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이당	2015.09.05
부모가 바뀌면 자식이 산다 유순하 지음

과도한 입시경쟁과 성인 노동에 버금가는 아이들 장시간의 공부시간과 지나친 교육비의 부담에 대한 문제를 느끼면서도 제도가 그렇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며 따라가는 부모 중에 나도 한 사람이다.

아직은 아이들이 어려 여유를 부리며 아이가 원하는 대로 내버려 두지만 마음은 여간 불편하지 않다.

일개 개인이 제도에 저항하여 자녀를 방목하는 일은 참으로 어렵다.

이 책의 저자 유순하 작가는 사교의 메카인 대치동에서 방목하고 아이가 판단하고 선택하게 두려고 노력했으니 어떤 면에서 대단하다.

저자는 자녀 양육서부터 입시성공수기 철학, 소설 등 책을 좋아하며 자녀의 교육에 관심이 많은 분이다. 더구나 자녀들의 적은 투입으로 입시 공부를 잘한다면 그대로 지켜보기는 쉽지 않았으리라.

세 자녀가 지속적인 학원이나 과외 없이 들어가기 어려운 스카이 대학에 들어가고 딸들이 혼자서 배낭을 매고 해외여행을 다녀도 믿고 기다려 줄 수 있었던 것은 무엇일까?

아이들의 자율성을 존중하고 잔소리 안하고 가정의 일을 서로 돕고 독서를 즐겁게 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한 저자의 교육들을 만나게 된다.

자녀들을 기르면서 자신의 교육관과 방식만을 고집하지 않고 자녀가 이견을 제시하면 고민하고 자신의 실수를 덮지 않고 인정한 부분이 일반 부모와 많이 다르다.

부모도 실수하는 인간이지만 자식의 지적을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유연함과 멀리 내다보며 기다려 줬기에 자녀들이 잘 자란 게 아닐까?

이 책은 오로지 자녀 학습을 최우선으로 두고 자식을 제도의 노예로 만드는 한국 부모들에게 따끔한 질책을 한다.

저자가 자녀 학습이 아닌 자녀의 전반적인 인성발달교육에 노력한 결실로 한 자녀도 아니고 세 자녀 모두를 잘 키웠기에 솔직히 염장질처럼 보이기도 하고 자식자랑 자기 자랑도 많다.

‘난 이렇게 해서 이렇게 자식을 잘 길렀어요.’

읽다 보면 짜증이 많이 난다. 사교육 없이 교과서만 보고 서울대 들어갔어요.라고 인터뷰하는 수석합격생의 인터뷰만큼 말이다.

수험생이 공부하지 않고 늦게까지 만화책을 쌓아두고 봐도, 교과서가 아닌 시험날도 잊고 사는 자녀, 학원도 거의 다니지 않았고 공부만 하지도 않았던 자녀들이 신기하게도 모두 좋은 대학을 들어가다니! 대학가서는 깊게 공부를 하지 않음에도 장학금을 받아온다는 둥 잘 보면 자식 자랑이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좋은 선생님을 만나 별 문제 없이 잘 다녔다는 자녀이야기는 학교 선생님이나 친구들과 문제 있어 가슴이 멍든 부모에게 소금을 뿌리는 격이 아닐까?

선생님에게 폭언하고 갑질하는 부모가 매체의 화제가 되는 것은 그만큼 드물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교사와 부모의 관계는 수평적이지 않고 교사가 갑에 가깝다. 일반 부모들은 선생님이 어렵고 자기 아이에게 불이익이 돌아가기 때문에 자녀가 피해자가 되도 수수방관하는 경우가 더 많다.

읽으면서 부럽고 짜증나기도 했지만 좋은 명언도 많고 소설가 답게 책들의 글귀와 소개가 많아 참고할 수 있다.교육문제의 진단뿐 아니라 대안도 제공하고 있어 얻어가는 부분이 많다.

