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리뷰를 보니 이 소설이 공포소설이라고 한 분이 있는데, 정말 일면 그말에 긍정하고 싶습니다. 처음에는 그저 일본 여성 작가가 쓴 여성 심리와 주변 잡기 등에 대해 쓴 책인가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잡았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책은 작가의 역량도 중요하지만 그 책을 읽고 있는 독자의 심리나 상황도 몹시 중요하다고 봅니다. 나는 이책이 너무나도 인상깊었던 이유가 또 하나 있는데...다름 아니라 제가 이 작품을 숙직을 서면서 읽었다는 것입니다!!

우리 회사는 아직도 직원이 야간 숙직을 서는데 3만 5천평에 이르는 공장에 10여개의 체크 포인트가 있어서 손전등과 체크기를 들고 다니며 밤에 2번씩 나가서 체크포인트에 매달려 있는 열쇠를 체크기 구멍에 넣어 돌려서 찍어야 합니다. 

아무도 없는 공장은 낮의 그것과는 또 달라서 어쩌다 회중전등 뒤의 내 모습이 작업실 거울에라도 비추면 그야말로 침이 꼴~깍 넘어갑니다. 게다가 을씨년스러운 로봇 사이로 에어가 '뽁''뽁'하며 나오면 캄캄한 밤에 머리카락이 쭈삣 솟습니다.  이런 숙직을 서면서 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었으니 얼마나 뇌리에 깊게 남았겠습니까?

그런데 이 책이 참 대단하다는 이유는 참 흥미진진하다는 것입니다. 작가의 역량이 대단하다고 감탄할 수 밖에 없습니다. 고전인 ’거지와 왕자’를 도플갱어라는 독특한 소재로 이끌어 낸 듯한 작가의 아이디어도 뛰어나고, 무서우리만큼 행복에 집착하며 또 다른 자신의 모든 것을 빼앗으려는 모습, 그리고 다시 되찾아 오려하는 모습이 우리 인생의 무거운 단면인 듯 하여 책을 읽는 뒤에도 오랜 동안 기억에 남았습니다.

그래서 한밤 중 숙직을 서면서 단숨에 다 읽어 내려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누가 공포소설이냐고 물은다면 대답은 당연히 '아니다' 입니다. 이 책은 인간의 내면심리를 잘 다룬 수작입니다. 공포의 요소가 느껴지는 것은 이러한 심리를 그려내다 생긴 부산물일 것이라 생각이 듭니다.

여전히 숙직의 추억과 함께 나의 기억 깊은 곳에 남아있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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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굳이 청색의 수수께끼를 산 이유는 무언가 새로운 만남을 시도해 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처음 이 시리즈가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나의 반응은 이랬습니다. 

‘18인의 에도가와 란포상 수상작가의 단편 모음집이라…오호! 괜찮은데…!’

 

이들의 에도가와 란포상 수상작을 직접 만나 볼 수 있다면 더욱 좋았겠지만 아무래도 그러한 만남은 성사되기는 힘들 성 싶고, 아쉽지만 그들의 단편작이라도 접해 보고 싶은 마음이 나의 지갑을 열게 했습니다. 

‘이번 기회가 아니면 나 같은 일반독자가 이들 작가들의 작품을 언제 접해볼 기회가 있기나 하겠는가’ 하는 생각이었던 것입니다.

 

그럼 무엇을 먼저 볼까 고민이었는데 어느 독자님이 청색의 수수께끼가 개인적으로 가장 나은 것 같다는 게시글을 남긴 것을 보고 가장 먼저 이 책을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어차피 순서는 관계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시리즈란 다 봐야 개운한 것 이기에 언젠가는 다 구매할 것이라고 맘 먹었기 때문이죠.

 

자 본론으로 들어와서 <청색의 수수께끼>…물론 책 속에 들어있는 단편 소설들과의 연관은 아무것도 없고, 그냥 편의상 묶어놓은 것으로 보입니다. 단편소설집 <청색의 수수께끼>에는 총 5개의 단편 소설이 들어있습니다.

 

○ 1편 아베 요이치 ‘푸른 침묵’

 

이 작품은 정통 추리소설은 아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음 마치 TV 미니시리즈 한편을 보는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처음부터 충분한 재료를 제공하여 어떤 사건이 앞으로 벌어질 지 숨 죽일 필요까지는 없습니다. 

