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은 다양한 수단을 통해 아름다움의 가치를 발견하는 활동이다.

 

아름다움의 가치는 모든 인간이 원초적이며 본능적으로 추구하는 가장 핵심적인 대상이며, 그 가운데 미술은 이미지를 통해 미적 가치의 대표적인 추구 영역이다.

 

「세계 미술사의 재발견」(매리 홀딩스워스 지음, 제정인 옮김, 마로니에북스)은 고대 예술에서 현대 팝아트까지 미술을 중심으로 예술의 역사를 집대성해 놓은 미술사의 바이블과도 같다.

 

특히 서양미술사는 물론 동양미술사까지 그림과 글로 해설을 달아 놓아 동서양 예술을 서로 비교해 볼 수도 있다.

 

또한 이 책 「세계 미술사의 재발견」은 역사의 흐름속에서 미적 가치를 추구하던 예술, 즉 미술사의 모습을 한 눈에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놓은 것도 큰 특징이다.

 

우선 서양의 초기 문명은 '메소포타미아'로 시작된다. 이어 고대 이집트 문명은 지금도 예술분야에 많은 모티프를 제공해 준다.

 

메소포타미아 문명은 고대 기하학적 무늬와 대상을 단순화시킨 추상적 그림을 통해 그들의 삶을 확인할 수 있다.

 

고대의 미술은 미적가치를 추구하는 영역이었다기 보다는 '삶이 곧 예술'이라는 공식을 통해 삶 자체에서 미적가치를 추구했던 영역으로 인정할 수 있다.

 

아시아에서는 중국이 차지하는 황하문명의 영향력은 크다고 할 수 있다. 아시아 최초의 문명 발생지이며, 그 시대를 거듭할수록 서양문명과 전혀 다른 독특한 양상을 지니며 발전해 왔다. 또 거듭된 문명의 발전은 한층 수준 높은 미적가치를 추구하게 되었으며, 아시아인의 독특한 삶의 영역을 형성하는게 기여했다.

 

이렇듯 「세계 미술사의 재발견」은 메소포타미아와 황하문명을 시작으로 그리스와 로마, 헬레니즘 시대, 십자군원정, 고딕, 피렌체, 베네치아, 스페인, 투르크와 몽골, 네덜란드, 신고전주의와 낭만주의 등 시대별 미술사의 특징을 상세하게 알려준다.

 

이와 함께 기독교, 이슬람교, 불교, 자이나교와 힌두교, 도교와 유교, 그리고 종교개혁까지 종교가 미술에 미친 영향과 함께 종교미술에 대한 심미적인 해설을 덧붙이고 있다.

 

「세계 미술사의 재발견」은 흡사 미술사를 공부하는 사람들이 레포터를 쓰거나 시험공부를 위해 한번 쯤 보는 참고용 백과사전과도 같다. 그만큰 내용이 일목요연하게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잘 분류되어 있다.

 

그리고 시대별, 영역별로 글과 그림이 적절하게 조화돼 미술의 흐름을 좀 더 쉽게 확인 가능하다.

 

하지만 글을 읽다보면 인문교양 수준의 미술사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에게는 해설형식으로 되어 있어 지적인면 이외에 감성적인 접근이 좀 어렵다.

 

메뚜기(그래스호퍼 : Grasshopper)는 한마리 한마리 단위개체로는 약자다. 들판과 나무사이를 이리저리 다니다가 포획되면 저항 한번 해보지 못하고 먹잇감이 된다.

하지만 이 놈은 군집성이 있어 수천마리 심지어는 수만마리가 공동생활을 하며 이곳저곳을 돌아다닌다. 그래서 농작물을 모두 갉아먹는가하면 죽은 동물의 시체까지 먹어치운다. 심지어는 인간도 공격한다.

이처럼 메뚜기는 여리고 보잘 것 없는 곤충이지만 집단생활을 하면서 힘은 위력을 더한다. 

일본 작가 이사카 고타로의 <그래스호퍼>는 바로 인간을 메뚜기에 비유해 외면은 물론 내면의 심리까지 낱낱이 파헤친 소설이다.

 

이 소설에는 스즈키, 구지라, 세미 세 인물이 등장한다.

주인공들은 각각 같은 시간속에서 각자 이야기의 중심에 선다. 옴니버스식 구성과 액자식 구성요소으로 줄거리가 이어진다.

