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LLCOMPANY	2016.04.09
어느 건방진 캥거루에 관한 고찰 마크 우베 클링 지음

 

우리나라의 카바레와 전혀 다른 카바레티스트(정치, 경제, 문화, 교육 등 인간의 삶 전반에 대한 비적유머를 펼치는 아티스트)인 작가 마크 우베 클링은 캥거루를 좋아한다. 적어도 k 이니셜을 좋아한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의 작품엔 다 K와 캥거루가 들어가겠는가?

왜 캥거루인지는 모르지만 나(마크 우베 클링)의 집에 물건을 빌리러 온 새로 이사온 캥거루는

주인공 ‘나’의 집에 무상식객으로 들어오고 둘의 입담이 시작된다.

이름보다는 1인칭 주인공시점인 ‘나’가 주되지만 책을 잘 읽어보면 저자와 거의 일치하며 책에서도 우베클링이란 이름이 나온다.

캥거루는 정말 건방지고 뻔뻔하며 자본주의를 극혐오하는 체제전복자이며 공산주의자이다.

나는 캥거루와 공산당선언에 나오는 유령과 함께 거주하면서 독일 사회와 자본주의 시스템 전반에 대해 말장난, 풍자적 유머, 때로는 신랄하고 냉소적인 유머로 독자에게 펀치를 남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자본주의체제를 비판하지만 그 내용을 잘 몰라도 너무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독일의 정치인, 기업가, 문호, 사회적 쟁점들이 나오기 때문에 관련 인물과 내용을 안다면 더 몰입해읽을 수 있겠지만 표지조차 뻑큐를 날리는(심의상 모자이크처리) 캥거루의 그림과 “가는 말이 고우면 상대방을 얕잡아 본다”라고 읽어준 그 한 문장에 끌려 읽는 11살 내 딸도 그 함축적이고 풍자적인 의미와 상관없이 재미있게 읽는다. 비속어와 15금이상의 왜설적인 표현이 들어있어 잠깐 고민했지만 15세이상 관람인 드라마도 부모와 함께 보는데 이정도 쯤은 괜찮지 않을까? 생각하며 읽었다.

사회주의자인 캥거루가 극장에 쓰레기를 주는 모습을 단순히 건방지고 무례한 행위로 파악하는 아이한테 살짝 내 생각을 흘렸을 때 아이는 엄마는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네~라고 생각한다.

조금씩 앞의 내용이 연결되지만 아무데나 펼쳐서 읽어도 읽는데 문제 없으나 전체적으로 너무 재미있어서 쭉 읽을 수 있다.

내게는 이상적인 사회(독일)를 신랄하게 풍자하고 조롱하는 작가를 허용하는 사회가 부럽기도 하며

우리나라엔 둥글이의 유랑일기를 쓰는 둥글이(국회의원에게 개사료를 투척하는 행위), 이하작가의 표현조차도 구속하여 벌금을 징수하는 사회에서 마크 우베 클링의 책이 나올 수 있을까?

증명할 수 없는 신을 모욕하는 무신론자를 우리나라의 기도교인들은 받아들일 수 있을까?

복지와, 임금인상, 노조를 말하면 빨갱이라며 잡아가는 한국의 척박한 현실에서 이런 풍자조차 사치처럼 보인다.

8시면 문닫는 독일가게만 생각했는데 야간 쇼핑몰이 존재하고 검문하는 경찰관이 신분증을 먼저 제시하지 않고 고압적인 태도를 주는 모습 등 독일사회도 완벽하지 않은 곳임을 지적인 입담을 과시하는 건방진 캥거루를 통해 들여다 볼 수 있다.

정크 인포메이션 산업으로 많은 시간을 소비하는 우리(나 역시 인터넷에 접속하면 언제나 검색어 1~2위나 이슈를 누르게 된다)

“중요한 건 삭제되지만 헛소리는 모든 전파를 타고 퍼져나가지” 본문 90쪽

세월호의 내막은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지만 전원구조 오보와 500명 잠수부/해경 투입이란 헛소리, 김무성 딸 30년간 속 썩인 적 없어와 같은 개인사나 나올 법한 내용이 속보로 뜨는 웃기는 세상이다.

헛소리로 중요한 내용을 가려 우리의 눈과 귀를 멀게 하는 기울어진 한국 언론이 떠오른다.

나와 캥거루가 투표하면서 한 말도 한국의 현실정치를 담고 있어 인상이 깊다.

4월 13일 투표날인데 4년에 한 번만 주인코스프레를 하는 기분?

