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이렇게도 좋은 책일줄은 몰랐다...
거문고 줄 꽂아놓고
저 : 이승수 ㅣ 출판사 : 돌베개 ㅣ 발행일 : 2006년 09월05일 ㅣ 245쪽
인상깊은 문구
- 지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란 걸 확인하는 일이 다반사다.
너무 늦게 나타날때도 있고,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 경우도 있다. 생사가 갈리고 빈부와 귀천의 차이로 어색해진다.
- 이렇게 철저하게 혼자, 즉 고독한 개인이 되었을 때의 벗이 진짜 벗이고, 그들의 사귐이 바로 우정이다.
- 처음의 큰 원칙을 지키는 사람은 결국 혼자가 되어 나머지 너덧 사람과 적이 되고 마니 어찌 외롭지 않을 수 있겠는가?
- 천지간에 홀로 서는 사람들
- 다른 극점은 서로 통한다
- 어찌하여 말의 땀이 마르지 않고 개선의 노래가 그치기도 전에 태산 같은 공의 칼끝의 피로 만드는가?
이것이 내가 피눈물을 흘리며 하늘에 묻는 까닭이다.
- 처음의 뜻과 방향이 옳으니, 자꾸 이게 좋을까 저게 좋을까 계산하면서 잔머리를 굴리지 마라.
기회는 반드시 오고, 너는 불후의 공적을 세울 것이다. 조급해 말고 마음을 가라앉혀라.
- 동질성에만 집착해 테두리를 만들고 내적 결속을 도모하며 그 밖의 것을 배척하는 우정은 한갓 협잡이나 떼 짓기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 죽음만이 죽음을 알아 보는 것처럼, 허무와 슬픔은 슬픔으로 밖에는 치유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 은자는 숨을 만한 이유가 있어 숨는다. 그들은 너무 순결해 한 점 먼지를 견디지 못하고, 너무 양심적이어서
생각과 행동의 괴리를 참지못한다. 광폭한 세계에서 한 자락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몸을 숨기기도 한다.
- 자신을 낮추되 비굴하지 않고, 상대방을 높이되 낯간지럽지 않게 표현하는 것은 그만한 기상과 안목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 "천하가 걱정하기에 앞서 걱정하고, 천하가 즐긴 뒤에 즐긴다오" 한마디 말에 만근의 무게가 실려 있다 함은
바로 이를 두고 이름이다.
- 학자에게 그 작은 집은 우주였다.
- 사람이 늘 무리와 어울리더라도 갈고 닦는 바가 없다면 무익하다.
- 시대가 바뀌어도, 학문 경향이나 유파가 달라도 고독을 감내하며 성숙한 인격을 닦은 사람들의 생각은 통하는 모양이다.
- "벽어축어"
- 노자는 "집 밖을 나서지 않아도 천하의 일을 안다"고 했고
소강절은 "고요한 곳에 처하여 세상의 움직임을 살핀다" 고 말했다.
- 성숙한 인격은 고독을 감내하는 데서 빚어진다.
가장 바람직한 우정은 천지간에 홀로 설수 있는 사람들 사이에 성립하는 것이 아닐까?
- 허리에 오만한 뼈가 있어
- "총명한 사람은 소리 없는 데서 듣고, 모습이 이루어지기 전에 본다"(한서)거나, "큰 존재는 일정한 형태가 없고
위대한 소리는 귀에 잘 들리지 않는다"(노자), "큰 사랑은 사적으로 친애함이 없고, 위대한 변론은 소리를 내지 않는다"(회남자)
등의 옛말들은 모두 감각 밖의 영역을 주목한 것이다.
- 우리는 사과가 떨어지는 소리는 들어도, 지구가 돌아가는 소리나 개미가 기어가는 소리는 듣지 못한다.
- 이 세상에 자유로운 것처럼 외롭지 않은 존재가 어디 있으며..
- 바람, 자신은 울지 않지만 남의 가슴을 울려 소리 내어 울게 한다.
- 이렇듯 선계를 향한 꿈은 세상의 좌절에서 태어나는 것이다.
- 군자의 사귐은 싱거운 물과 같다고 했던가!
- 절망이 다하는 곳에서 희망을 만나고 죽음에서 삶을 발견하는 법이다.