스즈키는 교통사고로 아내를 잃었다. 가해자는 바로 살인을 밥먹듯이 즐기고 사람의 목숨을 중요시하지 않는 인물이다. 스즈키는 아내의 복수를 위해 가해자의 아버지가 운영하는 회사에 들어간다. 전직 교사인 스즈키는 여성들을 유인해 효능이 검증되지 않은 중독성 강한 약을 판매한다. 대금지불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그들은 조용히 살인을 저지르는 집단에 잠입한 스즈키는 복수를 위해 들어왔다는 사실이 발각되면서 난처한 상황에 처한다.

 

구지라는 청부살인업자. 그는 의뢰인의 요구를 받고 그 대상이 목을 맨다든가 아니면 높은 건물에서 뛰어내리게 하는 등 스스로 목숨을 끊게 한다. 자신의 손으로 직접 살인을 저지르지 않는다. 그런 그에게 인간성을 찾아보기란 어렵다.

세미도 청부살인업자지만 구지라와는 달리 직접 칼을 쓰고 그의 살인대상은 바로 개인이 아닌 한 가족이다. 즉, 가족몰살 전문살인을 저지른다. 이들은 모두 이 시대 어둠속에서 벌어지는 현실이며, 그들은 모두 인간성을 상실했으며 죽음을 무게로 환산하는 파렴치한이다.

 

현실반영 요소   ----------------------------------------------------------------------------------------

<그래스호퍼>에서 찾아볼 수 있는 현실비판적 요소는 바로 권력층의 비리다. 일본의 국회의원은 자신의 비리가 드러나기를 두려워한 나머지 수십년간 자신과 함께 동고동락한 비서관을 청부살인업자에게 의뢰해 자살하게 만든다. 그리고 자신에게 돌려졌던 언론의 관심을 한 인간의 자살에 포커스를 맞추게하고 심지어 모든 죄를 뒤집에 씌운다. 비단 일본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에도 심심찮게 이런 상황을 접할 수 있다. 잘나가던 기업의 임원이 갑자기 목을 매 자살한다든지 아니면 자신의 회사에서 투신한다든지 하는 내용 말이다.

아직까지 국회의원의 자살은 들어본적이 없지만 머지 않아 자신의 권력유지를 위해서는 보좌관이나 비서관, 또 측근의 죽음까지 강요하는 시대가 온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개별인물과 그래스호퍼   -------------------------------------------------------------

그럼 왜 제목이 그래스호퍼일까? 바로 메뚜기의 습성을 그대로 현실세계에 접목시켰기 때문이다. 메뚜기는 개별적으로 미미하고 힘없는 곤충이다. 하지만 그들은 나름대로의 규칙을 가지고 군집생활을 하면서 인간까지 공격하는 엄청난 힘을 가진다. 아마 구지라나 세미도 별개로는 한낱 살인자에 불과하지만 그들의 살인의뢰자와 연계되면서 엄청난 힘을 발휘한다. 살인을 저지르고도 태연히 생활하는 그들의 모습은 바로 권력의 비호아래 또 다른 엄청난 권력을 가진다는 의미다.

 

기형적인 사회와 인간의 축소판   -------------------------------------------------------

재미삼아서 피할 수 있는 실수, 또 횡단보도에 서 있는 사람을 밀쳐 차에 부딪히게 하는 밀치기, 약취와 유인 등 사회병리적인 현상들이 고스란히 <그래스호퍼>에 담겼다. 소설 속 각각의 인물은 바로 이런 사회병리현상의 중심에 서 있으며, 그들을 통해 곤충과 별반 다를게 없다는 인간의 밑바닥을 볼 수 있다.

이런 현상은 바로 사회에서 생존하기 위한 수단의 일종이며, 이미 인간성을 상실하고 단지 ’살아남기’위해한 방법으로 치부되는 위험한 시대의 부산물이다.

<그래스호퍼>는 독특하고 박진감 넘치는 줄거리 외에 인물의 특징에 매료되는 작품이다. 

