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종교가 전해왔던 무언의 메세지는 각각의 종교마다 다르겠지만 크게 변화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 종교를 지키기 위해 수많은 희생이 요구되었었고 그것이 현대에 이르러 "가치가 있었는가, 없었는가?"를 논하게 되면서 종교에 대한 모순적 문제가 대두되어 온 것은 사실이다. 이를 잘 보여준 영화가 "The mission"이다. 이 영화를 통해 결론적으로 느낀 것은 과라니족의 희생과 신부들의 희생으로 지켜낸 종교적 신념이 단순히 가치가 있다 혹은 없다로 판단되기보다 오히려 이는 넓은 시각으로 종교의 본질로서 받아들여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 영화는 남미 오지에 살고 있는 과라니족을 선교하러 갔던 예수교의 한 신부의 죽음으로 부터 시작한다. 과라니족들이 십자가에 신부를 묶어 강에 던지는 이 장면에서 선교하는 데에 따른 희생에 대해 고민을 하게 했다. 이렇게 타 문명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잔인했던 과라니족들은 음악으로서 마음을 열게 한 가브리엘 신부를 통해 결국 예수교 신앙을 받아들이게 된다. 한편 과라니족을 사냥해 팔았던 노예상인인 로드리고는 사랑 때문에 남동생을 살인하게 되면서 죄 값을 치르고자 가브리엘 신부와 함께 선교에 나서게 된다. 과라니족에게 도달할 때까지 순례자처럼 로드리고가 짊어지고 갔던 무거운 갑옷 짐들은 그가 얼마나 그 죄에 대해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는지를 잘 보여주는 것 같았다. 이러한 모습을 본 과라니족은 칼로 그의 짐을 베어 강으로 떨어뜨리는데 이 부분에서 종교의 힘이 뚜렷이 들어난다.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이 부족들이 용서로서 실천하고 이를 통해 로드리고는 죄를 벗고 구원을 받는 것 같았다. 

 영화 초반부터 시작이 달랐던 가브리엘 신부와 로드리고의 삶은 중반부에서 일치되는 듯싶었으나 과라니족의 위기와 종교적 갈등으로 인해 서로 다른 길을 택했고 결론에 이르면서 희생으로서 다시 하나가 된다. 지극히 주관적인 관점으로 보면 이 영화의 큰 틀은 가브리엘 신부와 로드리고, 이렇게 두 인물을 중심으로 나뉘는 것 같다.

 “내가 산을 옮길만한 모든 믿음이 있을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아무 것도 아니오. 내가 내게 있는 모든 것으로 구제하고 또 내 몸을 불사르게 내어줄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내게 아무 유익함이 없느니라.” 마음의 평화와 구원을 얻을 수 있었던 로드리고가 가브리엘 신부에게 감사하다고 했을 때 가브리엘이 로드리고에게 읽으라고 준 성경책에 쓰인 구절이다. 이는 후반부에 보이는 가브리엘의 확고한 종교적 신념을 예시하면서 동시에 예수교의 진리를 표현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종교적이지 못한 삶을 살아왔던 지극히 현실적인 로드리고는 신앙의 길속에서도 빈번히 불의를 참지 못하고 교리와 어긋난 행동을 한다.

이들은 과라니족의 위기에서 서로 다른 길을 택하는데 가브리엘 신부는 자신의 신앙을 지키고자, 자신이 당연한 것으로 여겨왔던 종교적 교리를 선택하였다. 어찌 보면 종교를 갖고 있지 않은 현대인들에게는 가브리엘 신부의 행동이 현실적 대응 부재와 이상주의자라는 비난을 할 수도 있으나 나는 당연한 선택이라 생각한다. 그의 선택은 자신이 약하거나 포기에서 오는 선택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수많은 총알과 폭약이 공격해 오는 상황에서 마지막 예배를 드리며 과라니족과 행진하는 그의 모습은 오히려 태연하고 당당했다. 이처럼 비폭력적이고 모든 것을 감싸 안고자 했던 가브리엘 신부를 통해 예수가 모든 이들을 위해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셨던 것과 같은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편 로드리고는 이 위기를 현실적으로 대응하는데 함께 있던 신부들, 과라니족과 작전을 짜고 무기를 만들며 적의 화약을 훔친다. 이 과정에서 다시 살인의 죄를 짓게 되는데 어쩌면 그도 종교적 원칙과 내면적 갈등을 하고 있었으리라 짐작된다. 만약 내가 이 상황처럼 선택해야 한다면 아마도 로드리고와 같은 결단을 내렸을지 모른다. 위기 앞에 놓여진 상황은 불가피한 것이었으며 상식적 관점에서도 억울한 것이기 때문이다. 정치적 논리 때문에 무고한 사람들이 피해를 입었던 일들은 모든 역사에 존재해 왔던 것이지만 이를 극복하기 위해 했던 노력들은 후에 좋은 결과를 낳아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또한 높은 신앙심과 비폭력의 모습을 보였던 가브리엘 신부의 행동은 실로 대단한 것이지만 내게는 그러한 확고한 믿음이 크지 않다는 점에 있어 로드리고와 같은 노선을 선택했을 것이다. 