설움에 가득찬 이별 노래가 달밤에 약동하는 생명을 만나게 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 수염이 아름답고 눈빛이 형형했다.
- 내게 편지 보낼 사람이 없다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눈길은 편지함을 거르는 법이 없다.
- 백대 이전의 사람들과 마음을 주고받았으며, 만리 밖의 세계를 마음껏 누볐다.
- 그걸 알아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자기가 좋아하고 잘 아는 세계에 빠져들수록 세상과의 거리는 멀어졌고
이 때문에 그는 고독했고 괴로웠다.
거문고 줄 꽂아놓고 홀연히 잠에 든 제
시문견폐성(柴門犬吠聲)에 반가운 벗 오는고야
아희야 점심도 하려니와 탁주 먼저 내어라
조선 후기 김창업의 작품이다. 화자는 거문고 줄을 잘 골라놓고 튕겨도 보고, 솔바람 소리에 맞춰 새로 얻은 곡조를 타보기도 한다. 하지만 들어줄 사람이 없어 결국 거문고를 벽 한구석에 세워놓고 홀연히 잠에 들었다. 그때 사립문에서 개 짖는 소리가 들렸다. 마침 연주를 들어줄 손님이 찾아온 것이다. 너무 반가워, “점심상 올릴까요?” 하고 묻기도 전에 “술상 내오너라. 점심은 조금 있다가 먹자” 하고 부엌을 향해 소리친다. 찾는 이 없는 소박한 집의 낮은 적막하고 길다. 마치 보통 사람들의 삶처럼. 그 집은 손님이 찾아오면서 아연 활기를 띤다. 마찬가지로 우리네 삶은 한 사람의 지기(知己)를 얻는 순간 생동감으로 넘치게 된다.
이 세상에 한 사람 지기(知己) 있다면
예부터 많은 사람들이 “선비는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죽는다”거나, “세상에 태어나 한 사람의 지기를 얻는다면 충분하다”는 등의 비장한 말들을 되뇌었다. 마음과 능력을 알아주는 사람을 만나지 못하면 제 아무리 뛰어난 재주를 가졌어도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당나라 때의 시인 왕발은 “이 세상에 한 사람 지기 있다면, 하늘 끝에 있어도 이웃과 같네”라고 읊조리기도 했다.
그렇다면 지기, 즉 나를 알아주는 참된 벗은 과연 어떤 사람일까? 사마천은 한 사람은 죽고 한 사람은 살았을 때, 한 사람은 넉넉하고 한 사람은 빈한할 때, 한 사람은 신분이 높고 한 사람은 낮을 때 사귀는 정(交情)을 알 수 있다고 했다. 나이가 들면서, 그리고 죽음이 가까워지면서 사람은 차츰 혼자 남게 된다. 이렇게 철저하게 혼자, 즉 고독한 개인이 되었을 때의 벗이 참된 벗이고, 그들의 사귐이 바로 진정한 사귐이다. 이때 벗은 나를 발견하는 거울이고, 내 고독을 감싸주는 울타리이며, 내 마지막 자존심을 지켜주는 보루이다.
이 책은 조선시대를 주요 배경으로, 이익과 권력에 얽매이지 않고 서로의 사유와 삶을 존중했던 옛사람들의 아름다운 사귐을 다루고 있다. 이들은 이념, 나이, 계층, 성, 지역 등 여러 삶의 조건들이 달랐지만, 서로를 깊이 이해하고 신뢰했다. 저자는 문헌 자료를 바탕으로 기록에 남은 감동적인 일화들, 주고받은 편지와 시, 그림 등을 재료로 정몽주와 정도전, 이황과 이이, 이항복과 이덕형 등 스물네 사람의 사귐을 흥미롭게 풀어낸다.
저자는 진정한 사귐의 요건으로 세 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첫째, 외적인 조건의 차이를 인정하고 신뢰를 바탕으로 교감하며 소통하는 관계여야 한다. 둘째, 영속적인 연대감이나 결속보다는 순간의 신뢰와 합일이 더 중요하다. 셋째, 서로 사유와 삶을 구속하지 않고 자유롭게 해주려는 정신이 필요하다. 즉, 진정한 사귐이란 성숙한 인격을 지닌 자유로운 영혼들의 대화 또는 만남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이 책을 한 줄로 꿰는 주제이다.