새누리당의 개헌저지선을 막기 위해 표를 몰아 줘야 하다니!

우측통행제에 딴지를 거는 캥거루와 나의 대화에서 왼쪽 vs 오른쪽에 내재된 억압도 생각하게 한다.

온갖 종류의 지침서(자기계발서류) 범람하는 책산업계, 환자를 양산하는 의료계 산업시스템의 조롱과 풍자에선(특히 할머니께서 먹는 약) 숨이 넘어갈 만큼 재미있다.

권투 글러브를 끼고 있는 다혈질 캥거루는 자본주의자들만 보면 펀치를 빵빵 날리는 폭력가지만 그 캥거루조차 그 시스템의 이점을 잘 이용하는 귀여운 반항아다!

말과 행동이 모순적인 반항아! 그래서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

또한 추억의 영화 <전격z작전>의 데이비드 핫셀호프가 손목시계로 키트를 부르면 말도 하고 알아서 나타나고 스스로 조작하는 차 키트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더욱 반갑게 읽을 수 있다.

윌컴퍼니, 어느건방진캥거루에관한고찰, 마크우베클링

민음사	2016.04.02
너는 특별하지 않아 데이비드 매컬로

 

한 미국의 고등학교 졸업에서 스승이 제자에게 축사한 동영상이 유튜브를 타고 세계로 퍼져 한국에도 저자의 책이 출간되었다.

미국사회의 인종, 계층간의 문제와 다른 어느 시대보다 특권적 혜택을 받는 아이들이 부모들의 태도를 내면화하여 일에 대한 자세도 물질적인 보상의 유무로 평가하고 저임금의 일에 대해 부끄럽게 여기며 속물화하는 과정에 대한 따끔한 일침과 모두가 특별하기 때문에 자기 중심성에서 벗어나 한 번의 삶이 뿐인 자신의 삶을 소진하지 않기를 바라는 진심 어린 조언을 담아내고 있다.

미국의 헬리콥터 맘, 캥거루맘와 광기 어린 입시제도, 입시학원으로 전락한 고등학교와 같은 미국 교육의 문제점들을 자신의 경험과 사례, 문학도다운 풍부한 인문학적인 구절 인용으로 우리들의 메마른 감수성을 자극하며 생명체 본연의 모습을 인식하며 나와 내 자식의 최선의 삶이 무엇인지 성찰하게 한다.

한국의 입시광풍은 어제 오늘이 아니며 그 심각한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다른 나라에선 믿거나 말거나 해외토픽 감으로 희화화 하는 수준이다.

그런데 미국 명문고의 입시광풍도 한국 입시 교육 못지않아 미국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 나라 이야기이줄 알았다.

우리 나라가 온 국민이 동참하여 입시광풍에 장단을 맞춘다면 미국은 중상류층을 중심으로 무서운 입시경쟁과 입시광풍이 분다고 할까?

낯설지 않고 친숙한 이야기라 한국분모들은 자기 얘기를 듣는 것 마냥 치부가 드러나는 부끄러움을 느낄 수도 있다. 학점과 대학진학을 위한 스펙 관리가 사실 미국에서 공부한 지식인들이 수입해 온 문화는 아닌지 진정 이들이 원조가 아닐까 하는 의혹도 일지만 본질은 누가 원조냐가 중요한 것이 아닌 좋은 대학과 좋은 일자리 경쟁은 점점 치열해져 아이들의 입시경쟁의 연령은 점점 더 낮아지고 있는 현실이다.

과거와 달리 적게 낳아 더 많은 자원과 사랑을 주며 자녀들에게 이전 세대와 비교할 수 없는 특별함(물질적, 정신적 관심)을 선사하여 그들에게 특권을 부여하지만 특권에는 부모가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필연적인 부모의 수고로움에 대한 보상을 자녀에게 기대하기 마련이고 자녀의 자율성과 독립성은 과거 어느 때보다 제한되며 남들보다 낫지 않으면 패배자처럼 인식하여 쉽게 좌절하는 현대 아이들의 문제점을 인식하게 한다.

명연설과 달리 처음엔 책의 페이지가 쉽게 넘어 가지 않았다. 부모와 교사를 위한 교육서에 가까운 책인데 소설책을 읽는 기분이랄까?

전혀 예상치 못한 감수성이 풍부한 소설가의 세부적인 묘사를 접하는 문장에 당혹감이 들기도 하며 저자의 이력이 궁금하기도 했는데 상당한 독서가임을 알 수 있다.

