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이해인의 햇빛 일기

 

이 해 인 시집

 

   시(詩)를 읽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때론 시인의 시가 읽는 독자들의 머리를 복잡하게 만들기도 한다. 시인의 시 내용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반면 어떤 시는 독자로 하여금 아주 편안함을 느끼도록 하는 것도 있다.

 

   얼마 전 조동범 시인의 ‘시인 수업’이라는 책을 읽었다. 이 책에서 시는 묘사, 진술, 감정, 수사 등의 기법을 통해 쓰여 진다고 한다. 그중 묘사는 시를 쓸 때 가장 중요하게 언급되는 방법론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해인님의 시를 읽다보면 굳이 미사여구(美辭麗句)를 사용하지 않고 덤덤하게 있는 상황을 그대로 묘사하고 있음에도 읽는 독자들의 마음에 따뜻함과 여유로움 등과 같은 감정이입을 느끼게 하는 묘미가 있다.

이번 시집 ‘이해인의 햇빛 일기’는 햇빛이야말로 생명과 희망의 상징이며 특히 아픈 이들에겐 햇빛 안 줄기가 주는 기쁨이 너무도 크기 때문에 제목을 햇빛 일기라고 붙였노라고 한다. 이는 시인 자신이 큰 수룰 후 회복실에서 듣던 사람들의 웃음소리, 다시 바라다본 푸른 하늘, 미음과 죽만 먹다 처음으로 밥을 먹던 시간의 감사한 설렘 등 모든 것이 새롭게 느껴졌던 그 마음을 본인이 느꼈기에 이 시를 읽는 독자들에게도 큰 힘과 위로를 주기 위함이었노라 생각한다.

 

   1부. 내 몸의 사계절. 2부. 맨발로 잔디밭을. 3부. 좀 어떠세요? 4부. 촛불 켜는 아침. 총 100편의 시들로 구성되어 있다. p. 25 ’내 몸의 사계절‘에서 시인 자신의 몸에도 사계절이 있다고 고백한다. - “친구야 내 몸에도 사계절이 있단다” - 시인으로 살고 싶은 마음과 찬미와 노래하는 입은 봄이고 사랑하고 싶은 마음과 가슴은 여름이며 그리움을 안고 사는 마음과 고독이 출렁이는 눈은 가울, 비워두고 싶은 마음과 차디찬 손은 겨울이라고 표현한다. 이 시에서 시인의 마음만은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이 된다.

 

   p. 67. ‘파김치를 먹으며’와 p. 69. ‘맛동산을 먹으며’와 같은 시는 누구나의 삶에 있을 법한 평범한 일상을 그림처럼 묘사하고 있다. 물론 시의 내용에 자신의 감정을 담담하게 담아내기도 한다.

p. 235. 시 치료 워크숍에서 적은 시라고 표기 된 ‘여정’을 살펴보면 모든 인생이 순례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음을 “태어나면서부터 / 나는 순례자”라고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 시인이 많이 아프다는 것을 3연에서 “내 몸이 많이 아파 / 삶이 더욱 무거워졌지만”으로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나그네로서 그 무거움이 결코 무겁게 느껴지지 않음을 “내 마음은 / 산으로 가는 바람처럼 / 호수 위를 나르는 흰 새처럼 / 가볍기만 하네”라고 노래한다.

   이해인 시인의 시는 그리 화려하지 많고 덤덤하다. 그렇다고 결코 가볍다는 것이 아니다. 보통 사람들이 보통 때에 사용하는 그런 언어를 구사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독자들로 하여금 전혀 이질감을 느끼도록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신의 겪었던 일상을 그리고 겪고 있는 일상들을 덤덤히 적어가고 있지만 그 감정을 내포한 묘사가 독자들로 하여금 살며시 젖어들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는 것이다.

 

   시를 쓴다는 것을 뭐라고 할 수 있을까? 조동범 시인의 ‘시인 수업’에서 “시를 쓴다는 것은 시적 대상의 이면에 감춰진 의미와 사유를 통해 우리의 삶과 세계를 탐문하는 일이다(p. 14)”라고 하였다. 수도자의 삶을 걸어가고 있는 시인은 자신의 삶을 나아가 큰 병으로 인해 절망할 수도 있는 그런 일상을 감사함으로 받아드리는 삶의 일상을 시로 승화시켜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루가 다르게 쇠약해져 가는 자신의 몸과 마음을 사계절과 변화됨을 통해 독자들에게 표현해 내고 있다.