옛사람의 아름다운 사귐을 이야기하다
한때 ‘친구 찾기’가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어린 시절 함께 뛰놀던 친구를 찾아 아련한 옛 추억을 되살리고 소원했던 인간관계를 회복하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저자는, 참된 벗은 단순히 비슷한 또래의 동년배나 어린 시절의 추억을 공유하는 존재가 아니라고 말한다. 학벌이나 권력, 이해관계 따위로 얽힌 사이는 더더욱 아니다.
가난한 날에 사귄 벗
백동수는 조선 후기의 무인으로, 1790년 『무예도보통지』의 편찬에도 참여했다. 하지만 서얼이라 세상에 크게 쓰이지 못하고 결국 강원도 인제 산골로 낙향하게 되었다. 같은 서얼로 의기가 맞았던 박제가가 그를 전송하는 글을 지어주었는데, 글은 가난한 날의 우정이 소중함을 말하면서 시작된다. 그리고 벗의 유형을, 말하고 싶어도 말할 수 없는 사람과 말하지 않으려 하다가도 저절로 말하게 되는 사람으로 나누었다. 세상에서 가장 꺼내기 어려운 말은 돈 빌려달라는 이야기이다. 가난한 사정을 감추고 사는 사람이 눈치만 보다가 어렵사리 용기를 내서 운을 떼면, 상대방은 벌써부터 눈썹 사이에 싫은 기색을 띠고 돈이 없다고 선수를 친다. 이것이 바로 말하고 싶어도 말할 수 없는 사람이다. 글은 이렇게 이어진다.
가난한 날에 사귄 벗이 가장 좋은 벗이라고 합니다. 처한 사정이 같다 보니 직업이나 지위를 따져볼 필요가 없고, 걱정거리가 같다 보니 어렵고 힘든 상황을 잘 알기에 말하는 것일 뿐입니다. 손을 꽉 잡고 괴로움을 위로해줄 땐 반드시 밥을 잘 챙겨 먹는지, 추위에 고생하지는 않는지를 먼저 묻고 나서 가족들의 사정을 묻습니다. 그러면 말하지 않으려 했다가도 자기도 모르게 술술 털어놓게 되니, 친구의 처지를 진심으로 슬퍼해주는 마음에 감격했기 때문입니다. 예전엔 그토록 남에게 꺼내기 힘들었던 사정도 줄줄 입에서 거침없이 쏟아져 나와 말문을 막을 수가 없습니다.
삶에 숨겨진 상처와 불안과 곤궁을 보듬어주지 못하고, 고독과 자유와 소망을 지켜주지 못한다면 그를 어찌 벗이라 할 수 있을까?
물처럼 담담한 군자의 사귐
임진왜란 당시 조정에서 명나라로 사신을 파견할 때의 일이다. 원래는 이항복과 이덕형 두 사람이 의논하여 함께 가기로 하고 선조에게 주청하였다. 하지만 당시 이항복은 병조판서의 중임을 맡고 있어 허락되지 않았다. 이항복은 6월 18일 새벽, 정주성 남문에서 명나라로 떠나는 이덕형을 전송했다. 이덕형이 ‘날쌘 말로 이틀 길을 하루에 가지 못하는 것이 한’이라고 하자, 이항복은 자신이 타고 있던 말을 내주며 말했다.
“원병을 청해 오지 못하면 그대는 나를 쌓인 시체 더미에서나 찾을까, 살아서 서로 만나지는 못할 것이네.”
이에 이덕형도 말했다.
“원병을 청해 오지 못하면 나는 반드시 뼈를 노룡에다 버리고 다시는 압록강을 건너지 않을 것이네.”
두 사람은 눈물을 뿌리며 작별했다. <국난시의 어진 두 재상 - 이항복과 이덕형> 중에서
나를 지키되 너를 인정한다
정몽주와 정도전, 두 사람은 흔히 역사의 라이벌로 이야기되곤 한다. 정몽주는 절의(節義)를 내세워 고려의 존속을 도모했고, 정도전은 새 왕조의 창업을 기획했다. 바로 여기가 두 사람의 방향이 달라진 지점이다. 하지만 같은 길을 가지 않는다고 해서 서로 신뢰하고 존중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서로의 기상과 인품을 흠모하고 무한한 신뢰를 보내면서도 편이 갈려 치열하게 대결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기도 한다. 저자는 진짜 우정은 차이, 심지어는 대결을 넘어서는 ‘신뢰’라고 강조한다. 실제로 동갑내기였던 정몽주와 정도전은 정치적으로는 정반대의 입장에 서서 생사를 가늠할 수 없는 치열한 대결을 해야 했지만, 영원한 정신적 가치를 추구하는 ‘한마음의 벗’이었다.
