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에서 볼 수 있는 흔한 여행책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은 큰! 정말 큰! 오산이다. 본질은 연애소설이더라.
역시 김영섭 PD는 <비천무><외과 의사 봉달희><식객><떼루아> 등 유명한 드라마를 기획한 분 답게
파리에 얽힌 20가지 연애스토리를 우리 입맛에 맞게 각색했다.
덕분에 이 20가지 연애스토리 속에서 마치 나는 여자 주인공으로 둔갑하여
잊고 지냈던 연애 감정을 깨우면서 마음이 설레이는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
( 봄 앞에서도 이런 감정을 느끼지 못했던 내가 말이다!)
한편으로는 연애를 했던 때가 언제였던가... 짝사랑을 몰래 했던 때가 언제였던가... 하고
외로워 하는 나를 달래면서 고통스럽게 읽기도 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책 속에서 가장 좋았던 연애스토리는 샤갈과 벨라였다.
연애에 있어 자유분방한 예술가들 중 드물게 한 여인만을 사랑했던 샤갈의 이야기는 참으로 순수하고 아름다워 보였다.
희대의 바람둥이 세르주 갱스부르, 두 여자 사이에서 고민했던 로댕, 사랑의 독재자였던 피카소의 이야기보다
지고지순했던 샤갈이 더욱 멋지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나이보다 어린 벨라를 사랑하면서 만들어낸 작품인 <생일>(책 속에 삽화가 담겨있음).
그가 공중에 붕 떠있는 채로 그녀와 키스를 나누는 모습을 통해
얼마나 샤갈이 그녀를 아끼고 사랑했는가를 깊이 느낄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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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천생연분을 일컬을 때, 당나라 시인 백거이의 [장한가] 중 ’비익조, 연리지’ 란 구절을 인용하곤 한다. 암컷도 수컷도 각기 날개가 하나뿐이어서 둘이 합하지 않으면 날 수 없는 새 비익조. 두 나무가 얽혀 떼려야 뗄 수 없는 하나가 된 연리지. 이건 아마도 샤갈과 벨라 같은 사이를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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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이지 : 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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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역에 있는 오페라하우스인 팔레 가르니에 내부 천장에는 샤갈의 그림인 <꿈의 꽃다발>이 있다고 한다.
천장에 가득히 메운 그의 경이로운 작품을 나도 언젠가 파리에 가 꼭 눈으로 감상해 보리라 굳은 다짐을 했다.
파리의 명소에 얽힌 20가지의 사랑 이야기를 통해 잊혀졌던 파리의 여행 계획이 다시 눈을 떴다.
나는 30대가 되기전 파리를 비롯한 유럽여행을 꼭 해보리라 다짐했던 사람중에 하나였다.
’지난 시간동안 잘 버텨왔구나. 수고했어.’ 라는 내 자신에 대한 포상선물로 말이다.
그러나 뚜렷한 계획도 없고 정직하게 말하자면 여행은 내 삶의 목표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었다.
시간, 정보, 시기, 금전적인 것 등등을 문제삼아 요 근래는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점차 책을 읽어나갈수록 책에 담긴 미처 몰랐던 예술가의 러브스토리가 내 마음의 전부를 파리로 향하도록 했다.
’자! 어때. 파리는 이렇게 황홀하고도 사랑스러워. 때론 불같고 때론 식어버린 사랑에 아파하기도 하지.
아파해도 괜찮아. 인생에 한번 쯤의 시련은 추억으로도 멋지지! 이렇게 파리는 널 사랑에 빠지게 할 수도 있어! ’
라고 말이다.
뽑으면뜬다서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