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시인수업 묘사 진술 감정 수사

 

조 동 범 지음

 

   사춘기 시절 누구나 한 번쯤은 시를 쓰고 읊는 일이 거쳐 가는 과정이라 여겨지기도 한다. 그만큼 시란 대부분의 사람들 인생에 알게 모르게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시작(詩作)은 어렵고 힘든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의 겉표지에 “시를 읽고 싶은 당신에게, 시를 쓰고 싶은 당신에게”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이 책의 저자 조동범은 자신을 하루의 대부분을 읽고 쓰고 강의하며 지내는 강의집필 노동자라고 표현하고 있다. 시를 쓰고 강의 집필하는 것이 노동이라고 할 만큼 많은 집중이 필요하다는 의미라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시를 쓰고자 하는 누군가의 마음을 헤아리려 오랫동안 품어온 시의 이야기를 들려주고자 이 책을 집필했다고 한다. ‘시의 이야기’라는 표현이 정말 따뜻한 마음을 가져다주는 시적 표현이라고 느껴진다. 이 책의 구성은 묘사, 진술, 감정, 수사 등의 내용으로 되어 있다.

 

   각 부분의 구성을 살펴본다면. 묘사는, 시를 쓸 때 가장 중요하게 언급되는 방법론. 진술은, 가장 많이 오해하는 시 언어로 비유와 상징으로 가능하는 우회적인 표현으로서의 진술이 무엇인지 설명했다. 감정을 다루는 부분에서는 감정과 연계하여 화자의 문제까지 다뤘다. 그리고 감정의 과잉은 시를 처음 쓰는 이들만 저지르는 오류라고 보았다. 수사편에서는 이론적인 수사법 대신 실제 시 쓰기에 도움이 되는 창작 방법론을 설명했다. 시의 언어가 실제로 작동하는 사례를 통해 시를 구축하는 방법을 파악하는데 도움이 된다.

 

   p. 12에서부터 시작되는 묘사의 부분에서 각론으로 들어가 묘사란 무엇인가? 서경적 구조와 시점, 심상적 구조와 시점, 영상조립시점, 묘사와 시적 이미지. p. 104에서부터 시작되는 진술 부분은 진술이란 무엇인가? 진술에 대한 오해, 독백적 진술, 권유적 진술, 해석적 진술, 진술의 시적 구조와 새로움. p. 186에서부터 시작되는 시적 세계와 감정 부분에서 시적 감수성과 언어, 직설적 발화와 관념적, 현학적 태도, 시와 화자. p. 222부터 수사에 관한 이야기는 시적 인식과 언어, 문장 구조와 수사, 서사적 구조와 시적 구조로 각론에 대한 이야기가 소개되고 있다.

   p. 152에 소개하고 있는 사적 독백의 오류에 대한 이야기 중 “시적 언술은 사적인 양상으로 전개된다. 일상이든 거대 서사든 사적 담화의 양상을 통해 제시된다. 즉 사적이고 개별적인 이야기를 통해 독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주제나 감각을 전달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적 담화가 공적 담화를 내장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푸념과 넋두리에 그치게 된다고 한다. 시적 언술은 사적이지만 공적 담화를 내장하게 될 때 개인의 푸념과 넋두리를 넘어 모두에게 읽혀지는 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p. 236에 시어(詩語)의 역할과 문장의 구조 변경 부분에서, “특정 시어의 품사와 문장 성분이 낯선 것으로 바뀌는 원리를 파악한다면 시적 수사의 새로움이 어떻게 구조화되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한다. 주어를 목적어의 위치에 또는 목적어를 서술어의 위치에 사용하는 등 문장 성분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감각적인 표현이 가능하다고 한다.

