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사진관. 제목부터 쓸쓸하고도 정겨운 옛 향취를 느끼게 해주는 책이었다. 그리고 작가 김정현. 독자들의 눈길을 끌고도 남을 이름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젊은 20대 중반의 청년, 서용준이다. 그는 군대에 복무중인데, 아버지가 갑자기 쓰러지시는 바람에 군대를 제대하자마자 가업, 고향사진관을 물려받게 된다.
달성 서 씨 집안에 장남, 서용준. 그는 위로는 누나 둘, 아래로는 여동생 하나, 남동생 하나를 둔 가장이 되었다. 어린 나이에 생계를 꾸려나가는 실질 가장이 되어 복학도 하지 못하고 바로 아버지의 일을 물려받아 모든 것을 묵묵히 잘 이루어냈다. 예식장도 아버지 수발도, 누이들의 혼사까지.. 그 자신만의 꿈을 펼쳐 보지도 못한 채 그렇게 자신은 가정이 전부인 삶을 살았다. 친구들은 그런 그를 보며 아버지 유산으로 위로를 했지만, 용준 그 자신은 ‘아직은 꿈을 꿔보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이 청춘을 다 보내버리는 나날들에서 벗어나..
그리고 서른이 넘어서야 용준은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그것은 전혀 뜨겁지 못했다. 하지만 그녀 희순은 그를 믿게 되었고 결혼에 골인한다. 사랑이 없이 하는 결혼. 그녀에게 미안한 마음. 용준은 그렇게 조용히 나이가 들어가고 아이를 낳고, 또 아버지가 된다. 그가 짊어졌던 그 아버지.
그리고 살아만줘도 고마운 존재였던, 그 아버지가 떠나고.. 용준은 그때서야 진정한 ‘아버지’의 의미를 깨닫는다. 그 동안 몰랐던 가슴 속 깊이 자리 잡아, 오fot동안 살고 계시던 아버지가 드디어 마음속에 살아 숨 쉬게 된다.
아버지. 그 이름은 언제나 저 멀리, 그리고 무겁게 차지하기 마련이다. 안보다는 바깥일이 많아 제대로 얼굴한번 보지 못한 채, 세월은 흘러가고. 어느새 자식들은 아버지란 존재조차
희미해져가고, 그때쯤이면 아버지 제 자신도 아이들에게 서먹해진다. 그런 관계. 그렇게 변해버린 관계에서 서로는 이해하지 못하고 그저 서로에게 상관하지 않는 길을 걷게 된다. 나 자신도 그랬고, 대부분의 가정도 그러하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아버지의 이름이 결코 가볍지 않은 것은 바로 그 아버지의 입장에 있다. 오히려 더 못 봤기 때문에 아버지를 잘 모를 수도 있고, 그렇게 변해 버린 세월이 더 안타깝기도 하다. 굳이 말을 많이 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고마움은 아마 아버지가 말로 표현하기 힘든, 그런 존재가 되버린 것은 아닐까.
누구나 가슴 속에는 ‘아버지’를 아로 새기며 살아간다. 하지만 그것은 쉽게 읽혀지지 않는다. 소설에서처럼, 아버지의 임종을 맞고 난 뒤에 나타날 수도 있다. 그제서야 아버지의 존재를 진정으로 깨달았다고 한들, 항상 아쉽고 먹먹해진다. 아버지. 이 책을 통해 ‘자신의 아버지’를 불러 올수만 있다면, 훗날 후회는 더 이상 커지지 않을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