 

   이해인 시인의 시를 읽고 있으면 마음이 편해진다. 삶 가운데 살며시 찾아온 여러 가지 근심과 걱정 그리고 염려로 인해 검은 구름이 덮인 마음이 한 줄기 햇빛으로 인해 온통 밝아지는 것 같은 느낌이다. 시인은 자신이 큰 병마와 함께하면서 삶을 아름답게 살아가고 있음을 노래하며 시를 읽게 될 독자들에게 삶의 희망을 함께 부르자고 손을 잡아 준다. 그리고 따뜻한 미소로 자신에게 비추는 햇빛 한 줄기를 기쁨으로 나누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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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이방인

 

알베르 카뮈 지음 / 이 주 영 옮김

 

   이 땅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모든 사람들은 이방인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방인이라고 하면 원가 모르게 아련한 동정심이 유발되어 가련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이 책의 저자 알베르 카뮈(Albert Camus. 1913~1960)는 프랑스에 의해 점령된 알제리 출신으로 그의 삶 자체가 뭔가 모르게 자신들의 땅임에도 불구하고 점령군인 프랑스의 통치를 받고 있음 자체가 이방인(L’eˊtranger)으로서의 느낌을 가지게 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알베르 카뮈는 1942년에 이방인을 발표하면서 자신의 이름을 널리 알리게 된다. 같은 해에 에세이 ‘시지프 신화’를 발표하면서 철학적 작가로 인정을 받게 된다.

 

   이 책은 “오늘 엄마가 죽었다. 어쩌면 어제일지도 모르겠다. ‘모친 사망. 내일 장례식. 삼가 조의를 표합니다.’ 이것만으로는 알 수가 없다. 어쩌면 어제였나 보다(p. 8)”는 말로 시작이 된다. 엄마의 죽음을 마치 남의 일처럼 매우 무미건조하게 표현하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라고 할까. 이런 주인공의 태도로 인해 후에 제대로 된 재판을 받지 못하게 되는 편견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 독자가 보기에도 당연함으로 느껴진다.

   이 책의 I부에서는(p. 8~76) 소설의 주인공인 뫼르소의 엄마가 죽었다는 전보를 받고 엄마가 머물던 양로원으로 향하는 과정과 그곳에서 장래를 치르는 과정들과 장래를 치른 뒤 바로 여자 친구 마리와 바닷가에 수영을 하러 간일과 바닷가에서 만났던 많은 사람들과 그곳에서 벌어진 일들 특히 자신이 소지했던 권총으로 아랍인들 살해했다는 일을 담담하게 표현하고 있다. II부에서는(p. 77~148) 살인죄로 체포되는 것으로부터 사형이 언도되는 재판의 과정들을 역시 매우 무미건조하게 담담히 기록되어 있다.

   뫼르소의 재판 과정은 매우 터무니없다고 여겨질 정도로 부조리와 불합리함으로 점철된다. 어머니의 장례식에서의 행동과 장례식 이후 슬퍼하지 않고 일상으로 돌아와 해수욕을 하러 갔다는 이유만으로 주인공이 타고난 살인자임을 설명하려는 검사나 배심원들 그리고 사형을 언도한 판사는 정말 불합리한 사람들로 비춰지기에 합당하다. 거기에 대응하는 주인공 뫼르소의 특이한 성격과 태도는 때로는 읽고 있는 독자에게 답답함을 느끼도록 만들기도 한다. 뭔가 모르게 부족한 사람일까? 삶에 쪄들어 생각조차 단순해저 버린 현대인들의 모습일까? 라는 생각까지 든다.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자 했을까? 부조리와 불합리함 그리고 그에 대한 반항일까. 직원의 어머니가 사망하였기에 휴가를 내야 한다는 말에 탐탐치 않게 여기는 사장의 모습에서나, 양로원에 도착하여 사망한 어머니의 모습을 보지 않겠노라고 하는 주인공의 모습에서는 뭔가 모르게 답답함과 함께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어떻게 저렇게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까지 들게 한다.

