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여행서적과 에세이 서적이 있다. 그중에서도 이 책은 라틴아메리카 6개국을 돌아다니며 저자가 느낀 점들을 글과 그림으로 풀어 내고 있다. 그래서 그런 것일까? 일반적으로 사진이 들어가있는 서적과는 다르게 독자들에게 심심찮은 상상력과 여행에의 욕구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오늘부로 회화는 죽었다'고 말하는 들라로슈의 말을 비웃기라도 하듯 원색의 강렬한 그림으로 사진과 같은 정밀한 이미지의 구현 없이도 남미의 정서를 잘 그려내주고 있다. 여행하면서 그 느낌과 기억들을 글로 남기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닌데 저자는 자신의 주특기인 그림도 모자라 글쓰는 영역에서까지 그 재능을 펼쳐 보이고 있다. 남미하면 축구, 열정 외에는 크게 떠오르는 것이 없던 나에게 이 책은 여러가지를 눈뜨게 해주었다. 쿠바의 체 게바라부터 멕시코의 프리다 칼로, 그의 연인 디에고 리베라, 아르헨티나의 보르헤스, 브라질의 예수상과 리오데자네이루, 칠레와 페루까지..

 나처럼 라틴아메리카를 잘 모르는 사람은 책을 보기전에 지도를 한 번 쯤 보고 글 읽기를 시도함이 어떨까? 그냥 보는 것보다 책과 같이 호홉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책은 크게 라틴의 여섯 나라를 보여준다. 그리고 그 나라의 대표적인 문화예술계의 인물들과 의미있는 작품들에 대해서 말해주고 있다. 첫 여정지인 쿠바에서 체 게바라와 헤밍웨이가 나온다. 쿠바하면 Cigar, 카스트로가 떠올랐는데 혁명가 체 게바라의 이야기와 (그의 직업은 혁명가 이전 의사였다.) 나에겐 마초의 상징으로 굳어져 버린 헤밍웨이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리고 부에나비스타소셜 클럽까지 섭렵한다. 이젠 멕시코로 넘어가 그녀의 그림보다 영화로 먼저 우리에게 유명해진 프리다 칼로를 만난다. 이 책의 제목을 처음 들었을 때 난 여행에세이를 생각했다기 보다 라틴아메리카의 거장들에 대한 그림과 그 해설이 주를 이루는 책으로 착각했었다. (그녀의 그림은 다른 책에서 만나기로 하고 ^^) 그녀와 사랑과 애증의 줄타기를 한 디에고 리베라에 관한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다. 그들은 과연 사랑했을까? 멕시코인들의 순수한 눈망울을 기억하는 나로서는 멕시코의 이야기가 어느 이야기보다 가깝게 다가웠다. 아르헨티나에서는 보르헤스를 만날 수 있었다. 선천적인 유전과 엄청난 독서로 인해 장님이 되었던 그..그의 책을 시도했다가 졸음과 진도가 안나감에 머리를 긁적였던 나로서는 그 이름만으로 주눅이 들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탱고(난 스페인의 대표적 춤으로 생각했을 정도로 무식했다. 그리고 스페인이 유럽이 아닌 남미 국가로 알고 있었으니 나의 무식함이란..)를 접하면서 무언가 내 몸속에서 뛰고 있는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브라질하면 축구, 삼바축제가 떠올랐는데 책을 보면서는 양극화된 브라질의 사회를 보니 세계화의 시류속에서 그렇게 되어가는 우리 나라를 떠올렸다. 예수상 앞으로는 부촌 그 뒤로는 가난한 사람들의 판자촌 마을들..예수는 물질적으로는 부자지만 정신적으로는 가난한 부촌 사람들을 위해 기도를 하는 것은 아닌가 라는 저자의 말에 공감했다. 브라질이 건축에 있어 유명한 나라인 것도 처음 알게 되었다. 우리나라의 건물들이 다양해졌음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칠레는 우리나라와 처음 FTA를 체결한 국가임에도 나는 잘 몰랐다. 칠레산 거봉만 먹었을 뿐 ^^ 그래서 그런것인지 저자가 말하는 인물을 잘 몰랐다. 끝으로 페루. 끝이라서 그런가 나라의 이름도 閉와 발음도 비슷하다. 잉카의 화려했던 문명은 아무말 없이 그대로 있고 그들의 초라한 후손들만이 관광객들에게 기념품을 팔아 생계를 이어간다는 것을 보며 연민이 느껴지기도 했다.

