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것 판소리를 왜 이제야 알게 되었을까! >
어릴때 아무생각 없이 판소리를 들으면서, 판소리를 몇시간씩 열창하는 나이 지긋하신 명창들을 보며 참 대단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어떻게 저 지루하고 재미없는 판소리를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좋아하실까? 들을때 눈이 서서히 감기는 판소리에 나는 아무런 애정도 쏟지 않았다. 16년 동안 영화를 봐도 <서편제> 같은 영화의 존재도 몰랐었고, 영화관에나 가서 미국영화나 보고 대중문화에 열광하고 적응되어 가면서 판소리는 나만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도 나처럼 판소리를 고리타분하고 촌스럽게 여기기 때문에 그깟 판소리 쯤은 무시해도 되는 존재라고 위안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그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치부하고 TV에서 전통음악, 국악채널만 나오면 귀를 닫고 마음이 꾸욱 닫긴 채로 살아왔다. 고등학교 입학 후, 난 여지껏 관심도 없던 판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판소리 춘향가 중 ’사랑가’ 대목을 음악시간에 배웠는데, 가사가 우리가 부르기 쉽게 음악 선생님께서 가사 수정을 해 주시고 물론 처음 수업은 다들 재미없다고 불만이었지만, 북 장단이 너무 멋지고 또 ’사랑가’ 는 우리가 알게 모르게 다 어릴때 들어봤던 부분이라서 전혀 거리감이 없었다. 특히 "사랑 사랑 사랑 내 사랑이야~" 부분은 너무나도 유명해서 더욱 감정 몰입이 되어 마치 몽룡이가 되고 춘향이가 된 느낌이 들 정도였다. 열중해서 판소리를 배우다 보니 진정 판소리의 매력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그건 바로 ’역할에 몰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양 음악과 달리 1인 다역 이다 보니 내가 춘향이도 되었다가 몽룡이도 되듯이 다른 역할을 시원시원하게 넘어가다 보면 부채를 착 펴고 순간 순간 그 역할에 동화되는것이 판소리의 최고의 묘미이다.
판소리의 묘미를 나만 알기에는 너무 아깝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가 비록 판소리에 대한 지식이 단편적이지만, 더 알고 난 다음에 다른 친구들에게도 이 재미를 알려주고 싶었다. 판소리 각 마당별로 자세한 설명을 원했고 옛사람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번역서 같은 기능의 책을 둘러보던 중에 ’조선 최고의 예술 판소리’ 책을 읽게 되었다. 판소리 5마당 의 내용을 이해하려면 당시의 시대상황 들을 고려해서 이해해야 하는데 요새 젊은이들은 조선시대의 상황, 서민들의 궁핍하고 어려운 생활에 대해선 한번도 생각해 보지 않으면서 무작정 뻔한스토리 라고, 시대에 뒤떨어진 문화라며 판소리를 배척한다는 것이 참 애석하다. 물론 나도 그 부류에 속했었지만, 한번 판소리에 빠져보니 판소리는 정말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존재임을 알고나면 판소리를 무시해왔던 지난날들이 너무 부끄러워져 가난 속에서도 판소리를 했던 조선시대의 판소리 꾼들에게 면목이 없어지고 만다. 그저 ’전래동화’ 식으로 별주부전이나 춘향전 흥부전 등을 어릴때 몇번 읽었지만, 옛 민중들의 마음을 달래듯이 이해하면서 읽다보면 판소리를 대하는 느낌이 예전의 느낌과는 사뭇 다를 것이다.
이 책은 많은 사람들에게 판소리를 강요하고자 쓰인 책이 아니라 판소리를 모르던 사람이 판소리를 알게 하고, 좀 관심을 가지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의 마음은 판소리보다는 대중음악과 팝송에 기울어져 있다. 최소한의 관심이라도 가지자는 말이다. 판소리에 관심을 가지고 나면 다른 전통음악과 고전에 대해 관심이 갈 것이고 ’퓨전 시나위 예타래’ 처럼 우리 전통음악을 사랑하고 알리면서도 서양악기와의 조화로 대한민국 국민들이 색다른 전통음악을 즐길 수도 있다.
19세기 후반의 판소리꾼들이 양반과 타협하면서 판소리 정신이 많이 쇠퇴하고, 숱한 어려움을 겪고 21세기에는 대중문화에 치여 제 빛을 찾지 못하소리라는 이름에 거부감을 가지지 말고 겉모습만 치장된 판소리가 아니라, 본래의 판소리의 흥(興)과 한(恨)을 즐길줄 아는 옛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고 자연스레 동화되게끔 역사를 함께 해 온 판소리에 대해 긍지를 가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