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세상이다.

 세상. 이 책은 인류가 지어낸 모든 것 들에 대한 역사와 창의의 과정을 다룬다. 인류의 궁금증과 호기심이 빛어낸 각종 도구에서 관습, 제도, 발명, 탐사에 관한 모든 역사적인 기록들부터 구체적인 사례들까지 무려 416가지 주제들을 다루고 있다. 말그대로 '청소년과 가정을 위한 지식사전'을 표방하는 '이것이 세상이다'는 한 번 읽고 다시 읽고 반복해 읽어도 될만큼의 방대한 정보들을 정리해 놓았다.

 소주제는 '대지과 인간', '관습과 제도', '종이와 기록', '도구와 발명', '탈것과 이동', '음식과 기호', '의복과 꾸밈', '건강과 의학', 으로 총 8주제로 나뉘어 있다. 이중에서 기억에 남는 부부을 예로 들자면, 도구와 발명의 '안경'부분이다. 안경은 990년 이슬람의 물리학자이자 천문학자인 이븐알 하이삼이 볼록 표면의 유리확대경을 발명해 냄으로써 그 시초를 찾을 수 있다. 당시 그는 그 누구도 이 발명품이 지금처럼 실용적인 물건이 될 줄은 예상하지 못했고, 이후 1285년경 이탈리아의 유리제조공들은 이 볼록 유리가 노인들의 시력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 이 시기 즈음 이탈리아에서 안경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 뒤로 많은 그림 속에서도 안경을 쓰거나 들고 있는 인물들을 찾아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어떻게 보면 무척 딱딱하고 현학적인 설명들로 가득 차 있는 책이지만, 이 책의 장점은 무엇보다 독자들의 '방대한 지식사전'에 대한 욕구충족을 꽤나 잘 채워주고 있다는 것이다. 사소한 질문하나도 그냥 넘기지 않는 호기심 많은 독자라면 이 책을 읽는 내내 그 동안 궁금했던 질문들의 답을 시원하게 알려주는데서 이 책의 매력을 느낄 것이 분명하다. 마치 호기심 천국이나 지식인에 익숙한 독자들에게, 머리맡에 두고 틈날 때마다 부담없이 펼쳐 볼 수 있는 타입의 친구랄까.

 사람은 호기심의 동물이다. 그러나 누구나 천재는 아니다. 다만, 이 책을 읽는 동안이라도 자신의 지식을 넓혀 가고 있다는 약간의 기쁨이라도 누릴 수 있다면, 이 책의 효용은 충분할 것이다. 보고 또 보고, 또 보고 또 봐도 자꾸 들춰보게 되는 그런 책. 이 책을 두고 하는 말이다.

 

호모오피스쿠스의 최후.

호모오피스쿠스라! 이 책을 집어 들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왜 최후일까’라는 의문이었다. 혹자는 이 책을 이렇게 소개한다. “정신적 스승을 찾아 히말라야로 떠나는 호사스러운 결말을 낼 수도 없고, 부양할 가족과 상상력의 결핍, 용기의 부족, 쥐꼬리만 한 자족감으로 일을 집어치울 수도 없는 찌질하고 궁상스러운 우리의 자화상.”이라고.

누구나 공부를 하고, 학교를 가고, 직업을 얻는 과정에 있어 대부분의 사람들은 바로 이 ‘호모오피스쿠스’로 살아가기 마련이다. 이들의 특징은 그 일상과 정체성이 모호하고 늘 ‘내가 회사에 나오지 않으면’을 꿈꾸지만 결코 실현되지 않을 꿈같은 소리만 일삼고 만다.

저자 조슈아 페리스는 대학에서 문예창작을 공부하고 첫 데뷔소설로 바로 이 호모오피스쿠스의 최후를 발간한다. 이는 발표되자마자 미국 문단과 각 언론의 주목을 받으며 작가는 승승장구하게 된다. 이 책의 주된 내용은 이렇다. 닷컴버블이 가라앉으면서 대량해고와 실직으로 얼룩진 시카고의 한 광고회사. 이 곳의 직원들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던 그들에게 대규모 정리해고라는 청천벽력이 떨어지고, 그들은 제각각의 기이한 행동을 일삼는다. 사무실 의자를 두고 다투기도 하고, 단체메일로 동료들에게 독설을 퍼붓는 등 살아 숨쉬는 다양한 캐릭터들은 ‘과연 현실에 존재할 수 있을까’란 기분마저 들게 할 정도다. 물론 이 소설의 독창적인 허구성은 인정하는 바이지만.

그렇게 사람들의 시간이 흘러...사태가 어느 정도 진정되고 난 뒤 사람들은 한 통의 이메일을 받게 된다. 그 것은 그들의 옛 직장 동료가 책을 출판해 여는 출판 기념회 초대장이었다. 그렇게 서로 오랜만에 만나는 사람들의 새로운 관계맺음. 바로 이 부분이 이 소설의 주요 메시지가 아닐까 싶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아마도 대부분이 자신의 직장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정작 자신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이 소설의 주인공처럼 살고 있지는 않은지. 그와 같은 동료를 본적은 없는지. 이 책은 ‘호모오피스쿠스의 최후’를 암시하고 있지만, 과연 그 ‘최후’가 무엇인지는 절대적인 독자들의 몫이다. 스스로 판단할 때 이것이 ‘호모오피스쿠스의 최후’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을 찾아내는 것. 그것이 바로 이 책의 묘미다. 꼭 한번 읽어보고 싶은. 그런 베스트셀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