 결국 불가피한 폭력과 비폭력이라는 이 두 가지의 선택은 그 어떤 것도 타당하다 라고 말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 어려움을 영화의 결론에서 해소하고 있는데 가브리엘 신부와 로드리고는 각각 행진과 전쟁에서 죽음을 맞이한다. 죽기 직전의 로드리고의 시선이 가브리엘 신부에게 가 있는 장면에서 이 둘이 보여준 선택이 궁극적으로 하나였음을 시사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사랑의 방식이 서로 달랐을 뿐 추구하고자 했던 종교적 이상에는 차이가 없었던 것이다. 앞에서 언급했던 말씀의 구절을 곱씹어보면 중요한 것은 사랑 그 자체이지 이를 기초로 하지 않은 모든 일들은 아무것도 아닌 것임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이를 통해 종교를 그 본질 자체로 받아들이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 라고 말할 수 있다.

 “신부들은 죽고 저만 살아남았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죽은 건 나고 산 자는 그들입니다.  왜냐하면 언제나 그렇듯 죽은 자의 정신은 산 자의 기억 속에 남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선택으로 인해 참혹한 결과를 얻게 된 추기경의 마지막 말로서 이는 신부들과 과라니족의 희생이 죽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시 신앙으로 부활함을 시사했다.  마지막으로 잔인한 학살을 단행한 것에 대해 "달리 방법이 없었습니다. 목적을 달성해야 하니까요. 세상은 그런겁니다."라고 말하는 위정자들의 말에 "그렇지 않소. 우리가 그렇게 만든거요."라고 대답한 추기경의 말은 오늘날 변질되어가는 종교들에게 본래의 종교가 추구하고자 했던 바를 다시 한 번 고찰해보고 신앙의 틀을 재점검 해보라는 이 영화의 가장 큰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북극곰이 아슬아슬하게 얼음덩어리 위에 서있는 표지가 인상깊었던 이 책은 나로하여금 지구 환경변화에 따른 인간의 책임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도록 했다.

 이 책은 여행 전문 기자인 남종영씨가 북극권에 있는 각 지역을 여행하여 기후변화에 대해 몸소 느낀 이야기들을 담았다. 캐나다에 북극곰이 출현한다는 처칠, 카리부가 머물고 있고 현재 유전개발과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알래스카 아크틱빌리지, 유전개발로 득을 본 에스키모의 수도 배로 등을 비롯해 국내에서 명태로 유명한 강원도에 이르기까지 저자는 곳곳을 여행하면서 기후변화에 따른 변화들을 포착했다.

 많은 화두중에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아무래도 책 제목과 관련된 북극곰이 아닌가 싶다. 해마다 가을이면 캐나다의 북극권의 작은 마을인 처칠에는 북극곰들이 찾아오는데 점점 따뜻해지는 날씨 때문에 그들의 생태계가 위협받고 있다. 그 이유는 북극곰이 사냥하는 물범과 해양포유류들이 쉬는 곳인 바다얼음이 날씨가 따뜻해짐에 따라 녹거나 깨져버려 북극곰이 사냥하기에 쉽지 않은 환경이 되어가고 있고 이에 따라 북극곰들은 적게 먹고 적게 활동하는 워킹 하이버네이션(walking hibernation)이 길어지기 때문이다. 쉽게 말하면 그들이 굶어죽을 수 있는 확률이 커진다는 것이다. BBC방송에서 방영했던 다큐 중 북극곰 한마리가 빙하가 녹은 바다를 목숨을 걸고 헤엄쳐 육지에 도달했으나 힘이 부족해 먹이를 잡지 못하고 죽어갔던 영상이 불현듯 떠올랐다. 더구나 이 빈곤한 상태가 계속 진행됨에 따라 동족간에 잡아먹는 사례 또한 심심찮게 발생한다고 하니 이런 비참한 일이 또 어디있겠는가.

