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공부가 지지부진하여 살아오면서 티내진 않았지만 고생 아닌 맘고생을 하고 있었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초등학교 시절 한자를 배웠으나 그 때는 훗날 살면서 이렇게까지 생활에 한자가 많이 쓰일 줄은 알지 못했기에 어쩔 수 없다 여기고 살고 있었나보다. 좀 더 솔직히 그동안 한자를 대하면서 제대로 열정을 내어 공부해보지 못한 것 같다. 그것이 못내 아쉬움으로 남아 이 책을 선택하게 되었다. 늘 느끼듯이 한자의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우리 문화에선 기본적인 글자 수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왔기에 천자문에 대한 새로운 관점에서의 지식과 관심을 가질 수 있는 무엇이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책을 펼치니 우리가 잘 알고 있던 ‘하늘 천 따지 검을 현 누르 황...’이 나온다. 그러곤 내가 이 책에서 기대했던 대로 천자문의 부수와 획에 대한 내용이 아니라 문장의 의미와 내용에 대한 해설이 나와서 천자문을 이루고 있는 문장에 대한 이해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인과관계를 중시하는 성향 때문인지 문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면 그것이 왜? 그곳에 있는지 매우 궁금해하기 때문에 한자에 대한 학습보다 한문에 대한 설명과 이해를 높여주는 방식의 편집이 나로 하여금 매우 흡족하게 펼쳐져 있다.
천자문을 바탕으로 한 한문을 들여다보면서 요즘 한 창 인기 있는 드라마 ‘추노’를 떠올려봤다. 공부 좀 했다는 양반가들의 대화 속에는 평민들이나 노비들이 알아듣지 못할 정도의 한문 대화가 이어지곤 한다. 물론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도 그 무슨 뜻인지를 이해하기 위해선 자막을 열심히 들여다봐야 할 정도이다. 심지어 윗사람을 ‘언니’라고 불러서 현재 사용하는 우리네의 ‘언니’와 의미가 많이 변하였음도 알게 되었다. 그런데 이 모든 말들이 한자를 알아야 하고 그 뜻까지도 알고 있어야 이해가 되는 어려운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이 책은 어렵게만 느껴지는 한자에 대해서 새로운 관점으로 이해시켜주는 내용들로 가득 차 있다. 한자의 기초라는 천자문의 문장에 대한 이해도를 높임으로써 한문과 한자에 대한 관심을 높여주는 것이 이 책의 특징이라 할 수 있겠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글을 담아내는 전체적인 편집이 다소 딱딱하여 끝까지 읽어내는 게 쉽지는 않다는 점이다. 하지만 천자문의 전체적인 내용이 어떤 관점에서 정리되었으며 인용되었는지에 대한 포괄적인 이해를 할 수 있을뿐더러, 천자문의 발생시점이나 배경까지 알 수 있게 해주며, 우리와 같은 심연을 가진 동양 선조들의 철학과 생각, 그리고 삶까지 엿볼 수 있는 훌륭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한자’와 좀 더 친해지기를 목표로 하는 독자에게는 이 책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벗이 될 것이다. 본인도 두고두고 문장하나하나를 다시 살펴보고 옛 선인들과 소통하며 한자와 친해지기를 습관화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