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정할 때, 푸른숲 카페 (http://cafe.naver.com/prunsoop)에서 투표를 진행했었죠?
- 네, 제가 고민하고 있으니까, 책쟁이님께서 그럼 독자들의 의견을 들어보는 건 어때? 라고 제안하셔서 진행했어요. 원제는 '옛날 옛적 어느 나라에'래요.

- 아, 그래서 터키 뿐만이 아닌 여러 나라 이야기가 나오는군요. 도둑 고양이 충반은 배경이 중국이잖아요. '당신을 선출한 죄'는 로마 이야기이구요.
- 그렇죠. 제목을 정할 때, 중요한 건 우화의 특성이랄까..일갈하는 맛? 그런 게 드러나야하고, 책에 담긴 이야기들을 관통하는 제목이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있었어요. 우화집이니까 짤막짤막한 이야기들이 담겨있는데,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모두가 달라요. 그래서 제목을 정하는 과정이 아주 행복한 고민이었죠. '아주 무서운 농담'하고 '개가 남긴 한 마디' 로 의견이 모아졌었는데요. '아주 무서운 농담'은 무겁기도 하면서 흔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결국 '개가 남긴 한 마디'로 정했어요. 표지를 생각하다보니까 '빈대'나 '까마귀가 뽑은 파디샤'는 좀 그렇더라구요. 빈대가 표지에 떡하니 있는 것도 좀 그렇고, 까마귀가 똥싸는 그림이 올라가는 건 비호감이잖아요. (웃음)

- 보면 볼수록 멋진 제목이예요. 특히 요즘같은 시기에 들어맞기도 하구요.
- 네, 그렇죠.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개소리라고도 하잖아요. 그래서 중의적으로 그런 의미까지 포괄 할 수도 있구요. 시대유감이라고나 할까. 누군가에게 책을 좀 던져주고 싶기도 하지만요. (웃음) 근데 일단은 청소년팀에서 '마음이 자라는 나무' 타이틀을 달고 나왔으니까요, 또  보도자료를 쓸 때도 그런 주관적인 요소들은 많이 빼고 객관적으로 책을 소개하는 내용으로만 갔어요.

- 책을 그들에게 택배로 보내보는 건 어때요? 아..직접 안열어보려나요. (웃음)
- 책이 아까워요. (웃음)

- 그런데 <오마이뉴스>에서 서평이 나왔었잖아요. ‘MB에게 꼭 들려주고픈, 개의 한 마디’ 라고, 여기에 고고싱님이 원래 하셨던 생각을 그대로 써주신 듯 한데요.
- 네. 역자 선생님도 그 서평을 보시고 ‘시원하게 터트려줬다’라고 하시더라구요. 서평 올려주신 기자분께 감사하다고 연락을 드렸더니, ‘좋은 책 만드시느라 더 수고하셨다’고 말씀해주셔서 감사했어요.

- 이 원고를 처음 보셨을 때, 어떤 생각이 드셨어요?
- 쿵!!하는 느낌이 있었어요. 그리고 속이 후련해지는 부분도 있었구요.  

- 어떤 부분이 가장 기억에 남던가요?
- 하나는 충반 이야기하고, 또 하나는 당신을 선출한 죄.

쿵수에서는, 도둑질을 하지 못하는 사람의 미래는 그야말로 암담하다고 믿었다. 이곳에서는 훔치는 것이 부끄러운 일은 아니었다. 정작 수치스러운 일은 훔치다가 들키는 것이었다.(중략) 심지어 이 마을에서는 도둑질을 못하는 남자는 아내를 건사할 능력이 없다고 해서 딸을 주지도 않았다.                                                                        -p.20

잘못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 나도 잘 모르겠네. 모든 사람이 아는 사실이라 해도 대놓고 얘기하면 죄가 되는 수가 있잖은가?                                         -p.40

- 저는 ‘삐뚜름한 모델’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어떻게 보면 굉장히 단순한 구성이잖아요? 개미, 물고기, 오리, 개가 등장해서 부모가 자기처럼 되어라, 그렇게 하기 위해선 부모를 그대로 따라해야한다고 가르치죠. 자식들한테. 그리고 나서 죽을 때, ‘너희들이 훌륭한 개미,물고기, 오리, 개로 자라주어서 자랑스럽다. 우리는 본분을 다 했구나.’라고 하는데, 인간도 똑같이 가르치지만 죽을 때가 되어서 ‘내가 자식을 잘못 키웠구나’라고 하잖아요. 뭐랄까, 쭉 나가다가 그렇게 한 부분에서 비트는 게 굉장히 리듬감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면서 할 말 다 하잖아요.
- 그렇죠. 굉장히 리드미컬하죠. 마치 노래에서 A-A-A-A' 의 형식 같죠? 
- 예. 저는 읽으면서 인간만 ‘부모처럼 살지 말고 너희는 더 나은 인간이 되어라’ 이렇게 얘기할 줄 알았어요. 아니었지만. (웃음)