 

   저자는 “시를 써온 시간과 마음을 이 자리에 놓는다”는 표현을 했다. 그리고 “시와 함께하고 싶은 작은 다짐만으로도 시에 대한 마음은 이미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시를 쓰고자 마음 먹었다면 당신은 이미 시의 자리에 놓인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시란 무엇일까? 그리고 시를 쓰기 위해 특별히 배워야하는 것일까? 배워야 한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한다는 말인가? 시를 쓰는 것과 읽는 것의 차이는 무엇일까? 시를 읽을 수 있다면 시 또한 쓸 수 있다는 말인가? 누구든 시를 쓸 수 있겠지만 누구나 시다운 시를 쓰기란 결코 쉽지 않기도 하다. 감성에만 치우쳐도 지성에만 치우쳐도 결코 안 되는 작업이 바로 시 창작의 작업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이 책을 놓는다.

 

※ 본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증정 받아 쓴 글임을 밝혀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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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너에게 나는

 

나태주 시집 / 김예원 엮음

 

   이 시집의 제목을 보는 순간 2001년 4월에 ‘자전거 탄 풍경’이 노래한 ‘너에게 난, 나에게 넌(송봉주 작곡, 작사)’의 노래가 불쑥 떠올랐다. 가시의 시작은 이렇다 “너에게 난 해질녘 노을처럼 한 편의 아름다운 추억이 되고 소중했던 우리 푸르던 날을 기억하며 후회 없이 그림처럼 남아 주기를~” 2003년에 개봉된 영화 ‘클래식(The Classic/손예진, 조인성, 조인우 주연)’의 OST로 사용된 곡이기도 하다.

 

   이 땅에 발붙이고 살아가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누군가와 인연을 맺으며 살아간다고 볼 수 있다. 그 누군가에게 자신은 어떤 사람으로 비추어질 것인지 혹은 자신은 그 누군가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대다수가 비슷하다고 여긴다.

 

   나태주 시인의 시집 ‘너에게 나는’에서 인칭 대명사 ‘너’는 사람인 누군가가 될 수도 있지만, 때론 사람이 아닌 사물이 되기도 한다. 그 너에게 나는 어떤 존재가 된다는 것일까? p. 26 ‘바다 같은’에서 바다가 시인의 ‘너’가 되고 바다 같은 사람이 참 좋은 자신에게 ‘너’가 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꽃’이 ‘너’가 되기도 한다.

   나태주 시인의 시어(詩語)들은 쉬운듯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고 매우 아름답다. 시를 읽는 모든 독자들에게 마음 편하게 생각할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이번의 시집은 4부(오늘 너를 만나, 너를 생각하는 마음은, 너는 흐르는 별, 사랑이여 조그만 사랑이여)로 나누어 총263편의 은쟁반의 옥구슬 같은 아름다운 시들이 보석처럼 꿰어져 있다.

 

   나는 너에게 어떤 존재일까? 이런 의미를 가진 문장을 ‘너에게 나는’ 이라는 말줄임표를 사용하여 표현함으로 읽는 독자들에게 조금 더 깊이 있게 생각할 수 있도록 해 주지 않았나는 생각도 하게 된다. 나에게 넌 귀하고 아름다운 존재인데 과연 나는 너에게 어떤 존재일까? 너에게 나는 꼭 필요한 존재일까? 아니면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있으나마나한 존재일까? 그나마도 조금은 나은 듯하다. 차라리 없었으면 좋겠다고 여기는 존재라면 매우 슬프지 않겠는가?

 

   끝으로 p. 157 ‘그리움’이란 시를 소개한다. “가다가 멈추면 / 가까워지고 // 돌아서면 더욱 / 가까워지는 길 // 그 길 끝에 / 너의 마음이 산다.” 나를 그리움으로 반겨 줄 그 누군가에게 더욱 가까워지기를 바람이 그리움일까? 나는 과연 누군가에게 그리워지는 그리움의 존재이기는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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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심리 대화술

 

이노우에 도모스케 지음 / 오시연 옮김

 

    모든 사람들과의 관계는 대화로 이루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옛 속담에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 말도 있지 않는가. 대화를 하지 않고 살아갈 수 없다면 대부분이 대화를 잘 할 수 있기를 바랄 것이다. 대화는 일방적인 것이 아니라 쌍방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대화를 통해 사이가 좋아지기도 하고 나빠지기도 한다.

