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초급중국어 강좌를 듣다 보면 저자이기도 한 송지현 선생님은 중국어 학습에서 얼거를 굉장히 강조하는 편이었다.
중국어를 전공하는 친구도 중국어 공부에 얼거가 많은 부분 도움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해 왔던 터라 바로 서점으로 가서 교재들을 살펴보았다. 처음에 구입한 얼거 교재는 발음을 읽어주는 데서 끝나 재미면이나 지속력면에서 많은 아쉬움이 남았다. 그러던 중 발견한 이 책!

악보와 성조가 표시된 병음 그리고 예쁜 그림으로 부담 없이 아이부터 어른까지 즐길 수 있다. CD 속 아이들의 귀여운 노래를 따라하다 보면 어느새 허리에 손을 얹고 무릎을 구부렸다 폈다 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어른의 율동과 노래는 분명 많이 민망하고 부담스러운 것이긴 하지만 그 시간 만큼은 동심으로 돌아가 즐길 수 있었다.

노래를 부르기 전에 발음을 읽어 주는데 저자는 이때의 설창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외국어를 공부하다 보면 의성어와 의태어를 다른 품사에 비해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공부를 하면 할수록 이 부분을 어려워하고 활용을 제대로 못 하는 경우가 많다. 얼거 속 다양한 의성어와 의태어는 이것을 보완해 주는데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아침에 될 수 있으면 이 교재의 CD를 틀어 놓았는데 하루종일 흥얼흥얼 하면서 자연스럽게 발음과 성조를 익히는데 많은 도움을 받았다. 이 책으로 공부한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지금도 가사와 멜로디가 선명하게 떠오르고 입에 익다.

발음과 성조 그리고 기본적인 단어를 노래로 배우는 얼거만큼 효과적인 방법이 없음을 절감했기에 주위의 중국어를 시작하는 친구들에게 주저 없이 권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짱구는 크레용 신짱, 독수리 오형제는 갓차멘으로, 그 이외에도 많은 만화들이 생소한 이름으로 일본에서 만들어져 먼저 불리워졌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는 황당함을 넘어선 배신감까지 느껴졌다. 그만큼 어린 시절, 기억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만화였다.

물론 자국어로 더빙 된 이유도 있겠지만 이질감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은 만화가 가진 힘일 것이다. 국경을 초월하는 것은 사랑뿐만이 아니다.

그러나 둘리는 둘리로 꺼벙이느 꺼벙이로 순수하게 우리의 것, 나의 것으로 남는 이름이 있고 그 캐릭터들의 만남이 조금은 늦었을지 모르지만, 더욱 친근하고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수없이 많은 단어들의 조합보다도 네모 상자 안의 작은 그림 하나가 더욱 큰 힘을 발휘할 때가 있다.

백 장 읽는 것보다 한 번 네모 상자 안의 그림을 보는 게 나을 때가 있다.

생명이 짧은 음악과 소설 그리고 영화가 판을 치고 있지만 작은 공간에 사회와 인생을 녹이고 갈등과 해소, 희로애락은 물론 추억까지 고스란히 담고 있는 만화가 백 년을 이어온 것은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194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짤막한 감상 만화와 설명으로 이루어져 있다.

시대별로 만화를 묶어 놓음으로서 그 당시의 시대상까지 파악할 수 있고 연장자와의 대화의 기회도 주었다.

40~50년대의 만화에서는 시민의 애환을 달래기 위한 캐릭터의 등장이 많았는데, 당시 일본에 와 있던 한국 노동자들에게 힘을 주고 나라를 빼앗긴 채 남의 땅에서 시름에 젖어 있던 노동자들의 벗으로 탄생한 캐릭터가 코주부이다.

이 시기에 시사성강한 만화도 등장하는데 6.25로 인한 황폐해진 생활과 마음속에 한 가닥 웃음을 심어주기 위한 고바우가 그것이다.

민족주의를 표방한 sf만화가 라이파이에 의해 탄생되고 미래의 희망과 꿈이 되어주고 뛰어난 액션장면으로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60-70년대는 작가의 고정적인 캐릭터가 등장하게 되는데, 이름만 들어도 웃음이 나는 명랑만화를 시작으로 일지매는 오락성과 역사성을 갖춘 작품으로 평가되었다.