영문학을 전공하여 한 때는 소설가를 희망하다 우연한 계기로 교사가 되어 30여 을 명문고 교단에 선 저자의 이력을 보며 미국 사립고등학교의 질을 가늠하기도 했다.

저자의 문학적 능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반짝이는 글들은 내 가슴을 후벼 파 눈물을 흘리게 하기도 한다. 누구나 평등한 “죽음”을 통해 생의 소중함 일깨우며 마지막 장의 그리스인 조르바의 말을 인용하여 자신의 열정과 상상력에 집중하라(478쪽 인용) 조언한다.

필독하고 필사하고 싶은 좋은 글들이 너무 많다.

수사적이고 긴 문장들이 많아 인내심이 필요하지만 약간의 인내심을 견디면 좀 더 나와 내 자녀, 나아가 우리 세상에 대한 예민한 감수성이 발화하게 된다.

 

너는특별하지않아, 민음사

로고폴리스	2016.04.02
필독,필사 고종석이 가려 뽑은 생각의 문장들 고종석 쓰고 엮음

짧은 저자 서문에서 밝혔다시피 저자에게 강한 인상을 준 영어 문자들을 자연과학서적, 고전소설, 성경, 철학 사상서 등 광범위한 분야의 수십 권의 고전에서 오직 한 문장과 많으면 한 단락을 읽고 쓸 수 있다. 서문처럼 뽑아놓은 글과 편집상태도 매우 담백하고 군더더기가 없다.

누구나 다 아는 링컨의 게티스버그의 명문장, “사는냐, 죽는냐 그것이 문제로다” 세익스피어의 대표희곡인 햄릿의 명문장부터 <공산당선언>, 아돌프 히틀러의 <유럽에서의 유대인의 절멸>, 나폴레옹의 <근위대에 대한 고별사>의 문장까지 다루고 있다.

고종석님은 “문장은 외무면 몸의 일부가 된다”라는 그의 목적에 독자가 잘 따라올 수 있도록

문장의 길이는 점층법처럼 처음에 한 줄로 간단한 문장으로 시작해서 다섯 번째 노트에선 소설의 일부를 발췌한 부분을 따라 쓸 수 있도록 안배하였다.

영어 문장과 한글을 동시에 음미하며 외울 수 있다.

자연스럽게 성찰할 수 있는 의미심장한 문장을 한글과 영어문장으로 읽고 쓸 수 있다.

원래의 영어문장과 의역된 한글문장을 서로 비교해 볼 수 있고 동일한 의미를 서로 다른 언어로 맛볼 수 있다. 꾸준히 필사하고 외우면 영어문장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다.

문장의 맥락이나 저자만의 생각을 달아서 이해를 돕는다

문장 중에 조지 버클리의 “진실은 모든 사람의 외침이지만 극소수의 게임이다”란 의미를 내 나름대로 부여할 수도 있지만 이 문장의 맥락을 이해할 수 있도록 페이지 하단엔 조지 버클리의 의도를 이해할 수 있게 설명을 달아놓아서 그 연유를 알 수 있다.

내가 필사하고 암송하고 싶은 문장

 

민주주의 병폐의 처방은 민주주의 폐기가 아닌 더 많은 민주주의라는 말이 요즘처럼 절실하게 다가온 적은 없다. 너무 좋아 세 번씩 썼다.

내 몸에서 나왔지만 자식은 내 소유가 아님을 자각할 수 있도록 하는 명문장!

감상

고급스런 양장커버에 거의 모든 분야의 고전에서 한 문장씩 혹은 한 단락씩 뽑아냈다.

페이지 사이사이 편안하게 사색할 수 있는 아름다운 사진이 들어있고 필기체의 영문 문장이 있어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필사하기 쉽게 줄 간격도 적당히 넓고 필사할 내용내보다 여백이 많아 내 생각을 삽입할 수 있고 좋은 문장은 여러 번 따라 쓸 수 있다. 수많은 고전책과 수백페이지의 문장들 중에 왜 이 문장일까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문장들도 있고 내게 옥석처럼 다가온 의미심장한 문장들도 만난다.

필독하다 보면 예전에 읽었던 책의 어느 귀퉁이에 존재한지도 모르고 존재감 없이 스쳐 지나갔던 문장들을 만나기도 한다.

한 번도 들쳐보지 못한 책의 문장을 접하면 그 문장은 나를 따라오라며 문지기를 자처한다.

너무도 많은 인문학책을 읽어온 저자의 독서력에 놀라게 되며 필독과 필사를 통해 그 문장이 들어있는 안 읽어 본 책을 읽고 싶게 한다.

필독, 필사, 고종석, 로고폴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