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동안 줄곧 아빠와 함께 아차산을 제집 드나들 듯이 다녔었다.

처음 목적은 단 하나. 약수물을 떠오는 것 이었다. 

아차산에 오르기 전까지 등산에 대한 경험은 전후무후 했던 나였기에

’도대체 등산은 왜 하는거야? 시간도 아깝고 할일이 얼마나 많은데...’ 하며 줄곧 불평을 했었다.

그러나 아빠의 권유로 못이기는 척 하며 따라 나선것이 내가 가지고 있던 등산에 관한 편견을 버리게 만들었다.

이 책에서도 나와 같은 생각을 했던 백수 김씨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데 

그는 책 표지에 나와있듯이 둔하디 둔하며 행동보다는 생각이 많은 사람이었다.

그도 나처럼 산행의 경험이 없었고 그나마 등산 경험이라고 하기엔 어이없는

입구와 가까운 계곡에서 막걸리만 마시고 내려오는 것이 고작이었다.

이런 그가 갑자기 목적도 없이 북한산을 오르겠다고 결심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옛날에 사두었던 등산화를 신고 가난한 지갑을 털어 생수, 김밥한줄, 오이를 사서

달랑 검정비닐봉지 하나만을 들고 첫 산행을 시작하는 그의 모습과

산행 중 육중한 몸을 이끌면서 숨을 헉헉거리는 그가 마치 내가 첫 등산을 했던 모습과 닮아있어

처음에 읽으면서 그의 엉뚱함과 어리숙함을 보면서 낄낄 웃었다가 점점 마음 한켠으로는 안타깝게 느껴졌다.

이 책의 묘미는 북한산을 등반한 경험이 없는 나에게 한번쯤은 해보고 싶도록 한다는 것에 있다.

또한 북한산의 지리와 역사 조차도 몰랐는데 김씨가 산행하면서 정복하게 되는 것을 통해

’산이 주는 것이 비단 건강만은 아니구나.’ 라고 생각했다.

	"저 같은 사람도 갈 수 있나요?"  "오르려면 장비도 갖춰야 하고, 산행 경험도 있어야 합니다. 초보자에겐 무리입니다." 그러고는 씩 웃고 나서 내 곁을 떠났다. ’뭘 보고 초보자라는 거지. 비대한 몸? 값싼 등산용품들?’ 갑자기 풀이 죽었지만 그래도 백운대 정상에 올랐다는 기쁨과  북한산의 새로운 모습을 보았다는 설렘으로 다시 기가 펄펄 살아나서 신나게 산을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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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같으면 ’당신은 못할꺼야.’라는 말에 쉽게 포기하고 낙담했을 그이지만 

산행을 통해 훨씬 긍정적으로 변함을 느낄 수 있었다.

북한산을 오르기 전까지 새벽강가에 안개가 피어오르듯이 살이 쪘다는 김씨.

과연 그는 산행을 즐기면서 어떻게 변화했을 것인가?

그리고 북한산이 준 무언의 깨달음은 무엇이었을까?




백수산행기, 뽑으면뜬다서평

세계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먼나라 이웃나라]를 들어보지 않은 이는 아마도 없을 것이다.
이 책은 당시 출판되었을 때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많은 학생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학생들을 암기위주의 세계사 공부에서 벗어나도록 해주며
진정으로 다른 국가에 대해 알고자 하는 호기심을 자극하고 세계사의 큰 틀을 알 수 있도록 도와주었기 때문일 것이리라.
엄마의 넘치는 교육열 덕택에 나 또한 코흘리던 시절 이 책 세트를 선물받았었는데
내가 가보지 못한 영국과 프랑스, 네덜란드, 도이칠란드, 스위스, 이탈리아 역사를 재미있게 공부했었다.
아직도 이 시리즈는 내 서가 맨 꼭대기에 꽂혀있고 가끔 역사에 관한 다큐나 뉴스를 접할때 펼쳐보기도 한다.
이처럼 나중에 자녀가 생기면 읽게하고 싶을만큼 교육적인 책을 쓰시는데 헌신해오신 이원복 교수님의 
신간 [세계사 산책]을 꼭 읽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책을 처음 펼쳤을때 가장먼저 당황하게 된 것은 내가가진 흑백의 먼나라 이웃나라와 달리 컬러가 입혀진 그림때문이었다.
컬러가 없을때의 단조로움을 전혀 느낄 수 없는 다양한 색감이 있는 책에 눈이 호강한다 싶었다.
오로지 검정줄과 흰 여백으로 표현되었던 과거의 먼나라 이웃나라 책이 신기해 보일 정도였으니 말이다.

