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의눈	2015.07.11
그냥 멍석 김문태 글 그림

읽는 그림 한글 꽃 동심화

한글과 동양화를 결합시킨 독특한 한글 캘리그라피이다.

서양의 캘리그라피가 문자 외양을 중심으로 강하게 표현하였다면 김문태님의 한글 그림은 글과 먹선으로 표현한 글그림 사이에 40여 년의 압축된 작가의 삶을 은은하게 담아낸다.

표제엔 동심화란 부제가 작게 달려있는데 한글그림에 유독 동글동글한 원이 많고 한글도 부드러운 곡선이라 동글한 원모양의 그림을 말하는 줄 알았는데 어린이의 마음인 동심의 마음가짐으로 표현한 그림임을 머리말을 통해 알게 된다.

그래서 일까? 저자의 동심화는 아이들 표정처럼 해맑은 미소가 가득하다. 저자의 살아온 날들을 헤아려볼 때 천진난만한 아이들처럼 웃을 수 만은 없었을 텐데......

작가는 자신의 삶에서 배어 나온 철학과 영혼의 깊이에서 우러나온 사랑을 작품으로 형상화하는 사람이라 믿는다 -작가 머리말 인용

그림만 보면 [동심]의 주제가 일관되게 보여지는 이유 역시 동심으로 사물과 자연을 바라보고 노력한 흔적들이 역력하다.

그러나 그의 시들은 저자가 살아온 삶만큼 노련한 성숙미가 흐르면서 넘치지 않고 절제되어 있어 40대의 독자인 나에겐 사색의 순간을 만끽하게 한다.

책의 목차를 보면

1부 점은 고요하다. 2부 점은 호흡이다. 3부 획은 숨결이다. 4부 획은 삶이다. 5부 사람은 모두 꽃이다.

6부 점과 획에 핀 꽃이다 구성되어있는데 이 목차는 그가 한글 꽃 동심화와 살아온 자신의 삶을 표현하고 있다. 점과 획의 다양한 변주가 들려주는 그의 삶의 표현인 한글 꽃 동심화엔 그의 모든 것이 들어있다.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작가가 일상에서 관찰하고 사색하여 전달하고 있는 삶의 가치에 대한 향연으로 독자들을 초대하며 우리는 기꺼이 동참하여 그가 베푸는 은은하고 담백한 한글꽃의 향기를 맡으며 시인이자 화백이 주는 일상에서 발견하는 숭고한 삶의 정신을 음미한다.

동양화는 서양화와 달리 보는 것을 그대로 그리지 않고 작가의 정신(소망, 태도와 마음가짐)을 표현하였으며 그림은 다양한 상징을 품고 있고 화제를 통해 그림에 어울릴 만한 글을 덧붙였는데 작가는 화선지와 먹이란 동양화의 재료뿐 아니라 동양화의 속성을 동심화에도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

아이들은 아이들의 시선으로 예쁘고 재미있게 해독하며 감상할 수 있는 즐거움을 주고 어른들은 자신들이 살아온 삶만큼 동심이 주는 추억과 그리움뿐 아니라 자신이 살아온 삶을 되돌아 볼 수 있다.

먹선으로 퍼지는 구불구불한 한글꽃의 다채로움 속에 피어나는 해맑은 아이 같은 미소를 보며 삶의 무게를 잠시 내려놓고 함께 웃어보자!

 

 

 

동심화, 그냥, 김문태

시공주니어	2015.07.08
파랑새 모리스 마테를링크 글 허버트 포즈 그림

보이지만 보이는 것이 진실은 아니다. 인간의 감각기관은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없고 인간의 경험과 사고에 따라 왜곡할 수 있다. 같은 건물도 낮과 어둠에 따라 전혀 다른 색상을 갖는 것처럼……

파랑새는 현상 너머의 삶의 지혜를 전해주는 아름다운 글들이 도처에 가득하다.

순진무구한 어린 남매 틸틸과 미틸을 통해 보지만 제대로 보지 못하는 인간의 무지와 어리석음도 함께 보여준다. 틸틸과 미틸이 파랑새를 찾는 여행을 통해 여러 나라를 경험하면서 평화로워 보이는 숲 속은 인간을 미워하는 숲 속 나무와 동물들의 영혼으로 가득하고 두려운 공동묘지엔 죽은 사람들이 없으며 죽은 사람들을 기억하고 추억하는 한 죽은 사람들은 살아있게 됨을 발견한다.

현실- 꿈속 모험- 현실의 구조를 갖는 그림책과 동화형식을 담은 희곡은 부잣집의 크리스마스 이브파티를 부러워하는 아이들이 1년간의 파랑새를 찾는 모험을 하다가 파랑새가 없음을 발견하고 꿈에서 깨어나며 그렇게 찾아 헤매던 파랑새가 자신의 집에 있음을 깨닫게 되는 이야기다.

틸틸은 자신이 기르는 파랑새를 잘 돌보지도 않아서 진짜 파랑새임을 알아채지 못한다.

파랑새는 처음부터 틸틸과 미틸 곁에 있었는데 말이다. 행복은 과거에도 미래에도 있지 않고 지금 이순간에 있음을……

생각해 볼 문장

불행과 행복은 동전의 양면과 같이 함께 존재함을 다시 한 번 일깨운다. 시적 표현이 참으로 아름답고 의미심장하다.

이미 행복해진 틸틸은 왜 그 새를 찾으려고 하는 걸까?

마지막 틸틸의 대사는 반어적인 표현일까? 행복 하려고 애쓸수록 파랑새는 멀리 날아감을 알려주려는 것일까?

