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과 로제는 오래된 연인사이이다.

폴은 로제를 너무 사랑하고 있다. 하지만 그녀와 달리 로제는 구속을 싫어하고, 다른 젊은 여자와 바람을 피기도 한다.

폴은 그런 로제를 보며 잦은 외로움을 느낀다. 그러던 그녀에게 열네살이나 어린 시몽이라는 남자가 나타난다.

그는 나이가 많은 그녀를 열렬히 사랑하고, 구애한다. 그리고 그 둘은 애인이 된다.

폴은 시몽과 만남을 가지고 있지만서도 마음 깊은 곳에서는 오래된 연인 로제를 갈망한다.

그녀가 시몽을 완벽하게 받아 드릴 수 없는 이유는 열넷이라는 나이차이.

그녀는 늙었고 그는 너무 젊다는 그래서 자신감이 없는 자기비하의 모습이 크다.

그녀는 이미 서른아홉해의 삶을 지내며 깨달은 순간적인 감정의 덧없음을 알기 때문이다.

시몽과의 사랑이 결국은 어떻게 끝날 것인지 알기에 그 끝을 예감하기에 그를 자꾸 밀어내고 만족감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로제또한 폴이 시몽과 만나는 것을 알고, 그녀를 다시 차지하려고 한다.

늘 자신의 곁을 지켜준 연인을 그리워 하고 소중하다는 것을 느끼는구나 싶었다.

하지만 결국 폴이 시몽을 버리고 로제에게 돌아가지만 로제는 여전히 그녀를 외롭게 할 것이라는 결말을 남기고 이 책은 끝이 난다.

마흔을 앞두고 있는 나이에 스물 다섯살짜리 이성이 좋다고 대시한다면 나 또한 폴처럼 그를 밀어 낼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은 이미 결과가 뻔한 일이기 때문이다. 설사 사랑이 이뤄진다해도 그 과정의 고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 소설은 그런 의미에서 폴의 심리가 디테일하게 쓰여진것 같다. 

또한 익숙한것을 찾게되는 모습을 보면서 이미 나이가 들어 새로운 것에 도전한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느껴본다.

이 책은 저자 사강이 이십대 중반에 썼다고 하기에는 믿기지 않을 만큼 성숙한 책이라고 생각된다.

그 나이에 사랑의 영원성 보다는 사랑의 덧없음을 어떻게 알고 쓴건지 신기하기 때문이다.

또한 작가의 연보는 보면서 그녀의 삶이 순탄치 않고 굴곡 있게 산 것이 그녀의 문학 작품에 영향을 미쳤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그걸 문제 삼고 있는 게 아냐. 오히려 당신이 그것을 문제 삼지 않게 하려는 거야. 당신은 당연히 내게 그런 일을 감추고 싶겠지. 하지만 내게 그런 걸 감출 필요가 없어. 나는 어린애가 아냐, 폴. 내게는 당신을 이해할 능력도, 당신을 도울 능력도 있어. 알다시피 난 지금 당신과 함께 있어서 무척 행복해. 하지만 내가 바라는 건 그 이상이야. 난 당신도 나와 함께 있어서 행복했으면 좋겠어. 지금 당신은 행복해지기에는 지나치게 로제에게 집착하고 있어. 당신은 우리의 사랑을 우연한것이 아니라 확실한 그 무엇으로 받아들여야 해. 내가 그렇게 만들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이게 내가 하고 싶은 말이야." 132p

"삶은 여성지 같은 것도 아니고 낡은 경험 더미도 아니야. 당신은 나보다 열네 해를 더 살았지만, 나는 현재 당신을 사랑하고 있고, 앞으로도 아주 오랫동안 당신을 사랑할 거야. 그뿐이야. 나는 당신이 자신을 천박한 수준, 이를테면 그 심술쟁이 할망구들의 수준으로 비하시키는 것을 참을 수가 없어. 지금 우리의 문제는 로제뿐이야. 다른 건 문제되지 않아." 133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