책의 구성은 역사바로보기, 전쟁과 평화, 열린 세계사로 크게 세부분으로 나뉘는 동시에 세부적인 주제가 달려있다.
예를 들어 역사 바로보기에는 민족, 민족주의, 편중된 역사관, 편견, 위기는 기회 등의 주제를 가진 내용들이 있으며
전쟁과 평화에는 독립기념일, 당파 싸움, 역사의 상처, 역사의 징벌 등의 내용들이 있다.
(중앙일보에 연재된 것들을 대부분 묶으면서 새로운 내용을 추가하였음)

이 내용들은 단순한 역사적인 내용과 텍스트를 전달하기에 급급했던 다른 책들과 달리 지식인이면 알아야 할,
학생이면 알아야 할, 성인들이 알아야 할 세계사를 알차게 담은 것 같다.
또한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정작 다른이에게 명쾌하게 설명할 수 없었던 세계역사와 그에 맞물리는 용어들을
바르게 잡아주면서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였다.
읽는 순간마다 독자들을 정형화된, 승자를 위해 쓰여진 역사관에서 벗어나도록하면서 
동시에 비뚤어진 역사관을 바로잡아주기 위한 이원복 교수님의 노고가 보였다.

이 책은 어린 아이들이 읽기에는 난이도가 있지 않나 싶다.
배경지식이 요구되는 부분이 꽤 있어 만약 어린 자녀에게 권하려 한다면 
그 이전에 먼나라 이웃나라의 책을 접하게 한 후 읽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그렇지 않으면 분명 자녀에게 "엄마, 미국의 남북전쟁은 왜 일어난거야? 십자군전쟁은 뭐야? "
라는 당혹스런 질문을 받게 될 테니 말이다. 

세계사산책, 뽑으면뜬다서평

나는 그에게 물었다.

"당신은 인생을 살면서 행복했습니까? 아니면 불행했습니까?"

그가 웃으며 대답했다.

"나는 세상을 알아가기전 이미 고통을 겼었으며 세상을 알면서 쾌락과 향락을 즐겼고
세상이 지겨워질즈음 비참함을 느꼈소. 이런 나의 삶을 행복 혹은 불행으로 단정짓기엔 무리가 있지 않다고 보오? "

그렇다. 트루먼 카포티의 일생은 세상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굴곡있는 삶이었다.
그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제 3자인 내가 봐도 
정서적으로 불안한 유년기를 보내고 청년시절 상류층사이에 있으면서도 늘 고독했던
그리고 말년에 비참했던 그의 인생은 한편의 드라마인 것 같았다.
단편집 [차가운벽]이 주목받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그의 굴곡있는 삶을 담았기 때문일 것이리라.

오묘하고도 위트가 있으며 암울했던 단편집은 총 20가지의 단편들을 담고 있는데
이 가운데 간결한 문체와 독특한 인물들, 독자를 위해 세심하게 배려된 상황묘사는 
짧은 단편임에도 불구하고 그 묘미에 빠지는데 더할 나위없이 좋은 도구였다.

그의 단편집에서 힘있는 글쓰기에 기여했던 창작적 영감은 아마도 그의 유년기가 아니었나 싶다.
영문학 교수인 레이놀즈 프라이스의 서문에 따르면 힘있는 글쓰기를 위해 그는 과거의 중요한 부분을 사용했다고 하는데
그것은 바로 유년기 시절 부모님의 이혼과 재혼으로인해 버려진것과 다름 없었던 카포티를 
따뜻한 세계로 잠시나마 인도했던 여자 사촌과 보냈던 날들이었다.
[크리스마스의 추억][추수감사절에 온 손님][어떤 크리스마스]등의 작품은 
여자 사촌과 보냈던 날들 동안 느꼈을 트루먼 카포티의 순수하고도 따뜻한 감성이 한껏 실려있다.

반면 [모하비 사막][마지막 문을 닫아라]등의 작품에서는 그가 상류층 사이에서 겪었던
끔찍하고 경멸스러운 경험들을 바탕으로 시니컬하게 써내려갔음을 알 수 있었다.

또 하나 이 책의 재미는 당황스러운 반전이라는 데 있다.
친했던 친구에게 산 밍크코트가 썩어 문드러진 것이었던 [자기만의 밍크코트]
파티에서 한 여성이 군인남자를 유혹하다가 갑자기 돌아서버리는 [차가운벽]
처음에 [차가운 벽]을 읽었을 때는 ’도대체 무슨 의도로 썼을까?’ 하고 머리를 쥐며 생각했었다.
그리고 아직까지도 이 작품을 이해하지 못했다. 

단편중 가장 기억에 남았던 작품은 [은화단지]였다. 
발할라 드러그스토어를 운영하는 마셜씨가 광장 건너편에 새로운 드러그스토어가 열리자 화가나서
특단의 조치를 한다. 그것은 3센트와 10센트짜리 은화로 가득채운 단지에 들어있는 돈의 액수를 맞추는 이벤트!
그러나 여기에는 조건이 있는데 한번 액수를 응모할 때마다 가게에서 25센트어치의 물건을 사야한다는 것이다. 
이 소문은 널리퍼져 미드라는 여자아이와 그의 오빠 애플시드라는 아이가 찾아오는데
대망막을 지닌 애플시드가 그 단지에 들어있는 돈의 액수를 맞춰보겠다고 한다.
어린이 동화에 나올법한 오묘한 이야기 [은화단지]는 애정과 위트가 돋보였다.
시니컬하고 차가운 작품들과 순수하고 따뜻한 작품들 가운데서 말이다.

과연 이 아이가 돈의 액수를 맞췄을까? 
정답은 사람들속에서 살면서도 외로웠던 그의 단편집 [차가운 벽]에서 확인하시길...

뽑으면뜬다서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