 한편 에스키모에 관한 이야기는 극한 환경속에서도 그들이 필요한 만큼 사냥하면서 근근히 전통을 이어왔으리라 생각했던 나의 환상을 깨는 계기가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알다시피 알래스카에는 엄청난 석유가 매장되어 있다. 이런 오일머니를 탐하는 다국적 기업들의 석유자본이 미국정부를 움직임에 따라 알래스카 원주민과 환경단체가 반발했다. 이를 반대하고 나선 대표적인 부족은 아크틱빌리지에 사는 그위친족이다. 그러나 이들과 달리 배로에 사는 에스키모들은 석유자본들이 알래스카에 송유관을 설치하는 것을 압도적으로 찬성했고 그 대가로 그들 나름대로의 부유한 삶을 누리게 됐다고 한다. 또한 송유관이 설치됨에 따라 석유를 미국까지 운반될 수 있게 되었지만 이에 따른 환경적 문제(가령 기름유출과 생태장벽의 문제)가 수백차례 발생하여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

	백인 대추장은 우리에게 우리 땅을 사고 싶다고 제의하며 아무런 불편 없이 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대들은 어떻게 저 하늘이나 땅의 온기를 사고팔 수 있는가. 공기의 신선함과 반짝이는 물을 우리가 소유하고 있지도 않은데, 어떻게 그렇게 팔 수 있다는 말인가. 우리는 땅의 한 부분이고 땅은 우리의 한 부분이다. ..... 그대들의 제안을 잘 고려해 보겠지만, 이 땅은 거룩한 것이기에 그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만약 이 땅을 팔더라도 그것이 거룩한 것이라는 걸 기억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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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4년 미국의 시애틀 추장이 프랭클린 시어스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의 내용 중 일부이다. 땅의 소유에 대한 개념이 없던 원주민들과 달리 에스키모들은 자신들의 일부로 존재하던 땅을 스스로 소유하고 백인에게 팔았다. 인간 본성으로 보자면 좀더 좋은 것, 좀더 편한 것을 누리고 싶어하는 그들의 욕망은 이해한다. 그러나 그들이 지켜왔던 전통과 알래스카라는 특수한 자연은 그것이 주는 경이로움은 그 어떠한 것보다도 가치있는 것이기에 그들의 선택에 아쉬움이 남았다.

앞에서 언급한 기후변화의 징후는 비단 외국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어장인 동해바다의 명태는 현재 찾기 힘들 정도라고 한다. 이에 따라 거진항의 어민들은 명태잡이를 포기하고 오징어잡이로 전향하는 경우가 많게 되었다. 학자들은 명태가 사라진 원인을 동해의 수온 상승을 가장 크게 꼽고 있는데 한류에 서식하는 어종들의 어획량이 준 것으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책은 세계 각국에서 기후변화로 인해 다양한 생태적, 지리적, 환경적 변화가 지속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관심을 갖지 않았던 나를 반성하도록 했다. 땅을 밟고 공기와 물을 마시며 살아가도록 기본적인 것들을 아무런 대가없이 제공해준 자연에게 나는 그동안 어떻게 해왔던가? 여행 에세이가 아닌 환경 에세이로서 이 책은 모두에게 경각심을 던저주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단 한가지 아쉬운 점은 how에 대한 부분이 없었다는 것. 독자에게 약간의 실천을 요구해도 좋았을 텐데...

 마지막으로 인간들로 인해 생존의 위협을 겪고 있는 동물들, 자신의 터전이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는 국가들, 자신이 지켜온 땅이냐 삶의 안위냐를 고민하는 사람들 모두가 부디 이 현실을 잘 극복해 내길 기도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