정도전이 잇달아 부모를 여의고 경상도 영주 소백산 산골에서 거상(居喪)하고 있을 때, 개성의 정몽주는 무엇으로 벗의 마음을 위로할까 고민했다. 그리고 생각 끝에 『맹자』 한 질을 마련해 보내주었다. 정도전은 이 책을 받고 하루에 한 장 또는 반 장씩 읽었다고 했다. 뜻을 알기 어려워서라고 말했지만 이유가 그것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아끼는 마음, 책갈피마다 배어 있는 벗의 마음을 두고두고 느끼고 싶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1384년 명나라에 사신으로 갈 때, 두 사람은 발해의 배 안에서 달을 보며 함께 시를 지었다. 고금의 흥망사를 떠올렸고,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나누었으며, 국가를 위한 지식인의 소임을 이야기하였다. 그리고 한잔 술에 취해 갑판에 누워 달빛을 보며 잠들었다. <두 호걸 한 지점에 서다 - 정몽주와 정도전> 중에서
옛사람의 사귐에서 오늘을 돌아보다
그러나 저자는 단순히 실체 없는 우정의 회복을 낭만적으로 부르짖지는 않는다. 옛날에는 참된 벗과 진정한 사귐이 있었는데 오늘날은 세상이 황폐해져 벗 사귐의 도(道)를 찾기가 어렵다며 이 시대를 감정적으로 개탄하지도 않는다. 다만 인간관계와 소속 집단의 세력이 성패의 관건이 되는 사회에서 개인의 진실․능력․소망 등이 구석에 버려지고, 집단이 모든 걸 좌우하는 분위기 속에서 개인이 사라져가는 것을 안타까워한다. 그리고 옛사람의 사귐을 통해 그 이면에 숨어 있는 그 당시 사회의 문제점을 읽어내고, 그것에 비추어 오늘날의 현실을 냉철하게 성찰하고 매섭게 비판한다.
거문고 줄 꽂아놓고 홀연히 잠에 든 제
시문견폐성(柴門犬吠聲)에 반가운 벗 오는고야
아희야 점심도 하려니와 탁주 먼저 내어라
조선 후기 김창업의 작품이다. 화자는 거문고 줄을 잘 골라놓고 튕겨도 보고, 솔바람 소리에 맞춰 새로 얻은 곡조를 타보기도 한다. 하지만 들어줄 사람이 없어 결국 거문고를 벽 한구석에 세워놓고 홀연히 잠에 들었다. 그때 사립문에서 개 짖는 소리가 들렸다. 마침 연주를 들어줄 손님이 찾아온 것이다. 너무 반가워, “점심상 올릴까요?” 하고 묻기도 전에 “술상 내오너라. 점심은 조금 있다가 먹자” 하고 부엌을 향해 소리친다. 찾는 이 없는 소박한 집의 낮은 적막하고 길다. 마치 보통 사람들의 삶처럼. 그 집은 손님이 찾아오면서 아연 활기를 띤다. 마찬가지로 우리네 삶은 한 사람의 지기(知己)를 얻는 순간 생동감으로 넘치게 된다.
이 세상에 한 사람 지기(知己) 있다면
예부터 많은 사람들이 “선비는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죽는다”거나, “세상에 태어나 한 사람의 지기를 얻는다면 충분하다”는 등의 비장한 말들을 되뇌었다. 마음과 능력을 알아주는 사람을 만나지 못하면 제 아무리 뛰어난 재주를 가졌어도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당나라 때의 시인 왕발은 “이 세상에 한 사람 지기 있다면, 하늘 끝에 있어도 이웃과 같네”라고 읊조리기도 했다.
