‘평범한 사람들은- 중략- 그의 무게 중심은 자기 자신이 아니라 항상 바라는 것에 따라 이동하는 것이다(58p)'는 쇼펜하우어의 지적은 뼈아프다.

 

그리고, 계속해서 이렇게 말한다. ‘인간은 오직 그 자신의 의지로써 드러나는 존재이므로 자신이 아닌 다른 무엇이 되려고 하는 것보다 더 잘 못된 것은 없다(124p)' 결론적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잃고 역할로만 살아가는 것은 그림자와 같이 허구의 삶인 것이다.

 

맞다. 이 책 제목이 이 지점에서 무릎을 치는 동의를 얻게 되는 것이다.

지금까지 역할만을 좇아 그림자처럼 살아 오다보니, 진정한 나를 만나지 못하고 살아 온 셈이다. 그래서 저자는 쇼펜하우어의 이 말을 받아서 ‘무엇이 되려고 노력하는 것보다 내가 누구인지 아는 것이 우선이다(125p)'라고 설명해 주고 있다.

 

우리 속담 중에 ‘꿈보다 해몽’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실체보다 그 실체를 설명하는 것의 중요성을 의미하는 말이다. 이 책을 보며, 원문인 쇼펜하우어의 말보다 저자의 설명 글이 쇼펜하우어의 속마음을 더 잘 표현해 주고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