   옛날 시골 마을에 소위 ‘텃세를 부린다’는 말이 있었다. 자신들이 살아가고 있는 지역에 낮선 사람이 들어오게 되면 그 사람을 업신여기며 막대 하는 행위를 일컫는다. 이방인은 마치 이런 텃세부림에 대한 부조리와 불합리함을 지적하며 이에대해 적극적으로 반항해야 한다는 것을 이야기 하고 있는 것처럼 여겨진다.

   p.150부터 시작되는 작품 해설에서 이 작품에 대한 해석 방법을 (1)사회학적 관점에서의 해석 (2)형식적 관점에서의 해석 (3)정신분석학적 관점에서의 해석 (4)탈식민지주의적 관점에서의 해석으로 분류하여 설명해 주고 있다.

   앞부분에서도 밝혔듯 이 땅이 삶을 살아가고 있는 모든 이들은 이방인이라고 할 수 있다. 성경은 비록 기독교인이라는 특정인들에게 일컫는 말이기는 하나 이 땅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이들을 일컬어 거류민과 나그네로 표현하기도 한다(cf. 벧전 2:11). 거류민과 나그네 즉 이방인은 먼저 자리 잡고 살아가는 이들에게 부조리함과 불합리함을 바탕으로 무시당하며 살아가기 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리스도의 사랑을 바탕으로 순응하며 살아가야 함을 성경은 말하고 있다면 이 소설에서 주인공 뫼르소는 적극적으로 반항한다. 말도 안 되는 재판을 통해 자신에게 사형을 언도하지만 항소하지 않으므로 부조리함과 불합리함에 대한 반항을 하고 있는 듯 보여 진다. 비교적 짧은 소설이며 무미건조하듯 담담한 내용이었지만 읽고 난 뒤끝은 뭔가 곰곰이 생각하도록 만드는 것은 사실이다. 나 역시 이 땅에서 이방인으로서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한 사람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옳은가를 생각하며 이 책을 덮는다.

 

※ 본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증정 받아 쓴 글임을 밝혀둡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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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전쟁을 잇다: 전쟁, 무기, 전략 안내서

 

최 현 호 지음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지구촌이 현재 많이 아프다. 자연 파괴나 지구 온난화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기도 하지만 벌써 1년여가 넘어가고 있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으로 인한 아픔도 있다. 사람들이 그리고 국가와 국가가 싸우는 현상은 참 비극적인 일이긴 하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겐 이득이 되는 일이기도 하다. 전쟁 중 무기를 팔아 부요를 얻게 됨도 있고, 전쟁의 폐허를 복구하기 위한 건설로 인해 누군가는 부를 얻기도 한다. 어떻게 보면 이러한 모습이 우리들이 살아가고 있는 세상이 양지와 음지가 함께 존재하고 있음을 깨닫게 되는 일임을 알게 한다. 참 씁쓸한 일이다.

 

   책의 겉표지만 보아도 뭔가 모르게 Military하게 느껴진다. 이 책의 저자 최현호는 군사마니아로 다양한 지식을 바탕으로 군사 칼럼니스트로 활동을 하고 있다. 현재 한국 방위 산업진흥회 월간 ‘국방과 기술’, 중앙일보 ‘Mr. 밀리터리’, 서울신문 나우뉴스 ‘최현호의 무기인사이드’ 등 다양한 매체에 기고 중이기도 하다. 이 밖에 네이버 무기 백과사전, 국방 홍보원 ‘국방저널’, 육군지, 육군 불로그, 해군지, 다수의 기업 사보 등에도 기고했다. 군사커뮤니티 ‘밀리돔’ 대표이기도 하며 육군협회 지상군 연구소 산하 대드론/레이저 센터 전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군 및 기업의 연구 관련 자문 활동도 하고 있다.