그렇다면 지기, 즉 나를 알아주는 참된 벗은 과연 어떤 사람일까? 사마천은 한 사람은 죽고 한 사람은 살았을 때, 한 사람은 넉넉하고 한 사람은 빈한할 때, 한 사람은 신분이 높고 한 사람은 낮을 때 사귀는 정(交情)을 알 수 있다고 했다. 나이가 들면서, 그리고 죽음이 가까워지면서 사람은 차츰 혼자 남게 된다. 이렇게 철저하게 혼자, 즉 고독한 개인이 되었을 때의 벗이 참된 벗이고, 그들의 사귐이 바로 진정한 사귐이다. 이때 벗은 나를 발견하는 거울이고, 내 고독을 감싸주는 울타리이며, 내 마지막 자존심을 지켜주는 보루이다.
이 책은 조선시대를 주요 배경으로, 이익과 권력에 얽매이지 않고 서로의 사유와 삶을 존중했던 옛사람들의 아름다운 사귐을 다루고 있다. 이들은 이념, 나이, 계층, 성, 지역 등 여러 삶의 조건들이 달랐지만, 서로를 깊이 이해하고 신뢰했다. 저자는 문헌 자료를 바탕으로 기록에 남은 감동적인 일화들, 주고받은 편지와 시, 그림 등을 재료로 정몽주와 정도전, 이황과 이이, 이항복과 이덕형 등 스물네 사람의 사귐을 흥미롭게 풀어낸다.
저자는 진정한 사귐의 요건으로 세 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첫째, 외적인 조건의 차이를 인정하고 신뢰를 바탕으로 교감하며 소통하는 관계여야 한다. 둘째, 영속적인 연대감이나 결속보다는 순간의 신뢰와 합일이 더 중요하다. 셋째, 서로 사유와 삶을 구속하지 않고 자유롭게 해주려는 정신이 필요하다. 즉, 진정한 사귐이란 성숙한 인격을 지닌 자유로운 영혼들의 대화 또는 만남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이 책을 한 줄로 꿰는 주제이다.
옛사람의 아름다운 사귐을 이야기하다
한때 ‘친구 찾기’가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어린 시절 함께 뛰놀던 친구를 찾아 아련한 옛 추억을 되살리고 소원했던 인간관계를 회복하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저자는, 참된 벗은 단순히 비슷한 또래의 동년배나 어린 시절의 추억을 공유하는 존재가 아니라고 말한다. 학벌이나 권력, 이해관계 따위로 얽힌 사이는 더더욱 아니다.
가난한 날에 사귄 벗
백동수는 조선 후기의 무인으로, 1790년 『무예도보통지』의 편찬에도 참여했다. 하지만 서얼이라 세상에 크게 쓰이지 못하고 결국 강원도 인제 산골로 낙향하게 되었다. 같은 ...
책머리에
-그대 기다려 거문고를 타리라
신륵사 뒤뜰 석종의 침묵 - 나옹화상과 이색
두 호걸 한 지점에 서다 - 정몽주와 정도전
떠도는 이들의 애틋한 마음 - 김시습과 남효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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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산서원에서의 이틀 밤 - 이황과 이이
도의로 따르는데 행적을 따질 건가 - 양사언과 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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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이가 맑은 까닭은 - 허균과 매창
심양 객관의 자욱한 담배 연기 - 김상헌과 최명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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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가 벗이 되는 이유 - 이익과 안정복
북경에서의 한 점 인연과 긴 여운 - 나빙과 박제가
이승수 [저]
경기도 광주생. 일연과 김시습, 이태준과 토스토예프스키를 신앙처럼 숭배한다. 환상·광기·은자·여성·공간 등에 관심이 많아 문학을 통해 이들과 만나고 싶어하며, 번역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일을 벌이기는 잘하지만 수습이 약하고, 문제를 통째로 해명하려는 욕심 때문에 작은 것을 못 보는 경우가 많다. 임어당의 [소동파평전], E. H. 카아의 [또스또예프스키], 슈테판 츠바이크의 [천재와 광기] 같은 평전을 쓰는 것이 꿈이며, 청둥오리나 연어의 여행을 다룬 동화를 쓰고 싶은 소망도 품고 있다. 저서로 [삼연三淵 김시습金昌翕 연구硏究], 역서로 [국역 졸수재집]이 있다. 현재 한양대에서 강의하고 있다.
거문고줄꽂아놓고,
돌베개,
이승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