항상 곁에 있던 파랑새를 소녀가 받으려고 하자 날아가 버린다. 줄 수도 소유할 수도 없이 그렇게 느끼는 것임을 알려주려는 것일까?

마지막 장면과 대사는 뇌리 속에 계속 남아 반추하게 한다.

감상

아동과 성인들의 영원한 고전 동화 파랑새.

141년 전에 나온 오래된 동화지만 지금도 많은 사람이 읽고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는 행복을 추구하고 쫓는 인간의 욕망에 기인한다.

과거에서 현재에도 미래에도 사람들은 더 행복해지기를 바란다.

행복 하려고 행복을 찾고 구할수록 행복은 우리 손에서 빠져나가는 파랑새와 같다. 파랑새는 어디 있는가? 내가 살고 있는 이곳, 내 주변 내가 호흡하는 지금 이순간에 있음을 틸틸과 미틸의 여행을 통해 발견한다. 추상적인 행복과 사물을 의인화 하여 아이들이 추상적 개념들을 구체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다양한 거리를 제공한다.

모리스 마테를링크의 원작 그대로 6막 12장의 희곡을 감상할 수 있다. 아동 동화책이나 변형된 책으로 간접적으로 접했던 파랑새를 원작 희곡으로 읽으면서 주인공들과 등장인물의 입체적인 성격들을 생생하게 경험할 수 있었다. 아이들과 역할을 나눠 실감나게 읽을 수 있고 성인의 경우는 이야기 나무에서 나온 [파랑새 놓아주기]나온 이야기 원형을 심리학으로 분석한 글과 함께 읽으며 파랑새를 해석하는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

파랑새, 모리스마테를링크, 네버랜드클래식48

토트	2015.07.08
마음필사 나를 다시 꿈꾸게 하는 명시 따라 쓰기 고두현

이 이상의 필사에 대한 예찬이 없을 것 같아 작가의 말을 그대로 옮겨왔다.

[마음 필사]는 고두현 시인의 시부터 이백,백거이의 옛시조, 윌리엄 세익스피어,괴테와 같은 서양 문호들의 주옥 같은 시와 연암 박지원 ,다산 정약용의 글도 있으며 고전부터 현대시인의 시들이 사색을 돕는 잔잔한 흑백사진과 함께 수록되어있다. 중고등학교 시절 접했던 시들, 그 당시엔 무의미하게 지나쳤던 시들의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정지용 시인의 [호수1]는 6줄의 5자 6자로 구성된 짧은 시인데 그리운 이를 보고 싶어하는 마음이 저절로 느껴진다. 결혼 생활 12년 동안 떨어져 본 적이 거의 없는 남편의 장기 출장의 부재로 더욱더 그리움에 관한 시에 공감하나 보다.

 

 

 

송찬호 시인의 고래의 꿈을 읽는 순간 타무라 시게루의 [유리 바다에서]가 떠올라 그림책의 일부를 함께 올린다.

고래가 사라져 버려 더이상 고래를 만날 수 없어도 그 꿈을 꾸는 주인공이 너무도 유사해서 송찬호 시인의 고래의 꿈을 보고 [유리 바다에서]란 그림책을 읽으니 그전엔 이해할 수 없었던 그림책이 조금씩 들어온다.

늦게 온 소포는 이 책의 저자의 고두현 시인의 시다. 집에서 딴 유자 6개를 자식에게 보내기 위해 겹겹이 포장한 어머니의 사랑을 느낄 수 있다. 

에머슨의 [성공이란] 시는 매우 유명해서 계발서를 접한 사람들은 한번쯤 들어 본 시다.

성공에 대한 욕망은 있으나 그릇이 부족한 내게 위안이 되는 글이다. 단 한 사람의 삶이라도 더 풍요로워지게 노력해야 겠다.

 

마흔셋의 중력의 영향과 노화에 따른 수분 부족으로 탄력을 잃고 쪼글거리는 피부는 [나이 든다는 것과 늙어간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한다. 현대 의료 기술로 노화 방지를 하고 싶은 욕망과 자연의 이치에 따라 순리대로 살고 싶은 소망사이를 시소 널 뛰듯 왔다 갔다 한다. 그럴 때 내 마음을 다잡아 주는 글은 빌헬름 슈미트의 [나이 든다는 것과 늙어간다는 것]의 글을 읽으며 자연의 이치를 따라가게 한다.

이 책엔 마음을 차분하게 하며 사색하게 하는 글들로 넘치며 그런 글들을 필사하고 낭독하면서  

좋은 시와 문장들과 친해진다.

 

감상

표지 내용 시, 앞에 서문에 적힌 작가의 말 뭐 하나도 버릴 게 없다. 다 좋다. 수록된 사진과 글을 보면 저절로 낭독하게 되고 소리 내어 읽게 된다. 따라 쓸 수 있게 예쁜 편지지와 메모지가 다양한 디자인으로 구성되었는데 처음엔 너무 아까와 쓸 수가 없다는 점이 단점이랄까?  글씨가 틀리까 봐 미운 글씨가 책을 차지하는 게 싫어 망설이다가 따라 적고 싶은 글귀들이 손을 흔들며 나를 반기니 옮기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음이 진실이다.

글을 잘 쓰고 싶은 욕망으로 시작했던 필사는 책과 동행하며 떠나는 여행이 되었고 마지못해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 기꺼이 동참하는 자신을 만나게 되며 사색을 돕는 흑백의 사진은 손의 힘과 사색의 힘을 되새기게 한다. -작가의 서문 인용

 

마음필사, 고두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