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부터가 심상치 않은 느낌이다.

『귀를 막고 밤을 달리다』

표지는 더욱 몽환적이고 환상적이며, 피로 물든 꽃이거나 나무인 대상이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인간은 누가 창조한 것이며, 어디에서부터 온 존재일까?

어미의 배속에서 10달이라는 시간을 참고 견디며 세상에 태어났다고 그 곳에 탄생의 원류일까? 아니면 전지전능하신 대상이 있는 그 곳일까? 이런 보편적이고 단편적인 이야기를 끄집어 내려고 한 것은 아니다.

끔찍한 살인자들은 겉으로 보기에 평범해 보이지만 그들은 모두 죽인 대상을 자신이 창조했으며, 그렇기 때문에 죽일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비단 이 책에서만 그런 명제를 합리화시킨 것은 아니라고 본다.

책 표지에 보면 "이 손으로 창조한 그녀들을 이 손으로 죽여야만 한다"고 말한다. 바로 소설의 내용을 짐작케하는 부제다.  

잠시 책속 구절을 확인해본다. 「나미키는 유키의 양 어깨를 눌렀다. 이제 유키는 꼼짝할 수 없다. 난 사람을 죽였다. 다섯 명이나 죽였다. 아무런 느낌 없이. 앞으로도 필요하다면 살인을 저지를 것이다. 너처럼. 우리는 같아.」(312쪽) 살인을 저지르는 주인공, 그것도 다섯명이나 살인을 저지르면서 끔찍한 공포와 살의를 느끼기 보다는 왜 그런 일들을 했는지에 대해 초점을 맞춘다.

아마도 살인 그 자체에 시점을 두기 보다는 살인을 저지른 배경에 독자들의 시선을 이끈다.  

최고의 살인은 보이지 않는 살인이라고 하면서 노트북 화면에 죽어야할 세명의 이름이 커서와 함께 깜빡인다. 소설은 이렇게 시작한다.

하루동안 저지르는 살인. 주인공은 왜 살인을 미학으로 승화시키려고 한걸까?

미학으로의 승화이전에 소설의 흥미를 살인과정-상상할 수 없을 만큼의 치밀한 살인-과 그 과정에서 주인공의 독백이 돋보인다.

'돋보인다'고 표현하는 것은 개인적인 의견이 반영되었을지 모르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즉, 처음부터 끝까지 치밀한 주인공의 심리적인 변화와 치밀한 계획이 압권이다.  

그리고 무고한 죄를 뒤집어쓰고, 교수형에 처해진 남자가 흘린 정액에서 피어난 전설의 식물 「알라우네」를 등장시킨다.

저자는 왜 주인공과 살인당하는 여자들, 그리고 알라우네를 등장시킨 것일까?

살인을 정당화하기 위한 대상으로 여겨지는 알라우네는 바로 살인자의 치밀하고 논리적인 살인의 정당성을 부여하지 않는다.

단지 살인을 위한 정당성이지 그 행위 자체는 아니다. 저자는 독자들에게 이런 시각에서 소설을 바라보기를 바라고 있지 않을까?

곧 저자는 어떤 경우라도 어떤 상황이라도 그리고 어떤 이유에서든지 살인은 정당화될 수 없으며, 파멸 그 자체라는 메세지를 던진다.

귀를막고밤을달리다, 이시모치아사미, 일본소설, 책읽는땡글이, 씨네북스

<안으로의 여행>

자주 이용하는(?) 헌책방에서 어렵게 구입한 책입니다.

사실 출간된지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어떻게 하다 보니 구입하게 됐죠.

새책으로 봤으면 더욱 좋았을 텐데.^^

----------------------------------------------------------------------------------

“혹시 나를 방생해 버릴 곳은 없겠소?”

“그래 인도로 가자”

이 소설은 주인공이 잡지사에 사표를 던지고 아내와 이혼한 후 인도로 가는 것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아마도 작가 자신을 분신으로 주인공을 설정한 듯 보이고 인도로 떠나는 여행을 큰 줄거리로 시작해 내적여행을 떠나는 것이 소설의 맥이다.

자신을 풀어놓았다가 두 번 다시 못 찾게 된다 해도 괜찮겠냐는 질문에 주인공은 지금 마음으로 그것도 괜찮겠다며 훌훌 떠난다.

