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의 느낌은 임진왜란을 새로운 각도에서 재구성한 소설인 줄만 알았다. 그러나 첫 장을 넘기면서 픽션이 아닌 최대한 사실에 근접한 역사서라는 점에 다소 놀라기도 했다. 기획이 새로웠고, 내용에 놀랐고, 작가와 출판사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게 되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임진왜란’은 사실상 세계 최고의 육군을 가지고 있는 일본의 정복야욕에서 시작된다. 우리가 교과서에서 배우기로는 일본의 현대식 조총에 제대로 대항하지도 못해보고 연전연패하였으나 성웅으로 알려진 이순신 장군이 해전에서 연전연승하여 나라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고 우리들 뇌에 각인되어 있다. 그러나 이 책에 의하면 당시 우리나라의 해군을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일본은 오랜 내전으로 강한 육군을 성장시킬 수 있었으나 해전은 거의 치르질 않아서 해군에 대한 대책이 없었다고 한다. 또한 조선을 정찰할 때 썩어빠진 관료들의 내정과 육군의 상황 등을 정밀하게 조사한 반면, 잦은 외세의 침입으로 해적의 방비를 튼튼히 하며 성장한 해군의 존재를 전혀 모르고 전쟁에 임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니 우리가 알고 있는 ‘임진왜란’은 일본이 무작정 쳐들어온 ‘왜구의 난’이 아니라 일본이 선전포고를 먼저 하였으나 조선에서는 이를 무시하고 ‘설마 왜놈들이 쳐들어오겠냐?’라며 방심했던 정황을 통해서 ‘조일전쟁’이라는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게 된 것이다. 이를 다시 말하면, 세계 최고의 육군을 보유한 일본과 세계 최강의 해군을 보유한 조선이 전쟁을 치른 것이지, 일본의 일방적인 침략이 아니었다는 것을 각종 자료들과 증거를 제시하며 주장하고 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당시의 무능했던 선조와 조정이 마치 오늘날의 정치세력을 보는 것만 같아서 씁쓸한 마음이 떠나질 않았다. 전쟁의 예고를 이미 알고 있었으면서도 나라를 지키려고 힘을 모으기는커녕, 전쟁이야 일어나건 말건 자신들의 당파싸움에만 열을 냈던 것은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시키려는 집단 이기주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민심을 살피고 경제를 활성화시키고 어려움에 처한 백성을 돕는 일에 앞장서야할 정치집단이 당파싸움으로 아무런 의미 없는 시간을 보냈다는 것은 오늘날의 우리 정치 상황과 너무나도 닮아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우리나라는 전례 없는 유학의 영향으로 나라가 기울기 시작하더니 무관들을 소홀히 여기고, 정치권은 제 살길만 바라고, 나라님은 백성을 업신여기니 딱 망국의 징조였다.

이런 극단적인 망국의 상황에서 그나마 나라를 지킨 삼대 요인이 있다면 바로 세계 최고의 해군력과 의병 그리고 명군의 지원이었다. 어느 누구보다 전쟁 준비를 철저히 했던 이순신 장군은 세계 최고의 함선인 판옥선을 증강하고 각종 화기를 장착하여 수송선에 불과했던 일본의 선박에 비해 1 대 5~10 정도나 우세한 전투력을 갖추게 된다. 사실상 거북선의 위력은 역사적으로 크게 부각되지 않는 것이어서 ‘상징성’에 치우친다는 생각이다. 실전에서 가장 큰 위력을 펼쳤던 건 바로 판옥선이었다는 내용이다.

그리고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이 바로 의병들이다. 백성과 나라를 팽개치고 도망가 버린 선조와 관군을 대신하여 백성들이 스스로 일어나 일본군의 보급로를 공격하고 산발적이고 다양한 공격으로 일군의 주력부대의 발목을 잡는 역할을 해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상황을 그동안 잘 알지 못했다. 전쟁이 끝난 이후 도망만 다니던 선조와 정치인들이 힘을 합쳐 전쟁에서 공을 세운 의병들을 죽이거나 도망치게 하고 기록에서 없애버렸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나오는 내용대로라면 선조가 ‘쪽이 팔려서’ 그랬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명군의 지원도 한 역관의 픽션 같은 사건을 통해서 대규모 병력이 파견될 수 있었던 사실을 알려주고 있다. 명군의 파견으로 전세가 역전되었지만 명군은 여전히 제3자 이기에 조선의 국익보다는 자신들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여 전쟁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는 않는다. 때문에 조일전쟁의 가장 큰 공헌을 한 것은 해군과 의병들이다.

이 책이 주는 의미가 새롭다. 무엇보다 지금의 시기에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성웅 이순신을 그냥 한 사람의 평범한 인물로 소개하는 것이다. 그리고 선조와 정치인들, 나약한 문인들이 주도한 관군들, 당파싸움으로 전쟁의 예고를 무시한 어처구니없는 시대상들을 각종 역사서들을 종합하여 사실위주로 알려주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의 TV 다큐에서 ‘난중일기’를 재조명하는 것을 보았다. 프로그램의 내용으로 보아도 성웅 이순신보다는 병약했지만 정신을 차리고 전쟁을 준비한 제대로 된 장군으로 소개되었다. 그리고 앞서도 말했지만 세계 최고의 해군력을 갖고 있었던 해전에서 대승을 거둔 것은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이룬 사실로만 소개하는 면이 다른 역사서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이 책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그동안 누군가에 의해서 살이 덧붙여지고 깎이고 없어져버린 빙산의 일각만을 배우고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은 필자의 생각이 아닌 한중일의 모든 기록들을 통합하여 최대한 사실을 그대로 전하려고 노력했다. 때문에 더욱 의미가 있으며 그동안 가려졌던 역사의 참 모습을 볼 수 있었기에 너무나 좋았다. 이 책을 통해서 희망을 볼 수 있었던 건 새로운 개념의 역사서이기 때문이며, ‘비로소 이제야 역사가 바로 소개되는 구나!’라는 안도감이 함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을 통해서 성웅 이순신이 아닌 ‘옆집에 사는 이순신 아저씨가 큰일을 해냈구나!’ 라고 생각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나 같은 평범한 사람이 나라를 위해 ‘의병’도 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됐다. 그래서 과거의 조일전쟁이 오늘날 나의 삶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제대로 된 역사를 배우게 된 소감이다.

청장 백지원님과 지원하는 많은 손길들을 응원하며 박수를 보내는 바이다. 앞으로도 계획한 작업들을 순조롭게 진행하고 많은 역사적 사실을 제대로 밝혀주길 바라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