이 작품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은 정작 사건 자체보다 현재 일본의 일그러진 한 단면을 엿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어느 나라, 어느 곳이나 사회의 문제란 폐부 깊숙히 자리잡고 있는 것이지만 일본의 현재의 주소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추리소설이라고 접근하면 낭패이고, 부담없이 영화 한편 본다고 생각하고 보면 편안합니다.

 

○ 2편 후지와라 이오리 ‘다나에’

 

아름다움 속에 숨겨져 있는 진실, 그러나 추악하거나 탐욕스러운 것이 아닌 인간적이고 애절함이 느껴지는 수작입니다. 우리 모두가 한번쯤 가지고 있을 법한 추억과 첫 사랑에 대한 생각을 다시한번 하게 만드는 이 작품은 정도는 약하지만 추리소설의 느낌도 살아 있습니다. 

단편이니 만큼 너무 깊이 들어가지는 않지만 충분히 잠시나마 가졌던 의문에 대한 반전도 살아있고, 나중에 모든 해답이 나오면 절로 ‘아 그랬구나’하며 왠지 마음이 먹먹해지는 느낌도 듭니다. 글의 흐름도 차분하고 마치 잘 볶아진 원두커피에서 나오는 향만큼이나 진한 인간미가 느껴지는 작품입니다.

 

○ 3편 와타나베 요코 ‘터닝 포인트’

 

이 작품은 ‘푸른 침묵’과 같이 영화나 미니시리즈 한편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줄거리나 작품의 완성도도 잘 다듬어져 있어 글 보는 재미도 많이 느껴지며 내용 전개과정이 지루하지 않고 빠르게 전개됩니다. 또한 여성 작가 특유의 섬세함과 심리묘사도 다른 작품들에 비해 색다른 느낌을 선사합니다.

 

이 글에 소개되고 있는 <보안사>라는 직업도 참 특이하게 느껴지고- 우리나라도 이런 직업이 있나 싶네요. 그리고 이 작품에도 아주 희미하게나마 약간의 추리적인 요소도 숨어 있습니다. 그리고 ‘푸른 침묵’에서도 느낀 건데 요즘 일본은 외국인들에 대한 관심이 많은 모양입니다. 근데 그 시선이 은근히 찝찝한 건 왜일까요? 혹시 중국인이 아니라 한국인이 나왔다면? 그냥 책 덮어버리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 4편 이케이도 준 ‘사이버 라디오’

 

금융 미스터리라는 장르의 창시로 유명한 이케이도 준의 작품입니다. 기존에 이 작가의 작품을 접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이번 작품을 통해 금융 미스터리에 대해 조금 배운 느낌인데,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상당히 재미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의 5편 중 가장 재미있게 보지 않았나 싶습니다.

 

사이코 메트리->추리소설->범죄소설->하드보일드 랄까요? 저자의 폭넓은 금융지식을 기반으로 사건을 점점 해부해나가며 실마리를 찾아나가는 과정이 참신하고 재미있습니다. 결국 주인공의 목적도 결코 선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악당이 악당을 골려 주는 구조는 언제 봐도 재미있는 구성이 아닐까 싶습니다. 여하튼 처음부터 끝까지 쉬지 않고 그야말로 단숨에 읽어 버렸습니다.

 

○ 5편 시라누이 교스케 ‘온천잠입’

 

 이 작품은 100% 추리소설이 아닙니다. 근데도 역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단숨에 읽어 제낀 걸 보니 재미가 있기는 있나 봅니다. 쉽게 말하자면 잔혹 코믹극이라 할까요? 사람이 죽어나가지만 극 전개는 무척이나 코믹하고 가볍습니다. 작가의 원래 문체가 이런 건지, 아니면 의도적으로 이렇게 쓴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미소를 띄우며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 나갔던 것 같습니다.

