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출간 당시부터 2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도 여전한 인기를 누리며 독자들의 사그라들지 않는 관심속에 서점가의 핵으로 자리잡고 있는 작품.
읽어야지... 또 읽어야지 하면서도 이렇게 뒤늦게서야 그 책을 펼쳐들었지만.... 한 번 펼쳐 든 책은 그 끝을 보기 전까지는 도저히 책을 덮을 배짱을 내계 허용하지 않을 만큼 굉장한 흡입력으로 나를 빨아들였다. 결국 자정이 다 되어가는 무렵... 잠자기 전 몇 페이지만 읽고 자야지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된 책 나들이는 3시를 넘긴 늦은 새벽에서야 그 여정을 마칠 수 있었다.
암튼 뭐 눈물의 여왕까지는 아니더라도 원체 감정과 눈물샘에 최고속 TGV 시스템이 장착된 나이지만.... 그래도 유독 이 ’엄마’란 주제를 담은 모든 것에는 눈물과 더불은 짙은 한같은 감정까지 엉켜 스스로가 만든 감정의 소용돌이에서 좀처럼 헤어나지 못하고 허우적거리게 되는 건 비단 나만의 경우는 아닐 듯 싶다.
그렇듯 모든 사람들에게 가장 따스하고도 가장 푸근한... 그러면서 또 가장 그립고도 떄론 가장 슬플수 밖에 없는 대상...........’엄마’.
우리 모두에겐 천지 창조보다도 더욱 위대한 일을 해내시는 세상의 단 한사람... 세상과의 연결끈이자 세상에 나를 있게해 준 바로 그 분.... ’어머니’... ’엄마’....
세상에 둘도 없는 바로 우리의 ’엄마’이기도 하신 그 분을... 그 무엇과도 바꿀수도, 새로 장만할 수도, 더더군다나 더욱 견고하게 만들수도 없는.... 돈으로든 그 무엇으로든 감히 그 값어치를 가늠할 수 조차 없는 유일무이한 대상이신 우리의 ’엄마’를.... 소설속의 자식들은 그만 잃어버리고 만 것이다.
사단이 나도 이런 경우는 없는 것이다...
자식이 하나도 아니고 둘도 아니고 넷(셋이었나???)씩이나 있으면서 서울로 올라오신 그 부모님을 단 한 자식도 마중 나가지 못해서, 게다가 평생을... 것도 평범하지도 않은, 맘내키는 대로 몇 년씩 외출하고 제 멋대로 집이라고 돌아오는 그런 남자를 남편이고 애들 아버지라고 군말없이 평생 수발에 벗까지 해가며 살아온 그런 ’아내’를 고작 함께하는 발걸음 하나 맞추지못해서 눈 앞에서 놓아 버리고 가는..... 세상에 이런 사상초유의 어처구니 없는 사건을 그들이.... 바로 ’가족’이란 이름의 그들이 자행하고 만 것이다.
그 힘든 세상풍파를 온 몸으로 받아내며 ’엄마’가 평생을 지켜온 건 다름아닌 바로 그 자식들과 남편... 그들의 가정이었거늘... 그 축을, 그 핵을 남도 아닌 바로 그 가족들이 그렇게 어이없게 끊어버리고 만 것이다.
남편의 바람기도, 모진 시누의 시집살이도, 마을 사람들의 편견과 오해도... 그 모든 것을 오로지 자신의 몸뚱아리 하나로 방패막이 삼아 살며 지켜온 그 어머니의 평생 업적은 그렇게 자신이 미처 발넣지 못한 전철안에 남편이 홀로 탑승하면서... 그들의 사이를 전철문 하나가 그저 스르르 닫히게 되면서... 그렇게 맥없이 허무하게 끊어져버리고 말게 된 것이다.
그렇게 어느 하루 예기치않게시작된 그들의 엄마찾기...
