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파고스	2016.06.13
인간의 길을 가다 장 지글러 지음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란 책에서 빈곤은 식량부족의 문제가 아닌 다국적 자본의 투기와 그 투기를 허용하는 정부의 결탁을 고발하고 알린다. 장 지글러는 실천하는 사회학자로서 직접 목격하고 참여했던 경험들도 함께 담아낸 [인간의 길을 가다]란 자서전을 냈다.

지식인으로서 사회학자의 역할과 지구에서 가장 큰 사망의 원인은 전쟁도, 자연재해도 아닌 굶주림이며 자본의 극심한 편중으로 생산 식량의 부족이 아닌 돈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굶주림으로 살해되는 아프리카의 기아를 폭로한다.

저자는 사회학자로서 인문학적 성찰과 사상들을 토대로 불평등의 기원과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와 범세계적인 금융자본의 흐름을 정당화하고 세계시민들을 순응시켜 저항을 자발적으로 무력화시키는 오늘날의 이데올로기를 사상가들의 이론으로 밝히며 옳고 그른 이데올로기가 무엇인지 알려준다.

또한 저자는 상품의 논리가 지배자와 피지배자의 일상적인 삶의 질을 어떻게 파괴시키며 인간 스스로 소외시키는지를 황금 산에 앉아 있는 거지인 오늘날의 아프리카의 빈곤과 분열의 원인은 무엇인지 밝히고 있다.

거대하여 결코 넘을 수 없을 세계화의 단단한 벽에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것처럼 무모해 보이는 저항을 포기하지 않고 지금까지 실천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장 지글러는 책에선 "다른 한 명에게 가해지는 비인간적 행위는 내 안에 있는 인간성을 파괴한다." 칸트의 말을 두 번이나 언급한다. 인간의 가치 파괴를 막고자 하는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정언명령, 양심임을 그래서 책의 제목도 [인간의 길을 가다]가 아닐까?

 

감상

거대한 다국적 콘체른과 콘체른을 비호하는 국가권력에 80의 노학자가 지치지 않고 사상에 자극을 준 저자의 지적 토양의 뿌리가 된 인문학적인 사상적 토대들을 만날 수 있었다.

세계의 현상을 꿰뚫어볼 수 있는 인식이 결핍된 난장이인 내게 거인의 어깨를 빌려 준 저자의 사상들을 살펴볼 수 있다.

그러나! 사회학에서 사용하는 용어와 아프리카의 식민지역사를 잘 모르기에 깊이 이해하기는 어려웠다.

 

갈라파고스, 인간의길을가다, 장지글러

 

을유문화사	2016.06.11
서민의 기생충콘서트 서민 지음

책 소개

서민선생의 [기생충열전]에 이어 [기생충 콘서트]란 새로운 책이 나왔다.

이 책은 착한 기생충, 독특한 기생충, 나쁜 기생충으로 크게 세 파트로 나누어 평소에 잘 모르던 기생충들의 특징을 알려주며 기생충의 생활사를 통해 기생충의 사이클과 감염경로를 보여준다.

유머가 넘치는 글솜씨와 기생충의 무한한 애정으로 기생충의 특징을 알려주며 대중들의 기생충의 공포화 혐오를 줄이고자 노력한 흔적들이 엿보이며 보통 사람들 눈엔 엽기적인 기생충연구학자들의 기생충에 대한 열정도 조금씩 느낄 수 있다.

기생충은 다 나쁘다고 막연하게 생각했던 우리의 편견을 나름 깨고 장난감으로 나와 친근한 람블편모충이란 기생충도 만나게 되며 알레르기나 자가면역질환을 고치기 위해 구충을 피부에 스며들게 하기도 한다.

인터넷이나 뉴스로 지나치게 과장된 시모토아 엑시구아, 고래회충부터 우리 몸에 살다가 심작 발작을 일으켜 죽게 하는 무시무시한 기생충들의 세계를 맛보게 된다.

기생충감염을 줄이려면……

로컬푸드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는다.

과일과 채소가 전세계를 통해 들어오는데 각 나라의 기생충에 오염된 물로 재배되거나 씻은 과일과 채소에 유충이나 알이 붙어서 감염되기도 한다.

암이나 질병에 걸려 면역력이 떨어지면 유기농 채소와 과일을 멀리하자.

유기농채소와 과일은 환경과 흙의 농약오염을 막아주지만 가축의 분뇨나 사람의 분뇨를 사용하기 때문에 기생충에 감염되기 쉽고 면역력이 떨어지면 기생충이 인체 곳곳에 퍼져서 위험해 질 수 있다.

이 책에도 나오지만 남들이 잘 안 먹는 특이한 재료는 멀리하고 동남아나 멕시코, 아프리카처럼 상수도원이 잘 정비되지 않은 곳에선 식수를 함부로 먹어선 안 된다.

건강을 위해서 맨발로 흙을 밟는 것도 기생충 감염의 원인이 될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

고래회충을 조심하려면 생선회의 내장을 조심하고 신선한 회를 먹으면 된다.

감상

기생충은 외모도 기이하고 흡판이 있어 위나 장에 달라붙거나 피부를 뚫고 심지어 각 장기를 뚫고 들어가 생활하며 병을 유발하기 때문에 혐오의 대상이다.

기생충을 저자처럼 사랑하긴 힘들지만 기생충도 종류가 매우 다양하고 생존전략도 다 다르다.

내용은 매우 흥미롭고 재미있다. 특히 저자의 유머가 넘치는 글들로 배꼽을 쥐고 신나게 웃는다.