사람의 죽음보다 나의 성공, 가게의 명성을 가차없이 더 중요하게 생각해 버리는 사람들의 모습이 다소간 씁쓸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런 부분이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만큼 고뇌스러운 것도 없고 주인공이나 등장인물의 죄책감도 없습니다. 내가 보기엔 그냥 부담없이 재미있게 보면 그만일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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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인상은 왠지 끌리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제목이 13계단,,,이라는 게 왠지 '무슨무슨 살인사건'이니 '무슨 가의 비밀' 같이 이렇게 한 눈에 탁 튀는 제목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사형제도에 대한 심도있는 탐구 등 왠지 본격추리소설이 가야하는 길에 많이 벗어나는 사회성이 강한 즉 추리소설의 형식을 빌린 사회고발 소설이 아닌가 싶어서 였기도 했구요. 

또 한창 요코미조 세이지 소설(명탐정이 등장하는 본격 추리소설)에 푹 빠져 있던 나에게 왠지 성향이 다른 작가의 미스테리를 읽는다는 것도 내키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도 책을 구입했고, 읽어가면서 나의 선택이 꽤나 잘한 결정이었다는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작품을 다 읽고 난 지금 느낌은 '작가가 참 제대로 구웠구나' 하는 것이었습니다.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이 작품은 진짜 걸작입니다. 

그리고 이 작품은 사회성이 많긴 하지만 추리소설 본연의 모습에도 매우 충실한 작품입니다. 의도적인 노출, 주인공인 미카미의 10년전 가출과 살인사건이 뭔가 연관이 있지 않나하는 의혹을 지속적으로 심어주면서 전개해가는 스토리에 깜짝까지는 아니어도 그래도 ’아하...그랬구나’하는 충격을 전달해주는 반전이 멋집니다. 

본격 추리소설에 비해서도 결코 부족함 없는 추리, 그리고 아주 약간이긴 하지만 공포적인 요소도 가미되어 있습니다. 게다가 왠지 영화를 보는 듯한 전개(실제로 영화화가 되었다고 하는데)도 책을 읽는데 지루함을 날려버리는 작용을 합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냥 지나치는 우연이란 아무것도 없다는 구성의 치밀함도 돋보입니다.

그리고 사형제도에 대한 심도있는 작가의 고민이 엿보입니다. 요즘 대세인 사형폐지론을 강력히 주장하는 것도 아닙니다. 형벌이 과연 인간의 죄값을 치루는데 어떠한 역할을 하는지, 사형이 과연 진정한 대안인지에 대해 등장인물들을 통해 고민하며 그 답은 독자에게 맡겨놓고 있습니다. 너무 강요하지 않기에 더욱 스스로가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점도 좋았던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잘보는 것, 잘 팔리는 것에 다른 사람들도 더 끌리게 되는 것이고, 그것은 하나의 커다란 주류가 됩니다. 내가 보기에 지금 우리나라는 무슨무슨 성공비법, 아니면 외국어 등등 이런 책들과 대대적인 광고가 뜬 소설이나 영화화된 소설, 적어도 노벨 문학상 정도는 돼야 돈이 안아깝지 할 정도의 소설이 주류입니다. 

누구라도 사는 책을 사야 돈이 아깝지 않은 것...실은 이것도 틀린 것은 아닙니다. 사람들이 많이 보는 이유는 분명이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비주류에 속하는 주옥같은 책이나 영화들이 이런 주류에 파묻힘을 당하는 현상이 우리나라에서는 너무 심각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문제는 이러한 현상이 자꾸만 베스트셀러 시장만 커지고, 이러한 비주류 문화를 접할 기회를 자꾸만 없애버린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아무도 추리소설을 안보면 누가 비싼 돈 투자해서 외국 소설을 번역해 국내에 출간하겠습니까. 그렇게 되면 우리는 보고 싶었던 수많은 작품들을 적어도 국내에서는 접할 기회를 상실해버리고 마는 것입니다. 그래서 말하건데 국내에는 좀 즐기는 문화가 다양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그래서 말인데 우리나라도 에도가와 란포상과 같은 누구나 권위를 인정하는 추리소설관련 대상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나라가 어떤 나라입니까? 예술성이 가장 뛰어난 나라입니다. 

시장만 형성되고 추리소설을 써서 대작가로 인정받을 수 있는 풍토가 더 많이 조성된다면 역량있는 작가들이 더욱 많이 참여할 것이고, 세계 어느나라보다 더욱 뛰어난 소설들이 많이 나오게 될 것입니다. 하루빨리 그런 날이 왔으면....자 이제 다음에는 어떤 추리소설을 읽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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