부모가바뀌면자식이산다

해냄	2015.09.03
심리톡톡 나를 만나는 시간 경향신문기획/권혜경 김병수 김병후 김진세 문요한 윤대현 이나미 정혜신 최성애 하지현 강연

경향신문에서 기획 프로그램을 마련해 심리전문가들을 모셔서 한국 대중들의 문제들을 나누며 소통하는 <심리톡톡: 나와 만나는 시간>의 1여 년 강의를 다시 다듬어 책으로 읽을 수 있게 나왔다.

개인적으로 어린 아이를 기르고 있어 심신이 지치기도 하고 시댁과의 갈등은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

 국내의 내수 경제는 나쁘고 법질서 붕괴 및 민주주의가 후퇴하는 국내의 현실 또한 마음을 어둡게 하는데 한 몫 한다. 마음을 다잡고 기운을 얻고 싶어 <심리 톡톡 나를 만나는 시간>을 읽었다.

명강사들의 명강의답게 대중적으로 편안하게 다가가면서도 마음을 되돌아 보게 하는 울림들이 전달된다.

목차는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

1장 나를 사랑할 권리에서 자율성, 감정 조절 능력, 소진증후군을 다루고 있고 2장관계가 곧 치유다 파트에선 공감, 소통, 결혼과 여성의 소 목차를 통해 관계를 통해 오는 상처와 치유법을 소개하고 있다. 3장에선 현대인의 관심이 많은 행복을 다루고 있다.

관계, 행복, 나를 돌보는 일은 우리들의 삶에 아주 중요한 부분이다. 혼자는 외롭고 부부, 부모와 자녀, 친구처럼 자주 접하고 친밀한 관계일수록 상처받는 일도 많아진다.

쿨하고싶지만 녹은 초콜릿처럼 찐득거리는 인간관계에서 자신을 지키고 잘 유지하기 위해선 먼저 자신의 감정을 잘 다스리고 자신이 건강해야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부모나 선생님 혹은 주변 사람들에 의해 주입된 가치관으로 내 삶이 힘들지는 않는지 내 욕구와 신념이나 사회가 주입한 가치관을 구별하여 내 감정에 충실 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 내 삶이 억울하지 않다. 내 자녀가 자신의 욕구에 충실하도록 하려면 어릴 때부터 자율적으로 길러야 하는데 스스로 선택해서 결정할 수 있는 경험을 늘려주며 그 과정의 시행착오를 부모가 걱정하지 않고 지켜봐야 한다. 20살 넘어선 대부분을 스스로 결정해서 살아야 하는 만큼 부모때문이란 원망과 피해의식을 자녀가 갖지 않기 위해선 아이의 선택을 존중해줘야 하는데 말처럼 쉽지 않다.

한병철씨의 피로사회처럼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자기계발에 목매달게 채찍질하며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게 하는 삶은 결국 과부하에 의한 방전을 초래한다.

지난 과거나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의 행복에 에너지를 과도하게 쓰기보다 현재를 충실하게 살아가기 위해서 강도 높은 행복을 한꺼번에 느끼는 것보다 작은 행복을 매일 느끼는 게 더 좋다고 한다.

소진중후군에 대해 강의하신 윤대현 전문의의 솔직한 자기 고백적 이야기에 놀라기도 했고 40~60대  우울한 여성에 대한 김정수 정신과 전문의 강의는 평소에 접하지 못한 명화의 인물과 상황을 심리적으로 파악해보는 즐거움과 명화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만날 수 있다.

회복탄력성 전문가 최성애 박사의 회복탄력성의 사례는 너무 극단적이라 작은 불행에도 좌절하는 내겐 오히려 독으로 작용하지만 비극적이지만 타인을 구하려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에 감동했던 타이타닉 대 참사의 놀라운 일화를 접할 수 있다.

 

나는 메뉴가 다양한 분식집보다는 단품 메뉴를 파는 식당을 더 선호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한 두 가지 메뉴만 파는 곳의 음식이 훨씬 맛있기 때문이다. 책도 마찬가지이다. 여러 강사의 모음집은 일관되기도 힘들고 내용도 강사에 따라 다를 수 있고 깊이가 얕다. 그런데 <심리톡톡 나를 만나는 시간>은 분식집 메뉴처럼 여러 전문가의 글을 짧게 다루고 있음에도 밑줄을 긋고 되새기며 읽게 된다. 전문적인 깊이감과 실천적인 조언은 부족하지만 나를 되돌아보고 자녀 양육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특히 관계파트에서 공감에 대해 다루고 있는 정혜신 박사의 글을 통해 타인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평가나 비판, 조언 없이 그대로 수용하는 자세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된다.

