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내에서 벌어지는 어마어마한 일들, 그 중 ’폭력’ 이란 두글자는 당해보지 않아도 저절로 인상이 찌푸려지게 만드는 단어이다. 새학년 새학기, 첫날부터 재수파에게 린치를 호되게 당하는 유대의 상황으로 보지 않고도 아이들에겐 ’재수파’의 존재가 학생들에겐 항상 두렵고, 다가서지 못할 뿐더러 슬금슬금 피해다닐 수 밖에 없는 존재일 것이다. 게다가 담뱃불로 허벅지를 지져 버리고, 피를 핥게하고 공포에 떨게 하는등 온갖 신체적이고 정신적인 폭력을 마다하지 않는 모습에 난 기표 일행에게 진저리가 났다.
하지만 재수파들의 압력보다도 더 심한 것은 바로 새 담임선생님과 반장 형우의 행동들이다.
기표들의 힘을 빼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하여 자신들의 위상과 권위와 명예를 높이는데, 새 담임과 반장 형우가 그렇게 자신들에게 이익이 되는 일들을 꾸미는 동안, 기표는 점점 수줍고 소극적인 아이로 바뀌어 버리고, 학교 사이에선 가히 ’우상’ 이라 불리고도 남았던 기표와 재수파는 그들의 꼬리를 내려버렸다. 대부분의 사람, 즉 학급의 학생들과 교무실의 선생님들 등은 기표의 변화가 기적적이고 대단하며, 담임선생님과 형우의 공이 크다 생각하겠지만, 이유대를 보면 사건의 내막을 알고 ’이건 잘못됐다’ 는 판단은 서지만 막상 입밖에 사실을 내뱉기를 꺼리면서 그 나름대로의 위선이 펼쳐진다
이유대가 보기에 기표를 ’구제불능’ 이라 표현 했는데, 그만큼 포악하고 잔인한 인상이 강한 기표를 담임과 형우는 어떤 식으로 짓밟아 버렸을까. 시시때때로 학교내에서 기표의 일거수 일투족에 관여를 하면서 ’가난하니까 도와줄께’ 라는 식으로 자신보다 더 낮은 계급임을 흘려 보내고 시험날 기표를 위한 부정행위 즉, 컨닝을 시도하게 되고 반장 형우는 그 일로 기표에게 호되게 린치를 당한다. 기표에게 시험을 컨닝하도록 도와줌으로서 기표에게 동정을 하게 되는 것이고, 반에서 공부 잘하는 아이들 몇명과 주도한 도와주기는 기표의 얼굴을 노랗게 질리게 했다. 기표는 그런 동정을 하게한, 주모자인 형우를 재수파와 함께 손을 본 것이다.
착한 인상과 원래부터 선생님과 아이들에게 신임과 인기를 얻고 있었던 형우인지라 린치를 당한 사건은 오히려 ’친구에 대한 의리와 우정’ 이 부각되어 형우는 일약 영웅이 되었다. 기표의 지위가 상대적으로 형우에 비해 내려오게 된 순간, 기표에 대한 학급의 두려움은 사라지게 된다. 기표는 인간이 아닌것 같은 악한 놈이 아니라 이젠 ’착한 양’ 으로 모두의 눈에 비춰진다. 모두가 바라는건 착한 양이 되어 길들여 지는 기표의 모습이며, 기표라는 ’우상’과 다름없는 존재에게서 더 가까이 갈 수 있고, 말을 걸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도 상당한 변화다. 기표에겐 이 모든 변화가 ’무섭다’ 고 표현할 정도로 계획적이고 슬프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처음엔 ’기표’의 악질적인 폭력에 혀를 내둘렀지만, 똑똑한 사람, 즉 반장인 형우와 담임의 지능적인 폭력과 위선에 더욱 치가 떨리게 되었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 더니 그말인 즉, 기표와 재수파들이 뛰는 놈이라면 나는 놈은 머리를 비상하게 굴리는 '선생님과 형우' 일 것이다. 즉, 기표와 재수파들은 선생님과 형우의 바람대로 되었고, 이 모든 이야기들이 영화로 제작된다는 제의까지 나왔었다. 하지만, 돌연 기표는 사라졌고 담임 선생님은 그의 위선을 드러내기라도 하는 듯 기표의 가출을 자신들의 이익에 도움되지 않는 행동인양 하고 있다. 인위적인 위선과 동정심은 하는 사람들은 뿌듯하고 과시할 수 있어도, 받는 이의 입장은 어떨지, 생각하지 못한 결과라 할 수 있다. 끝까지 일사분란한 항해를 잘 마치기 위해선, 구속하지 않고, 자유를 보장하며 개인 개인의 말을 귀담아 들어야 하거늘, 당장의 이익을 위해 한 학생의 희생을 촉구한 셈이 되버렸다. 항해를 할때 풍랑을 맞지않고 무사히 도착하고프다면, 선원들의 마음을 헤아리듯이 우리들도 학급내의 친구들의 의견을 존중해주고 함부로 어정쩡한 위선은 오히려 한 아이의 정신을 파괴시키는 행동임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