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1식 붐이 불면서 하루 세끼를 꼬박 챙겨먹는 내가 식충이처럼 느껴졌다. 드라마에 자주 등장하는 퇴직후에도 하루 세 번 그리고 오직 집밥만을 고집하는 눈치없는 중년아저씨가 된 느낌이 들기도 하고 촌스럽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도대체 어떤 근거로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인지 궁금함 반 호기심 반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빠.져.든.다. 당장이라도 뽀로로가 그려진 아동용 식판을 구입해서 1즙1채를 시작해야할 것 같은 조급함마저 들었다.

빙하기를 살고 있지 않는 우리들에게 지방의 축적이 더이상 의미를 가질 수 없다는 것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적어도 이것이 몸에 손이라는 것도 말이다.

책을 읽어나가며 가장 무서웠던 것은 포만,포식이 가져오는 장기의 노화촉진이나 만병의 원인이라는 말이 아니었다. 그보다는 암이며 당뇨며 모든 질병은 우리들이 만들어 놓은 몸의 환경에 적응 하기 위한 세포들의 몸부림이란 사실이었다. 그렇다 근시는 눈이 나뻐진 것이라기 보다는 먼 것을 자주 보지 않는 눈을 최적의 상태로 적응 시켜놓은 것일 뿐이다.

하루 한 끼, 소식으로 이런 질병을 예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재생의 기능도 한다는 설명에 이젠 홀리기 시작했다. ㅎ ㅎ

생물이 기아 상태에 있을 때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활성화 되는 유전자가 있는데 이것이 이른바 시트루인 유전자. 요녀석의 기능을 듣는 순간 하루 세끼를 고집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워 보일 정도다.

이 유전자가 공복 상태에 있을 때 50조개에 달하는 인간의 세포 속에 있는 유전자를 모두 스캔하여 손상되거나 병든 유전자를 회복시켜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p26)

낡은 메뉴얼은 분명 개선 되어야 한다. 지금을 살기에 하루 세끼는 너무 오래되고 낡아버렸는지도 모르겠다. 이젠 정말 깨끗하게 이별을 고할 때다. 아주 쿨하게 안녕~ 하루 세끼여.

꼬르륵 소리가 날 때의 배고픔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더이상 채움을 위한 신호로 받아들이지 않게 되었다. 병든 유전자가 스캔되어 회복되는 신호를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저자처럼 말이다.

 

램브란트는 왜 자화상 그리기를 반복했을까? 궁금했다. 그가 언급된 서적에선 어김없이 한 페이지 걸러 한 페이지 그의 자화상이 등장하니 말이다.

반복되는 행동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것이 기쁨을 줄 수도 있고 불안을 해소시켜 줄 수도 있으며 위안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화가의 숨은 그림 읽기'로 알게 된 화가 전준엽씨의 또 다른 저서 '나는 누구인가'에서 그 답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표지는 프리다 칼로의 '벨벳 드레스를 입은 자화상'인데 그녀의 공식적 첫 작품이라고 한다. 그동안 보아왔던 프리다 칼로의 자화상 중 가장 예쁜 모습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저자의 저서가 갖는 강점중의 하나는 차별성에 있다고 생각한다. 이것을 잘 보여주는 것이 그림의 구도를 설명하는 부분인데 이번에는 편지글로 시작하는 또 다른 시도가 눈에 띈다. 화가가 처한 상항, 주요사건, 갈등등을 바탕으로 완성한 편지글이 친숙하면서 딱딱하지 않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었다. 물론 그만의 독특한 구도 설명도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6개의 큰 제목 중 가장 눈길을 끌었던 '죽음의 냄새가 나는 자화상'에서는 죽음의 공포에 휩싸여 일생을 보낸 뭉크의 자화상이 색채와 표정만큼이나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불길에 타들어 가는 듯한 '저승에서 자화상' 과 푸른 빛이 감도는 자화상 모두에서 그의 불안과 공포가 그대로 느껴진다.

독일판 지킬박사와 하이드의 책표지로 등장했던 그림이 아르놀트 뵈클린의 '피들을 연주하는 죽음의 신이 있는 자화상'이란 걸 처음 알았다. 표지의 그림이 정말 맘에 들어 읽을 수 없음에도 구매를 생각했을 정도인데 화가의 자화상이라니! 아마도 내가 알고 있는 화가 중 가장 잘생긴 화가가 아닐까 싶다^^

잘생긴 화가 하니 알브레히트 뒤러의 자화상이 떠오르며 거친 웃음이 터져나온다. 지금까지 보아온 자화상에서 느껴지는 투박함이라든지 고전적인 이미지와는 판이하게 다른 그의 자화상을 보고 있자면 90년대 아이돌이 떠오른다. 그림에 문외한인 평범한 독자의 눈에도 '다르게' 보였던 그의 그림세계를 미술계는 어떻게 평가했을까? 자신의 감정에 솔직한 창의적인 작가로 기억될 평이 눈에 띈다.

램브란트의 자화상들로부터 시작된 의문과 호기심은 그 시작이 무엇이고 어디였던 간에 근간에는 앞에서 저자가 언급했듯 '나는 누구인가'란 물음에 답을 얻고자 하는 욕구이자 자아발견의 여정이라는 결론으로 마무리 할 수 있을 것 같다

 

모든 기이한 일은 그들이 이웃으로 이사 오면서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꿈인 줄만 알았다.

누가 사자만 한 고양이가 수레를 끄는 모습을 쉽게 상상할 수 있겠는가. 더욱이 이 광경을 목격했다면? 문화충격을 뛰어넘는 시각충격 정도쯤 되려나?

아로. 이 녀석이 몹시도 수상쩍은 일들을 겪게 되는 이야기 속 주인공이다.

어젯밤의 일이 꿈인지 생시인지 확인하고 싶었던 아로는 옆집을 두리번거린다. 그런데 있다! 정말 있다! 사자만 한 고양이가. 에디슨이란 심상치 않은 이름도 있다.

옆집 사람들. 뭔가 괴이한 느낌이 강하지만 무섭다는 생각보다 호기심이 앞선 아로는 자신을 과학 선생님이라 소개한 옆집 남자를 따라 집으로 들어간다. 그곳에서 몸소 체험하게 되는 과학 실험들. 몸이 고체가 되기도 하고 액체가 되기도 하며 기체가 되기도 하는 기이한 현상을 경험하게 되는 아로다.

이 설명 방법 꽤 유용하단 생각이 든다. 그림 속 상태 변화를 하는 아로의 모습이 재밌기도 하고 이해하기도 쉽다.

바람이 빠져 헐렁해진 축구공을 빵빵하게 되돌리는 방법이라든가 겹쳐 떨어지지 않는 그릇을 분리하는 방법과 같이 기체부피 변화를 실용적인 예를 들어 보이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개인적으로 무척추동물을 설명하는 단원이 재밌었는데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등장한 아로의 모습이 웃음의 한몫을 하기도 했다.

귀는 뾰족해지고 입은 길어지고 단단해져서 새 부리처럼 변했고 양쪽 겨드랑이 사이에서 날개가 돋아났다. 두 팔은 길이가 짧아졌고 다리는 아주 굵어지고 튼튼해졌으며 엉덩이에는 꼬리가 생긴 것이다. 게다가 아로의 등 한가운데에 지느러미가 생겼고 피부는 미끌미끌 비늘로 덮이기까지 했다.(p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