 글과 그림으로 자신의 생각, 느낌을 표현 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축복받은 것이다. 저자의 맛깔나는 표현과 진심어린 시선들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은 그 흔한 사진이 몇 점 없지만 오히려 그것이 이 책을 더 돋보이게 해준다. 느낌을 담은 원색의 그림들은 마치 사진이라는 콘크리트 건물을 보는 것보단 시골 흙길을 밟는 듯한 느낌을 가질 수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제목만으로 이 책이 라틴아메리카 화가들의 그림을 보여준다고 오해하지 마시길 ^^

책을 보면 대개 목차를 보며 어떤 이야기로 구성이 되어있을까 짐작을 하며 책 읽기를 시작한다. 총3부로 나뉘어져 있고 1부와 3부에는 '다른 생각'이라는 것이 들어가 있는데 2부에는 왜 없는지 궁금했다.  

책을 다 읽고 드는 느낌은 이 책은 일종의 신문 칼럼들을 모아다가 낸 책이 아닌가 싶었다. 즉, 책이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된 것이란 느낌보다는 각각의 소고들을 나열한 듯한 느낌이었다. 단편들로 바로 읽기에는 좋을지 모르나 책을 다 읽고 나서 어떠한 주제로 책을 썼는지는 명확치 못했다. 

철학자답게 저자는 철학의 위치 이동과 분화에 대해서 먼저 이야기 하고 있다. 그리고 과학,정치,미술,철학,음악 등에 몇몇 선각자들의 생각과 그 당시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했던 것을 대비시켜주고 있다. 그런데, 그러한 당장에는 쓸모없다고 여겨지는 생각들이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에 대해서는 자세한 언급은 없다. (독자들에게 맡기고 있는 듯 싶다 ^^) 

이 책을 읽으면서 하나 배웠던 점은 정신 VS 물질의 구도에서 정신의 문제가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는다고 해서 무시해서는 안된다는 점이었다. 나의 경우 심리학에 있어 뇌의 호르몬의 활동이라는 것에 무게가 많이 실렸었는데 정신 작용이라는 점도 고려해야겠구나 하는 점이었다. 즉, 뇌 신경 전달 물질이 모든 우리가 하는 작용을 설명하진 못한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저자는 유신론자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리고 이 책은 많은 좋은 문구들을 가지고 있다. 책을 보면서 적은 것을 몇 개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은 반신불수가 되어 버렸다

-진정한 예술은 모두 다 목표 없고 쓸데없는 노력에서 시작되었다

-예술은 '미(美)'와 관련되어 있지, '유용성'과는 관련 없다

-베토벤은 하늘에 다다르기 위해 애썼고, 모차르트는 하늘에서 내려왔다

-혁명은 연기될 수도 있지만, 저지될 수는 없다 

끝으로 오타 하나를 지적하면서 리뷰를 마친다. p53 아래서 셋째줄 '그는 넒은'을 '넓은'으로 수정해야한다.

  죽음은 인간과 항상 가까이 있으면서 우리가 구석으로 밀어넣었으면 하는 그 무엇이다. 올 때는 순서가 있어도 갈 때는 순서가 없다고 하지 않던가? 이 책은 3명(4명으로 볼 수도 있다)의 시한부 삶을 가진 환자들의 마지막을 사진과 글로 기록한 책이다. 그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죽음에 이르러 자신이 죽는 방법을 선택했다는 용기이다. 대개 불치병 환자들이 병원에서 끝까지 치료를 하다가 죽어가는 데 이 책의 주인공들은 얼마 남지 않은 삶을 그들이 가장 편안해하는 집에서 사랑하는 가족들과 죽는 삶을 선택한다. 이 선택이란 점에 있어서 그들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리고 그들을 도와주는 호스피스 분들의 봉사에도 경의를 표한다. 

 직간접적으로 죽음을 목도한 독자들이 있다면 이 책을 보면서 사랑하는 사람을 보내야만 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눈물 지을 수 있을 것이다. 더욱이 삽화에 있는 말기암 환자의 뼈만 앙상한 모습을 본다면 눈시울을 적시게 될 것이다. 특히나 그 환자가 아이일 경우에는 말이다. 책을 읽으면서 나에게 죽음은 멀었어 라는 생각으로 살아온 나에게 죽음을 생각해 보고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지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다. 누구나 죽음을 두려워하고 있기 때문에 그것을 금기시 하거나 감추려고만 한다. 장례식장이나 납골장이 시내 한복판이 아닌 저 교외에 있지 않은가? 저자는 죽음을 맞이하는 구성원이 있다면 죽음을 두려워하지 말고 남은 시간 그들과 함께 지내면서 사랑을 나누라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의료계에 종사하는 분들에게 저자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환장에게 투영하지 말고 죽음을 죽음으로 받아들이고 환자들에게 다가갈 것을 주문하고 있다. 

 이 책에 나온 환자들은 살아있다면 대개 나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다. 그들처럼 나도 언젠가는 죽게 될텐데 그 때 죽음을 즐겁게 받아들이고 가족의 사랑 속에서 생을 마무리 한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두려움을 떨쳐버리고 내가 나의 존엄을 지키며 죽을 수 있는 선택을 할 수 있게 되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