반면, 모르고 살아도 지장이 없던 기생충들을 조금씩 알수록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막상 알게 되니까 기생충감염망상증은 아니라도 두려움도 커진다. 우리 아이는 일주일에 한 번 숲에서 활동하는데 동양 안충에 걸리까 살짝 걱정도 된다.

여기에 나오는 기생충들 대부분은 한국이 유행지가 아니라 다행이지만 여행객도 많고 여행가는 일이 보편화되어 감염될 가능성도 높으니 여행을 자주 다니는 사람들은 여행지에서 감염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읽어 볼 필요가 있다.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나타나는 증상과 기생충에 감염된 증상이 비슷해서 초기 진단을 놓치기도 하는데 원인을 알 수 없을 때는 함부로 수술하지 말고 기생충감염도 고려해봐야 함도 알 수 있다.

재미있으면서 오싹한 책이라 더운 한여름에 읽기 딱이다!

기생충콘서트, 서민

파피에	2016.06.11
은밀한 세계사 이주은 지음

 

제목처럼 현대인들조차 드러내놓고 말하기 껄끄럽거나 불편한 이야기들을 소재로 당시의 시대상과 사람들의 풍습을 읽어낼 수 있다.

껄끄럽고 불편한 이야기들은 무엇인가? 성(sex)과 인간의 잔혹한 부분들이 아니겠는가?

이 책은 바로 성과 관련된 소재와 사건들, 자본주의의 탐욕으로 벌어진 야만적이고 폭력적인 인간들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여성의 자위도구인 바이브레이터가 발명된 연유는 자궁의 병인 여성의 히스테리를 치료하기 위해서 탄생하였는데 과거의 용도는 의사의 수고를 덜기 위해 탄생하였다. 우리는 여성의 히스테리란 병의 어원과 치료법을 통해 사회가 과거 여성의 성적 감정을 억제하여 오히려 바이브레이터가 필수 가전제품 목록으로 불티나게 팔린 웃지 못할 역설을 마주치게 된다.

 

히스테릭한 여성을 치료하기 위해 성기를 절제하는 수술과 여성의 성욕을 부정한 각종 시술을 통해 여성의 성욕이나 성적 자기 위로는 행위가 금기였음을 알 수 있다.

 

중국의 전족이나 조선시대의 가채의 유행이 낳은 끔찍한 폐해가 있다면 유럽에선 코드피스란 중세 유럽 남성들의 성기부분을 강조한 민망한 패션 아이템의 변천사를 명화를 통해 알 수 있다.

 

그전엔 무심히 지나치거나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았던 그림 속의 남성의 미망한 패션들이 눈에 들어오게 된다. 남성의 소중하고 사적인 부분을 강조한 패션인 코드피스는 처음엔 보호차원으로 넣던 패드에 별의별 장식을 하고 주머니까지 달아서 중요한 것들을 보관하게 되거나 남성성을 과시하기 위해 더 크고 화려하게 장식하다가 처녀 왕인 엘리자베스 1세가 통치하면서 자취를 감추고 대신 목에 레이스칼라가 크고 화려하게 유행하게 된다.

 

루이 15세의 애첩 마담 뒤 바리와 베르사유 장미인 마리 앙투아네트의 서열 싸움과 왕궁의 문화와 귀족들의 사치스럽고 난잡한 생활, 오늘날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마리 앙투아네트에 대해 새롭게 이해할 수 있게 한다.

 

프랑스 혁명으로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진 루이 16세와 마리 앙투아네트는 단두대에 사형을 당할 만큼 사치스럽지 않았지만 전단지의 악의적인 선전선동과 애첩이 없었던 루이 16세 때문에 타국에서 온 마리 앙투아네트는 시민들의 불만의 희생양이 된다.

 

프랑스 혁명과 공포정치로 많은 사람들의 머리가 단두대에 사라졌는데 공포의 단두대가 낳은 헤어스타일과 단두대에서 죽은 사람들을 추모하는 무도회가 유행하게 된 역사적 배경을 이해하게 되며

 

피임의 역사와 피노키오, 잠자는 숲 속의 공주, 빨간 모자 동화의 잔혹한 원래 이야기와 다양하게 변주된 이본들을 접하면서 현대와 다른 근대사람들의 생각을 만날 수 있다.

 

또한 무삭제판 안네의 일기를 통해 사춘기 소녀의 성적 호기심과 은밀한 자기 신체에 대한 관심, 사춘기 소녀의 반항적인 심리들을 부분적으로 접할 수 있다. 한때 외설적인 이유로 금서였다던 문제부분의 내용은 전혀 불온하지도 외설적이지도 않다. 오히려 14세 15세 아이들의 사춘기적인 심리를 잘 보여주고 있어 사춘기 아이들에게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야사나 작가의 상상력이 낳은 산물이 아닌 출처가 분명한 문헌과 사진, 그림에서 찾아낸 우리가 알지 못하는 세계사이나 19금 이야기가 많아서 당혹스럽기도 하지만 무척 놀랍고 충격적이며 신선하고 흥미롭다.

 

이제 막 성년이 된 젊은 사람들, 여성들도 이 책을 읽고 현재 유행하고 있는 패션이나 유행어, 이야기 뒤에 우리 사회에 영향을 주는 원인이 무엇인지 살펴볼 수 있게 한다.

 

일반적인 정사가 아닌 우리의 편견을 깨거나 터부시되어 잘 알려지지 않았던, 혹은 왜곡되어 덮여 있던 역사적인 사건들을 한 꺼풀씩 벗기는 즐거움을 알려주는 책이다.

은밀한세계사, 파피에, 이주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