타인에게 공감하려면 나 자신에게도 신뢰하고 지지해주는 ‘엄마성’의 경험이 필요한데 내 문제와 내 문제가 아닌 것을 구분하는 심리적 연습을 통해 내 책임이 아닌 것을 떠안지 않도록 당부하고 있다.

심리톡톡나를만나는시간, 정혜신외

처음북스	2015.09.01
주변이 섹시해지는 정리의 감각 브렌다 에버디언, 에릭 리들 지음

 

어린 아이도 있어 정리 정돈 전문가를 불렀는데 전문가 왈 집 수납공간보다 책이 너무 많아 책 절반을 처분해야 한다는 말에 당장 선택할 수 없어 되돌려 보낼 수 밖에 없었다.

책을 버려야 한다면 어떤 책을 버려야 할까? 지금 책들을 수납할 서재를 짜야 할 것인가?

갖고 있던 수험서, 이제는 필요도 없는 전공서적과 옛 직장에서 봤던 책들을 버리는데도 많이 망설였다. 5년이 넘게 들쳐보지도 않았는데 버리는 순간 왜 그렇게 아쉽던지……

남편은 열심히 공부한 너덜너덜한 영어토익책은 애착 때문에 버리지 않고 한 번 본 깨끗한 토익책은 과감하게 버리는 걸로 봐서 이 책에 나오는 ‘소유효과’을 톡톡히 본다.

우리가 물건을 잘 버리지 못하는 습성은 소유 효과 때문이다.

과감하게 버리고 싶어서 읽은 <주변이 섹시해지는 정리의 감각>이란 책은 정리학자 부부의 잡동사니와 이별하는 과정을 일상을 통해 재미있게 보여준다.

여기 저기 쌓여있는 더미에서 필요한 물건을 찾느라 시간을 쓰고 청소와 정리에 중압감을 느끼고 있는 나에게 물질적인 잡동사니가 너무 많음을 깨닫게 한다.

이 책엔 일상을 저해하는 잡동사니를 물질적인 잡동사니, 정신적인 잡동사니, 디지털 잡동사니, 시간의 잡동사니, 감각적 잡동사니 크게 다섯 가지로 분류하고 있다.

집안 공간 대 부분을 차지하는 물질적인 잡동사니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휴대폰에 저장된 사진, 이 메일, 음악 파일, 전자 미디어 같은 디지털 잡동사니도 만만치 않다.

정신적인 잡동사니는 후회, 걱정처럼 많은 에너지를 소진시키는 감정을 말한다. 시간의 잡동사니는 위에서 열거한 잡동사니들에 할애하느라 정작 소중한 인간관계에 시간을 쓰지 못하고 낭비되는 것을 말한다. 그럼 감각적 잡동사니는 무엇일까? 인간의 오감을 지나치게 자극하는 감각을 말한다.

아이패드나 스마트폰으로 수시로 정보를 찾는 나는 시각적 감각을 과잉으로 사용하는 것은 아닐까?

이런 잡동사니들에서 벗어나려면 어떡해 해야 할까?

작업공간을 할당하여 물건의 위치를 정해놓고 생활 속 잡동사니를 잘 관리하기 전에 정기 구독하지 말며 물건을 구입하는데 신중하게 기다린다. 한 번 손에 들어온 것은 버리기 쉽지 않으므로 애초에 집에 들이지 않도록 조언한다.

감상

정리 전문가 두 부부가 오랜 시간 잡동사니를 버리는 과정을 구체적이고 솔직하게 잘 보여준다.

읽을 때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두 부부의 오랜 시행착오를 보면 버리고 정리정돈을 유지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잡동사니를 모으고 사는 나에겐 험난한 도전임을 알게 된다.

주변이섹시해지는정리의감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