이야기는 마치 기행형식을 빌어 진행된다.

인도의 도시들-뉴델리, 리시케시, 베드 니케탄, 수행자 구역, 강고트리, 요가 니케탄, 강가 사원, 굽파, 타포반, 코사니-을 다니며 만나는 사람들과 인도 전통의 예식들을 통해 내면의 진정한 자신을 발견하고 고행한다.

그리고 앞서 밝혔듯이 추한 자신을 방생하고 또 다른 인생을 맞이하기 위한 기원들도 요소 요소에서 보인다.

특히 우리들이 알지 못하는 인도의 전통예식들, 상식적으로 생각할 수 없는 일들이 읽는 독자들로 하여금 인도 현지에 있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작품의 주인공은 강가사원에 들렀을 때 인도 전통의 화장하는 장면을 목격한다.

<나에게 시체는 여전히 세상의 중심이며, 세상은 바로 시체만을 위해 존재하고 있었다. 시체는 여전히 알 수 없는 힘으로 팽팽하게 나를 끌어당기고 있었으며, 그렇게 나의 모든 감각들을 몰입하게 하고 있었다. 그렇게 나의 모든 감각들을 몰입하게 하고 있었다. 그런 어느 순간 나는 시체에 겹쳐 누군가가 함께 불타오르는 것을 보았다. 누군가는 바로 내가 상념 속에서 목 졸라 죽인 여자였다......(중략)......시체와 함께 불타오르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그들 또한 다름 아닌 밤마다 내가 상념 속에서 죽였던 사람들이었다. >

화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주인공은 자신의 상념과 자신의 더러운 모습을 화장하는 불과 함께 날려 보내고 싶은 마음을 품고 있다.

<그런데 그 생명감이 바로 갈증이 되고 말았다. 아니 어쩌면 생명감 자체라기보다는 그 생명감이 지니고 있을 어떤 가능성이라고 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토록 오랫동안 찾아 헤매던 자신의 삶의 알맹이에 대한 가능성, 비단 나뿐만이 아니라 여자 또한 새롭게 삶을 시작할 수 있으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어떤 가능성, 그런데 그 가능성이 바로 여자와 나, 둘 다에게 끝없는 갈증이 되어 끝내는 살기로 이어지고 말았다.>

그렇다. 사람은 생명에 대한 후회와 빈곤, 피폐해진 자신을 덮어 허물을 벗고 다시 태어나기 희망한다.

그리고 일상을 잊어버리고 나를 버리고 그리고 있다.

여기서 주인공 역시 생명감이 바로 갈증이 되었다는 말로 자신이 찾고 있었던 자신의 실체를 조금씩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이 소설은 이렇게 진행된다.

그리고 인도의 사람들, 순박한 얼굴에서 헌신의 신앙을 말한다.

그리고 사람다운 얼굴을 평생가난에 찌들었을 이들의 얼굴에서 욕심을 찾아볼 수 없고 불만이 없고 어리석음까지 없다며 인도사람들의 얼굴에 대한 찬사를 보낸다.

이 소설은 이렇게 진행된다. 책읽기를 끝내고 나는 책에 ‘번뇌 자체가 깨달음이다’라고 글귀를 남겼다.

번뇌는 욕심에서 비롯되고 욕심은 자신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하는 어리석음에서 비롯된다.

그 어리석음을 알았을 때 바로 번뇌는 시작되고 또 그 어리석음과 욕심으로 인해 우리들의 고통이 시작된다는 깨달음을 얻는다.

작가 역시 이런 깨달음에 대한 여행을 시작했던 것이다.

안으로의여행, 송기원, 땡글이, 서평

아주 오래된 책을 다시 열었습니다.

[젊은 베르테르의 기쁨]도 서평을 써야하고 [철학콘서트]도 서평을 써야하는데...어찌 된 일인지 이 책부터 서평을 쓰는군요. 

이 책은 라즈니쉬 총서1권으로 90년 청맥에서 출간돼 나온 책으로 류시화씨가 옮겼습니다.  