《개가 남긴 한 마디》삽화 두 컷

- 만드는 과정에서, 어떠셨어요? 전체적으로.
- 이 책을 만들면서 ‘편집자란 뭘까?’라는 고민을 굉장히 많이 해보게 됐어요. 책의 운명, 책의유전자라고 할까? 그거는 바뀔 수 없는 거잖아요. 자기 자식을 자랑하려면 작가가 되는 게 맞는 거죠. 그런데 편집자는 말하자면 산파인거죠. 세상에 내보내는 작업을 도와주는 거니까요. 제가 지금까지 한 얘기는 다이아나 애실이라는 영국의 편집자가 《Stet 그대로 두기》라는 책에다 쓴 얘기예요. 만들면서 저는 '난 모든 서포트를 할테니 건강하게만 자라다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또 이 책의 저자, 역자, 그림작가 구성이 거의 드림팀이예요. 그런데 제가 그 옆에 편집자로서 머물 수 있었다는 것도 대단한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뿌듯하기도 하고, 든든하기도 하구요.

 - 아지즈 네신 책이 쭉 나오고 있는데요, 원래는 어린이 문학 '제이넵의 비밀 편지‘부터 시작했다고 하던데요.
- 역자인 이난아 선생님이 아지즈 네신을 처음 소개를 하셨죠. 터키에 아지즈Y: 957287_9">있는데, 그 재단에서 아지즈 네신 저작에 대한 한국에서의 권리를 이난아 선생님에게 위임했다고 해요. 이난아 선생님은 터키어 주요 역자 중 한명이세요. 오르한 파묵 책도 거의 이난아 선생님이 번역을 하셨죠. ‘제이넵의 비밀편지’부터 ‘당나귀는 당나귀답게’, ‘튤슈를 사랑한다는 것은’ 등등 계속 푸른숲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 출판사가 하는 일 중에서 작가나 필자들을 발굴해 내는 것이 굉장히 의미있는 작업이라는 생각을 했거든요. 터키라는 나라는 좀 가깝지도 않고, 터키의 문학은 더더욱 생소하죠. 그래서 궁금한 것이, ‘마음이 자라는 나무’ 시리즈를 통해 야심차게 소개하려는 보석같은 작가가 있다면 좀 알려주세요. 이름을 밝히기 어려우시다면 나라만이라도. (웃음)
- ‘마음이 자라는 나무’ 시리즈가 지금 20권까지 나왔구요. 일본, 터키, 프랑스, 세르비아, 중국소설이 이미 나와 있어요. 그리고 다음 준비하는 작품은 미국 작품입니다. 계속해서 제 3세계까지 포괄하는 다양한 작품들을 선보일 예정이예요. 국내 작가의 작품도 대기중입니다.  

- 청소년 책을 만들고 계시잖아요. 그래서 궁금한 건데, 혹시 직접독자인 학생이나, 선생님들의 직접 반응을 접해본 적이 있으신가요?
- 독서감상문 대회에서 우리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쓴 학생들의 글을 읽어본 적이 있어요. 여운이 많이 남는다..라는 진지한 반응을 보여줘서 참 흐뭇했답니다. 또 인터넷 서점의 서평이나 포털에서 책 제목으로 검색해서 블로그에 올린 서평들도 찾아서 읽고 있어요.

- 마지막으로 인터뷰 마무리 부탁드릴게요.
- 저는 푸른숲에 입사한지 아직 1년이 안되었지만, 푸른숲에서 일하는 게 너무 좋아요. 그리고 제가 만들어놓은 책들이 오래도록 푸르게 자리잡는 나무들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고고싱님과의 인터뷰는 푸른숲 작가방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온돌이 들어오는 따뜻한 바닥에 앉아 나누는 인터뷰..라기보다는 정담은 크리스마스 이브에 잊지 못할 기억이었답니다. 단, [한 권의 책에 얽힌 이야기]는 인터뷰이의 사진을 노출하지 않는다..는 게 저의 몹쓸 원칙입니다. 난 왜 그런 원칙을 세웠지? 라고 후회하고 있지만, 카메라를 어쨌든 꺼내지 않았기에 그날의 정경은 제 머릿속에만 남아있답니다. 읽어보시면서, 두 여자가 마주보고 앉아 무슨 얘기들을 했을까..상상해 보시는 것도 재미있을 듯 합니다^^ 
(아니 도대체 왜? 그럼 너가 써놓은 건 뭐냐..라는 생각이 바로 드는군요..ㅋㅋ)

인터뷰가 끝나고 나서도 인터뷰에 넣을 삽화를 골라내라..부터 시작된 여러 요청에도 해달라는 거 다 해주신 고고싱님, 감사드립니다.  

다음달에도 또 재미있는 책으로 찾아오겠습니다. 이만 총총^^


*인터뷰어: 숲지킴이, 인터뷰이: 편집자 고고싱

** 아래는 푸른숲에서 출간한 아지즈 네신의 작품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