하루, 이틀.. 또 그렇게 한 달, 두 달.... 생각보다 길어지는 엄마와의 이별에 그들의 고백과도 같은 ’자아 성찰’이 시작된다.... 자식으로서 그들이 얼마나 불효자인지를... 그들의 삶이 풍족해지고 여유로워질수록 엄마의 삶은 상대적으로 얼마나 허하고 외로워지게 되었던가를... 그제서야 제대로 꼼꼼히 마음으로 하나씩 짚어보게 된 것이다.
그렇게 자신보다도 더 귀히, 더 중히 여기며 세상살이의 최고 보물로 가슴에 품으며 살아왔던 ... 그런 자식들이 일상의 평범한 계단 하나조차도 밟을 수 없을 만큼 과거를 되씹으며 괴로워할 때 과연 그들의 ’엄마’는 어디서 무얼하고 계신걸까? 어디에서.... 무엇을.....
엄마는....
우리들의 엄마이기도 한 그들의 엄마는.... 바로 그 시간........ 아이러니하게도 자식들이 그러하듯 과거를 누비며 그녀의 , 또 그들의 시간이기도 했던 삶속으로의 여행을 하고 계셨다. 현실에선 잃어버린 자식들이었지만... 과거엔 그들의 모든 곳에 존재했던 ’엄마’란 자신의 흔적을.... 가장 힘들었지만 그들이 있었기에 가장 뿌듯하고 행복했었던 엄마 생의 최고의 순간이었을지도 모르는 바로 그 시간속을....
그렇게 자식은 자식대로, 엄마는 엄마대로, 남편은 남편대로.... 서로의 시선에서 살펴보는 그들의 삶 되돌아보기를 제 3자의 입장에서만은 편하게 볼 수 없는 이유는..... 그 자식들이 바로 나이고, 그 잃어버린 엄마가 바로 나의 엄마이기 때문에.... 그 모습, 그 삶이 결코 남의 삶이 될 수 없는 바로 내가 밟아왔고, 우리 엄마가 밟아왔던 삶의 모습과 너무나도 닮아있기에.... 그래서 나 역시도 그 자식들만큼이나 그들의 엄마를 미친듯이 찾아 헤매었고,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이번 장에서만큼은 그들의 눈물어린 상봉을, 그들의 엄마찾아 삼만리가 제발 종지부를 찍을 수 있기를 바라고 또 바랄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소설은.... 결코 소설의 미덕을 보이며 자식들의 불효를 용서하는 해피엔딩을 끝끝내 허락치 않았다.
그렇게 인생에서 ’엄마’를 상실한 채 몇 년이 흐르고 .... 마음은 공허한 메아리처럼 여전히 지옥을 헤매고 다닐지언정 시간의 흐름에 따라 서서히 흔들렸던 일상의 모습에 다시금 발을 들여놓게 되는 자식들의 모습....
그렇게 힘들지만 어렵게 ’평온(?)’을 찾아나가는 자식들의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는 엄마....
이제는 곪아터진 발을 질질 끌고라도 누비고 찾아다니실 그리운 과거가 더는 없으셨던 걸까.... 아님 이제는 도저히 현실도 과거도 더는 누리실 여력이 없었던 것일까, 아님 이승에서 누리실 것을 모두 다 누렸다 생각하신 걸까, 그도 아님 이제는 병들고 망가져 제대로 기능을 발휘할 수 없는 자신의 몸뚱아리를 자식들에게 짐으로 지우고 싶지는 않으셨던 걸까...
엄마는 그렇게 너무도 평온한 마음으로 자식들도 모르게 자식들에게 그녀 생의 마지막 인사를.... 또 엄마로서의 당부의 말, 감사의 말까지 잊지 않고 건네며 나름 행복하게 생과의 이별을 아름답게 고하려한다.
그 어떤 모습으로 아무리 멋지고 아름답게 포장을 한다 해도 절대로 그렇게 될 수 없는 ’결말’을 작가는 독자들에게 내던진 채 너무도 무책임하게 책을 끝맺고야 만다. ’엄마’를 잃어버려놓고 찾지도 못하게 한 채 그렇게 엄마를 영원히 우리 삶에서 ’상실의 대상’.... 하지만 ’절대로 잊을 수 없는 대상’으로 남겨놓은 채로....