 

    이 책의 제목은 그냥 ‘심리 대화술’이 아니라 ‘속마음 들키지 않고 할 말 다하는 심리 대화술’이라고 겉표지에 길게 표기되어 있다. 저자 이노우에 도모스케는 일본 시마네대학교 의학부를 졸업하고 내과, 외과, 응급의학과, 피부과 등을 거쳐 현재 산업의, 정신의학과 의사, 건강진단 의하고 활동하고 있다. 산업의로서 매월 30개가 넘는 회사를 방문하여 직장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정신적인 산업재해에 대해 상담하고 있다.

    직장 내에 말이 안 통하는 꼰대 상사, 소통이 불가능한 MZ 직원 그리고 내 마음 같지 않은 동료, 갑질 일삼는 거래처와 고객에 대해 어떻게 대하여야 하는지에 대한 방법적 제시라고 할 수 있다. 겉표지에 “어디에나 있는 오피스 빌런으로부터 나를 지키는 법”이라고 표기되어있다.

 

    구성은, Part 1. 거침없이 다가와 내 마음을 무너뜨리는 심리 Part 2. 상대가 눈치 채지 못하게 심리적 거리 두기 대화법 Part 3. 이해할 수 없는 사람과 소통하는 심리 대화 Part 4. 자기밖에 모르는 동료를 내 편으로 만드는 법 Part 5. 자존감을 지키면서 거절하는 심리 대화 Part 6. 어떤 상황에서도 내 마음을 먼저 보호하기 이다.

이 책의 특징은 비교적 짧은 내용들을 다양한 제목들을 붙여 제시하고 있는 글이다. 마치 신문, 잡지, 책, 광고 등의 표제라고 할 수 있는 헤드라인(headline)을 통해 본문의 내용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형태의 글이라고 볼 수 있다.

    저자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사는 사람은 없다고 말한다(p. 206). 그러므로 나쁜 감정과도 같은 스트레스를 잘 흘려보내야 한다고 본다. 그것은 절대 부러지지 않는 나무 같은 정신력이 아니라, 버드나무처럼 상황을 유연하게 받아들이는 사고라고 한다(p. 206). 그리고 천천히 시간이 걸려도 좋으니 스트레스 푸는 방법을 50개만 적어서 자신만의 스트레스 해소법 리스트를 만들어 보라고 권한다. 속마음을 들키지 않고 할 말을 다한다는 것은 어떤 자세를 의미하는가? 자신의 속마음과 대화를 별개로 하라는 의미라기보다는 자신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상대방의 대화를 깊이 마음 쓰며 받아들이지 말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싶다.

 

    하루에도 수많은 도서들이 발간된다. 그 중 자기계발에 관한 도서들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사실이다. 솔직히 이 도서는 전문적인 심리학 도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대화법을 심도 있게 제시하고 있는 도서라고 보기도 조금은 미미하다. 마치 저자가 의사로서 다양한 분야를 거쳐 왔던 것처럼 다양한 방법들을 통해 심리적인 대화법을 제시하고 있다고 하지만 아쉽게도 심리학적으로나 대화법으로나 전문적인 깊이가 조금은 부족하다고 느끼게 되는 것은 나만의 생각인지 모르겠다. 조금만 생각해 보면 누구나 떠올려 볼 수 있는 매우 평범한 도서라고 할 수 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라는 속담도 있듯이 조금만 깊게 생각해 보면 누구나 떠올려 볼 수 있는 심리적 대화 방법들을 다양한 주제를 통해 잘 꿰어 놓음으로 한 권의 도서로 엮어놓았다는 것에 방점을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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