아이스크림 광고에 등장한 캐릭터로 더욱 익숙한 고인돌은 곡선으로만 완성시킨 파격의 미학이며 담백하게 성을 다루었다.

문명의 환부에 들이댄 원시인의 청진기란 말로 작가는 고인돌을 표현하고 있다.

독특한 이름으로 각인된 독고탁은 화해와 용서를 주제로 진보적인 스토리 구성을 진닌 작품으로 평가된다.

일지매와 함께 드라마로 제작 되었던 다모는 전통시대의 여성의 이미지를 그리고 있으며 양반사회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는 만화이다.

1980년대의 만화는 더욱 많은 추억을 공유한 친근한 캐릭터들로 채워지는데 그 중심에 있는 캐릭터가 둘리이다.

시대와 인물을 초월하고 갈등을 웃음으로 해소하며 마지막에는 감동까지 있는 내 인생의 만화이다.

책에 소개된 대부분의 캐릭터들은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만들어진 만화 속 주인공들이다. 그러나 어떠한 거리감도 느낄 수 없었다. 어제와 오늘과 내일의 연장선에서 언제나 어색함 없이 접할 수 있는 것이 만화임을 다시 한 번 느낀다.

꼬마 흡혈귀 시리즈를 탐독하고 천사들의 합창과 케빈은 12살을 목숨 걸고 보던?^^ 때가 있었다. 그땐 정말이지 세상에 심각하지 않은 일이 없었고 사소한 일이란 존재하지도 않았다. 코흘리개 꼬맹이도 이 정도 였으니 중학생 소녀에게 매일이 사건의 연속인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이름에서 심히 커피향 폴폴 나는 맥스웰 양이 이 일기의 주인이다.

스스로 자신을 세상에 둘도 없는 멍청이라 부르지만 아무나 학교의 퀸카와 라이벌 구도를 형성할 수 없는 법! 게다가 짝사랑하는 브랜든의 할로윈 파티 댄스 파트너이지 않았던가.

가끔 괴짜 같은 행동을 하고 이상한 춤을 추기도 하는 아직 소년에서 'ㄴ'자가 덜 지워진 천방지축 소녀지만 사랑스러운 꼬마 아가씨다. 풍자를 알고 주위에는 의리 있는 친구들도 있다. 물론 사사건건 부딪치는 매킨지도 있지만.

하지만 그녀 없이 이 다이어리를 논할 수 없는 일이다. 그녀가 아니었다면 탤런트 쇼에 그렇게 집착할 이유도 바보 같은 춤 동영상이 학교에 퍼질 것을 걱정할 이유도, 거짓말을 할 이유도 없었을 테니까.

학교에 아버지의 직업이 탄로 나는 것보다 차라리 지구멸망의 순간이 더 자비롭다 생각했을 니키다. 자신이 아버지 덕분에 학교에 장학금을 받고 다닌다거나 집채 만한 바퀴벌레가 달린 차와 해충구제에 여념 없는 아버지의 모습이 학교에 띄는 순간 니키는 또다시 전학을 가야 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이 순간을 모면하기 위해 한 거짓말 때문에 등록금납부가 꼼짝없이 그녀의 몫이 되어버렸다. 이번 탤런트 쇼에 나가 1등을 하든지 아니면 은행을 털어야 할 지경이다.

부랴부랴 결성한 7인조 밴드. 대회까진 8일이 남은 상황이다. 과연 1등의 영광은 그녀에게 돌아갔을까?

아동용 소설에서 쉽게 볼 수 없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결말이다. ㅎ ㅎ 그러나 변함없는 한가지. 승리는... 주인공의 것.

어른들이 읽기에는 심심한 이야기다. 그도 그럴 것이 아이들의 별일 혹은 대사건이 어른들에게 같은 크기와 무게로 다가올 리 없다.

그러나 그때를 떠올리고 추억하기엔 충분하다.

아이들은 아마도 일기 쓰기를 즐기게 될지도 그리고 10년 후 20년 후에 다시 이 책을 행복한 미소로 펼쳐보게 될지도 모르겠다.