이상했다.... 자는 식구들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속으로 삼키고 삼켰음에도 결국은 한밤의 귀신 소리처럼 밖으로 내뱉을 수 밖에 없었던 울음이었지만.... 이상하게도 무너지는 마음만큼 울음을 시원하게 밖으로 표출할 수가 없었다.
그 어떤 드라마보다도 드라마틱한 삶을 살아온 우리 엄마...
엄마만큼이나 나에겐 언제나 아련한 대상인... 내 어린 시절의 가장 좋은 친구였던... 내 아빠의 엄마이신 나의 할머니.
그리고... 갑자기 찾아 온 병마로 하루 아침에 전혀 다른 삶을 살다가 가신 우리 아빠...
그런 엄마와 아빠의 ’자식’으로 조금은 남다른 인생길을 걸어올 수밖에 없었던 나와 언니, 오빠.
몇 번을 망설였지만 쓰다 지우고 쓰다 지우고... 그리고 결국엔 지금까지처럼 마음에 그대로 남기기로 했다. 책 속과는 다른 경위로 읾어버려야 했던 나의 아빠를.... 비록 3일만에 다시 찾아 우리의 곁으로 돌아오시긴 했지만 그 3일간 찾아 헤매다녀야 했던 우리들의 모습을...고작 국민학교 6학년이었던 내가 느껴야만 했던 그때의 심정을... 그때 당시 우리의 얘기를.... 엄마, 언니하고도 허심탄회하게 나누지 못했고, 제일 친한 친구조차도 모르는 그 기억을.... 아직은 아니었나보다. 이 책을 보며 그때의 우리 가족들의 시간과 겹쳐지며 내뱉고 싶어서 미친듯이 써내려갔지만 결국엔 이렇게 다시금 가슴으로 삼켜야만 하는 나의 ’엄마를 부탁해.... 아빠를 부탁해....’는 아직도 아직까지도 누구와는 공유할 수 없는 나만의 얘기였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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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때부턴가... 책을 읽으면서 가슴에 들어온 글귀들을 차마 보내지 못하고 밑줄을 쳐가며 표시를 해놓고 것도 모자라 노트에까지 적어놓는 취미를 고수하게 된 나.
그렇게 옮겨 적어놓은 글들이 모이고 모여 어느덧 백과 사전 몇 권의 분량으로 쌓이고 쌓였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한자도 그냥 넘길 수 없었던 이 책에선 오묘하게 오로지 단 한 페이지만이 나의 그 모음집에 남겨지게 되었다.
’어떻게 엄마를 처음부터 엄마인 사람으로 여기며 지냈을까. 내가 엄마로 살면서도 이렇게 내 꿈이 많은데 내가 이렇게 나의 어린 시절을, 나의 소녀 시절을, 나의 처녀 시절을 하나도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는데 왜 엄마는 처음부터 엄마인 것으로만 알고 있었을까.
엄마는 꿈을 펼쳐 볼 기회도 없이 시대가 엄마 손에 쥐여준 가난하고 슬프고 혼자서 모든 것과 맞서고, 그리고 꼭 이겨나갈밖에 다른 길이 없는 아주 나쁜 패를 들고서도 어떻게든 최선을 다해서 몸과 마음을 바친 일생이었는데.... 난 어떻게 엄마의 꿈에 대해서는 아무런 생각도 해본 적이 없었을까....
(p.261)
나의 엄마.... 여자로서 누려야 할 권리는 모두 잃어버린 채 엄마로서 아내로서 며느리로서... 그리고 딸로서 맏누이로서의 모든 의무만으로 점철됐었던....그 시대 여성들조차도 버거워했을 참으로 힘든 삶의 길을 묵묵히 살아오신 나의 엄마...
엄만.....난 감히 너무너무 미안해서 그 어느 누구에게도 엄마를 부탁할 수 조차 없어...
그래서... 난 지킬거야...... 내 엄마, 나의 엄마, 내가 제일로 사랑하는 엄마를 내가 꼭 지켜줄께... 자식으로서 그리고 같은 여자로서..........그리고 그 어떤 이름으로라도.
아주 많이 많이 당신을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