 

 

'앙크십자가'(오른쪽 사진)는 고대 이집트에서 상징적인 표현으로 자주 사용한다. 하늘과 땅의 신비를 여는 열쇠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앙크십자가는 양옆으로 뻗은 십자가는 체계와 질서를 나타내는 '법'과 의식의 차원에서의 '삶'을 표현한다. 또 상단에서 원 모양은 빛과 사랑을 상징한다. 이처럼 앙크십자가는 여러 의미를 사용된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성녀의 구제> 한국번역판본에서는 바로 책 뒷표지에 앙크십자가를 사용했다. 또 책 표는 앙크십자가와 성모마리아의 모습을 중앙에 두워, 신비롭고 성스러우며 비밀스런 느낌을 살렸다.

 

그동안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몇편 읽으면서 작가의 뛰어난 상상력과 지적호기심을 자극하는 문체, 그리고 쉽게 납득할 수 없고 생각해보지 못했던 기발한 소재를 사용한다. 그래서 독자들에게 '히가시노 게이고' 매니아층 형성을 독려했고, 그의 소설을 읽으면서 흥미 위주의 상업성과 쉽게 접근하지 못한 소재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완벽하게 구현해내는 문학성을 동시에 쫒았다.

 

처음에 책을 접했을 때 앙크십자가에 대해 의식하지 않고 무심코 넘어갔다. 하지만 책을 모두 읽었을 때 분명 십자가의 종교적 의미를 소설에 접목시킬 수 있는는 의문이 생겼다.

소설은 남자의 독살사건으로 시작된다. 1년여 정도 결혼생활을 유지하고 있는 주인공 마시바 요시다카는 부인 아야네와 결혼생활을 계속 유지할지를 놓고 논쟁을 펼친다. 그리고 평소와 다름없이 친구들과 모임을 갖고 하야네는 삿포로에 있는 자신의 친정으로 가고 자신의 제자 히로미에게 집을 봐 달라며 열쇠를 맞긴다. 결국 히로미는 하야네의 집에서 요시다카의 죽음을 본다.

잠시 히로미는 하냐에 몰래 요시다카와 내연의 관계를 맺고 있었으며, 심지에 임신 2개월의 몸을 하고 있었다.

 

이 상황에서 어떤 알리바이도 성립되지 않고 어떡게 죽었는지도 해석되지 않는 살인사건에 대한 집요하고 치밀하게 분석한다. 전체적인 줄거리다. 이 쯤에서 이 소설 <성녀의 구제>가 왜 대단한지 나름대로의 느낌을 찾는다.

우선 요시다카의 죽음에 관련된 주위 사람들이 있지만 하나같이 알리바이가 확실하다. 결국 죽음의 원인을 자연사로 볼 수밖에 없지만 결국 누군가 타살했다는 증거를 잡는다. 증거는 있지만 범인을 없는 상황.

누구나 다 용의자가 될 수 있는 상황이다. 단순한 경찰의 수사물로 결론지을 수 있는 부분이지만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 많은 과학적이며 신비스런 현상들이 등장한다.

다음으로 요시다카는 부인 하야네가 아기를 갖지 못한다는 이유로 부인의 제자와 내연의 관계를 맺고 심지어 아기까지 갖는다. 바로 인간본성에 대한 고발이다. 단순히 사랑하고 좋아하고 영원히 함께하고 픈 사람과의 결속이 결혼이 아니라 아기를 낳고 기르기 위한 동물적인 본능을 고발한다.

마지막으로 왜 그는 죽을 수 밖에 없었고 어떻게 죽음에 이르렀는가에 대한 내용이다. 바로 결말이 되겠지만 상상초월의 대 결말이 기다리고 있다.

 

흡사 몇년전 상영했던 '해피엔딩'이라는 영화가 떠오는다. 영화에서는 살인자(남편)을 알려주고 왜 살인을 했는지에 대한 과정을 그렸다. 하지만 <성녀의 구제>는 그 부분을 생략했다. 치밀한 완전범죄에 대한 구성을 비슷하며, 왜 살인이 발생했는지에 대한 내용은 선후가 바꿨을 뿐 동일한 구성이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은 호흡이 빠르다. 또 사실을 있는 그대로 묘사한다. 그래서 현실감이 강조된다. 미화하지 않으며 추측하지 않는다.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대신 상상을 넘어선 장면을 많이 등장시킨다.

이 소설 <성녀의 구제>역시 대표적인 그의 작품이다. '용의자 X의 헌신'에서도 그랬듯이 이 소설도 빠르다. 한 장면 한 장면 고려하지 않으면 전체 흐름을 놓칠 수 있다. 그래서 집중할 수밖에 없는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