인도 뿌나의 붓다...깨달음과 견성을 실천한 가르침의 붓다

오쇼 나즈니쉬는 네명의 제자들과 마주 앉아 깨달음에 대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오쇼 나즈니쉬는 세상을 떠나기전 인도에 있는 자신의 명상센터를 '노아의 방주'라고 부르며 유년시절에 대한 이야기-아마도 태어나서부터 7살, 그리고 14살까지의 이야기-를 제자에게 들려주는 내용으로 책으로 엮었다.

이는 수년간 오랜 침묵으로 들어가기전 일이라 종교, 삶, 죽음, 갈등, 사랑, 자비, 인내 등에 대해 유년시절 유난히 개구장이였던 오쇼의 솔직담백하고 진솔한, 가끔 7살 나이에 깨달음을 얻은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그리고 기독교(카톨릭)는 물론 자신 집안의 종교인 자이나교(자살을 인정하는 유일한 종교)까지 모순과 불합리, 부조화에 대한 실랄한 생각이 이어진다. 

자이나교에서는 일곱 개의 지옥이 존재한다고 믿는다. 그런데 여섯번째의 지옥까지는 갔다가 되돌아올 수 있지만 일곱번째 지옥은 영원한 것이다. 아마도 그 일곱번째 지옥은 기독교의 지옥일 것이다....중략...당신은 일곱 개의 지옥에 대해 말한다. 그래서 자연히 의문이 생긴다. 당신은 일곱번째의 지옥에 가본 적이 있는가? 만인 가본적이 있다면 당신은 지금 이곳에 있을 수가 없다. 당신은 영원히 그곳에 있어야 한다. 만일 가본적이 없다면 당신은 무슨 근거로 그러한 지옥이 존재한다고 말하는가? 당신은 마땅히 일곱개가 아니라 여섯개의 지옥만이 존재한다고 말했어야 했다. 

또 오쇼는 주문처럼 반복해서 외우면 신비의 효력이 발생한다고 믿는 사람들의 요가 수행법의 만트라에 대해 많은 부분, 그리고 의미를 더해 예기하고 있다.

이 것이 바로 오쇼가 말하려 했던 것...명상으로 깨달음을 얻는 것...비 논리적일 수 있지만 어떻게 보면 깨달음을 얻는 수행의 가장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1.나모 아리한타남 나모 나모

2.나모 싯다남 나모 나모

3.나모 우바자야남 나모 나모

4.나모 로예 삽바 사후남 나모 나모

5.아에소 팡하 남모카로

6.옴, 샨티,샨티, 샨티

 

1.아리한타의 발 아래로 가서 엎드려 절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아리한타는 아라한로 자기 자신을 성취한 자라는 뜻이다.

2.싯다의 발 아래로 가서 엎드려 절합니다.

싯다는 자신의 참 존재를 되찾은 자라는 뜻이라고 한다.

3.우바자야남의 발 아래로 가서 엎드려 절합니다.

우바자냐남은 스승을 의미한다.

4.로예 삽바 사후남의 발 아래로 가서 엎드려 절합니다.

로예 삽바 사후남은 교사를 말합니다.

5.아에소 팡하 남모카로는 자기 자신의 앎에 도달한 모든 이들의 발 아래 절합니다.

6.옴은 힌두교에서 우주의 가장 근본적인 소리로 모든 것을 깨달은 이들이 마지막으로 평화를 얻기 위해

옴을 부릅니다.  

결국 이 책에서는 오쇼는 자신의 유년시절을 통해 네명의 제자들 뿐만 아니라 세상의 모든 사람들에게

깨달음을 얻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려주고 있습니다.  

오쇼는 바가바드기타, 성서, 불경, 꾸란, 우파니샤드, 노자, 장자, 헤라클레이토스, 요가 등 동서양의 경전 및 고전, 성자들의 가르침을

텍스트로 삼아 차원 높은 강론을 펼쳤다고 합니다.

크리슈나무르티와 더불어 현대의 2대 성자라는 찬사를 받게 되었답니다. 

그는 성스러운 인도식 경칭인 브하그완 슈리 라즈니쉬라는 긴 이름을 버리고, 중국의 장난스러운 선사인 화상(和尙)을 뜻하는 '오쇼(osho)'라는 이름을 썼습니다.. 어디서나 진실을 말하고, 모든 종교의 위선을 벗겨내어 참다운 종교, 참다운 신으로 인도하는 그의 가르침은 특히 젊은이들의 지지를 얻었고 지금까지 추앙을 받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