 

   p. 18부터 시작하고 있는 신냉전의 시대에서 미국, 러시아, 중국에 대한 정황을 소개하고 있는데 미국을 혼란스러웠던 미국으로, 러시아를 푸틴의 장기 집권으로 독재 국가가 된 모습으로, 끝으로 중국몽을 내세우는 중국의 모습으로 정리하고 있다. 이러한 강대국들의 모습이 탈냉전 시대를 뒤흔드는 신냉전 체제를 불러우는 결과가 되었다고 본다.

   p. 30부터는 2020년 9월 27일 시작되어 같은 해 11월 10일 휴전 협정을 맺은 2차 니고르노-카라바흐(이 지역은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 사이에 위치한 곳이다.) 전쟁을 논하고 있다. 사실 나는 이런 전쟁이 있었는지도 잘 모른다. 이 전쟁에서 드론으로 불리는 무인 항공기 UAV와 소셜 미디어의 역할이 크게 부각되었다고 평하고 있다. 그리고 뒤를 이어 p. 34에서 2022년 02월 24일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이 ‘특별 군사 작전’을 지시하는 것으로 발발한 우크라이나 전쟁을 이야기 한다.

 

   이렇게 신냉전으로 인해 각 나라가 자국의 이익과 유익을 위해 호시탐탐 전쟁 불사를 노리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이런 국가적인 상황이 새로운 무기를 개발하게 되고 가급적 무인 공격을 통한 파괴를 자행하려고 한다. 공격자들의 생명 보호를 위해 무인 공격을 발전시켜가고 있지만 여전히 전쟁의 폭격 지역은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는 지역도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p. 47부터 시작되는 2부에서는 전쟁에 필수적인 무기 발전의 동향을 논하고 있다. p. 123부터 시작되는 3부에서는 “어떤 일에서 결과나 흐름의 판도를 뒤바꿔놓을 만큼 중요한 역할을 한 인물이나 사건”으로 군사적으로는 전쟁의 결과나 흐름을 변화시킬 수 있는 획기적인 무기 체계나 전략 등을 뜻한다는 ‘게임 체인저’라는 제목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이곳에서는 다양한 무기 체계를 설명하고 있다. 과거 만화를 통해 상상해 보았던 고출력 레이저 무기에 관한 이야기도 등장한다(p. 142).

 

   총 6부, 17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끝 부분(6부)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보여준 5가지 교훈에 관해 이야기 하고 있다. (1)전장 리더십. (2)전파 통제. (3)드론 사용. (4)군수품 생산, 비축, 지원. (5)사이버 공격 방어에 관한 교훈이다. 각 부가 끝날 때 마다, Point 부분을 통해 간략한 요약을 기록하고 있음이 이 책의 특징이기도 하다.

 

   지난 날 2차 대전 당시 (구)소련이 많은 여성 군인들을 간호병과만이 아니라 직접적인 저투에 참여하는 전투병과에까지 투입하였다. 그 전쟁에 직접 참전하였거나 목격한 200여명의 여인들의 목격담을 다큐멘터리 식으로 써낸 도서를 읽었던 기억이 있다. 벨라루스의 저널리스트인 ‘스베틀라나 알렉시에비치(CBETЛAHA AЛEKCИEBИЧ)’가 쓴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서울: 문학동네, 2015)’라는 책이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이 지구촌 어떠한 곳에서도 전쟁이라는 비극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다. 오랫동안 탈냉전 체계로 그나마 안정적이었던 지구촌이 인간들의 자연 파괴와 더불어 자국의 절대적 이익만을 위해 제국주의적인 생각을 바탕으로 다시금 시작되는 신냉전 체제를 바라보며 마음이 불안하고 매우 조급해진다.

 

   이 땅의 모든 약자들이 자연 파괴로 혼돈의 시대를 살아가면서 그나마 조금이라도 평화로운 삶을 살아가려고 한다면 인간들의 탐욕을 내려놓고 국가들 간의 적극적인 평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알고 있는 매우 쉬운 일이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쉬운 일이 쉽게 진행되지 않음은 무엇 때문인가? 인간들의 탐욕 그것이 문제가 아닐까? 천에 하나 만에 하나 이 지구상에서 3차 대전이 벌어진다면 이제 그 어디로도 도망갈 곳이 없다. 공멸만 남아 있을 뿐이다. 전쟁을 억제하기 위해 막강한 무기들을 개발하고 양산해 내고 있지만 이런 아이러니가 또 어디 있는가? 평화를 위해 사람을 죽이고 땅을 파괴하는 무기를 개발하고 양산한다는 말인가? 결국 사람들의 야망과 탐욕에 놀아남이 아닐까 라는 씁쓸한 생각을 하며 이 책을 덮는다.

 

※ 본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증정 받아 쓴 글임을 밝혀둡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